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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ㅣ 텍스트T 7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평점 :
비스킷은 대체로 형체가 희미하다. (8쪽)
형체를 통해 존재를 인지할텐데, 자신을 인식하는 태도에 따라서 형체가 희미해진다. 비스킷에 대한 설명이다. 가정, 교실, 직장 등에서 존재감을 잃거나 숨고 싶은 이들에게 자신을 설명하기 좋은 표현인 듯하다.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지만 인지되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받지 못하고 먼지처럼 부유하는 것이다. 상대에 의해 부정당하다가 자신조차 스스로 부정하며 형체를 숨기며 결국 사라지는 것이다. 단 한 사람, 자신의 존재를 불러주고 인지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비스킷 이야기 속에는 작은 희망, 긍정적 에너지를 소환하는 힘이 있다. 소외와 폭력을 다루는 많은 이야기와 달리 그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빛으로 나아갈 길을 내민다.
소음에 매우 민감한 등장인물의 설정은 작은 소리에도 귀기울이는 존재로서, 발상의 전환을 보인다. 예민하다는 부정적 표현이 상대에 대한 마음을 민감하게 알아채는 좋은 점으로 비춰진다. 존재감 없는 이가 실제로 형체가 사라진다는 설정 역시,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이들에게 눈길과 마음을 더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직접적인 표현으로 와닿는다. 오늘 하루도 #비스킷 같은 존재가 되어 자신을 소진하며 지냈을 그 누군가가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이라도 자신에게 눈길과 마음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를 알아차려 줄 첫번째는 '나'이다.
■ 비스킷은 대부분 1단계에 머문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 적어도 한 명 이상이 지속적인 관심을 주면 유대감을 통해 자신을 지키는 힘이 유지되기 때문인 것 같다. 학교나 학원에서 따돌림을 당하더라도, 가정에서 지지받고 힘을 얻는다면 2단계나 3단계까지는 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스킷 1단계는 아직 꺼지지 않은 자존감의 불씨를 어떻게 살려 내느냐가 중요하다. (17쪽)
■ "네가 괴로운 일을 당해 숨고 싶었던 건 잘 알아. 근데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한테 존중받을 수는 없어. 네가 먼저 널 긍정해야지 다른 사람도 동화될 수 있잖아. 괴롭힘에 깨진 네 마음, 꿈, 기분 같은 것들을 계속 말해.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널 이해할 수가 없어. 아이들이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말하다 보면 언젠가는 널 이해하는 사람이 생길 거야. 그런 사람이 생길 때까지 우리 휘둘리지 말고 같이 자신을 지켜 내자." (78쪽)
■ 주택 공사를 하면 정원이 사라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비스킷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든 꽃을 심었다. 아프겠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소멸하면 잊힐 거라는 이유로. (91쪽)
■ "약해 빠진 마음으로 험난한 이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가려고 그래요?" 겨우 네 살짜리가 되받아친 말 속에 인생의 진리가 숨어 있었다. (105쪽)
■ "비스킷은 마음의 한 부분이 계속 짓밟혀서 존재감을 잃은 거야. 네가 시든 꽃을 땅에 다시 심듯이 우리도 비스킷을 세상에 제대로 발 딛게 해 주고 싶은 것뿐이야." (144쪽)
■ 자신을 믿지 못하는 소외된 빛깔의 비스킷과 나를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했다는 말인가. 그래서 나 자신을 보듯 비스킷을 보아 온거라는 의미. 그건 소리에 얽매여 비스킷을 보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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