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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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 년 동안, 공기가 많이 달라졌다. 생각이 다른 이들의 집합체이니 달라질 수도 있겠거니 싶지만, 결이 달라졌다. 자고 일어나니 과거 역사 속 한 켠으로 돌아간 듯 하다. 보고 들은 사실이 어느새 '아닐 수도 있어' 라는 조건부가 붙어서 진실을 호도한다.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진실'은 달라지고 양분과 갈등, 대립은 심화되고 있다.

​교실에서 금쪽이 한 명의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처음에는 금쪽이를 향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 회복을 위한 노력이 오고가지만 시간이 갈수록 폭력과 갈등의 현장에 노출되면서 금쪽이의 신경을 건드리는 자에게 오히려 비난의 화살이 돌려진다. 피로해진 이들은 상황의 해결보다 즉각적 대처에 급급해진다. 금쪽이의 뻔뻔하고 노골적인 행동에도 다수는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하게 된다. 얽히기 싫고 노력을 취하다가 공격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언의 억압과 공포를 배경으로 무질서 속 질서가 자리잡게 된다. 교육현장에서 금쪽이를 대처하는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 중 하나다. 구성원이 다같이 '멈춰', '안돼' 외치는 것이다. 구성원 다수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은 정치, 언론 등이 담당한다. 어느 한 쪽으로 권력이 독점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균형을 갖춰야 한다.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 불안을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불균형한 공기가 당연한 질서가 되기 전, 감시와 견제의 눈을 밝혀야 한다. 저자 #박성제_를 통해 감시와 견제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MBC 사장직을 맡기 전후로 언론계의 변화 이야기, 언론기관이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 언론 기관이 스스로 권력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 과거를 반성하고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 성과 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재, 다시 권력의 통제 아래 놓으려는 현장을 고발한다.

​■ 유치원 비리, 김용균 씨 사망 보도 이외에도 뉴스 차별화를 위한 크고 작은 노력들은 많았다. 공통적인 점은 '현장'이었다. (77쪽)

​■ 몇십억 광고보다 국민 신뢰가 더 중요합니다. (88쪽)

​■ 범죄나 비리 혐의에 대한 소스가 검찰이라면 대부분 반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냥 검찰이 알려준 혐의 내용을 검증 없이 받아쓰고 그게 객관적인 기사라고 생각한다. 검찰 출입기자들은 기본적으로 검찰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가 엉터리로 수사를 하거나 의도적으로 팩트를 조작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검사는 '나쁜 놈을 잡기 위해' 수사하고 기자는 '그놈이 나쁜 짓을 했다'고 기사를 쓰면 끝이다. (91쪽)

​■ 지상파가 OTT에 종속되어 '외주 제작사'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내 생각은 '걱정할 필요 없다'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한 넷플릭스의 독주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지상파의 위상 역시 계속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콘텐츠를 이기는 플랫폼은 없는 법이다. (139쪽)


■ "우리는 [집권] 6개월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누군가 책임지고 뭔가 해야 되는데, '법'과 '합리적'이라는 이름하에,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KBS 7 대 4, (…) 하나도 못 먹고 있다. MBC 6 대 3, (…) 하나도 못 먹고 있다. " 「박성중, KBS·MBC 이사진 비율 언급 "하나도 못 먹고 있다" 발언 파문」, 『미디어오늘』, 2022년 12월 13일. (187쪽)

​■ 가해자와 피해자, 피고와 원고, 합리와 불합리의 차이점을 무시하고 대등하게 다루는 보도는 결코 '좋은 보도'가 아니다. 좋은 언론인은 중립과 객관성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시청자와 독자의 판단을 위해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한다. 어느 쪽 입장이 더 진실에 부합하는지, 더 합리적인지, 더 상식적인지 끊임없이 취재하고 기사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립의 함정을 피하고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언론인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마리아 레사는 언론인들의 직업적 훈련과 판단, 용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99쪽)


■ 지금까지 없었던 공영방송의 가시밭길이 닥치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감시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그나마 언론의 본령을 지켜온 공영방송이 '미운털' 박히고 '괘씸죄'에 걸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그 결과는 권력의 독주,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질 것이다. (219쪽)

​□ 언론 기관의 위축을 우리가 바라는 것인가. 언론 기관이 본연의 정체성과 역할을 담당하길 바란다. 국가 통제 아래 어용기관, 어용기자가 되지 않도록 국민의 견제와 감시가 있어야 하고, 동시에 바른 언론으로서 역할을 담당하도록 응원도 필요하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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