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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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느낌이 그대로 담긴 일본 추리 소설. 늘 새로운 설정의 사건이 있지만 일본만이 갖는 색깔과 정서가 담겨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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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정지아 외 지음, 이제창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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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마주한다. 자의적인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종종 원하지 않은 고난과 시련에 처한다. 삶은 왜? 라는 질문의 연속이다. 답을 찾는 과정 같지만, 문제에 대한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과연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한다. 옳고 그름의 사회적 기준이 정해진 문제라면 오히려 쉬울 것이다. 개별적인 삶이 처해야 하는 수 많은 질문과 상황은 인간으로 하여금 고뇌하고 방황하게 만든다. 방향성을 잃고 헤매이는 듯한 방황은 불행 자체이기보다 삶의 모습일 것이다. 완성된 작품으로서 삶이 아닌 미완의 그림처럼, 아직 그려지는 중인 삶에 대한 이야기. #방황하는소설_이다.


기억을 상실한 한 사람.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현재 앉은 카페에서 자신 앞에 놓여진 커피를 보며, 몸으로 기억하는 취향으로 자신을 더듬어본다. 카페라는 공간을 선택한 자신의 취향, 커피를 고르는 안목 등을 종합하면서 자신이 어떤 존재였을지 되뇌인다. 끝까지 자신에 대한 기억은 돌아오지 않고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신의 정체성이란 무엇인지 되짚어보게 만든다. '나란 사람은?'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은 무엇인가.


■ 사람의 품격이 취향을 결정한다. 아니, 전제와 결론이 바뀌는 편이 더 진실에 가깝다. 취향이 사람의 품격을 결정한다. 취향이 곧 사람의 본질인 것이다. 기억은 사라져도 취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그게 그였다. 이토고 소파가 잠을 불렀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편안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혼란스럽고 고단한 하루였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도 상관없었다. 이 집의 공간을 채운 것들이 곧 그였다. (37쪽, 존재의 증명 중에서)


학교를 졸업하고나면, 사회에 나아가는 자격을 얻는다. 우리는 그렇게 믿는다. 사회에 내던져진 한 사람은 이제 그 자격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배분된 역할을 충실하게 완성해야 한다. 사회의 일부로 녹아들기 위해서 영혼과 뼈를 갈아 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체가 없는 사회는 이 구성원을 도대체 받아들이지 못한다. 겉돈다. 실체가 있는 존재로부터 부정당하며 사회생활 초반을 채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격이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인간은 다시금 방황의 늪에 빠진다. 늪을 빠져나오는 속도는 존재마다 다르다. 오늘 그대는 안녕한가, 되묻는 #박상영 작가의 #요즘애들_편이다.


■ 너 오늘따라 말이 길다? 내가 오늘 일만 갖고 그러겠니? 넌 언제나 이런 식이잖아. 하는 일이 뭐 얼마나 된다고, 그거 하나 똑바로 못하니. 내가 팔만대장경을 필사하라고 했니? 아니면 하루에 열 번씩 기사를 올리라고 했니? 트위터 관리 똑바로 하라는 게 그렇게 어렵니? 인터뷰 기사 하나 맡으니까 이제 니가 아주 대단한 기자라도 된 것 같니? 그래서 트위터는 하찮게 느껴지니? 분위기 파악 못하고 조증 걸린 애처럼 실실 웃을 줄이나 알지, 똑바로 하는 일이 있긴 하니? (77쪽, 요즘 애들 중에서)


존재의 증명은 관계의 증명이기도 하다. 관계 속 자신만큼 잘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 들여다보기 어려운 마음으로 엮인 관계라면 더욱 그렇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어긋나고 엇갈리면서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배워간다.


■ 원래 여행과 사랑은 함께라며 레이철은 농담했지만 옥주는 잔잔한 불안을 느꼈다. 그런 관계들에 승자는 없고 언제나 패자들만 있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147쪽, 월계동 옥주 중에서)


보고 들은 세상을 전부로 알고 지낼 때와 달리, 사람은 더 넓고 복잡한 사회로 자꾸 나아간다.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얇고 넓은 관계는 얽히고섥힌 상황과 함께 존재를 압박한다. 상황마다 현명한 선택과 지혜로운 판단을 하기란 어렵다. 결국 다른 존재의 선택과 상황을 비교하며 자신을 자책한다. 자책과 방황 속에서 미래 어느 시점에서는 덜 후회하고 덜 힘들어하길 기대하며 오늘을 인내한다.


■ 나는 왜 한 번도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지 않았을까, 주희는 생각했다. (209쪽, 세실, 주희 중에서)


고민하며 방황하는 삶이 불행과 동일시되지 않길 바란다. 헤매이는 상황에 처했더라도 상황에 대한 마침표를 찍는 선택은 자신이 할 수 있다. 그 결론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과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삶은 그 다음을 기약한다. 생이 끝날 때까지.


◆ 창비 서포터즈로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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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정원 지음 / 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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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귀엽기만 하던 자녀의 모습에서 어느새 청소년 느낌이 난다. 단짝 친구와의 사이에서 새로운 친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영역이 넓어지고, 자신의 주장을 상대에게 설득하기도 하며 때로는 상대의 주장에 수긍하면서 성장하는 시기이다. 눈매가 때로는 빼죽하여서 사춘기에 근접했나 싶은 의심이 들지만 어느새 아이의 미소를 짓는다. #정원작가 그림체는 단순하다. 일상의 순간을 담아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양육자로서 자녀가 학교 너머 사회로 나아오는 발걸음 가운데, 마음의 양식과 태도로 갖췄으면 했던 관계의 소중함을 다루고 있다. 어른 기준으로 만들어 놓은 편견과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유연성, 꺾지 않고도 품을 수 있는 포용성 등이다.



■ 우리 일기는 먹혔는데 아쉽다.
미안, 나 일기에 쓰는 걸 깜빡했어. (본문 21쪽)
□ 단짝 친구와 짝꿍을 하고 싶었던 정훈, 일기장에 자신의 의견을 남겨서 담임 교사에게 짝꿍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주어지도록 한다. 문제 상황 및 갈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정훈의 모습을 자녀가 자연스럽게 배워가길.


■ 실은 어제 팝콘 만두 내가 먹었어......
딴생각 하느라 두 개씩 먹기로 한 걸 못들었거든.
미안해..... / 나도 화내고 오해해서 미안해.
그래서 오늘 우리 둘이 팝콘 만두 쏘기로 했어.
응? 정말? / 팝콘 만두 열 개 사줄게. 스무 개도 사줄 수 있어. (본문 63쪽)
□ 친구 사이에서 지켜야 하는 암묵적인 질서에 대한 이야기다.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나눠서 먹고, 오해했을 때는 용서를 구하고 사과하며 상대를 용서하기도 한다. 인간 관계의 질서를 작은 사회 안에서 배워가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가끔 만나는 구멍 같은 존재들로 인해 어른들도 힘들지 않는가. 갈등은 존재하지만 풀어가려는 노력이 당연하다는 것을 배워가길 바란다.


■ 우산 없어? / 네
너 이거 써. / 언니는요? / 난 비가 좋고 집이 가깝거든. (본문 76쪽)
□ 양육자로서 바라보는 아이의 성장은 더디지만 한 해 마다 가정 밖에서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은 다르다. 관계가 한정적인 가정과 달리, 사회적 관계 속 학교에서는 선후배를 형성하고, 또래집단의 구성원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지며 자기 중심에서 공동체 속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진짜? 우리 아빠도 죽었는데. / 진짜?
응,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셔서 내가 많이 위로했어. (본문 86쪽)
□ 부모로서 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하면서 아이는 일방적인 수혜자로 본다. 어쩌면 아이로부터 더 많은 보호하고 성장의 요인을 받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 외 할머니의 죽음, 노키즈 존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린이의 시각에서 상처 입은 이들에게 위로하고픈 마음을 배우고, 갈등으로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포용할 수 있는 표현을 배운다. 소중한 일상을 지켜나가기 위한 #작가정원 만화 그림이 어른에게 더 많은 감동을 줄 것이다. 제목처럼 어른들은 #똑똑한데가끔뭘몰라_그래서 어른을 대신하여 계산하지 않고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그 자체로 받아들이려는 어린이의 시각을 따라 세상을 다시 바라보도록 한다.



◆ 창비서포터즈로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창비 #도서협찬 #똑똑한데가끔뭘몰라 #똑가몰 #정원 #그림작가정원 #만화작가정원 #만화 #미디어창비 #신간만화 #만화추천 #어린이추천만화 #인성만화 #어린이인성만화 #김소영작가추천 #우리만화상수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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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소강석 지음 / 샘터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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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정신없이 보내자마자 타지에 발을 디뎠다. 몸과 마음의 정리가 필요했다. 떠나 보내야 하는 마음과 떠나야 하는 마음까지 겹쳐서 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한 해를 접었던 듯 싶다. 업무에 치일 때면 기한이 있는 것이니 조급하더라도 결국 시간에 따라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과 마음의 일은 분리될 수 없고 정리되지 않은 채 쌓였던 듯 싶다. 아직 지혜가 부족하고 살아 온 세월이 짧은 탓인지, 마음의 결론은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지나온 시간의 순간 순간을 떠올리며 마음을 정리하는데 조용한 배경음악이 되어 준 시집 #너라는계절이내게왔다 였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 이치를 깨우치고 사람과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찾을 수 있던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건강을 잃고 나니, 글을 읽어 내려가던 시력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자유롭게 써내려 가던 글을 접하니 손가락 마디의 생김새를 보다 면밀히 살피게 되었다. 시작과 끝이 맞물려 돌아가는 시간의 흐름 가운데, 맑고 순수한 시를 통해 마음가짐을 살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 이별은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본문 14쪽

매년 떠나보내는 게 일상이지만,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한 해가 지날수록 더 아쉽고 후회를 남긴다. 더 너그럽지 못하고 사랑의 마음을 더해주지 못한 것에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진실된 마음으로 걸어나갈 앞길에 무탈과 평안을 빈다. ​​


■ 말이 없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봄은 말이 없습니다
본문 21쪽

부고 소식이 자연스러운 나이가 있으려나. 별이 된 이들 중 살아온 세월이 길기도 짧기도 하는데 어느 이 하나, 아쉽지 않은 이가 없다. 한 번 더 안아주지 못하고, 격려가 짧았고 안부를 묻지 못했던 시간을 후회하며 말을 아낀다. 마음을 더 쏟아내고 말을 아낀다. 담아둔 말은 봄에게 건네 보려 한다. 별이 된 그들이 이제는 평안하길.​​



■ 그건
나뭇잎이 아니라
편지였다
쓰고 싶은 시였다
본문 35쪽

하늘의 계절을 놓치지 않고 담아두려 한다. 지난 가을의 하늘은 어땠던가, 숲길과 낙엽은 어떤 색이었는지 벌써 잊어버렸다. 다가올 가을의 색은 글로 남겨야겠다. 추운 겨울에 꺼내볼 수 있도록. ​​


■ 밤새 소리 없이 내리는 눈송이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리움들 중에 하나
저 별 어딘가에서 서성이고 이겠지요.
본문 51쪽

눈 덮인 풍경이 상념에 젖게 만든다. 막상 소리내어 만들어낼 단어는 없지만, 꺼내든 시집의 문장을 읽어내려 가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한다. ​​

​■내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은
봄비 내리는 오후다
본문 78쪽

계절에게서 나이듦을 배운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조화를 배운다. 그런 당신이길 바라는 마음과 그런 당신이기에 사이, 어딘가에서 답을 찾는다. 자연이 보여주는 시간적, 공간적 변화를 맞이하는 순리처럼 스며드는 법을 배운다.

■ 웃기만 해도 하고 싶은 말이 무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사람.
본문 108쪽

그런 사람이 곁에 있어주길 소망하기보다 그런 사람으로 남길 소망한다. 상대보다 자신에게서 답을 찾아가는 올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 물방울서평단으로서 샘터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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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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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초판인 것을 감안하면 시기적으로 10여 년전을 포함한 시기에 청년들이 품었을 생각이 그려진다. 한국 사회를 들끓었던 민주화 운동, 경제 성장은 식상해진 주제 같은 것으로 느껴졌다. 정치적 민주화를 넘어 경제적, 사회적 민주화를 거론하고 분배, 인권 등을 현실적으로 접근하려는 현재를 생각하면 공백 같은 시기였을지 모르겠다. 사실 식상해진 적도, 완성된 적도 없는 이야기를 거대 담론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일상적 민주화에 대한 낯설음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한국 사회의 변화 시점에서 청년 혹은 대학생 등으로 불렸던 주체자들의 역할이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교육 기관에서 키워 온 생각을 사회에 내딛는 순간, 영향은 이전과 달리 미비하고 역할은 축소되었으며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위치는 열악해졌다. 그 열악함에도 사명을 띠고 담론을 이끄는 주류에서 밀려났다. 이제 사명은 취업 전선에서 한 자리를 꿰차고 자기 보존에 성공한 이들이 주류가 된 듯 하다. 지향점을 잃은 세상 속 이들로 대표되는 청년들의 저항은 '자살'이다. 실패하고 좌절된 시기의 자살이 아닌 현 사회가 추구하는 것을 성취했지만 무의미함을 보여주기 위한 '버림'. 그 버리는 선택이 '자살'인 것이다.

자살 예찬론처럼 비추고 등장인물 마다 재키의 능수능란한 지휘에 따라 인생이 좌우되는 듯한 이상하고도 오묘한 이야기다. 하지만 문장 사이에 흐르는 냉소적이고 제한적 경험과 사고에 대한 시각은 후반부로 갈수록 그들 사이의 갈등으로 표면화된다. 지난 과거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구나 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에게도 기성 사회가 요구하는 획일적인 기준을 거부하는 다양한 형태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MZ 세대'로 특징되는 것이 #표백 이야기를 통해 청년들의 가치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주요 인물인 재키가 사회를 일컫는 '그레이트 빅 화이트' 는 완성되어 무결한 흰색에 가까운 세상을 지칭한다. 등장인물 재키 혹은 제리는 세상이 완성했다는 가치가 천박하며 그들 기준으로 불완전함을 제기한다. 기성 사회를 무너뜨리는 것은 방법이 될 수 없고, 이 모순을 고발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알리는 좋은 수단을 '자살'로 규정한다. 사회의 돌연변이적 요소만 가져다가 키워낸 종교적 이단처럼 인물들 사이를 파고든다. 20대를 지나고, 그 시간만큼 삶의 궤적을 따라가보니 이 세상은 완성된 적도 없고, 무결하지 않다는 것을 조금 깨닫는 듯 하다. 매일을 사는 인간이 쌓아올린 변화무쌍한 세상은 옳고 그름이 바뀌기도 하고 견고할 것 같은 거대 담론도 깨어지고 수정될 뿐 아니라 미시적이고 일상적인 담론이 더 중요해지기 했다. 청년의 고민 내용,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방식 등이 변화했지만 기존 세상과 다른 세상을 그들이 만들어 가야 한다는 '깨뜨림' 만큼은 변하지 않는 듯 하다.

■ "그러니까 이 모든 계획은 너 자신을 위해서인 거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건 아니지?"
"어떤 일이 위대해지려면 그 시대의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어야 해. 그러니까 내가 나 자신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이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건 내가 시대정신을 꿰뚫어봤다는 뜻이 되는 거야.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선을 할 때 그 동기가 그저 순수하기만 했을까, 아무런 정치적 득실을 고려하지 않고? 도스토옙스키가 도박 빚을 갚으려고 《죄와 벌》을 썼다고 해서 그 책의 가치가 달라져?" (144-145쪽)

■ '낙원'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이상향은 있을 수 없기에, 표백 세대는 혁명과 변혁에 관한 한 아무런 희망을 품을 수 없다. 이들은 사회를 비난할 권리조차 박탈당한다. 완성된 사회에서 표백 세대의 실패는 그들 개개인의 무능력 탓으로 귀결된다. (199쪽)

■ 자살 선언자들의 목표는 완성된 사회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사회의 천박함과 불완전성을 고발하고 자신들이 품고 있는 위대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있으며, 그 방법은 오로지 죽음이라는 완전한 거부뿐이다.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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