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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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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큰 행운 중 하나이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자아가 성립되고 주관이 세워지는 시기라고 볼 수 있는 십대와 이십대를 아울러 우리는 십여년이나 학교라는 곳으로 등,하교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수많은 스승들을 만난다. 그러나 그 스승들 중 존경할 만한 인물이 과연 몇이나 되었을까. 나의 경우로 보자면 초등학교 시절 딱 한 분이 계셨을 뿐이다. 나머지는 교사라는 오로지 직업적인 관점에서 사고가 굳은 사람들. 또는 선생은 제발 인성 테스트를 거쳐서 합격한 사람들만 하게 하면 안되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상식 밖의 사람들이었다. 교사는 직업이지만, 또한 직업 이전에 부모만큼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많은 교사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 하지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작가가 모리 교수와 화요일마다 했던 인생수업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할 순 없다. 단지 그들의 화요일들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애틋한 시간들이었음을 확신할 수 있을 뿐이다. 모리 교수의 화요일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존경할만한 사람들의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은 (존경하고 싶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지막까지 유머를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범인들로서는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정신력이다. 불행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내는 긍정의 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수시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웬만한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는 책이다. 너무 재밌어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겨우 열네번 밖에 되지 않음에 작가를 원망하기까지 했다. 왜 좀 더 빨리 그의 교수에게 찾아가지 않았는가 싶어서.

아~ 모리교수. 나에게도 모리라는 인생의 스승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토록 확고하게 삶의 방향에 대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스승이 있었다면 나는 지금보단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존경하는 스승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애원하고 싶다. 제발 그 인연을 좀 더 소중히 여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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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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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은 바쁘다.> 라는 첫 문장을 읽고는 책장을 덮었다. 그대로 다음 문장을 읽을 순 없었다. 김경욱 작가는 모름지기 소설의 시작은 흥미로워야 한다는 걸 잘 알고있는 작가였다. 첫 문장으로 이 소설이 아주 매력적일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준비없이 읽고 싶지 않았다. 준비가 될때까지 하루를 기다렸다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생각처럼 아주 흥미로웠다. 김경욱 작가는 많은 단어들을 사용하는 작가였다. 하지만 그 사용법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마치 놀이처럼, 단어들을 늘어놓고 그 단어들의 조합으로 몇 개의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실험이라도 하듯이 써내려간다. 한번도 붓을 떼지않고 써내려간 글처럼 이 작가의 글은 막힘이 없다. 물이 흐르듯이 글자가 흘러간다. 그렇다고 모든 글자들이 떠내려간다는 뜻은 아니고. 이런 능력은 16년이란 작가경력 때문에 생겨난 것일까? 아니지, 작가생활만 오래한다고 이런 글이 나올리가 없다. 왜 김경욱을 소설기계라고 했는지 알것 같다. 이 단편들은 딱 그런 느낌이다. 자동으로 뽑아올라오는 글자들을 보고있는 듯한.  

총 8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난 그 중 표제작인 <위험한 독서>가 가장 마음에 든다. 처음 제목만 보고는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떠올렸다. 그 책에 나오는 위험한 책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 독서치료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남자가 나오는 소설이다. 상대를 읽고 상대에게 필요한 책을 추천해주는 독서치료사. 이 소설은 최근 읽은 한국소설 중 가장 뛰어나다. 왜 이 작가의 책을 이때까지 한번도 읽지 않았을까 이상하기까지 하다. 좋아하는 작가 위주의 편식습관 때문이었을까. 오늘부로 난 좋아하는 작가가 한명 더 늘었다. 그러므로 내 습식은 한뼘 더 넓어졌고 영양가는 또 그만큼 늘어났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기억해야할 문장이 몇 개 더 늘어난다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11시 59분과 0시 사이의 경계처럼, 별다른 변화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도 분명 다른 것이기는 하다. 어제와 오늘로 이분되는 것이니까. 김경욱 작가를 몰랐던 어제와 알게 된 오늘이 어떻게 같은 것일까. 오늘밤은 잠이 아주 잘 올 것 같다. 달달한 독서는 언제나 사정 후의 나른함처럼 만족감과 함께 깊은 잠을 불러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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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의 발레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김의석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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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르메타씨의 글은 젤리같다. 일단 입 속에 넣기만 하면 알아서 목을 타고 넘어가니까. 그의 글은 군더더기도 없고, 어렵지도 않으며 일단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도 있다. 소설의 교본같은 글이랄까.  

그러나 이 책에 대해 두 가지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첫번째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는 못 미치는 내용과 재미. 두번째. 스카르메타씨, 왜 그러셨어요! 앙헬을 죽이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었을텐데. 인생이 오렌지잼처럼 씁쓸하다는 걸 알려주려고 그러셨나요? 쳇, 그런건 요즘엔 초딩들도 다 알고 있다구요. 대세가 판타지로 기우는 건 다 그런 씁쓸한 현실에 대한 보상심리 같은 거라고요. 그러니까 그냥 해피엔딩으로 끝내주시지. 너무 하셨어요 ㅠ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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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6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야씨 2010-01-28 16:00   좋아요 0 | URL
죄송 -_-;;
 
파우스트 1 - 한 편의 비극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3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수용 옮김 / 책세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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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그러니까 파우스트가 재미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이름 모를 정령들이 잔뜩 나와서 떠들어댈 때는 재미없다가, 또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선 재미있다가 그러니까.

일단 이 책은 희곡형식으로 되어있다. 소설형식을 찾는다면 다른 출판사를 검색해야 할 것이다. 내용면에서 충실하다고는 생각되지만, 주석이 뒷편에 있어서 처음에는 읽다말고 뒷장을 넘겨야 한다는 게 꽤나 귀찮았다. 익숙해지면 또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기는 하다. 뭣보다 주석의 내용이 이해를 돕기위해 퍽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파우스트를 충실히 번역해낸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실망스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중점을 두고 고른 부분이 바로 이 부분) 그러나 제대로 스토리를 즐기고 싶다고 하면 소설형식의 책을 찾아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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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56
올더스 헉슬리 지음, 정홍택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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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경외시되고 고통은 희극이 되는 멋진 신세계. 어머니나 아버지란 단어가 외설이 되고 모든 인간이 실험실에서 부화되는 멋진 신세계.  

한번쯤은 상상해봄직한 일들이다. 다른게 있다면 난 그런 신세계에 살게 된다면 인간의 성적능력은 퇴화하리라고 상상했었지만 올더스 헉슬리의 신세계에서는 생식능력은 제한되지만 성적능력은 여전히 유희화된 채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1930년대에 상상해낸 소설, 이 책을 읽으며 이것이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상상력이 무서울 정도로 정확한 것인지, 인간들이 상상을 현실로 바꾸어 나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사는 세계 역시 예전에는 상상에 불과했으니까. 따지고보면 소설 속 가상세계와 지금의 현실세계가 뭐가 그렇게 다를까. 현실에서의 사람들은 쌍둥이처럼 같아지고 있고, 같아지려고 기를 쓰고 있으며 그 중 돌발적으로 튀어나오는 돌연변이들로 어설프게나마 균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굶주림과 고통을 가진 권리를 박탈당한 쌍둥이들. 거부할 권리를 가지지 못한 인간들. 이런 세계가 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소설로 보자면 멋진 신세계가 누구에게나 멋진 신세계는 아니었다. 어떤 '야만인'에게는 문명이 독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내가 이 시대에 살게된다면 나는 야만인이 아닌 의식없는 문명인이 되고싶다. 고독도 고통도 없는 문명인이 되어 고민은 야만인들에게나 맡겨버려야지. 즐기는 자에게 신세계는 언제나 멋지기만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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