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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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은 바쁘다.> 라는 첫 문장을 읽고는 책장을 덮었다. 그대로 다음 문장을 읽을 순 없었다. 김경욱 작가는 모름지기 소설의 시작은 흥미로워야 한다는 걸 잘 알고있는 작가였다. 첫 문장으로 이 소설이 아주 매력적일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준비없이 읽고 싶지 않았다. 준비가 될때까지 하루를 기다렸다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생각처럼 아주 흥미로웠다. 김경욱 작가는 많은 단어들을 사용하는 작가였다. 하지만 그 사용법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마치 놀이처럼, 단어들을 늘어놓고 그 단어들의 조합으로 몇 개의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실험이라도 하듯이 써내려간다. 한번도 붓을 떼지않고 써내려간 글처럼 이 작가의 글은 막힘이 없다. 물이 흐르듯이 글자가 흘러간다. 그렇다고 모든 글자들이 떠내려간다는 뜻은 아니고. 이런 능력은 16년이란 작가경력 때문에 생겨난 것일까? 아니지, 작가생활만 오래한다고 이런 글이 나올리가 없다. 왜 김경욱을 소설기계라고 했는지 알것 같다. 이 단편들은 딱 그런 느낌이다. 자동으로 뽑아올라오는 글자들을 보고있는 듯한.  

총 8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난 그 중 표제작인 <위험한 독서>가 가장 마음에 든다. 처음 제목만 보고는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떠올렸다. 그 책에 나오는 위험한 책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 독서치료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남자가 나오는 소설이다. 상대를 읽고 상대에게 필요한 책을 추천해주는 독서치료사. 이 소설은 최근 읽은 한국소설 중 가장 뛰어나다. 왜 이 작가의 책을 이때까지 한번도 읽지 않았을까 이상하기까지 하다. 좋아하는 작가 위주의 편식습관 때문이었을까. 오늘부로 난 좋아하는 작가가 한명 더 늘었다. 그러므로 내 습식은 한뼘 더 넓어졌고 영양가는 또 그만큼 늘어났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기억해야할 문장이 몇 개 더 늘어난다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11시 59분과 0시 사이의 경계처럼, 별다른 변화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도 분명 다른 것이기는 하다. 어제와 오늘로 이분되는 것이니까. 김경욱 작가를 몰랐던 어제와 알게 된 오늘이 어떻게 같은 것일까. 오늘밤은 잠이 아주 잘 올 것 같다. 달달한 독서는 언제나 사정 후의 나른함처럼 만족감과 함께 깊은 잠을 불러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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