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3일
제목: The Present [선물]
지은이: 정다움 (온라인: 스스와타리)
펴낸곳: 동아 & 발해
초판 발행 2008년 5월 16일
사람은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맞으러 살아가는 거예요. 그 기간이 하루가 될 수도 있고 일 년이 될 수도 있고 30년, 60년, 길게 100년을 산다고 해도 그 끝엔 언제나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거지요. 돈이 많든 적든, 화장이 돼 육신의 재가 훨훨 뿌려져도, 아무리 넓은 땅을 차지하고 묻혀도 결국은 다 똑같은 끝인 거죠.”
조용히 말하고 있는 재인의 얼굴에 준하의 시선이 닿았다. 늘 생생하던 표정이 착잡해 보였다.
“사람들은 무심하게 오늘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은 꼭 해야지 하고 결심하지만 내일이 안 올 수도 있다는 걸 자꾸 잊어버려요. 만약 내일이 없다는 걸 미리 안다면 오늘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겠어요. 미련이 남지 않도록, 매일매일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살아야 하는 거예요." (pg. 137-138)
"당신이 그랬잖아 내일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오늘 하고 싶은 거 다 해야 한다고. 그러니까 난 당신이랑 결혼할 거야. 그래서 당신이든 나든 누구의 오늘이 먼저 끝나더라도 그때까지 살아낼 거야. 당신이 없는 내일이 죽을 만큼 아파도, 그래도 오늘 만큼은 마주보고 싶다." (pg. 359)
앞부분이 어딘가에서 본듯한 할리퀸 한 장면이 연상되어서 조금 추춤했던 것을 제외하면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전체적으로 잔잔하면서도 따뜻하고 기분 좋은 글이었습니다.
과거의 아픈 가족사를 미래에 되갚으려 했던 남자, 이준하와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현재를 최선을 다해 충실히 살아가는 여주 서재인이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만나 알게 되고 사랑하면서 서로 조금씩 변해 갑니다. 그 이야기가 참 따뜻하고 재미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남주는 여주를 만나 아픈 과거보다는 밝은 미래를, 여주는 남주를 만나 희망찬 미래로 용감하게 한 발 성큼 나아갑니다.
혹시라도 소개글을 보시고 여주가 시한부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지 조금의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제가 조금 감탄한 점은 남주의 아픈 가족사나 여주의 건강상의 문제가 이야기의 큰 흐름인 두 사람의 사랑하고 변해가는 모습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두 주인공입니다. 남주의 카리스마에 묻히지 않는 여주를 보고 싶은 분들, 마음 따뜻하고 기분 좋은 이야기를 원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