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역사 뫼비우스 서재
케이트 앳킨슨 지음, 임정희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Title: Case Histories
Author: Kate Atkinson

 

2013년 2월 8일 종이책으로 읽다.

 

    

띠지에 적혀 있는 ‘최근 10년간 발표된 미스터리 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선전 문구에 혹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절묘한 트릭이나 반전을 기대했던 나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뒤늦게야 나는 내가 그 문구 위에 작게 쓰여 있던 ‘영국 최고의 휴먼 미스터리 작가’라는 말을 대충 보아 넘겼음을 깨달았다. 특히 ‘휴먼’이라는 단어를.

난 이 책을 미스터리나 스릴러라고 말하기가 주저된다. 비록 세 가지 실종,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그 중심은 사건의 추적이나 해결이 아닌 그 사건들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캠브리지와 옥스퍼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잭슨 브로디-이 이름 때문에 한참을 웃었다. 너무도 사립탐정다운 어감을 가진 이름이다.-는 이혼을 한 후, 경찰을 그만두고 사립 탐정이 되었다. 잭슨은 한 해 전에 이혼을 하고 어린 딸 말리와 떨어져 지내게 된 것에 아직도 적응을 못해 힘겨워 한다. 그런 그에게 세 가지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각기 다른 경로를 통해 들어온다.

그 첫 번째는 삼십사 년 전에 실종된 올리비아 랜드 사건이다. 당시 세 살이었던 랜드 가의 네 자매 중 막내 올리비아는 1070년 어느 여름 날 밤 언니 아멜리아와 함께 자신의 집 정원에 있는 텐트에서 잠을 자다가 사라졌다. 당시 경찰은 아이의 행방에 대한 어떤 실마리도 찾지 못한 채 수사를 접어야 했다. 그리고 삼십사 년이란 시간이 흘러 자매들의 아버지가 사망한다. 아멜리아와 줄리아는 사망한 부친의 유품들을 정리하다가 동생 올리비아와 함께 사라졌던 인형을 부친의 책상에서 발견하고 잭슨에게 사건을 재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주길 요청한다.

두 번째 사건은 무참히 딸을 살해한 범인을 찾기 바라는 아버지의 의뢰이다. 여러 건강상의 문제로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테오 와이어는 십년 전인 1994년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을 돕다가 무참히 살해당한 딸 로라를 살해한 범인을 죽기 전에 밝히고 싶다는 열망에 잭슨을 찾아온다.

1979년, 당시 갓난아이의 엄마였던 미셸 플레처는 도끼로 남편의 머리를 찍어 살해했다. 그녀의 여동생인 셜리 모리슨은 잭슨을 찾아와 미셸의 딸인 탄야를 찾아달라고 한다. 사건 당시 어린 소녀였던 셜리는 언니의 부탁을 받고도 조카 탄야를 돌볼 수 없었다. 여러 곳에 맡겨져 자라던 탄야는 결국 가출을 거듭하다가 소식이 끊어졌다.

 

군인과 경찰로 근무했던 경력이나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정이 많고 마음이 여린 잭슨은 이 사건들을 맡아 조사해 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사건들에 연루된 사람들과 얽히고 부딪히게 된다. 사건들의 진실이 하나둘 파헤쳐지고 때로는 경악스럽고 때로는 슬픈 진실의 한 조각이 드러날 때마다 그는 함께 아파하고 슬퍼한다. 작가 케이트 앳킨슨의 인간들에 대한, 인간사의 수많은 비극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동정어린 마음이 주인공인 잭슨 브로디를 통해 표현된다.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요한복음 8장 32절

 

그리고 글의 시작에 작가가 던져 놓은 이 성경의 한 구절처럼 잭슨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삶에 지워지지 않는 충격과 고통을 안겨 주었던 사건들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 사람들은 그 안에서 각자 다른 깨달음을 얻고 다른 자유를 찾게 된다.

이 책을 끝까지 모두 읽고 난 지금, 나는 이 글을 미스터리나 스릴러 형식으로 쓰인 한편의 휴먼드라마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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