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이랑 이야기
반흔 지음 / 다향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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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4일 종이책으로 읽다.

 

 

이웃 분들의 평이 좋아서 펴든 책이었는데 정말 기대 이상을 재미있게 봤다. 크게 특이한 설정도 없고 극적인 요소들도 없었지만 앞부분을 읽으면서 ‘아, 이런 게 연애구나’ 하고 새삼 감탄했다.

 

서른 두 살의 유선우는 수려한 외모, 매력적인 성격, 잘 나가는 건축가라는 직함 등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남자다. 다만 그다지 화목하지 못한 가정환경 탓 여자에 대해 냉소적이다. 이런 그의 이상형은 금붕어 같은 여자였다.

 

단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그의 이상형은 어항 속의 금붕어 같은 여자였다. 잊지 않고 먹이만 주면 불평 없이 조용한.

토요일. 햇살은 따사롭다 못해 따분했다. 잠시 창밖을 감상하던 그의 불알친구 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와라. 형님 오늘도 한 건 하셨다.”

준석은 그의 이상형이 금붕어라는 것을 안다.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뜻에서 준석은 한마디 했었다. 그럼 네 자식들은 인어냐? (pg. 11)

 

그러던 어느 봄날 그는 죽마고우인 준석의 애인인 희주의 친구 소이랑을 소개 받게 된다. 두어 번 만나던 두 사람은 술에 취해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둘은 사귀게 된다. 민들레 어린이집 노랑반 교사인 이랑은 선우에게 간섭도 하지 않고, 보채지도 않고, 잔소리도 없다. 이런 이랑에게 만족한 선우는 자신의 이상형을 찾았다고 만족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관계를 이어간다.

 

그는 상념을 떨쳤다. 어쨌든 만족하고 있었다. 기르는 금붕어가 플라스틱 해초 사이에 집을 짓는다고 해서 초록색을 좋아하는지 연두색을 좋아하는지까지는 알 필요가 없었다. 그는 기분 좋은 여자의 체취를 맡으며 눈을 감았다. (pg. 107)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선우는 이랑에게 점점 깊이 빠져들고 모든 것을 속으로만 삼키고 혼자 아파하는 이랑에게 애달아하기 시작한다.

 

그가 찾았다고 생각한 어항 속의 금붕어 같은 여자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그럼 복잡한 금붕어는 금붕어가 아닌가? 관리하기가 다소 까다로워지긴 열대어 정도라면 뭐. (pg. 142)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감정이 깊어지면서 각자의 복잡한 가정사가 조금씩 얽혀들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조금 빤한 수순을 밟는다.

 

평범한 듯한 이 이야기는 두 사람의 감정과 생각의 흐름이 잘 표현되어서 흡인력 있게 읽힌다. 특히 이야기 곳곳에 섞여 있는 선우의 건조한 유머 때문에 많이 웃었다.

 

다만 마침표가 없어야 할 곳에 마침표가 찍혀서 문장들이 뚝뚝 끊어지는 것과 이야기 후반부로 가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복잡한 일들이 모두 흐지부지 한꺼번에 해결되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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