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쓰는가?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지은이: Paul Auster

옮긴이: 김석희

 

이 책은 폴 오스터가 80년대와 90년대에 쓴 여섯 편의 글들을 모은 짧은 에세이집이다.

 

이 글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작가가 된 계기를 담은 자전적인 에세이들과 그가 발표한 사회적, 정치적 글들을 포함한다. 그의 소설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개인적이고 인간적은 면모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날 밤 이후, 나는 어디에나 연필을 갖고 다니기 시작했다. 외출할 때는 반드시 주머니에 연필이 들어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 연필로 뭔가를 하겠다는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늘 준비를 갖추어 놓고 싶었다. 빈손일 때 한 번 당했으니,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작정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세월은 나에게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히 가르쳐 주었다. 주머니에 연필이 들어 있으면, 언젠가는 그 연필을 쓰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내 아이들에게 즐겨 말하듯, 나는 그렇게 해서 작가가 되었다.

(pg. 41, 1995년, '왜 쓰는가?' 중에서)

 

나는 아침마다 그를 위해 기도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그것이 나 자신을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책을 한 권 썼다는 이유는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책을 쓰는 것은 내 일이기도 합니다. 역사의 변덕과 운명의 장난 때문에 나도 그와 같은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니라 해도 내일은 그렇게 될지 모릅니다. 우리는 같은 클럽에 속해 있습니다. 단독자, 은둔자, 괴짜들, 작은 방에 틀어박힌 채 종 위에 글을 써넣으려 안간힘을 쓰면서 인생의 태반을 보내는 자들의 비밀 결사인 것입니다. 그것은 기묘한 생활 방식이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자만이 그것을 천직으로 선택합니다. 그것은 너무 힘들고, 대가는 형편없고, 실망이 거듭되는 생활 방식이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작가들은 다양한 재능과 야심을 가지고 있지만, 제 몫을 하는유능한 작가라면 모두 똑같이 말할 것입니다.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할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지금까지 쓴 모든 글에서 그 자유를 행사했고, 살만 루슈디도 만찬가지였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형제로 만들어 주었으며, 그의 곤경이 곧 나의 곤경이기도 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pg. 87-89, 1993년, '살만 루슈디를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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