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개정판
노희경.이성숙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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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참 묘하다.

살아서는 어머니가 그냥 어머니더니,

그 이상은 아니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그녀가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녀 없이 세상이 살아지니 참 묘하다.

-노희경

 

 

요즘 tvn에서 방영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드라마를 챙겨 보았다. 예전에도 방송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tvn에서 4부작으로 각색되어 방송되었다. 오늘이 그 마지막 방송이었다.

 

마지막 회를 보기 전에 원작 소설을 읽고 싶어 오늘 오전에 읽기 시작했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소설 속의 엄마의 인생이 우리 엄마와 비슷한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팠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수발을 들며, 무뚝뚝한 남편과 딸, 아들을 챙기고 속만 썩이는 동생까지 신경 쓰느라 엄마는 하루라도 마음이 편한 날이 있었을까?

 

항상 자신보다는 가족들이 먼저인 엄마.

엄마는 항상 자신보다 가족들을 먼저 챙겼는데, 정작 엄마는 어느 누구한테 먼저인 적이 없었다.

 

엄마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남편은 공부하러 떠나 버리고 모질게 구는 시어머니와 둘이서 살았다. 딸을 낳던 날도, 아들을 낳던 날도 남편은 함께 있어주지 않았다. 남편도 없는 집에 혼자서 시어머니의 갖은 구박을 받으며 살았던 엄마는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살아오며 시어머니와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버린 엄마는 그 모진 세월에도 불구하고 치매 걸린 시어머니가 안쓰럽다.

 

무뚝뚝한 남편이다. 말을 걸어도 바로 대답하지도 않고 여러 번 물어야 돌아오는 대답마저 퉁명스러운 단답형이다. 집안일에도 도통 관심이 없어 언제나 엄마 혼자서 해왔다. 그래도 엄마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남편이고 아이들의 아버지이다.


사랑하는 딸 연수와 아들 정수. 엄마는 똑 부러지는 딸 연수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아버지 때문에 의대에 가기 위해 삼수까지 하는 아들 정수가 안쓰럽다.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라는 연수.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고, 자식들에게 정을 보여주지 않은 아버지를 연수는 이해할 수 없다.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신은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아버지와는 다른 정이 많은 사람을 만나 사랑받으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싶다. 그래서 연수는 다정한 영석을 만나 힘든 사랑을 하게 된다.

 

연이어 실패하는 입시에서 주눅이 든 정수. 의사인 아버지와 좋은 대학을 졸업해 떳떳한 직장까지 다니는 누나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는 한없이 작아 보인다. 그 와중에 아버지와의 관계도 그다지 좋지 못하다.

 

각자 따로 존재하는 듯한 가족들을 하나로 모아주고 항상 집안의 분위기를 밝게 유지했던 엄마다. 가족들은 그런 엄마의 모습을 겉으로만 보아왔다. 겉모습이 밝으면 엄마는 기분이 좋은가 보다 생각하고 그냥 그런 줄로만 알았다. 엄마는 잘 아프지도 않는구나 생각했다.  

 

그런 엄마가 암이란다. 암세포가 여기저기 퍼져 손을 쓸 수가 없단다. 의사인 남편도 남편보다 실력이 낫다는 친구 정 박사도 방법이 없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내 인희가 암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이제껏 고생만 한 아내였다. 좀 있으면 그녀의 소원대로 살 집도 다 지어져 간다. 자신을 대신해 세세하게 신경 써 온 집이다. 그 집에 들어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죽는단다. 직업이 의사인 자신이 아내가 그 지경이 되도록 몰랐다는 것을, 그만큼 무신경했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가족들은 엄마가 아프고 나서야 진짜 엄마의 모습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된다. 엄마가 자신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제 엄마를 제대로 알아가려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난 남편한테 사랑받으면서 살고 싶어!' (p.32)

"… 전요, 아줌마, 전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사람은 다, 한 번은 다 죽는데, 우리 엄마가 죽게 될 줄은 정말 몰랐고, 딸들은 다 도둑년이라는데 제가 이렇게 나쁜 년인지 전 몰랐어요. 지금 이 순간두 난 우리 엄마가 얼마나 아플까 보다는 엄마가 안 계시면 난 어쩌나, 그 생각밖에 안 들어요. 엄마가 없는데 어떻게 살까, 어떻게 살까, 그 생각밖에 안 들어요. 나, 어떡해요, 아줌마?" (p.177)

"아버지, 전 엄말 이렇게 보내드릴 수가 없어요. 너무 미안해서, 미안해서… 안 돼요. 이렇게는 안 돼요. 미안해서, 죄송해서 안 돼요. 나두 딱 한 번만이라도 자식 노릇하게 해주세요. 나두 딱 한 번만이라도 엄마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아버지 제발…." (p.219)

"어머니, 어머니! 나랑 같이 죽자! 나 죽으면 어떻게 살래? 나랑 같이 죽자! 애들 고생 그만 시키고, 나랑 같이 죽자! 어머니이…." (p.287)

"이런 말 하는 거 아닌데… 어머니, 정신 드실 때 혀라도 깨물어, 나 따라와. 아범이랑 애들 고생시키지 말고, 나 따라와. 기다릴게." (p.291)

"너는… 나야. 엄마는… 연수야." (p.309)

저것들이, 내 새끼들이 울며 간다. 먼발치에서 보아도 엄마는 눈에 선하다. 봐야 안다지만 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것들의 어미인 까닭에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p.310)

"인희야… 정말… 고마웠다…." (p.317)

 

 

그렇게 가족은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족에게 서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정도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속의 엄마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드라마에서 엄마 역을 맡은 원미경 님도 소설 속 엄마의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렸고 말투도 생각했던 대로여서 더욱 감정이입을 해서 본 것 같다.

 

다시 한번 이 말이 생각난다.

"있을 때 잘 하자."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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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홈베이킹 - 어렵고 예쁘기만 한 베이킹은 가라!
이효정 지음 / 수작걸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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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동안 살충제 계란 문제 때문에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베이킹.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시 오븐을 돌리기 시작했다.

아직 베이킹 초보라 시중에 파는 것처럼 예쁘게 할 수 없어 고민하던 차에 딱 좋은 책을 만났다.

 

'못난이 홈베이킹'

 

못난이라고 하지만 화려한 기술이 사용되지 않을 뿐 완성품은 굿!

나처럼 초보 홈 베이커들이 참고하기에 좋은 정보들을 많이 담고 있는 책이었다.

기본이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 '레시피 온도 읽기'-달걀 온도, 버터 온도, 생크림 온도, 온도 표현에 대한 것들이 잘 설명이 되어 있다.

 CONTENTS

 

와우! 그동안 너무 만들어보고 싶었던 품목들의 레시피로 가득했다. 앙버터, 스타벅스 스타일의 생크림 카스테라, 너무 궁금했던 치즈 타르트,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시는 리치몬드 베이커리 스타일의 밤식빵을 비롯하여 친구가 사랑하는 마들렌, 조카가 너무나 좋아하는 계란 과자, 버터링 쿠키 그리고 각종 케이크들과 발효빵까지!!

사실 발효빵은 자신이 없어 거의 만들어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무반죽 레시피가 있어 도전해 보기로 했다.

본격적인 만들기로 들어가기 전 초보 베이커를 위한 페이지가 있는데 각 단계별로 자주 하는 실수들을 모아 잘 설명해 두었다. 그리고 가루류, 초콜릿류, 유지방류, 조미료류, 견과류&건과일류에 대한 설명과 보관법, 사용법도 실려 있었다. 또한 베이킹 용어에 대한 설명단계별 베이킹 도구들, 베이킹에 함께하면 좋은 각종 잼에 대한 레시피도 있어 상당히 유용했다.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다 엄마를 위한 스타벅스 스타일의 생크림 카스테라, 나를 위한 스콘, 그리고 저녁식사를 대신할 무반죽 포카치아를 만들기로 정했다.

무반죽이지만 발효빵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어 살짝 걱정스러웠다.

먼저, 스타벅스 스타일의 생크림 카스테라

재료들을 준비

바닐라빈은 바닐라 익스트랙으로 대체하고, 설탕은 백설탕과 원당을 섞어 준비했다.

(원 레시피에는 바닐리빈 사용, 백설탕 사용)

열심히 휩~휩~

우유, 버터 중탕도 하고, 반죽도 서로 섞고~

체 쳐둔 가루류도 섞어주고~

머핀 팬에 부어주었다. 원 레시피에서는 오븐 사용이 가능한 머그컵을 사용했는데 집에 없어 머핀 팬으로 대체.

 

예열해둔 오븐에 넣어 구워주기!

생크림을 충전해줘야 하니 굽고 나서 반드시 완전히 식혀둘 것!

케이크가 식는 동안 충전 크림 만들기

차가운 생크림, 연유를 준비하고~ 

 

열심히 휩~휩~ 깍지 끼운 짤주머니에 담아두기.

크림을 살짝 찍어 먹어보니! 와우! 달지 않고 맛있다!

완전히 식은 케이크 가운데를 푹~ 찔러서 공간을 만든 후 크림 듬~~뿍 채우기! 

완성된 케이크 위에 슈가파우더를 솔솔 뿌렸다.

큰 사이즈가 아니라 앙증맞다.

 

잘라보기~ 

달콤~고소! 커피와 딱 어울리는 케이크 완성!

 

엄마를 위한 케이크. 하나를 드렸다. 사 먹는 것보다 맛있다고 하신다! 이것이 홈베이킹의 기쁨!!!

 

다음은 스콘!

책에는 무화과 생크림 스콘의 레시피가 있었지만 집에 무화과는 생무화과밖에 없어 크랜베리로 대체했다. 그래서 크랜베리 생크림 스콘!  

재료 준비~

체쳐둔 가루류에 썰어둔 찬 버터를 넣어 자르듯 섞어주기.

크랜베리도 넣어 섞어주고 반죽을 열심히 밀어 접고 밀어 접고~

하나로 뭉쳐 랩에 싼 후 냉장실에서 휴지~

다시 밀어 펴 칼로 잘랐다. (원 레시피에서는 원형 링으로 찍어낸다.)

그리고 남은 계란이 있어 우유 대신 계란을 발라 주었다.

 

예열해 둔 오븐에 넣어 구워주기!

띵~ 기다린 소리!

버터의 고소한 냄새가 솔솔~

겉은 바삭 & 속은 촉촉! 생크림이 들어가 더 부드러운 것 같다. 굿!

바삭바삭 & 고소고소 & 촉촉 & 크랜베리에서 새콤달콤!

 

오래간만에 베이킹이니 더 달려보기로 했다.

'무반죽 포카치아'

재료 준비하고~

원 레시피에서는 올리브와 마늘가루를 사용했지만... 집에 없는 관계로... ㅜ.ㅜ

마늘가루는 다진 마늘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올리브 대신 볶은 양파를 넣어 보기로 했다.

이스트 넣어 섞어 주고 반죽 재료들 넣어 섞어 주다 볶아둔 다진 마늘도 넣고, 올리브유도 넣어 섞어주었다.

구워둔 베이컨도 넣고, 미리 볶아둔 양파도 넣고~

팬에 올리브유를 바른 후 섞어둔 반죽을 부어 손으로 밀어 펴준 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모양내고 볶은 양파, 구워둔 베이컨도 좀 올리고 파마산 치즈가루도 듬뿍 뿌리고 바질가루도 좀 뿌리고 올리브유 살짝 뿌려 발효에 들어갔다.

 

 예열한 오븐에 넣어 구워주기!

 

마늘 향이 굿!

띵~ 소리와 함께 어떤 맛일까 궁금해진다.

어느 정도 식혀 잘라 보았다.

마늘향이 나는 담백한 포카치아! 폭신폭신!

다음번엔 베이킹이랑 양파를 더 왕창 넣어야겠다.

 

이 맛에 베이킹하는구나~~

먼저 구워둔 생크림 카스테라는 포장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오랜만에 한 베이킹!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열심히 움직이고 자몽차와 함께 구워둔 빵들을 먹으니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다.

 

어렵지 않은 레시피들로 이 정도의 맛을 낼 수 있다니!

진짜 진짜 왕초보 베이커인 내가 할 정도면 정말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레시피라고 생각한다.

집에 오븐이 있고 재료만 준비한다면 레시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쉽게 맛있는 베이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 입맛에는 개인차가 있으므로 일단 레시피대로 만들어 본 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재료를 가감하길!

엄마가 좋아하셔서 더 기분이 좋았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카페 리뷰를 구하라 http://cafe.naver.com/reviewmaker 서평이벤트에 선정되어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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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모르는 나의 하루하루가 점점 많아진다
김소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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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모르는 나의 하루하루가 점점 많아진다
          엄마, 헤어짐의 기록 그리고 나의 딸과의 나날

 


"내 인생에서 엄마가 없었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또 한 권의 모녀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었다. 추운 겨울이 와서 그런 것인지 엄마의 따뜻하고 애정 어린 손길이 더욱 그리워진다.

책의 제목을 읽고 잠시 생각해 본다.

'엄마가 모르는 나의 하루하루가 점점 많아진다'

정확히 언제부터라고 할 수 없지만 언젠가부터 엄마와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엄마가 모르는 친구들도 점점 늘어났다.

엄마와 대화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다.

 

 

책을 읽으려다 문득 걱정이 앞섰다.

책 속에는 나와 다른 효녀 심청과 같은 딸의 모습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니 갑자기 부끄러워지며 한순간 반성하는 기분이 되었다.

 

딸의 입장에서 보아온 엄마의 모습은 어떨까?

나도 딸이지만 항상 상냥하고 친절하기만 한 딸은 아니다.

점점 내 주장이 강해지면서 엄마와 말다툼하는 일이 생겼다.

엄마와 나의 말다툼은 항상 평행선이었다. 서로의 자존심만 내세웠다.

생각해 보면 다툼의 원인은 거의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좋게 말하고 서로 다름을 이해하며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왜 그렇게 날을 세웠을까 싶기도 하다.

요즘도 엄마와 나는 여전히 다툼과 화해를 간간이 반복하고 있다.

이젠 엄마를 좀 더 이해해 드려야지 하는 다짐을 잠깐 해본다.

 

 

차례

 

 

 

 

 

저자의 기억과 어릴 때부터 써온 일기를 바탕으로 쓰인 엄마와 딸의 이야기.

아이 셋을 키워낸 엄마와 이제 갓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딸.

 

p.60

물론 이 순간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훨씬 더 많다. 살다 보면 더 많은 소중함을 잊고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문득 잠깐이라도 일상의 소중함을 곱씹는 순간들이 나로 하여금 엄마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들고,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줄 것 같다. 잃고 나서 뒤늦게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p. 128

언젠가 솔이가 많이 자라면 혼자 하는 여유로운 산책도 다시 별것 아닌 일상이 되겠지. 하지만 왠지 그때가 되어도 나는 여전히 솔이를 바라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바라보고 싶을 것 같다. ~, 언제나 솔이가 궁금하고 보고 싶고 함께하고 싶을 것만 같다. 그때가 되면 솔이가 나와 함께해주지 않는 게 아쉽고 슬퍼질 것 같다.

외출하고 돌아오거나 나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 엄마가 이것저것 물어보는 게 귀찮을 때가 많았다. 엄마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내 모습이 얼마나 궁금했을까. 엄마는 언제나 우리를 보고 있었고 보고 싶어 했다. 정말이지 나는 솔이를 낳고 나서야 그 옛날 엄마 마음을 짐작해보며 혼자 뒷북치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저자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서 '엄마'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를 낳아 진짜 엄마가 되면 그때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어른들이 항상 그러셨는데 그 말이 진짜였나 보다. 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 엄마가 생각난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제 겨우 엄마가 된다는 것을, 엄마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는데 정작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은 오래 주어지지 않았다.

 

집안의 해결사이자 맥가이버 같았던 엄마였다.

언제나 강한 모습으로 곁에서 자식들을 지켜주실 것만 같았던 엄마였다.

그런 엄마의 약한 모습을 보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암으로 투병하시다 결국 오랜 시간 버티지 못하시고 세상을 떠나신 엄마.

이제는 꿈에서 밖에 만날 수 없는 엄마를 저자가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느껴졌다.

저자가 담담하게 담아낸 글 한 줄에도 그 마음이 느껴져 읽으며 나도 같이 울어버렸다.

 

나도 나중에 엄마가 되면 엄마의 진짜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은 내 시선으로만 보는 엄마의 모습이고 내 기준으로만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

 

먼저 엄마가 된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 엄마의 진짜 마음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외출할 때마다 귀찮다 생각했던 엄마의 그 수많은 질문들이 이제는 마냥 귀찮은 질문으로 여겨지지 않게 되었다. 내가 없는 동안에도 엄마는 내가 궁금하셨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엄마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저자의 엄마의 죽음을 통해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에게 가족이 있어, 딸 솔이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든 순간에 혼자 남겨졌다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싶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모르는 저자의 하루하루가 점점 많아진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솔이가 읽은 '여우 나무'의 이야기처럼 서로 대화할 수는 없지만 다 지켜보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가족들을 멀리서 응원하고 계실 것이다.

 

나도 글을 읽으며 가족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나에게도 서로 아껴주는 가족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흔한 말이지만 잊지 말고 새겨둬야 할 말인 것 같다.

'있을 때 잘하기!'

 

 

속의 글들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금방 읽어 버렸다.
깔깔 웃느라, 엉엉 우느라 잠시 멈추기도 했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엄마를 그리워하는 그녀가 안타까워지기도 하고, 엄마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다.
​소소한 일상 속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어느 곳에도 엄마는 존재했다.
그녀의 어린 시절 일기를 읽으며 나의 어린 시절은 어땠었나 생각도 해보았다. 
 


딸이 모르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앨범을 그림으로 그려 놓았다.
알록달록 예쁘게 채색된 그림인데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그림을 보는 내내 자꾸 눈물이 흘렀다.
나도 미래 언젠가 엄마의 사진들을 보며 엄마를 그리워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엄마가 없는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 아직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거실에서 엄마와 나란히 앉아 TV를 본다. 엄마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듣는다. "엄마가 어렸을 때는 말이지, ..."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만의 생각으로 빠져든다.
'엄마도 아이였을 때가 있었지, 엄마도 분명 사춘기였을 때가 있었지, 엄마도 젊은 청춘일 때가 있었을 텐데...'
결혼해서 엄마가 되어버린 후에는 자신은 없어지고 가족만을 생각하는 엄마가 되어 버렸다.

자식들이 어느 정도 크면 다른 엄마들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우리 엄마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시간이다. 편찮으신 할머니를 모시고 계셔 한시도 자리를 비우실 수 없는 우리 엄마는 언제쯤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실까?
나는 우리 엄마의 삶이 세상에서 제일 애달프다.

늦은 듯하지만 이제라도 엄마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챙겨드려야겠다.

​p.43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철없는 딸로서 존재하는 엄마가 보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엄마보다 더 자유롭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그런 엄마를 멀리서 한 번쯤 지켜보고 싶다. 그리고 어린 엄마가 그리는 꿈과 미래를 온 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싶다. 엄마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 이 서평은 위즈덤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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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식탁 (리커버 특별판, 알라딘 단독)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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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샤 튜더의 책들은 하나같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냥 읽고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듯합니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저도 시골집에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며 타샤 튜더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이번 ‘타샤의 식탁‘ 리커버 에디션도 상당히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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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캠퍼밴 40일 - 허영만, 김태훈, 정용권, 작정하고 떠난 아웃백 11,000km
김태훈 지음, 허영만 그림, 정용권 사진 / 가디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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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호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처음으로 혼자서 간 여행이었고, 겁이 많았던 나는 생각한 만큼 적극적인 여행을 하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나름 열심히 돌아다닌다고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행은 수 년이 지난 지금도 나에게 설렘을 주고, 지친 일상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그리고 가끔 티비에서 호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거나 서점에서 호주에 관한 책들이 출간되면 더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호주에서 사귄 친구들도 있는데 아직도 연락을 하고 있다. 다들 바쁜 일상에 소식을 자주 전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항상 그립다.

다시 한번 호주에 가게 된다면 그때 못했던 것들을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해보고 싶기도 하다.

다시 만날 호주가 기대된다.

 

호주 캠퍼밴 40일

       작정하고 떠난 아웃백 11,000km

           진짜 호주를 만나기 위한 도전!

 

 

내가 다시 호주에 가기 전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인 여행을 하신 분들이 있다.
40대 후반부터 70대 초반까지의 개성 강한 여섯 남자들이 호주의 진짜 모습을 만나기 위한 도전
을 했다.
p.4
맬버른을 시작으로 남쪽의 애들레이드에서 호주 대륙을 관통, 지구의 배꼽 울룰루를 지나 북쪽의 다윈, 서쪽의 브룸과 칼바리를 거쳐 퍼스까지, 장장 10.000km가 넘는 40일의 여정이다.

와우! 나는 기껏해야 퍼스와 퍼스 아래만 살짝 다녀왔는데 거의 호주 전체를 여행하다니!
책도 읽기 전인데 그들이 보았을, 경험했을 많은 것들이 벌써 부럽다.

하지만 여행 대원들을 소개한 페이지를 보고서는 이 멤버라면 세계 여행도 가능할 듯싶었다.
캠퍼밴 자유여행이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여행 대원의 구성을 보니 어벤저스 급이다.
특히 '밥장'이라고 불리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멤버의 막내이기도 한 대원이 앞날이 촉망되는 '요리사'이기도 하다니!
게다가 여행 에피소드를 재치있게 그려줄 허영만 화백, 대원들과 함께 한 여행기를 세세하고 전문적으로 제공해 줄 여행작가, 사진 촬영 전문가, 아웃도어 용품 전문 경영인, 수년간의 사업경력을 가진 관리대원까지!

 

 

이들의 여행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여행이 끝날 무렵엔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들의 여행에 이렇게나마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니 감사하다.

 

차례

 

 

본격적인 여행에 들어가기에 앞서 호주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알아보자.
호주의 일반 정보
: 호주의 지리, 날씨, 시간, 원주민 등에 대한 일반적인 간략한 정보가 실려 있다.

 

 

호주의 일반 물가 & 아웃백
호주의 물가를 어느 정도 알고 가면 식비를 어느 정도는 미리 예상을 하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우유, 소고기, 토마토, 식빵, 100% 고기 햄의 가격이 저렴하니 캠퍼밴 냉장고에 넣어두고 아침에는 샌드위치 같은 메뉴도 충분히 가능하니 식비 절약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

 

 

캠퍼밴
캠퍼밴 렌트와 운전, 국제운전면허 발급, 라운드 어바웃, 스쿨존, 캐러밴 파크, 여행 TIP에 대한 간단한 정보도 실려 있다.
우리나라와 운전 방향이 반대라 주의가 필요!

 

 

이제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호주에 있는 마트에 가서 장도 보고 본격적인 여행 시작!

 

고래를 보았다.
로건 비치 고래 전망대에 올라가 저자가 그렇게 소원하던 꿈의 고래 '남방수염고래'를 보았다.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오랫동안 소망해온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고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들이 느꼈을 기분이 어땠을지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나도 그 기분이 어떨지 충분히 공감하기에 글을 읽는 내 마음도 같이 기쁘고 행복했다.

'세상의 중심 울룰루'
2019년 10월부터는 울룰루 등반을 할 수 없다.
호주 원주민에 대한 역사를 알고 나니, 그들에게 울룰루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고 나니 단순한 만족을 위해 울룰루를 오를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직 가보지 못한 울룰루지만 근처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 같다.

'호주의 원주민'
애버리진(Aborigine)이라고 불리는 호주의 원주민.
그들의 살아오던 터전과 그들의 문화를 잃어버리고 백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겉도는 듯한 삶을 사는 원주민들이 많다고 들었다. 보호구역에서 보조금을 받으며 살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술과 약에 취해 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갔을 때도 엄마로 보이는 듯한 원주민 여자와 세 명의 여자아이들이 길게 앉아 같아 담배처럼 보이는 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안타깝다.
반면 그들의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알리려는 원주민들도 있다.

'호주 사막의 파리들'
파리!!! 그 무수한 파리떼들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울룰루는 가보지 않았지만 대신 웨이브락에 간 적이 있다. 그렇게 많은 파리떼들을 본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손부채질을 해도 잘 날아가지 않는다. 그나마 얼굴에 망사를 뒤집어쓰고 있어 얼굴 피부에 직접 붙는 것은 피할 수 있었지만 앞에 가는 사람들의 등과 모자에 수십 마리가 새까맣게 붙어 있는 모습을 보니 온몸이 가려워지는 듯했다. 분명 내 등도 똑같을 것이기에.

'악어가 장악한 온천'
건조하고 뜨거운 날씨 속에서 장시간의 운전 후 피로를 풀어줄 온천을 찾아갔더니 폐쇄되었단다.
이유는 아무 예고도 없이 온천으로 들이닥친 2.5m의 악어 때문.
p.100
악어를 쫓아내고 철망을 쳐서 들어오지 못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호주가 나는 더욱 좋아졌다. 애초에 인간이 이 온천을 만든 것도 아니지 않은가? 호주 사람들은 자연을 원래의 주인이었던 야생동물들과 같이 고유하기로 한 듯하다.

'각종 야생 동식물들'
호주 여행의 또 하나의 묘미 중 하나가 바로 여러 종의 동식물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야생에서 사는 악어는 보지 못했지만 대신 물개, 돌고래와 캥거루, 쿼카를 보았다. 동물원이 아닌 야생에서 이런 동물들을 보았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어딜 가나 다채로운 색의 깃털을 가진 새들을 보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고래 외에도 상어를 직접 볼 수 있는 투어도 있다.

장기간 여러 사람들과 여행을 잘 하기 위해, 모두에게 더 좋은 경험이 되기 위해 참고가 될 만한 몇 가지 규칙이 등장한다. 역할을 둔다든가, 잠을 충분히 자두기, 하고 싶은 말을 다하기 등인데, 가장 와닿는 것이 '상대방 말을 귀 기울여 듣기'였다. 불만이 쌓이기 전에 말이나 제스처로 어떻게든 신호를 보내기 마련이다라는 말에, 어제 읽은 책이 생각났다. 옆 사람을 지긋이 보다 보면 그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다는 말.
장기 여행이든 단기 여행이든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어느 한 부분이라도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을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책 속에는 각종 유용한 여행 팁들, 캠퍼밴, 비행기 출발 지연 대처, 아웃백 드라이빙 골든 룰, 반드시 필요한 캐러밴 파크의 사이트들, 캠퍼밴 여행 시 선택할 수 있는 숙박들, 마켓에 대한 정보 등에 대한 정보도 소소하게 실려 있다.
더불어 당일 이동한 거리와 전일까지 모두 더해 합산한 거리들을 매번 기록해 두었는데 캠퍼밴으로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참고가 될 유용한 정보였다.

재미있는 글과 더불어 아름다운 호주 자연을 담은 사진들을 보고 있는데, 곳곳에 등장하여 소소한 웃음을 제공하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들이 책으로 함께하는 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이들의 호주 여행을 눈으로 머리로 마음으로 쫓아가며 함께 한 모든 여정들이 너무나 즐거웠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은 언젠가 방문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채워졌고, 내가 이미 가본 곳에 대해서는 추억과 그리움을 되살려주었다.

 

 

'각자의 남은 인생에서 40일씩을 여기에 투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내가 그럴진대 영만 형이나 봉주 형은 얼마나 더 특별한 여행이겠는가?'라는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나이에 상관없이 미래의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 알 수 없는 미래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값진 일이 있을까 싶어진다.

 

나도 가족들과 친구들과 캠퍼밴 빌려 호주 일주 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운전연습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ㅠ.ㅠ

 

* 이 서평은 가디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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