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요, 농장 책 읽는 우리 집 25
유지니 도일 지음, 베카 스태틀랜더 그림, 신소희 옮김 / 북스토리아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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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그림책 발견!

잘자요, 농장

 

전원생활과 자연주의 식단에 대한 로망이 있는 나에게,

눈 내리는 겨울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에게,

그림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에게,

그림책을 너무 좋아하는 조카에게,

조카와 그림책을 공유하고 있는 나에게,

너무나 좋은 그림책!

 

 

그림책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림도 너무 중요하다.

두 가지 모두 다 만족스러운 잘자요, 농장

표지의 색감이 너무 예쁘다.

 

 

잘자요, 농장』은 어느 한 농가가 12월의 겨울을 맞이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추운 겨울의 푸른 색감이 감도는 마을의 한 농가.

바깥은 추워 보이지만 연기 폴폴 나는 저 집안은 엄청 아늑하고 따뜻하겠지?

저 집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농장이 겨울잠을 자도록 준비하기 시작하는 가족들.

역시 집안 분위기는 예상했던 대로!

 

 

일손이 많을수록 일거리는 줄어든다는 엄마의 말대로

함께 농장 일을 돕는 아이들.

딸기밭이 겨울잠을 잘 잘 수 있도록 짚 이불도 덮어주고,

열심히 재배한 케일, 근대, 브로콜리, 방울 양배추, 당근, 사탕무, 감자 같은 농작물도 찾아내 창고로,

건초더미도 쌓아두고,

들판도 정리하고,

산딸기 밭도 정리하며

들판, 지난해의 잔가지, 낙엽들, 벌레들, 곰팡이들, 산딸기의 뿌리들에게도 인사를 전한다.

'잘 자라'

 

 

땔나무도 준비해 쌓아두고,

(종종거리며 따라다니는 강아지도 너무 귀엽다.)

시금치, 미즈나, 청경채, 루콜라와 같은

새싹채소를 위한 비닐하우스도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대비해주고,

닭 친구들이 주는 깨지기 쉽고 귀중한 선물을 위해 닭들에게도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내도록 준비해주며

인사를 한다.

'잘 자라'

 

 

꿀과 밀랍을 만들어주는 벌을 위해 겨울을 날 준비를 해주고,

휴일을 위해 농장 판매대를 채워둔다.

갓 낳은 달걀, 푸른 채소, 뿌리채소, 양파, 마늘, 옥수수, 꿀, 단풍나무 시럽 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모님이 농기계들을 장비 창고 안으로 옮긴 후

인사를 전한다.

'잘 자요, 농장'

가꾼 농작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알록달록 꼬마전구를 꺼내 집을 예쁘게 장식한다.

밀랍 양초에 불을 붙여

어둠을 밝혀준다.

 

 

어느새 눈이 펑펑 내리는 밤이 되었고,

​잠들 준비를 마친 농장.

눈 내리는 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며

아빠는 자는 아이들의 이불을 덮어준다.

'잘 자요, 농부들. 좋은 꿈꿔요.'

 

'잘 자요, 농장.'


농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생각해 보자.

농장을 관리하는 일이 절대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잘자요, 농장』처럼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면 아마 더 손이 갈 일이 많겠지.

잘자요, 농장』을 읽고 스케치북을 펴서 Lin과 그림을 그려보았다.

농장이 있다면 무엇을 재배하고, 어떤 가축을 기를지.

그리고 수확도 하고,

읽은 내용을 생각하며 겨울 준비를 해보았다.

Lin의 그림은 아직 좀 추상적이다.

그리고 아직은 그려주는 것을 더 좋아해 내가 이야기하고, 그리는 부분이 조금 더 많았다. 

 

 

작가 유지니 도일은 실제로 가족과 함께 농장을 운영하며

유기농 과일, 채소, 건초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잘자요, 농장』의 이야기들이 그녀의 가족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저자의 직접적인 경험이 있고, 그녀의 생활 그 자체의 이야기여서 일까

이야기가 과장스럽지 않고 포근한 느낌이다.

좋은 분위기의 그림과 만나 그림책 읽는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게 한다.


그림책을 본 Lin은 먼저 그림을 넘겨 보며 제일 먼저 동물이 나오는 페이지를 펼쳐 본다.

나타난 닭들을 보고 좋아하는 Lin.

동물을 많이 좋아한다.

Lin을 보니 색감이 선명한 그림책들을 선호하는 편인데 잘자요, 농장』은 그림도 예쁘지만 색감도 너무 좋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이런 농장 생활을 읽고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가 보기에도 너무 좋은 그림책.

추운 겨울날 더 생각나 꺼내 읽어보고 싶은 그림책이었다.

 

일 년 내내 농장은 열심히 일했어요.

우리를 먹이고 보호하고 따뜻하게 지켜 주기 위해.

이젠 농장이 잠을 잘 시간이에요.

 

잘 자라, 딸기밭아. 짚 이불 아래에서.

잘 자라, 들판아. 평화롭고 고요하게.

잘 자라, 땔나무야. 타오를 날을 기다리며!

잘 자요, 농장.

 

 

 

* 이 서평은 북스토리아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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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통기 - 진짜 일본이 궁금해서 훗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기차 여행
이해승 지음 / 책과나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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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일본이 궁금해서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기차 여행

일본 관통기

 

내 첫 해외여행이 일본 여행이었다.

후쿠오카에서 출발해 홋카이도까지 2주 정도의 여행이었는데 당시는 처음 하는 해외여행인 데다 혼자서 간 여행이라 설레기도 한 반면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여행 중간 지진으로 인해 열차가 거의 2시간이나 연착해 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기도 했다.

당시에는 나름 최선의 여행이었겠지만 지금 생각하니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좀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잘 짜인 여행기를 읽게 될 때면 내가 못 본 것들을 열심히 보고 느낀 그들이 너무 부럽다.

장거리 일본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JR 철도 노선

 

일본은 워낙 교통비가 비싸기 때문에 여행할 때 부담이 되기도 한다. JR 패스를 적절히 잘 이용하면 좋다.

CONTENTS

 

PART 01 홋카이도

여행에서 내가 가장 좋았던 곳 중 하나가 홋카이도였다. 정확히는 삿포로와 오타루일 것이다. 다른 곳은 일정이 빡빡하기도 했고,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해 들러보지 못했다.

저자는 나와는 다른 시기에 가서 그런 것인지 홋카이도가 내 기억만큼 매력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 의아하기도 해서 오래전의 나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때 나는 후쿠오카에 도착해 JR 패스를 개시하고 바로 홋카이도까지 올라갔었다. 유키마츠리 기간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아침 일찍 삿포로에 도착해 저자와 마찬가지로 홋카이도 대학을 보러 갔다. 전날까지 눈이 엄청나게 쌓여 내 허리 높이까지 길 양쪽으로 쌓여 있었다. 대충 둘러 보고 나와 아침에 문을 연 라멘 가게에서 따뜻한 아침을 먹고 오도리 공원을 잠시 둘러본 후 오타루로 향했다. 저녁까지 오타루에 머무르며 가게 한 곳 한 곳 둘러보았는데 아기자기한 예쁜 공예품도 많았고, 영화에서 본 풍경이라든지, 2층에서 내려다 본 넓은 바다와 해가 지면서 오타루 운하에 초를 띄운 풍경 등 너무 아름다운 기억들만 가득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삿포로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원래 눈 내리는 풍경을 좋아하기도 했고, 처음 해외여행이기도 했고, 낯선 곳에서 두렵기도 설레기도 한 기분에 오도리 공원의 얼음조각상들과 많은 사람들, 공연들 그리고  게를 쪄서 팔던 아저씨가 인심 좋게 건네주신 큰 게 다리 하나에 감동도 받아서 그런지 좋은 기억만 났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니 오타루라면 모를까 삿포로 자체에 그렇게 볼 것들이 많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사전 조사를 잘 하지 못해서 아마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그냥 가이드북 한 권을 읽고 갔으니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미리 조사를 좀 더 하고 갔더라면 나도 일본 관통기의 저자도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 일본을 다시 가게 되면 홋카이도만 구석구석 둘러보고 싶다.

p.51~52

잘 꺼내 보지 않던 여행책을 마침 펴 들었고, 하필 내가 에키벤을 먹은 아사히카와 부분이 펴졌고, 빙점의 저자 미우라 아야코의 기념관 이야기가 나왔고, 마침 내 배낭에 들어 있는 유일한 책이 『빙점』이었고, 까맣게 모른 나는 아사히카와에서 태연히 에키벤이나 까먹고 앉았고, 비에이 가는 열차 출발 시간까지 겨우 10분 남았다는 것. ~ 깜짝 놀라 다시 역전에 뛰어나가 고개를 조금 더 길게 빼고 도시를 종종대며 넘겨다보았다. ~ , 오만 생각이 들더니 비에이 열차에 오르며 에키벤을 까먹느라 모든 기회를 놓친 나를 참지 못하고 쥐어박았다.

 

 

 

PART 02 혼슈

심장이 콩닥콩닥!

저자가 은하 철도 열차를 보기 위해 갔다가 바닥에 떨어진 JR 패스를 주웠다. 그것을 잃어버리고 당황하며 비싼 교통비를 내고 여행하게 될 그 누군가를 생각할 때 나도 같이 놀랐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 패스에 적힌 이름이 저자의 이름이었다니!!!

와~ 그게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기분. 심장이 쿵! 손떨림!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순간일 것이다.

여행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정신줄을 놓을 때가 있다. 조심 또 조심!

여행을 하면서 그곳의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일 텐데 저자는 그런 면에서는 이번 여행에 운이 따라주지 않았나 보다. 어찌 매번 그리 음식에서 안타까운 경험을 이어갔는지... ㅠㅠ

나도 음식을 약간 싱겁게 먹는 편이라 대부분의 일본 음식이 좀 달고 짜게 느껴지긴 했다. 그래서 그런지 미리 조사해서 간 몇 십 년째 대를 이어오고 있다는 음식점의 음식도 그다지 굉장히 맛있다고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디저트의 강국답게 우연히 발견한 곳이 대박이었다. 이리저리 길을 둘러보다 아주 작은 가게 앞에 일렬로 늘어선 긴 줄을 발견했다. 줄 선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롤케이크 전문점인데 맛있다고 했다. 나도 줄을 서 한 조각 사려고 하는데 외국인임을 알아본 내 앞뒤의 일본인 여러 명이 동시에 여러 가지 도와주어 어렵지 않게 골라 먹어볼 수 있었다. 크림의 맛도 많이 달지 않고 풍부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맛이었다. 롤 케이크 한 조각에 먹는 시간까지 체크하며 포장하는 그들에게 전문성이 느껴졌다.

저자에게는 안타깝고 아쉬웠을 경험이 그의 여행기를 읽는 나와 같은 독자에게는 정보가 되어 좀 더 여행을 떠나기 전 일정 등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여기저기 갈 곳이 많은 혼슈. 당시에 그냥 보고 지나치기만 했는데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미리 알았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같은 것을 보았지만 나와 다른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PART 03 규슈

규슈 지역에서 내가 가본 곳은 후쿠오카와 그 인근 지역이 전부라 저자와 다닌 코스가 많이 겹치지 않았다.

16일의 기간 동안 일본 구석구석을 보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일정이었을 것이다. 규슈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후쿠오카 여행을 저자는 계획에 넣지 않아 아쉬워하며 다음엔 후쿠오카만의 일정을 넣기로 한다.

나도 15일의 일정이었으니 저자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PART 04 오키나와 

오키나와는 어떤 곳일까? 사진, 영상, 이야기들로만 접한 그곳.

규슈 여행을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10월에 찾은 오키나와.

10월인데도 여름 날씨라 습하다고 한다. 야외활동을 즐긴 탓에 까맣게 탄 저자의 발 사진을 보니 어느 정도일지 감이 온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실내에는 냉방이 잘 되어 있어 쾌적하다고.

한없이 밝고 따뜻하고 시원한 느낌을 간직할 것만 같은 오키나와도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오키나와를 끝으로 저자의 일본 관통기 여행은 끝이 난다.

저자의 여행 일정이 뭔가 체계적으로 짜인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나와 다른 사람이 선택해 다녀간, 내가 가보지 못한 곳들을 글과 사진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JR 패스를 이용해 일본 여행을 계획한다면 경로 부분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여행을 위해 직접 루트를 짜고, 시간을 계산하는 여행 일정을 위해 이 책을 보기보다는 일본 여행하며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지, 일본 여행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알고 싶고,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같은 곳을 가더라도 어느 시기에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상황에서 가는가에 따라 여행이 참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같은 곳을 보고도 나와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은 곳도 있어 새삼 내가 갔을 때는 어땠었나 종종 기억을 되살리게 되었다.

일본 관통기를 읽으면서도, 나의 경험을 통해서도 느낀 것은 여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좀 필요할 것 같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즐긴다.

 

 

 

* 이 서평은 책과나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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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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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란만장한 세월을 자존감 있게 살아온,

여전히 귀엽고 호기심 충만한 아흔 살 할머니의 인생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핑크색 표지가 너무 예쁜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 무레 요코의 할머니 모모요이다.

손녀인 무레 요코가 그녀의 할머니 모모요의 이야기를 책에 담아낸 것이다.

'아흔 살의 나이라면'에 대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모요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고 나 자신이 너무 게으르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열심히 살아오신 모모요 할머니.

뭐든 쌓아두지 않고 시도해 보는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그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일까?

모모요 할머니의 이야기이지만 모모요를 중심으로 한 이 가족이 참 따뜻하게 느껴져 읽으면서 참 행복했다.

 

모모요 할머니는 이런 사람!

 

 차례

 

♥ 호텔에서 혼자 자기

♥ 우에노 동물원에 가서 판다 보기

♥ 도쿄 돔 견학하기 

♥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기

♥ 할머니의 하라주쿠에서 쇼핑하기

이 다섯 가지가 바로 아흔 살의 모모요가 도쿄로의 첫 여행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다.

평소 노인이 허리와 다리에 힘이 없으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운동을 해온 모모요.

가족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보란 듯이 호텔에서 혼자 자는 것도, 동물원에 가서 판다를 보는 것도 모두 혼자서 클리어했다.

오히려 모모요의 딸이 모모요를 쫓아다니느라 더 핼쑥해졌다.

 

모모요는 신체적인 건강함뿐만 아니라 정신도 아주 건강했다. 쇼핑 후 산 물건들을 바로 자신의 집으로 택배로 보내버리는 센스에 감탄했다. 

 

첫 도쿄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모모요. 집으로 돌아갈 준비까지 스스로 해결했다.

항상 밝고 건강한 모습이었던 모모요는 기차에 올라타 도쿄에 사는 딸과 손녀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이내 슬픈 표정을 지었다.

딸의 말처럼 이번이 그녀의 마지막 도쿄 여행 일지도 몰라 아쉬웠던 것일까.

도쿄에서 돌아온 후 모모요의 일상은 전과 변함없이 흘러갔다.

스모와 야구를 즐겨 보고, 매일 뉴스를 챙겨 보며, 산책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모모요.

 

과자 도매점 3남매 중 둘째이면서 장녀로 태어난 모모요.

그녀가 태어나 자라서 한 가정을 이루고 아흔 살이 되기까지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내가 이 나이라면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일단은 모모요처럼 다리와 허리의 힘을 길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확실히 든다.

 

p.44

주위 사람에게 민폐가 된다는 말에 아무리 모모요라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무릅쓰고까지 스페이스 마운틴을 탈 용기는 없었다.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이고, 남 눈치 보지 않는 것 같은 모모요가 두려워하는 것이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었나 보다. 노인이라서 힘이 없을 테니까 못 하게 한다고 하면 모모요는 전혀 납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p.90

모모요는 여전히 매달 노인회에서 가는 여행에 참가하는 것 같았다. ~ 노인회 최연장자이지만,

"내가 제일 건강합니다."

라고 했다.

이미 또래들이 전부 세상을 떠나고 자신이 가장 연장자가 되어 있지만 가장 열심히 운동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람도 모모요이다.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기 위해 항상 건강에 신경 쓰며 운동도 열심히 하고 솔직하게 생활을 하는 것이 그녀의 건강 비결일까?

p.122~123

당시에는 일흔 살에 자영업이라면 몰라도 굳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러 나가는 사람이 적었다. ~ 간접적으로 슬슬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라고 했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모모요는 씩씩하게 공장에 다녔다. 

그런데 공장이 전면적으로 기계화되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 전원이 그만두게 되었다. ~

"이제야 집에 계시겠네."

하고 모모요의 퇴직을 기뻐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생각을 비웃듯이 모모요는 마지막 근무를 마친 그길로 새 파트타임 일을 찾아서 두 사람은 기가 막혔다.

큰 아들이 결혼한 후 집안 살림은 며느리에게 맡기고 바로 일자리를 찾아 파트타임 일을 시작한 모모요. 아들 부부의 만류에도 일흔 살에 가까운 나이까지 유산균음료 공장에서 일했다. 드디어 공장의 기계화로 모모요가 퇴직하게 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 아들 부부. 자세한 사정을 모른 채 나이 드신 어머니를 일하게 만들었다고 주변에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볼까 봐 마음이 불편한 참이었다.

하지만 모모요는 마지막 근무를 마치자마자 가구점 공방에서 새 파트타임 일을 찾았다. 그리고 거기서도 10년을 더 즐겁게 일했다. 모모요의 몸을 걱정한 자식들의 애원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그만둔 모모요.

아마 나라도 우리 엄마가 그 연세까지 일을 하신다고 하시면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이야기할 것 같았다. 하지만 모모요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그것이 과연 엄마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남들 시선을 의식한 나 자신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모모요가 일을 그만둔 후로 뭔가 갑자기 늙어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p. 134

"누가 본다고 그래요, 몸매에 신경 쓸 나이도 아니고……"

혼잣말처럼 다카시가 중얼거린 말에 모모요는 마음속으로 반론했다. 일을 그만두고 3킬로그램이나 찐 것은 모모요에게 충격이었다. 젊은 사람한테만 충격이고 노인한테는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다.

'저 녀석은 여자 마음을 하나도 몰라.'

엄마도 여자다라는 말이 한때 많이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한 말이었는데, 노인이라고 해서 여자가 아닌 것은 아니었다. 이 부분을 읽는데 나도 뭔가 놓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할머니를 볼 때 여자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그냥 할머니라는 존재로만 보아왔던 것 같아 아차 싶었다. 우리 엄마도 할머니가 되실 테고, 나도 할머니가 될 텐데.

p.246

"그렇다면 틀림없다."

하고, 다카시의 안목을 칭찬했다. 그리고 점점 어깨의 짐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7남매를 둔 모모요의 남편이 아직 한창 돌봐야 할 아이들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었던 모모요는 가장이 되어 생활을 꾸려야 했다. 두부 장사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옷도 지으며 생계를 열심히 꾸리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키웠다.

그렇게 키운 큰 아들이 결혼할 여자를 데리고 왔다.

어깨의 짐이 가벼워짐을 느꼈다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모모요가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온 삶을 잠시 되돌아보았다. 모모요가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았지만 결혼하고 남편이 죽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의 짐이 얼마나 컸을까 생각하니 너무 짠했다. 자신을 위한 것은 없고 오직 자식들을 위한 삶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자식들을 다 키워낸 후 모모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오직 자신을 위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손녀인 무레 요코가 쓴 그녀의 할머니 모모요의 이야기.

이 책의 원서가 초판이 나올 당시에는 모모요 할머니가 살아계셨다고 한다.

1900년에 태어난 모모요는 아흔여섯 해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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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탱고 - 그림책 들고 너에게 사뿐
제님 지음 / 헤르츠나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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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참 좋아한다.

그림 보는 것도 좋아하고 이야기를 읽는 것도 좋아한다.

대부분의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 내용이 길지 않고 교훈적이거나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런 분위기가 좋다.

가끔 마음이 힘들 때나 스스로 예민해져 있다 느낄 때 그림책을 읽으면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조카가 자주 놀러와 조카와 함께 보려고 그림책을 고르기도 하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그림책 들고 너에게 사뿐

그림책 탱고

 

그림책에 관한 책 '그림책 탱고'.

저자 제님은 그림책을 정말 좋아하는 그림책 큐레이터이다. 그림책 큐레이터라는 것이 있는지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림책 큐레이터가 소개하는 선물하기 좋은 33권의 다양한 그림책 이야기.

차례 

책 선물은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서는 어찌 보면 좀 부담스러운 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받는 사람의 취향이 어떤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라면 선물 받는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는 선물이 될 수도 있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둘 다 행복하지 못한 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책 선물은 항상 조심스러워 잘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림책이라면 어떨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p.6~7 참고)

그림책은 우선 그런 염려가 전혀 없으며, 그림책을 건네는 자리에서 3분, 길게는 5분이면 함께 읽을 수 있어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공감대의 여지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서먹한 자리에서도 그림책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물꼬를 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으니 이는 또한 미술 작품 못지않은 훌륭한 예술이라고 하는 그림책의 장점 중 하나가 되겠다.

저자 제님은 수많은 그림책들을 4가지 주제를 두고 분류해 각각의 주제에 해당하는 그림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 그림책의 이야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자연스럽게 그림책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1부: 옆자리에 놓인 것 / 2부: 내 마음이 하는 말 / 3부: 추억보다 깊은 곳 / 4부: 삶이 전하는 선물)

소개된 그림책 외에도 '함께 선물하면 좋을 책선물 꾸러미'를 통해서 매번 다양한 그림책들을 소개해 주고 있는데 너무 좋은 작품들이 많아 구입할 리스트가 점점 늘어나 버렸다.

그림책의 이야기와 함께 등장하는 그림책의 표지와 그림 일부를 한참 들여다본다. 그림 자체를 보기도 하고, 이야기를 생각하며 보기도 한다. 그림책 또한 훌륭한 예술 작품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p.108

『곰씨의 의자』는 관계 맺기에서 한 발 더 들어가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생기는 소소한 불편이 커다란 갈등을 불러오는 내밀한 심리를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깊어지는 관계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의 결이 전율처럼 온몸에 여과 없이 전해져옵니다.

p.113
달그락달그락 냄비는 발목을 잡는 기억일 수도, 마음의 깊은 상처일 수도, 콤플렉스일 수도, 육체적인 장애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냄비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거지요. ~ 어쩌면 냄비를 나의 일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냄비는 점점 작아질지도 모릅니다. 아니, 확실히 작아지겠지요. (p.116 실제로 다운증후군 딸을 둔 엄마로 살아온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작은 소망이 따뜻하게 녹아 있어 더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그림책 큐레이터인 작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전해주는 설명 또한 그림책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단순히 이야기를 읽고, 그림을 감상하고, 관련된 생각을 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그림책을 쓰고 그린 작가의 배경을 알면 알수록 이야기들이 새롭게 읽힌다.

책 중간중간 나오는 그림책의 일부를 보는 재미도 있고, 이 페이지를 보며 전체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져 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함께 선물하면 좋을 책선물 꾸러미'

다른 사람에게 선물해도 좋겠지만 우선은 나와 조카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책 소개를 보니 수집 욕심도 난다.

그림책이 너무 많다 보니 무슨 책을 사야 할지 고민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림책 탱고'의 도움으로 나의 그림책 리스트가 새롭게 수정되었다.

신간 그림책이 나왔을 때 궁금했던 책들도 소개가 되어 있어 덕분에 어떤 내용의 책인지도 알게 되었고, 몰랐던 좋은 그림책도 새로 알게 되어 나의 그림책 리스트가 엄청 길어졌다.

 

 

나의 사랑, 그림책.

다른 책들은 읽고 나면 다시 읽는 일이 잘 없는데 그림책은 다르다.

페이지 수가 많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수시로 반복해서 여러 권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림만 한참 보고 있기도 하고, 이야기만 읽기도 하고...

주로 아이들이 보고 읽는다고는 하지만 그 내용은 어른이 보기에도 전혀 유치하지 않다.

그림책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는 내용도 많다.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 왠지 모르게 부끄러운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세상의 기본을 가장 지키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어른들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림책은 순수하고 따뜻함이 넘쳐나는 책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이 좋은 그림책들을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충분히 즐기고 감상하고 이야기하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본 포스팅은 헤르츠나인으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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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새벽이의 지구별 여행기
에이의 취향 지음, 박지영 그림 / 더난출판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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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새벽이의 지구별 여행기

 

 

 

꽁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 보면 길고양이와 종종 마주치게 된다. 

꽁지는 이곳저곳 냄새 맡느라 코를 바삐 움직이는 반면 고양이들은 멀리서 그런 꽁지를 바라보며 경계를 한다.

길고양이들은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지내게 될까? 

다행인 것은 길고양이들과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동네 작은 공원에는 이들을 안타깝게 여기시는 분들이 길고양이들을 위해 찬 바람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도록 쉴 공간을 만들어 두신 곳들이 몇 곳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고양이들을 위한 사료와 물을 가져다주는 초등학생 꼬마도 있었다.

차례

<길고양이 새벽이의 지구별 여행기>의 주인공 새벽이. 대한민국 서울에서 10월의 어느 새벽에 태어난 길고양이이다. 새벽에 태어나서 이름이 새벽이가 되었다.

어느 날 함께 있던 가족이 사라진 후 혼자가 되어버린 새벽이는 씩씩하게 길거리 생활을 시작하기로 한다.

혹독한 첫 겨울을 보낸 새벽이는 자신을 챙겨주던 할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행복을 찾아 나서게 된다.

 

행복해지는 법을 알기 위해 세계 곳곳으로 길을 떠난 새벽이.

고양이의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아오시마 섬을 시작으로, 미국 뉴욕, 모로코 탕헤르, 호주 시드니, 터키 이스탄불, 독일 베를린, 그리스 아테네, 미국 LA, 프랑스 라로셸, 네덜란드 스키담, 인도 캘커타, 대만 허우통을 거쳐 다시 대한민국 서울로 돌아오기까지 새벽이는 많은 고양이들을 만나 많은 것을 듣고 보고 알게 된다.

그곳이 고양이의 천국인 이유는 맛있는 것이 많아서도,

넓고 좋은 집들이 있어서도 아니었어요.

그곳에는 그저 우리를 죽게 하는 것들이 없었어요. (p.29 일본 아오시마 섬 中)


석양 속에서 서울의 친구들을 떠올렸어요. 태어나고 살아가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했죠. 생명을 가진 존재들 중에 스스로 태어나는 것을 선택한 경우는 없잖아요. (p.66 그리스 산토리니 中)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는 산토리니 사람들의 눈빛이

적오도 제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이

죄는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p.68 그리스 산토리니 中)

케디의 말대로 공존의 출발점은

결국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었어요. (p.106 터키 이스탄불 中)

새벽이가 본 행복한 고양이는 눈빛과 표정부터가 달랐다.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보다는 편안함이 있었다.

그 편안함은 자신이 깊이 잠들어도 아무도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따뜻한 눈빛을 받으며 살아가는 데서 오는 것이었다.

잠조차 마음 편히 잘 수 없는 길고양이의 삶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춥고, 배고프고, 무섭고, 졸리고... 

 

새벽이를 통해 여러 나라에서 길고양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동물의 권리도 인간과 같이 중요하게 생각해 법으로 제정해 둔 나라도 있고, 그렇게 까지는 아니지만 생명 자체를 중요시 여기는 나라도 있었다. 그리고 길고양이들과 공존하고 있는 곳이 있는 반면 개체 수가 너무 늘어나 다른 종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강제로 수를 줄이려고 하는 곳도 있었다.

여러 나라들의 상황을 보며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지 잠시 생각해 본다.

꽁지를 키우기 전만 해도 이런 동물의 권리에 대해, 생명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작은 동물에게서 받는 행복과 위로가 너무 크다 보니 나와 함께하는 이 작은 생명체로 인해 그 범위가 점점 넓어져 간다.

생명을 가진 존재들 중에 스스로 태어나는 것을 선택한 경우는 없다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어떻게든 길고양이들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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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1-01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자기한 맛이 있네요 . 리뷰 잘 읽고 갑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