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
하재영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주말 조카와 함께 길을 가다 우연히 보게 된 펫 숍에 있던 말티즈 강아지 두 마리.

3~4개월 정도로 보였던 그 두 강아지는

너무나 힘이 없어 보였다.

푸석해 보이는 털에, 힘이 없어 보이는 눈에...

마음이 아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강아지들의 부모견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그 강아지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떤 식으로 숍으로 가게 되는지,

그리고 그렇게 태어나 자란 강아지들 중에

아픈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잘 듣고 경험해 알고 있으니 더 마음이 아팠다.

 

그 아픈 아이들의 운명은

케어를 받거나, 안락사가 되어버리거나

아니면

버려진다.

 

그 외에도 여러 이유로 버려지는 강아지들...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차례

 

 

​p. 12

~ 개농장을 운영했었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개들에게 물을 준 적이 없어요. 개농장의 개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맹물을 마시지 못해요."

개농장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너무나 끔찍한 이야기들이었다.

후에 나오는 개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의 도살에 관한 이야기,

각종 동물실험 이야기는

너무 적나라해 소름이 끼쳤다.

 

​p.150

~

하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군가를 위해 자기 인생을 걸어본 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

여기 돕지 말고 저기 도와라, 얘를 구하지 말고 쟤를 구해라, 그런 소리는

누구도 구해본 적 없고 누구도 살려본 적 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야.

 

사람도 살기 힘든데 동물한테 그렇게까지 신경 쓸 정신이 어디 있냐고,

그럴 여력이 된다면 사람 먼저 살리라고 하는 말들.

정말 많이 듣는 말이다.

 

동물이 불행한데 사람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이 아닌가.

종이 다르다고,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해서

그 생명이 하찮은 것은 아니다.

함부로 모든 것을 빼앗고 죽음의 순간까지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은 아니다.

 

 

p.152

~

얘들이 원하는 건 딱 하나야.

이 수백마리 개들 중에서 자기한테 와달라고, 이 많은 개들 중에서 자기를 쓰다듬어달라고.

사람 손길 한번 받아보겠다고 견사 철창에 매달려서 서로 밀치고 밀리면서 난리법석을 치는 거야.

~

얘들이 잘못한 게 뭐야? 무슨 죄가 있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이 동물들도 사람과 전혀 다르게 느끼지 않는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 그대로 느끼고, 사람이 받는 정신적, 신체적 고통 이들도 똑같이 느낀다. 

 

 

또 하나 내가 잘 알지 못해 단순히 나는 개고기를 먹는 것이 싫지만,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펼치는 개고기에 대한 주장들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물론 소, 돼지, 닭 등과 같은 동물들의 동물복지도 실현되어야 하지만

이와 달리 식용동물로 관리조차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개들의 식용 문제는 훨씬 더 심각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탈세 이야기라니...

그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제는 다른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단순히 개가 이만큼 불쌍하다고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이 아니다.

저자가 경험한 것, 관련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들은 것, 여러 자료들을 토대로

사실적으로 전달해갔다.

그녀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그녀의 고민과 문제 제기는

나로 하여금 책을 읽다가 수시로 멈추게 만들었고, 고민하게 만들었다.

 

내 옆에서 졸고 있는 내 강아지를 보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하고, 고민했다.

내가 알게 된 것들에 대해.

나는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얼마 전 일어나 살충제 계란이나,  잊을만하면 생겨나는 구제역 같은 문제만 생각해 보아도

동물과 사람은 서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

동물을 생각해서 바꾸든, 인간을 생각해서 바꾸든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동물들의 사육환경도 끔찍했지만 그들의 도축 현장은 몸서리가 쳐졌다.

책 속에 실린 짧은 내용이었지만 그 충격이 너무 컸다.

 

 

이 책을 읽은 나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졌다.

인간이라는 이유로 강자의 입장인 내가 상대적으로 약자인 그들에게 연민을 가지고

작은 무언가부터라도 당장 하고 싶다.

 

 

 

p.51

나는 피피가 내게만 특별하다는 것을 안다.

다른 사람에게 피피는 수많은 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피피는 특별한 개가 아니고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피피는 내게 특별한 개고 나는 피피에게 특별한 사람이다.

모든 일이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

누군가 자신을 학대하고 착취하더라도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

그런 피피와 함께 사는 동안 ​나는 내가 아닌 존재, 나보다 약한 타자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했다. ​

​나와 꽁지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어릴 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가 근처에 있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개를 집에서 키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다 꽁지를 만났다.

처음에는 사정상 잠시 맡아주는 정도였는데

그 사정이 길어져 2살이었던 꽁지는 지금 우리 집에서 5살이 되었다.

처음에는 손가락 하나가 익숙해졌고,

다음에는 손바닥, 그다음엔 나의 무릎을 내어주었다.

이렇게 우리는 서서히 서로에게 익숙해졌고 특별해졌다.

나는 꽁지로 인해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알게 되었고,

이 아이로 인해 또 다른 곳에 존재하는 끔찍하고, 안타까운 세상 또한 알게 되었다.

꽁지가 많이 아팠던 작년,

동생과 나는 꽁지를 살리려, 조금이라도 낫도록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은

개(물론 뒤에 두 음절을 붙이는 사람도 있었다)에게 그렇게까지 하냐고

그냥 안락사를 시키지 그랬냐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아마 그들은 평생 이 감정을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

아픈 상황에서도 나를 보는 그 눈빛을, 그 몸짓을, 그 신호를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개를 중심으로 먼저 이야기했지만

저자의 이야기처럼, 그녀의 바람대로

이 불쌍한 개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연민을 확장하는 인식의 변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람들이 개를 비롯한 동물들에게 직면한 문제들을 제대로 알고, 생각하고, 공감하여

궁극적으로는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바뀔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었으면 좋겠다. 

 

 

 

 

 

 

* 이 서평은 창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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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분 만에 아는 블록체인
가상화폐 비즈니스 연구회 지음, 이해란 옮김, 주식회사 블록체인 허브 감수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비트코인 열풍이 한창일 때도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해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주변에서도 비트코인을 한다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의 지인이 비트코인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말을 들었다.

인생역전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액수였다.

나는 그런 면에서는 겁이 많은 편이라 직접 투자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궁금하기는 했다.

모르고 안 하는 것과 알면서도 안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으니까.


모 방송에서 비트코인 열풍에 대해 토론을 한다고 해서 보기도 했었고

팟캐스트에서도 관련 방송을 한 번 듣기도 했는데

이해가 갈 듯 말 듯

좀처럼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쪽 분야에 전혀 지식이 없는 나는 대체 뭐가 뭐라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했었다.

관련 책들도 너무 전문적이라 읽어볼 엄두도 못 냈었다.

좀 쉽게 설명되어 있는 책이 있다면 좋겠다 싶었는데

역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인 책이 나왔다.

 

 

 

  60분 만에 아는  

  블록체인  

블록체인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기본서!

 

 

CONTENTS 

 

 

 블록체인에 대한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드는 생각은

이런 기술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만들어내는지 그저 신기하고 놀랍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이 만들어 준 프로그램들을 단지 사용하기만 하는 나로서는

정​말 신세계다!

 

p.12

비트코인(Bitcoin)이란 인터넷이 연결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돈이다.

일본에서는 보통 "가상화폐"라고 부르지만 해외에서는 통상 "암호화폐"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도 "가상화폐"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은데 아마 일본의 영향이었나 보다.

 

비트코인은 관리자도 없을뿐더러 특정 서버조차 없다고 한다. 

그래서 더 불안할 것 같은데 블록체인에 대한 내용을 계속 읽다 보니 설득된다.

 운용을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것도 신기!

 

 

p.37

~ 비트코인은 발생 상한(약 2,100만 BTC)이 미리 정해진 화폐여서

중앙은행 같은 발행 주체의 정책에 휘둘리지 않는 금융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단, 법정화폐와의 교환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경우가 잦으므로 그 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은 많이 잦아든 듯 보이지만 한창 비트코인이 연일 화제의 중심이었을 때

비트코인의 화폐로서의 가치에 대해 토론하는 방송을 보았었다.

찬반론이 서로 팽팽했는데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당장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였다.

 

 

사물인터넷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냉장고가 자동으로 내용물을 인식하고, 늘 구비하는 식료품이 떨어지면 알아서 슈퍼마켓에 주문을 넣어 결제하는 일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p.65)고 한다.

요즘은 마트에서도 집으로 배달도 해주니 정말 편리할 것 같다.

하지만 예민한 시스템으로 인해 오작동을 하거나 고장이 난다거나 하면

또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읽은 책 중 독일 작가의 책이었는데,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 것도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작가의 말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블록체인이 비트코인과 같은 화폐 거래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핀테크라든가,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도 실용적으로 사용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하니

미리 더 공부해두어야 할 것 같다.

 

 

 각 장이 끝나는 부분에 '칼럼'이 들어가 있다.

·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블록체인 시장 규모 67조 엔 예측"의 충격

·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는?

· 비트코인은 사회 공헌에 알맞다?

· 블록체인은 데이터베이스?

 

 

 비트코인 및 블록체인 관련 기업과 단체 목록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새로운 시스템, 기술들이 더 많이 나올 텐데

직접 개발할 수는 없어도

시대에 맞춰가려면 일단 잘 알아야 하고,

필요에 맞게 잘 사용할 수는 있어야 할 것 같다.

 

나와 같이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쓰인 책이 아닌가 싶다.

기본서 또는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 같다.

설명도 쉽게 잘 되어 있고, 문장도 깔끔해 이해하기도 쉬웠고, 잘 읽혔다.

게다가 하나의 설명이 끝나면 뒤에서 도표 또는 그림 등으로 이해를 도와주고 있어

어려움 없이 따라가며 읽을 수 있었다.

 

 

 

 

 

 

* 이 서평은 국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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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김도연.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외국어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어학전문 서적이 아니라도 책 제목에 언어가 들어가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번 책도 그래서 더 관심이 갔다.

 

'페르시아어'

이란의 언어이기도 한 페르시아어는 그 언어의 이름조차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려면 문화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 생각하는데

이런 소설을 읽는 것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한 번도 공부해 본 적도 없는 언어이지만

이 책 한 권으로 페르시아어에 대한 공부 의지를 불태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궁금하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차례

 

 

 

첫 장의 이야기부터 충격적이었다.

이 이야기는 절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은 저자 마리암 마지디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란 혁명을 겪으며 저자의 부모님은 위험이 존재하고,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더 이상은 사람답게 살 수 없다고 판단해 프랑스로 망명을 결정한다.

사실, 프랑스 망명은 아버지의 결정이었다.

어머니는 시위에 참가하느라 잠시 중단했던 의대를 다시 다니고 싶어 했으나

그 시대는 그녀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지 않았다.

결국 딸인 마리암을 데리고 프랑스로 갈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먼저 프랑스로 갔고, 약 7개월 후 어머니와 마리암이 프랑스로 갔다.

그러나 프랑스로 떠나기 위해 간 공항에서 마리암은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고

그 일은 망명 후에도 그녀를 괴롭히게 된다.

성인이 되어 다시 그녀가 태어난 나라로 돌아오는 그날, 그 순간에도.

 

p.34~35

나는 이야기를 수집하며 살고 싶었다. 멋진 이야기들을.

수집한 이야기들을 가방에 담아 다니다가 적당한 순간이 오면 주의 깊게 듣는 귀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마법에 홀린 듯 빠져드는 눈을 보고 싶었다.

모든 이의 귓가에 이야기의 씨를 뿌리고 싶었다.

그래서 이야기가 싹을 틔우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 꽃이 사라진 자리를 가득 메우기를,

누군가에게 주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골레 마리암 꽃들을 대신하기를 원했다.

 

 

망명 후 마리암의 가족은 이란에서와는 다른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가장 어려움을 주었던 것은 바로 언어였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프랑스어를 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아버지 나름대로 일을 구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프랑스어를 하지 못했으니 당장 구한 일자리들은 대부분은 육체노동이 필요한 일들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어머니 나름대로 자신의 꿈을 되찾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떠나온 탓에

시위에 참가했을 때처럼 삶에 대한 의욕을 되찾지 못했다.

그들의 딸, 겨우 6살인 마리암 또한 그녀가 아끼던 모든 것을 두고 떠나왔다.

그리고 이제는 낯선 곳에서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p.164

우리의 얼굴에는 흉터가 있었다.

조국을 떠남으로써 두 동강 나버린 흉터다.

나는 그 흉터를 감쪽같이 붙여서 남들과 똑같아지고 진짜 프랑스인이 되어

내 이야기를 다시 쓰고 싶었다.

 

 

많은 어려움과 갈등 끝에 터져버린 마리암의 프랑스어.

그녀의 부모는 감격한다.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딸이 '진짜 프랑스인'이 된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프랑스에서의 삶이 익숙해졌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그들의 아이는 프랑스인이 되어 자유롭게 살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아버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딸이 그들의 뿌리를 잊을까 걱정했다.

뿌리를 위해 페르시아어를 공부하라고 했다.  

아이는 다른 프랑스인이 있는 자리에서 어설픈 프랑스어를 하는 부모가 부끄러웠다.

그녀는 뿌리 따위 신경 쓰고 싶지 않다.

페르시아어를 배우고 싶지 않았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은 244페이지로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마리암이 전하는 이야기들은 너무나 무거웠다.

 

마리암의 삶에는 네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6살이 되기 전 이란에서의 삶.

프랑스에서 망명자로 살았던 삶.

성인이 되어 찾아간 이란에서의 생활.

이란을 방문한 후 다시 돌아온 프랑스에서의 삶.

 

이러한 변화들을 겪으며 마리암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하지만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는 많은 곳에서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편으로는 정체성을 찾았다기보다는 타협점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 중간에 마리암이 반팔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부모님이 지켜보며

이란에서 였다면 절대 저런 모습으로 자전거를 탈 수 없었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들은 딸의 미래가

한 인간으로서, 또한 여성으로서도

자유롭기를 바랐다.

그들이 겪었던 고통을 딸이 겪지 않기를 바랐다.

 

마리암의 어머니가 임신한 채로 시위에 참여하고, 도망 다니며 목격한 장면들은

익히 뉴스 등에서 보고 들은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이었다.

 

 

p.42

할머니처럼 가장 용납할 수 없었던 점은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내가 넘겨져도

전혀 개의치 않고 내가 그들 자식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은 채

나를 유용한 물건으로 취급했다는 사실이었다.

 

p.45

나는 글을 통해 죽은 자들을 무덤에서 파낸다.

~

그리고 고통스럽고 아픈 추억과 일화와 이야기를 파낸다.

죽음과 과거의 냄새는 끈질기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라고 졸라대는 죽은 자들.

 

 

p.47

눈은 내리깔거나 감아야 하고, 가는 길을 보지 말고,

아무거도 확인하지 말고, 귀도 닫고, 어디로 가는지 몰라야 한다.

혹시라도 나중에 아무것도 자백할 수 없도록.

 

마리암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거나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이민을 온 사람들이

어쩌면 마리암의 가족과 비슷한 일들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 역시 여러 사정으로 인해 태어난 나라를 떠나왔을 것이고

처음에는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언어를 익혀야 했을 것이고

후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반드시 하게 될 것 같았다.

그 고민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책의 후반부에

마리암이 이란에 있는 친척을 찾아가 할머니를 만나는 장면에서

울컥했다.

자신이 지켜주었던 어린 첫 손녀를 그렇게 떠나보낸 할머니가

긴 세월이 지나 다 자란 손녀를 다시 보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을 다 읽은 후

기대했던 바대로 페르시아어, 아랍어를 한번 공부해보고 싶어졌다.

마리암이 언급한 이란의 시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랍권 문학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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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 구호 현장에서 쓴 생생한 기록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11
케이트 에번스 지음, 황승구 옮김 / 푸른지식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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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뉴스를 통해 가끔 듣게 되는 난민 이야기.

그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드는 안타까움.

내 일이 아니라 생각했기에 남의 일처럼 그냥 안타까운 감정이 다였다.

 

그러다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겨우 세 살밖에 되지 않은 시리아 난민 아기가 바닷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그 사진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목숨을 걸고 가족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유럽으로 몰려든 난민들은

전쟁과 테러로부터는 도망쳐 나왔을지는 몰라도

그들이 희망했던 삶을 찾지 못했다.

 

여전히 그들은 고통스러웠고

소외되었으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나에게 닥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던 나는 난민의 실상이 어떤지 궁금해졌고 알고 싶어졌다.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구호 현장에서 쓴 생생한 기록

 

차례

 

현재 세계 전체의 난민의 수가 5천만 명 정도라고 한다.

거의 우리나라 인구 수와 맞먹을 정도이다.

그 많은 난민들이 유럽 각지에 흩어져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의 저자인 케이트 에번스는

'정글'이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칼레 지역에서

자원봉사 일을 하며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그대로 책에 담아냈다.

실제 있었던 일들을 담았지만 그들의 이름과 신상정보 등은 신원 보호를 위해 수정했다고 한다.

등장하는 인물 중 몇 명의 가상인물은 등장하지만

​책의 내용에 있는 난민들의 실상은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이며

그것은 그들이 겪는 고통의 '극히 일부만을 옮긴 것'이라고 한다.

 

 

영국에서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는 의견들이

어딘가 낯설지 않다.

 

​p.78

 ​난민이 영국에 들어오면 영국이 과연 어떻게 될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영국에서 일하며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데도 난민들에게 밀려

의료보험 혜택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원하는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없다면 어떻겠는가?

난민은 그렇게 돕고 싶어 하면서 왜 정작 자국민인 영국의 노숙자에게는 관심이 없는가?

노숙자들은 돕지 않겠다고?

한때 우리나라도 난민이 들어올지도 모른다고 기사가 났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부분도 저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난민의 문제보다는

우선 나와 내 가족이 혹시라도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

 

 

p.80

여러분, 가급적이면 캠프에 가지 말길 바랍니다.

캠프에 가서 허락 없이 사진을 찍어선 안 됩니다.

한 번은 사람들이 어떤 난민의 집을 지나가다가 대문 너머를 휴대전화로 찍었습니다.

이런 행동은 굉장히 무례합니다.

동시에……

사진은 난민이 칼레에 있었다는 증거가 되고, 영국으로 망명 신청을 할 수 없게 합니다.

사소할 수 있는 한 장의 사진조차 그들에게는 삶을 뒤바꿔 버릴 수 있는 큰 문제가 된다.

위태로운 삶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

구호품 창고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궁금한 마음에 난민 캠프를 찾아가

그들의 허락 없이 찍어버린 사진 한 장.

그들에게도 인권이 있다.

그들 누구라도 자신들의 비참한 모습이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함부로 찍히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p.87

*주의: 난민 구호품으로 분유를 기부하지 말아주세요. 대신 돈을 기부하세요.

영양 보충은 아기들마다 각각 다르게 해야 해요.

 

마실 물은 당연하거니와 손 씻을 물조차 넉넉하지 않은 난민 캠프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는 있을까?

특히나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이 먹는 분유들, 분유를 탈 물은 어쩌나...

 

 

곳곳에 쓰레기들로 둘러싸인 텐트들...

비가 새기도 하고,

받침대가 없어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 

 

책 속에 극히 일부만이 그려진 난민의 실상은 정말 끔찍했다.

이미 몸과 마음에 상처만이 가득한 그들은

그래도 혹시 모를 실낱같은 희망을 간직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자유, 안전, 행복을 찾아 목숨을 걸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단 두 가지였다.

죽음

아니면

또 다른 고통과 상처

 

칼레의 정글에 머무르고 있는 난민들 중 영국에 친인척이 있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친인척들이 그들을 데려가고 싶어 해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일단 칼레에서 난민 등록을 해버리면 그 나라 외에는 갈 수가 없다고 한다.

칼레 난민 캠프 철거 시 경찰들에 의해 잔인하게, 강제로 등록되어 버린 난민들은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 꿈꾸고 있을까?

난민이라는 이유로 받는 끔찍한 대우들은

마치 그들을 똑같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들을 대하는 방식이 너무나 잔인했다.

난민들은 무언가를 빼앗기 위해 온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들의 나라로 도망쳐 왔다는 이유로,

못 사는 나라, 테러범이 있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인간 이하로 취급당하면서도 그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

전쟁 무기를 계속 제공하고 있는 한

난민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p.73

​지금부터 난민을 홍수에 비유해보자.

수백만 파운드의 비용을 들여 칼레에 울타리를 치고 감시하는 일은

물이 흐르는 개수대를 마개로 틀어막는 일과 같다.

하지만 물은 계속 흘러들어온다.

영국으로.

왜 그럴까?

 ~

물은 왜 넘치게 되었을까?

영국이 그들 땅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총을 쏘아댔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 무기를 팔아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

당신에게 어린아이가 있다고 상상해보라.

전 세계 난민의 절반이 아이들이다.

당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 전쟁이 터졌다.

정ㅂ가 도시에 폭탄을 투하하고, 내일이면 테러단이 마을을 덮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부모가 떠나지 않겠는가?

 

늘어나고 있는 ​난민 수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 해결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라만의 사정이 있고, 국민들의 이해도 필요할 것이다.

여러 면에서 준비도 많이 필요할 것이고

다 잘 준비가 된다 해도 분명 어딘가에서는 문제가 터질지도 모른다.

분명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지금은 유럽에서도 그리고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난민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은 것 같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난민들에 대한 이해와 그들이 겪는 아픔에 대한 공감이 선행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이 서평은 푸른지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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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 새움 세계문학
알퐁스 도데 지음, 김명섭 옮김 / 새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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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는 초등학교 때 '마지막 수업'이라는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마지막 수업'을 읽고 어린 마음에 너무 슬퍼서 눈물을 펑펑 쏟았던 기억이 난다.

동생도 읽었고, 아빠도 읽으셨는데 동생의 말로는 그 책을 읽으신 아빠의 눈시울이 붉어지셨다고...

 

'마지막 수업'과 함께 읽은 이야기가 '별'이었다.

 

'마지막 수업'과 '별'은 읽었지만

알퐁스 도데의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었다.

단편인 '별들' 한 편이 아니라 수록된 다른 작품들까지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원제는 '내 풍차 방앗간 편지들'이지만 한국어판은 '별'이라는 제목으로 많이 번역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어릴 때 읽었던 글의 제목도 '별'이었나 보다. 

정확히 번역하면 '별'이 아니라 '별들'이라고 한다.

 

 

Lettres de mon moulin

 

별들

 

 

차례

 

 

'별들'은 이 책의 저자의 이름이면서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알퐁스 도데가

창작 활동을 위해 파리를 떠나

프로방스에 있는 론 계곡의 한 제분용 풍차 방앗간으로 거처를 옮겨  

듣고 경험한 일들을 편지 형식으로 엮은 이야기이다.  

 

물론 '별들'은 소설이지만

그 속에는 알퐁스 도데가 직접 겪으며 느낀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하다.

 

 

여러 단편들 중

어릴 적 읽었던 단편 '별''별들'이라는 연작 소설을 구성하는 한 편의 이야기였다.

어릴 때 읽었던 별의 느낌과는 살짝 달랐다.

그때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좋아하는 어린 목동의 설렘 가득한 짝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제목부터 '별'이 아닌 '별들'로, 어린아이의 느낌을 주는 '목동'이 아닌 스무 살의 '양치기'로

잘못된 번역을 바로잡은 후 새로 읽은 이야기는

그때 내가 읽고 느낀 순수함과 설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작품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번역서들을 읽을 때 많은 사람들이 왜 번역가도 함께 고려하며 읽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스물네 편의 이야기가 각각 독립적이지만

그 이야기들을 따로 떼어놓으면 전체적으로 흐르는 글의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역자의 말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그 이야기들은

감동과 웃음을 주기도 했고,

때로는 안타까움에 마음을 아프게도 했고,

아름다운 풍경 묘사에 빠져들어 읽는 것을 멈추고 상상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 어떤 이야기는 여운을 주며 잠시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기도 했다.

 

p.53~54 (별들 中)

그리고 이따금 저는,

그 별들 중에 가장 고귀하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길을 잃은 채, 내 어깨에 내려앉아 잠들어 있는…….

 

 

p.158 (빅슈의 가방 中)

그리고 온통 뒤엉킨 노란 말총 같은 것 두세 움큼이,

여자아이의 모자에서 삐져나온 것처럼,

삐져나온 커다란 봉투가 있었네.

그리고 봉투 위에는, 떨리는 굵은 글씨체로, 그 장님의 글이 쓰여 있었네. 

 

셀린의 머리카락. 5월 13일에 자르다. 아이가 그곳으로 간 날.

p.166 (황금 뇌를 가진 남자의 전설 中)

상상 속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이 전설은 진실입니다.

그들의 뇌를 갉아먹으며 사는 것을 강요받는 불쌍한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하찮은 것들을 사기 위해,

그들의 골수와, 그들의 본질을, 고귀한 순금처럼 지불하면서요.

그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이겠지요.

그리고 고통을 참아내는 것마저도 지쳐 버린다면……. 

 

 

역자의 표현대로

인상파 화가들처럼 그림이 아닌 글로 '문학의 인상주의'를 추구한

유난히 빛이 반짝였던, 서정성 가득한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들' 

 

'별들'

눈과 마음과 머리로 읽는 내내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아름다운 책표지에 마음을 빼앗기고

알퐁스 도데의 아름다운 표현들에 또 한번 빠져들었다.

 

 

책 뒷부분에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위해 역자 노트작가 연보가 실려 있다.

역자 노트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 이 서평은 새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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