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
하재영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주말 조카와 함께 길을 가다 우연히 보게 된 펫 숍에 있던 말티즈 강아지 두 마리.

3~4개월 정도로 보였던 그 두 강아지는

너무나 힘이 없어 보였다.

푸석해 보이는 털에, 힘이 없어 보이는 눈에...

마음이 아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강아지들의 부모견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그 강아지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떤 식으로 숍으로 가게 되는지,

그리고 그렇게 태어나 자란 강아지들 중에

아픈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잘 듣고 경험해 알고 있으니 더 마음이 아팠다.

 

그 아픈 아이들의 운명은

케어를 받거나, 안락사가 되어버리거나

아니면

버려진다.

 

그 외에도 여러 이유로 버려지는 강아지들...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차례

 

 

​p. 12

~ 개농장을 운영했었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개들에게 물을 준 적이 없어요. 개농장의 개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맹물을 마시지 못해요."

개농장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너무나 끔찍한 이야기들이었다.

후에 나오는 개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의 도살에 관한 이야기,

각종 동물실험 이야기는

너무 적나라해 소름이 끼쳤다.

 

​p.150

~

하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군가를 위해 자기 인생을 걸어본 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

여기 돕지 말고 저기 도와라, 얘를 구하지 말고 쟤를 구해라, 그런 소리는

누구도 구해본 적 없고 누구도 살려본 적 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야.

 

사람도 살기 힘든데 동물한테 그렇게까지 신경 쓸 정신이 어디 있냐고,

그럴 여력이 된다면 사람 먼저 살리라고 하는 말들.

정말 많이 듣는 말이다.

 

동물이 불행한데 사람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이 아닌가.

종이 다르다고,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해서

그 생명이 하찮은 것은 아니다.

함부로 모든 것을 빼앗고 죽음의 순간까지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은 아니다.

 

 

p.152

~

얘들이 원하는 건 딱 하나야.

이 수백마리 개들 중에서 자기한테 와달라고, 이 많은 개들 중에서 자기를 쓰다듬어달라고.

사람 손길 한번 받아보겠다고 견사 철창에 매달려서 서로 밀치고 밀리면서 난리법석을 치는 거야.

~

얘들이 잘못한 게 뭐야? 무슨 죄가 있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이 동물들도 사람과 전혀 다르게 느끼지 않는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 그대로 느끼고, 사람이 받는 정신적, 신체적 고통 이들도 똑같이 느낀다. 

 

 

또 하나 내가 잘 알지 못해 단순히 나는 개고기를 먹는 것이 싫지만,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펼치는 개고기에 대한 주장들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물론 소, 돼지, 닭 등과 같은 동물들의 동물복지도 실현되어야 하지만

이와 달리 식용동물로 관리조차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개들의 식용 문제는 훨씬 더 심각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탈세 이야기라니...

그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제는 다른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단순히 개가 이만큼 불쌍하다고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이 아니다.

저자가 경험한 것, 관련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들은 것, 여러 자료들을 토대로

사실적으로 전달해갔다.

그녀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그녀의 고민과 문제 제기는

나로 하여금 책을 읽다가 수시로 멈추게 만들었고, 고민하게 만들었다.

 

내 옆에서 졸고 있는 내 강아지를 보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하고, 고민했다.

내가 알게 된 것들에 대해.

나는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얼마 전 일어나 살충제 계란이나,  잊을만하면 생겨나는 구제역 같은 문제만 생각해 보아도

동물과 사람은 서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

동물을 생각해서 바꾸든, 인간을 생각해서 바꾸든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동물들의 사육환경도 끔찍했지만 그들의 도축 현장은 몸서리가 쳐졌다.

책 속에 실린 짧은 내용이었지만 그 충격이 너무 컸다.

 

 

이 책을 읽은 나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졌다.

인간이라는 이유로 강자의 입장인 내가 상대적으로 약자인 그들에게 연민을 가지고

작은 무언가부터라도 당장 하고 싶다.

 

 

 

p.51

나는 피피가 내게만 특별하다는 것을 안다.

다른 사람에게 피피는 수많은 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피피는 특별한 개가 아니고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피피는 내게 특별한 개고 나는 피피에게 특별한 사람이다.

모든 일이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

누군가 자신을 학대하고 착취하더라도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

그런 피피와 함께 사는 동안 ​나는 내가 아닌 존재, 나보다 약한 타자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했다. ​

​나와 꽁지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어릴 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가 근처에 있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개를 집에서 키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다 꽁지를 만났다.

처음에는 사정상 잠시 맡아주는 정도였는데

그 사정이 길어져 2살이었던 꽁지는 지금 우리 집에서 5살이 되었다.

처음에는 손가락 하나가 익숙해졌고,

다음에는 손바닥, 그다음엔 나의 무릎을 내어주었다.

이렇게 우리는 서서히 서로에게 익숙해졌고 특별해졌다.

나는 꽁지로 인해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알게 되었고,

이 아이로 인해 또 다른 곳에 존재하는 끔찍하고, 안타까운 세상 또한 알게 되었다.

꽁지가 많이 아팠던 작년,

동생과 나는 꽁지를 살리려, 조금이라도 낫도록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은

개(물론 뒤에 두 음절을 붙이는 사람도 있었다)에게 그렇게까지 하냐고

그냥 안락사를 시키지 그랬냐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아마 그들은 평생 이 감정을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

아픈 상황에서도 나를 보는 그 눈빛을, 그 몸짓을, 그 신호를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개를 중심으로 먼저 이야기했지만

저자의 이야기처럼, 그녀의 바람대로

이 불쌍한 개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연민을 확장하는 인식의 변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람들이 개를 비롯한 동물들에게 직면한 문제들을 제대로 알고, 생각하고, 공감하여

궁극적으로는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바뀔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었으면 좋겠다. 

 

 

 

 

 

 

* 이 서평은 창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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