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이야기 - 틱낫한 스님과 데니얼 베니건 신부님이 세상에 전하는
벨 훅스 엮음, 김훈 옮김 / 황금비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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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베트남 전쟁으로 마지막 공산과 민주진영의 전쟁이 끝이 났다. 하지만 그 전쟁의 상처 속에 수많은 젊은이와 전쟁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고통받아야했다. 어느 한쪽에서는 수 백 년 간 지속되어온 종교전쟁이 계속 치러지고 있었고, 아시아에서도 전쟁의 상처와 경제 불황속에 힘겨움에 허덕이던 시기다.

 그 시기에 어느 종교단체보다 앞장서 전쟁을 반대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뭉쳐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노력한 두 사람이 있으니 베리건 신부와 틱낫한 스님이다.

 죽음이라는 극단적이고 두려운 말에 대해 예수께서 “나는 아버지께 갈 것이다” “나는 이 세상을 벗어나 아버지께 갈 것이다”라고 표현했으며 불교에서는 “그대가 죽기 전에는 죽은 것이 아니다. 그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대가 죽은 뒤에도 역시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죽기 전에도 죽은 뒤에도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죽음에 대해 양 종교에서 말하는 의미로 두 사람은 해석해서 이야기 한다. “우리는 삶을 추구한다고 하면서 도처에 죽음을 흩뿌립니다. 더 나은 삶을 주장하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전쟁은 지속적인 과업, 더 없이 소중한 과제가 되어버렸습니다” 바로 이 말에서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전쟁이 더 나은 삶을 외치면서 죽음을 흩뿌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을 얻기 위한 전쟁, 기름을 쟁취하기 위해 생화학 무기를 가졌다는 포장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우리의 욕심이 죽음을 반복해서 이끌어 낸다는 질책으로 들려온다.

 두 사람의 대화를 읽다보면 두 선지자가 마치 내 앞에 앉아 주제를 두고 차 한 잔 하며 담화를 나누는 느낌이다. 내용도 어렵지 않다. 죽음이란? 에메모호한 철학적 주제를 주고 철학자들이 외치듯 두 사람도 종교적인 관점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세계 전역을 휩쓸고 있는 피의 파도’를 이야기하며 아랍의 종교적인 분쟁, 베트남 전쟁의 공허한 행동들에 대해 논한다.

 특정 종교가 없기에 어떤 관점에서 두 사람이 말하건 객관적인 위치에서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종교인의 타락과 정치권과의 연계가 문제되었듯이 책 속에서도 종교인의 정치참여와 세상일에 너무 많은 관섭을 하는데 대한 서로간의 견해도 나왔다. 무엇보다 틱낫한 스님이 중심이 되어 만든 출판사 이야기와 서민들의 돈으로 만든 대학 부분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대학 후원금의 90%가 가난한 사람들의 힘든 하루 생활비에서 조금씩 나온다는 부분에서 자신만의 이득을 위해 사는 인간의 이기적 욕심보다 나의 자식도 가난하기에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대학이 무너지지 않게 선뜻 내놓는 그들의 마음이 공동체 정신이 아닐까 싶다.

 “공동체들은 상상력과 정신적인 교류, 영혼, 타인에 대한 배려, 지구력, 함께 행동하고 함께 살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해서 실패합니다.” 최근 들어 개신교와 불교 혹은 기독교 신도들과 스님들이 만나 국경일을 축하하고 어려운 일에는 다 같이 발 벗고 나서 힘을 모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이 바로 탁닛한 스님과 베리건 신부가 말하는 공동체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20여 년 전의 대화라서 그런지 너무 종교적인 이념과 추상적인 내용들의 대화라 조금은 거리감이 느껴진다. 두 종교 중 하나라도 믿고 있다면 그 입장에서 이해하고 싶지만 어떤 종교도 믿지 않기에 그들이 말하는 종교적 관점들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이슬람 문화권의 성전에 대한 시각, 아랍권에 대한 종교인들의 선교활동, 종교인들의 탈세문제, 종교를 통한 화합과 정신적인 치유를 위한 공동의 노력 방안 등 이제는 베리건 신부와 틱낫한 스님이 아닌  그 분들만큼 훌륭하신 또 다른 종교인들이 나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종교와 평화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은 한번 읽고 던져버릴 책이 아니라 책장에 두고 시간이 지날 때 한번 씩 다시 읽어봐야 할 책 일 것 같다.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이해할 때까지 계속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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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회사는 이유가 있다
이시하라 아키라 지음, 노은주 옮김 / 메가트렌드(문이당)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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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회사를 차려 직접 경영을 시작한 A씨, 이 분야에서 나름대로 경력을 쌓았다 자부했는데 도무지 회사가 성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답답하기만 하다.

 이런 분들을 위해 마련된 책이 “성장하는 회사는 이유가있다”가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 유명한 컨설턴트가 조언해주는 작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경영전략들, 무엇보다 일본 시장은 수많은 아이디어와 경영전략들이 쉴세없이 나오고 시험받는 곳이기에 어느정도 공신력 있는 내용들이라 생각된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라...”  흉내 내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고 항상 창의적이고 시장에 없는 전혀 새로운 것만을 찾으려한다. 오히려 모방은 창의력의 어머니라는 우스게 소리도 있듯이 처음에는 따라하는 것부터 배우는 게 기초일 것 같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서있는 제품을 따라하고 그곳에서 부족한 그리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발굴해 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 흐름에 맞춰 더 나은 제품으로 승부한다면 100전 100승이 아닐까?

 “슬로건을 이용하라”는 부분에서 ‘알기 쉽고 정확한 슬로건’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 페이지 기획서 (One page proposal)가 유행했듯이 가장 쉽고 우리 마음에 팍 와 닿는 슬로건이 필요한 것이다. 여러 기업들도 확고한 목표치를 올해 슬로건으로 삼거나 혹은 이미지 개선효과를 노리는 슬로건을 이용하는 모습들을 많이 봐 왔다. 주저리주저리 말 많은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고 경영자들이 말하는걸 보니 맞는 말인가 보다. 

“동일한 인간 집단에서는 의욕과 즐거움을 느낄 때 가장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CEO, 수많은 돈을 투자한 교육보다 작은 유흥과 즐거움 그리고 의욕을 올려주는 말 한마디로 110%의 능력을 끌어올려 준다면야 얼마나 좋은 결과인가.

 물건을 판매할 때 “오늘 안에 팔아라”가 아닌 “어떻게 하면 가망 고객을 많이 모집할 수 있을까?”하는 당장 우리 회사 제품 써달라고 무작정 붙잡고 설명할 것이 아니라 1년 10년이건 그 대상이 우리의 고객이 되도록 물밑 작업에서부터 설득의 작업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전략이 성립되어야 효과적인 마케팅이 되는 것이다.

 “상대방을 설득해 구매 충동을 자극하기보다는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인가 판매할 때 무작정 자사 제품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하기보다 현재 우리 제품이 쓰이는 시기의 사회현상이나 판매 대상이 되는 사람과 관련된 일들과 연계해 여러 가지 정보제공과 함께 제품의 쓸모와 이점을 제시한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영업사원도 제품에 대한 빠삭한 지식을 가지는 게 최고가 아닌 다양한 정보와 관련 산업동향까지 꿰뚫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개성이 넘치는 회사가 훌륭한 회사다” 예전 모 IT관련 뉴스에 한 벤처 업체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작은 회사지만 여느 대기업 부럽지 않은 매출로 벤처최고의 업체로 선정된 그 회사는 직원 출근 복장이 자유자제다. 어떤 이는 인라인을 타고 어떤 사람은 딱 달라붙는 자전거 쫄쫄이 바지를 입고 오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추리닝 차림이다. 일에 있어서는 창의적이고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승부하며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최대한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이 책은 중소기업 혹은 자신만의 사업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동안 회사 밥 먹고 살다가 스스로 무엇인가 사업을 하고 바이어를 만나고 고객을 만나야 할 때 답답하고 막연했을 것이다.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면 성공하는 회사들의 비결이 나온다. 소비자에 대한 판매 전략, 홍보 기획, 고객관리 시스템 부분까지 세세하지는 않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생각해야 할지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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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상의 혼 1
주슈하이 지음, 하진이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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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넓은 중국 땅덩어리, 북쪽의 물건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데만 며칠이 걸릴지 상상할 수 없던 넓은 대륙. 그곳에서 이익을 쫓는 상인이 아닌 백성과 나라를 걱정하는 거상이 탄생했으니 그를 일컬어 ‘거상의 혼 교치용’이라 부른다.

 교치용의 이야기를 접하기 전에는 우리나라 드라마 상도와 같이 권모술수, 정경유착(당시로서는 뇌물수수)으로 얼룩진 혼란스러운 시기의, 중국 개화기 즈음에 이름을 널리 떨친 부자 상인의 사랑과 돈 버는 요령이 담긴 책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세권의 책을 펼쳐 읽으며 단순한 상인이 아닌 이익을 쫓되 바른길을 걷는다는 틀을 뛰어넘어 상업이 국가의 부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상인이 바로서야 나라 경제가 바로 선다는 중상주의에 기초해 한 개인 상인의 힘으로 국가 권력이 시도하지 못한 백성의 고충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가슴속 깊이 느껴졌다. 언제 세권 다 읽나 하는 마음이 자꾸만 교치용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높은 관리 앞에서도 떳떳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도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 사랑보다 집안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남자의 고뇌까지  가늠할 수 없는 그 큰 꿈과 포부가 강력하게 느껴졌다.

 개화기 즈음하여 아편이 널리 퍼져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열강의 침탈로 국고마저 고갈된 상황, 남으로는 장발적의 난으로 교류조차 힘든 시기 그럴 때 상인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쫓다 보니 백성들의 고충이 커져만 가던 시기에 교치용이 던진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상업을 천시하다보니 전국의 자금이 유통되지 않아 국가로 들어갈 세금이 줄어 지금의 어려움에 처한 것이 아니냐.’ 과거시험을 보러가서 당당하게 관리들에게 자신의 뜻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통쾌함과 높은 통찰력과 안목을 엿 볼 수 있었다.

 가정의 부흥이라는 무거운 의무감을 짊어진 교치용, 돈을 얻기 위해 사랑하는 이를 버리고 억지로 부자 집안의 여자와 결혼해 자금을 빌려야하는 안타까운 사랑. 교치용을 사랑하는 아내는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지만 마음속 서운함마저 버리고 정성과 지략을 통한 내조로 교치용이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습에서 남자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과거시험장의 인연으로 만난 손선생(손무재)을 지략선생으로 모시고 항상 조언을 구하며 자신의 뜻을 펼쳐가는 모습에서는 군주로서의 면모도 보여주었다. 작은 나비의 움직임이 세상 어느 곳에서는 태풍으로 나타난다고 했던가, 집안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작은 일념으로 시작한 교치용의 몸부림이 상인의 규칙을 바꾸고, 거짓과 무력으로 먹고 먹히던 상인들 간의 상도를 바로 잡게 되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직원들에게 배당금을 주고, 오래 일한 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파격적 규정, 능력 있는 젊은 인재를 중용하는 인재 중심주의, 흉년이 들고 난으로 먹을 것이 없을 때는 곡간을 열어 먹을 것을 나눠주는 배품의 미덕까지 상인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작은 몸부림에서 더 큰 세상을 움직이겠다는 꿈을 가지게 된 교치용. 남쪽의 차 생산지의 물품이 북쪽과 중국 전역으로 퍼지지 않아 많은 백성들이 일자리를 잃고 굶주림을 생각해 직접 차를 구하기 위해 사지로 뛰어드는 모습, 차를 구해 전국으로 유통시켜 작금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그의 눈물겨운 사투와 노력에서 이익을 위한 상인의 몸부림보다 국가의 안정을 꾀하는 충정이 담긴 그리고 일개 상인이 나라를 그리고 백성의 고통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음을 외친 그의 열정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상인들이 중국 전역으로 퍼져 쉽게 물건을 팔고 전국으로 그 물건들을 유통 시킬 수만 있다면 국가의 세금이 늘고 사람들의 생활이 풍족해질 것을 생각해 전국에 어음을 유통시키려는 일생 최대의 도전이자 꿈을 위해 준비한다. 자신의 조언자이자 형처럼 함께한 손선생도 절대 불가능하다며 반대하고 모든 이들이 반대할 때 교치용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이 부분에서 손무재의 냉담한 반응과 주변인들의 불가능하다고 외치는 부분에서 왠지 모르게 교치용에게 답답함이 느껴졌다. ‘왜 이렇게 어렵게 일을 풀어나가려는 거냐? 실패할거 같은데 손무재선생의 조언을 듣고 다른 방법을 찾지 왜 그러냐?’ 이런 마음을 가지고 답답하게 한 잔 한 장 책을 넘겨갔다.

 어음 유통을 통한 세금의 유통이 성공되고, 상인들의 상행위가 쉬워져 자신의 꿈이 실현됨을 만끽하려는 순간 목숨마저 위태로워진 교치용 그러나 꿈을 위해 와신상담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어떤 고난과 힘겨움에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끈기. 모든 이들이 불가능을 외치며 반대할 때에도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여서라도 ‘이것은 올바른 결정이며 내가 실패해 손가락질 받더라도 뒤의 누군가가 해낼 일이기에 지금 내가 해야 한다’며 감행한 결단력과 미래를 보는 안목만큼은 단연 최고였다.

 권력과 재물에 욕심이 나 의리도 신의도 저버리고 배신을 한 손무재(손선생)의 모습과 어음유통을 빌미로 연금을 당해 비참해진 교치용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며 아무리 바른 생각 바른 길을 걷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임을 느꼈다. 믿는 이에게 배신을 당해도, 정치인들의 견제로 발이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에도 교치용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책 속에 담겨진 사랑의 이야기는 그가 오히려 인간적이며 그도 인생에서의 오점이 있으며 가슴속 고통을 가지고 사는 여린 마음의 남자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가늠하기 힘든 큰 꿈, 그 꿈을 실현시켜 오늘날의 금융의 틀을 마련한 교치용을 삶을 보며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깨달았다. 신념을 져버리지 않고, 바른 상인의 길을 걸었던, 사람을 잃을지언정 절대 지조와 목표를 버릴 수 없다는 그의 단호한 의지가 가슴속 깊이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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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지음, 고상숙 옮김 / 김영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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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답답하기만 하다. 무엇을 해도 왠지 의욕이 없고 어떤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대로 행동해도 열정이 살아나지 않는다. 자꾸만 우울함에 빠져들고 조금씩 희망이라는 단어조차 아무 의미 없는 형식적인 단어로만 보인다.’

 하는 일도 잘 안되고 마음은 자꾸만 축 쳐져갈 때 술을 찾거나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거나 미친 듯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잠시나마 현실에서 도피해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는 것 뿐.

“나는 지도를 보면서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 생 텍쥐베리, "사막의 죄수" 중에서 (본문 첫 부분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기에 그 어떤 희망의 메시지도 나에겐 의미 없는 외침에 불과했던 것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우리네 삶이 정상을 향해 노력하며 최선을 다해 올라가다 갑자기 사막 한가운데로 떨어져버린 느낌이 든다. 분명 좀 전까지 목표가 저기 멀리 보이는 듯 했고 1차 목표지까지의 등산이 계획대로 잘 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런데 어느 한순간 강풍이 불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더니 나를 사막가운데 내동댕이쳐버렸다.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는 포장도로는 사막 위를 달리다가 갑자기 어느 지점에서 뚝 끊겨버린다. 그냥 사막 한가운데서 도로가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인생도 이와 비슷하다. 때로 어려움 없이 신나게 달려왔던 길이 뚝 끊겨버리고 사막과 마주하게 된다.”

 마치 어떤 일을 하거나 무엇인가에 도전할 때 탄력을 받아 열심히 나아가다가 그 일이 끝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혹은 무작정 앞만 보며 자신감 있게 나아가다가 무엇인가 문제점에 봉착했을 때 사막에서 길이 끊기고 황량한 허허모래벌판을 마주하게 되는 것과 같지 않을까. 

 가끔 예전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열정을 품고 이것저것 도전하며 같은 또래의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일들에 과감히 도전하던 그 모습을.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갈팡질팡 인생의 기로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섣불리 한발을 내딛지 못한다. 내가 내딛는 이 길이 과연 바른 길인지 이제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 같다. 자꾸만 도태되는 것 같고 무엇인가 해야만 할 것 같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손에 모르겠다. 자꾸만 늪에 빠지는 것만 같다.

“변화의 시기에 있어서 인생이란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다. 끝은 보이질 않고, 길을 잃기도 하며,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가 신기루를 쫓기도 한다.”

 바로 지금 나는 사막 한가운데 있는 것이다.  저자가 사막을 우리의 인생에 비교했듯이 언제 사막의 끝에 다다를지 알 수 없기에 우리 인생도 그 목표의 도달 여부를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인생에서 수없이 자기 자신이 무능력해지고 뻥 뚫린 길을 보고도 멀리 돌아가거나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그리고 인생의 실패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사막에서 자기가 무능력하게 느껴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는 문구에서처럼 인생에서 스스로가 무능력하다고 생각되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바로 이때 우리는 사막한가운데 있는 것이 아닐까? 누구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지, 어디로 가야할지, 적막한 두려움과 낮과 밤의 격렬한 변화까지 사막은 나를 위한 배려를 해 주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 사회도 나를 위해 배려해주지 않고 오히려 하루 밤이 지나면 주변 지형마저 변화시켜 더더욱 방향을 잡기 어렵게 만드는 사막처럼 시시때때로 변화하고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내면에 있는 나침반을 찾아야 한다.”

  그 넓은 사막에서 길이란 정해진 것이 아니고 단지 나침반이나 별을 보며 방향을 잡고 나아가기에 방황이란 하나의 과정일 뿐인 것이다. 그 방황 속에서 자신의 나침반을 찾고 그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찾는 과정이 중요할 뿐 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나침반은 어떻게 찾아야하는 것일까?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처럼 표지를 따라가라는 것과 같은 의미일까? 

 “정체 상태에 빠지면 뭔가를 시도해 보고 싶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좌절감을 느끼고 화가 난다. 마음사이에 갇힌 느낌, 황량한 주변 환경 때문에 혼자라는 느낌. 쉼 없이 변화하는 사막에서 얼마나 많은 오아시스를 놓친 것인가”

 인생을 사막에 비유했을 때 내리쬐는 태양과 전갈들, 푹푹 빠지는 유사를 떠올렸지만 저자는 사막에서의 길 찾기를 우리의 인생에 비교했다. 사막에서 길을 찾는 방법으로 자기 내면의 나침반을 찾으라는 말이 나온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읽을 줄 알아야 하며 방향을 잃었을 때 내 안의 나침반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귀 기울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에게 힘을 주었던, 바른 길로 인도해주려 했던 사람들의 따스한 관심을 오아시스로 표현했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 내가 얼마나 사막에서 헤매고 있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격려해주고 바른 길로 이끌어 오아시스로 이끌어주었지만 얼마나 많은 오아시스를 지나쳤는지 후회가 되기도 했다. 막막한 두려움과 답답할 때의 마음이 사막에서 길을 찾을 때와 무척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답답하고 두려움을 이겨낼 내 내면의 나침반을 찾을 6가지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찾아보자. 그리고 오아시스를 찾고 변화하고 삭막한 사회에서 내가 가야할 길을 찾는 힌트를 얻어 보자. 이제는 이 두려움이라는 사막에서 나를 끄집어내서 사막의 끝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은 것 같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씩 내면의 나침반이 보이기 시작했다.                        

                                                “열정을 가로막는 두려움과 불안감의 국경에서 머물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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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 산책
김영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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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분위기가 흐르는 미술관, 한 아리따운 여성이 미술작품을 보며 감상에 빠져있다. 그녀의 곁으로 다가간 한 젊은 남성 “흠.. 이 작품은 자연주의의 대가인 OOO의 작품이군요. 이 자유로운 붓 터치, 옷의 주름까지 세밀한 묘사....” 그림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남성, 겉모습과 달리 작품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진 모습에 여자는 새로운 시선으로 남자를 바라본다.」

 가끔 찾는 미술관이나 전시회 때면 매번 떠오르는 상상이다. 멋진 미술작품 앞에서 지식을 뽐내며 여자에게 부러움을 혹은 대단하다는 시선을 받는 상황을 그려본다. 그런 마음에서일까? 미술관 시리즈 중 하나인 “루브로와 오르세의 명화산책”은 이런 나의 상상을 실현시켜줄 좋은 책이라 생각되어 무작정 붙잡고 읽었다. 훗날 작품 앞에서 나의 지식을 뽐내보자는 생각 속에서...

 세계적인 미술관 ‘루브르’와 ‘오르세’. 다빈치코드의 무대이기에 더욱 익숙한 이곳 루브르. 아마 그 전에는 그냥 유명한 박물관이 아니었나 생각 했을 정도로 미술과는 거리가 먼 나이지만 저자의 세밀한 작품 묘사와 시대별 대표 화가들의 작품과 화풍을 연결해서 쉽게 설명해주기에 이해하기가 참 편하게 느껴진다. 

 먼저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유럽 문화 부흥기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준 책이라는 것이다. 유럽 역사 속에서 한 획을 그었던 예술가의 혼이 담겨진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기에 마치 루브르 박물관에서 미술 수업을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세자연주의 화풍은 글을 읽지 못하는 평신도들에게 신의 말씀을 전하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얼마나 진지하고 얼마나 거룩하게 그 뜻을 전하는가.”가 그림을 그리는데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초반에 중세미술화풍과 르네상스화가들의 시도를 조금씩 비교 분석해서 보여준다. 원근법이 없는 중세그림에서 과감히 원근법을 넣은 우첼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미를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응용해 이상미와 자연주의적 예술을 결합시킨 미켈란젤로, 성서를 세속의 아름다움으로 포장한 보티첼리를 통해 새로운 화풍의 등장과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초기르네상스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가 등장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았다는 라파엘로까지. 레오나르도가 인물그림에서 미소, 우는 모습 등 감정을 절대로 넣지 않았는데 모나리자에서 만큼은 야릇한 미소와 부드러움을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미술사에 높은 작품으로 기록되는 것이라 한다. 혹시 꿈에 보살님을 만난 것은 아닐까? 모나리자의 미소를 보고 있으니 온화한 미소와 다정한 눈빛이 인상적인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이 아닐까?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가 동성애자라는 속설도 저자가 콕 꼬집어서 이야기 해준다. 그림속의 미소년, 미청년이 두 화가의 동성애 때문에 그렇다는 주장과 인문학과 자연과학에 정통한 그들이 내놓은 양성합일의 개념이 담긴 그림이라는 주장이 있다고 말해줘 화가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작품을 바라보니 주인공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가 없다. 원래 저 시대 사람들은 다 미소년이었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군.

 후기르네상는 정치적 혼란기의 그림이란 느낌이고 베네치아 화풍은 그동안의 그림들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채도의 차이가 팍팍 나는 느낌이다. 전체적인 그림이 뿌옇거나 색감이 새롭게 느껴졌다. 이것이 베네치아의 기후와 관계있으며 훗날 인상파의 시초가 된다고 전한다.

 페미니스트 미술가의 공격 대상이 된 틴토레토. 그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들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과 발칙한 상상이 낳은 위대한 작품들”임에 분명하다. 이전 시대의 작품에 비해 더 강한 느낌과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르침볼드의 사계는 미술책에서 어렴풋이 본 기억이 있다. 온갖 종류의 꼭과 과일로 사람의 얼굴을 그려낸 그의 독특한 발상이 대단하다. 괴기스럽기까지 한 이 작품을 보면서 작가는 왜 저렇게 얼굴을 표현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또한 카라치의 작품은 작가의 말대로 “콘트라스틀 가득 준 그림”같다. 뿌옇다기보다 탁하다는 느낌이 날 정도다. 그 전까지 그림들이 밝거나 사실적인 색조였는데 이곳은 색감이 너무 짙어졌다. 그러다가 18세기 베네치아 풍경화 ‘베두타’를 보는 순간 감탄 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사실적으로 묘사해뒀는지, 당장 가방 싸서 베네치아로 가고 싶어지게 만든다.

책의 장이 넘어갈 때마다 역사적 흐름과 세계적 충돌을 다룸으로서 역사의 흐름과 화풍의 흐름을 이해하기 쉽게 해 준다. 무엇보다도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황제 대관식’은 그림이라기보다 영화의 스크린 샷이라해도 믿을 만큼 정교하고 장엄해 그 분위기가 너무나 엄숙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그림속의 자신의 얼굴을 보며 “내가 점이야?”라고 말했다는 인상주의 작품들,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 외면 받던 그들이 훗날 최고의 화가로 불리게 될 때까지의 이야기들 모두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 권의 책 속에 수많은 작가가 나오고 작품이 나오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니 이 화가는 자연주의였던가?? 하며 기억이 다시 가물가물해진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작품들 속에 시대적 사상과 개인적 신념 사상이 담겨져 있으며 대략적으로 작품을 어떻게 관찰해야 하는지를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 미술작품 앞에서 작품에 대한 지식을 뽐내려면 자주 작품을 접하고 이런 책을 많이 읽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아직 멀었나 보다 자주 예술작품을 접하며 내공을 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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