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 강화의 자연 속에서 삶을 그립니다
김금숙 지음 / 남해의봄날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해의 봄날 출판사에서 나온 책 중 두 번째 접하는 책이다.
첫 책은 캐나다 국민 작가 모드 루이스의 아트북 [모드의 계절]. 책의 느낌이 좋으면 출판사에 대한 이미지까지 좋아진다. 두 번째 책이 바로 이 책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이다. 두 권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출판사는 참 따뜻하고 자연친화적인 감상의 책을 펴내는 듯하다. 사실 이번 책으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또 있는데 바로 이 책을 쓰고 그리신 작가 "김금숙" 님이다. 낯선 이름의 작가님이었는데 만화계의 오스카 상인 '하비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고 20여 개 나라의 언어로 번역 출간된 책도 다수였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생소한 분야의 작가님으로 이 책 곳곳에도 소개가 나온다. 그래픽 노블 장르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로 겨우 접했는데 상당히 고난이도의 작업량이 필요할 대단한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은 그래픽 노블은 아니고 김금숙 작가의 프랑스에서 예술 공부하던 시절과 강화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여 남편과 반려견들과 함께 하는 일상을 소소히 풀어낸 에세이다. 우리 주변 곳곳에는 성공과 열정을 외치며 자기계발만이 단 하나의 목표인 듯한 삶도 많은데 번잡함 없는 시골로 들어가 새로운 삶을 꾸리는 작가의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작가님의 상황이라면 도심에 살면서 영광을 누리며 떠들석하게 살고 싶을 것 같은데 작가는 태어난 고향과 비슷했던 시골 마을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다양한 사람이 있듯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할 것이다. 누군가는 오늘도 시간을 쪼개가며 밤을 새며 성공 궤도에 한 발을 들여놓기 위해 아낌없이 날을 보낼 것이며 또다른 누군가는 사계절을 느끼며 흐르는 대로 그냥 시간을 흘려 보내기도 하겠지. 최선을 다하는 삶 가운데서도 흐르는 시간을 눈에 담고 가슴에 품으며 조그만 정이라도 이웃과 나누 삶을 지속하는 것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가 펴낸 책들을 둘러 보면 사회 이슈가 되는 묵직한 사건들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것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상처'에 대해서 깊이 탐구하고 소리내어 알리려는 작가의 책들을 찾아 읽어야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나는 가치가 무엇인지 작가님은 분명 알고 계신다. 나는 독자로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작가님을 응원하는 마음 한 줌 가슴에 품고 열심히 읽는 수밖에. 따뜻한 글과 그림이 참 좋았다.

📘📘📘

🔖54.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마음의 문제이기도 하고 햇살 덕분이기도 하다. 산책은 자아와 만나는 축복의 시간이다. 산을 오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저 풍경 때문이리라.

🔖64. 나무 아래 있으니 아무리 멋진 나무여도 나무를 볼 수가 없구나. 적당한 거리에서 보이는 옆집 소나무는 훨씬 작지만 그 모양과 색을 볼 수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나무이고 적당한 거리에 있어도 또한 마음이 없으면 보지 못하리라.

🔖171. "캐리커처 한 장 그려 주세요."
마치 물 한 잔 달라는 듯이 사람들은 요구했다. 지금의 그림을 그리기까지 작가들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간 공을 들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책이 아닌 아무 종이나 내밀며 캐리커처를 그려 달라고 한다. 이런 '문화'는 어디서 와서 어떻게 정착하게 된 걸까.
최근 대한민국에는 동네 책방이 많이 늘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만화가는 신작을 내면 사인회할 기회가 거의 없다. 책을 내도 낸 것 같지가 않다. 책이 출간된 순간만 잠시 반짝하다가 다른 신간에 묻힌다. 북토크나 사인회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또 이 기회는 홀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유일하게 자신의 작업실에서 나와 독자와 소통하는 시간이다. 강의에 나가지 않고 작업에만 집중하는 작가는 더 그러하다. 책방에서는 책에 사인을 한다. 하지만 행사를 할 때는 아직도 구겨진 종이를 내미는 사람이 있다. 쉽게 얻은 그림은 휴지 조각처럼 버려질 게 뻔하다.

🔖178. 강화에 살면서 굳이 어디를 가지 않아도 천지에 널린 것이 봄이어서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부자들의 인간관계 - 부자가 만나는 사람, 만나지 않는 사람
스가와라 게이 지음,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렇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껄껄
게다가 인간관계에 대한 쉬어가는 타이밍도 필요하던 찰나
좋은 책을 만나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거창하게 부자가 되는 방법 같은 이야기는 없다.
책의 전반에 관해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으며 꽤나 공감간다.
물론 책에서 제시하는 대로만 한다면
무조건 부자가 될 것이다!는 아니더라도
좀더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하며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를
적당히 정리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삶이 풍요로울 것이고 그로인해 운명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는 법!

사람들과 관계 나누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며
미처 인식하지 못한 작은 변화들만으로도
그 사소했던 선택의 순간들이 나중에 어떤 결과로 발휘될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책을 쓴 사람은 스가와라 게이는 프리랜서 편집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부와 성공을 거머쥔 사람들과 가까이에서 지내면서
그들의 인간관계에 집중하게 되고
'부를 가져다주는' 인간관계의 비법을 탐구하고 분석하여
이 책에 눌러 담았다.
이왕이면 곁에 두어야 될 사람과
어지간하면 거리를 두고 피해야 할 사람.
큰 챕터 7가지로 글을 나누었고
그안에서 또 세세하고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을 한다.

1. 인간관계야말로 성공과 행복의 열쇠다
: 사람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의 50%이상이 관계 때문이라고 한다. 좋은 관계를 맺고 나와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

2. 부자들은 특별한 눈을 가졌다.
: 일상에서 배어나오는 사소한 태도나 소통하는 자세만 보아도 상대의 인격을 어느정도는 알 수 있는 법이다. 진심을 항상 표현하고 말의 기술도 익힐 필요가 있다.

3.부자들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산은 시간.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는 것도 아니라 쉽게 생각하게 되는 시간의 중요성은 일일이 말하기도 입 아픈 법. 이 책에서는 지각은 범죄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한다. 새겨 듣기.

4. 부자들은 스펙을 보지 않는다.
: 스펙이라는 결과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게 사실 제일 쉬운 방법이다. 그나마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부자들은 남다른 기준점을 둔다. 그 역시 앞에서 이야기하는 관계라는 틀 안에서의 일상적 태도나 소통 방식, 도전 정신등을 꼽는다.

5. 부자들은 돈을 접어두지 않는다.
: 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늘 고민하고 써야할 때와 쓰지 말아야 할 때를 명확히 파악한다. 이 챕터에서 '가성비와 싸구려를 구분할 줄 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언뜻 혼동하기 쉽지만 싸구려를 싸게 산 것은 가성비가 좋은 게 아니라는 말에 조금 놀랐다. 싸게 샀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충동구매는 결국 손해일 뿐이라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겠다.

6. 부자들은 적당한 거리를 둔다
: 관계 속에서도 상황과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를 건 잘라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부부와 가족 사이에도 온전한 나만의 거리가 필요한 법인데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적당한 거리를 지키자.

7. 부자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 혼자여도 외롭지 않다. 결국 모든 관계의 시작은 나 자신으로부터! 잘 먹고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기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자. 나로서의 버팀목을 든든하게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결국 책은 소통과 관계를 이야기하고
피해야 할 사람과 만나야 할 사람을 알려주는 지침서인 동시에
나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야 도움이 되는지를 언뜻 알려준다.
남을 바꿀 수는 없고 나 자신은 변해갈 수 있으니까.


+12. '밀접'이 주는 위험은 인간관계에서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람을 사귀는 것은 공적인 자리뿐만 아니라 사적인 자리에서도 새로운 행동 규범이 될 것이다.

+32.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처럼 사소한 계기로 만나 인간관계를 맺게 되는 것도 사실은 깊은 인연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인간관계는 매우 섬세한 것이어서 조금이라도 부주의했다가는 어이없이 깨지기도 한다. 그래서 중요한 인간관계는 필사적으로 소중히 지켜야 한다. 과한 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55. 사람의 평가는 이런 사소한 일들이 쌓여서 정해진다.

+57. 능숙하게 대화하려면 자신이 듣고 말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어야 할까? 5 대 5일까? 아니면 3 대 7 정도일까? 둘 다 정답은 아니다. 무려 듣기가 90%, 말하기가 10%다. 대부분 상대가 말하게 하는 것이 능숙한 대화법이라는 뜻이다.
대다수는 이보다 두세 배 많이 이야기한다. 내일부터는 말하고 싶은 기분을 꾹 억누르고 듣는 데에 좀 더 무게를 두자. 실제로 이 정도 비율로 대화해야 상대방은 듣고 말하는 비율을 5 대 5 정도로 인식한다고 한다. 사람의 심리는 그만큼 자기중심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103. 누구나 처음부터 지각하겠다는 마음을 갖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지각을 하게 된다면 자신으로 인해 거북해진 분위기를 보며 이후로는 더욱 조심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각을 반복하는 사람은 자기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116. 휴대전화의 무제한 통화 요금제나 인터넷 접속만 된다면
돈이 들지 않는 모바일 메신저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무심코 시작한 대화가 속절없이 길어지는 일이 종종 생긴다. 물론 긴 통화를 했더라도 '아,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라고 생각된다면 그 시간은 가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시간이 흘러 갔네'라고 후회가 밀러온다면 시간 도둑에게 내 시간을 빼앗겼다고 맹렬히 반성하는 편이 났다.

+169. 이상적인 인간관계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주고받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한쪽은 받기만 하고 다른 한쪽은 주기만 한다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 주고받는다는것은 물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정말 너무 좋았다.
책을 처음 받아보고 두께에 아주 살짝 놀라긴 했지만
책의 두께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몰입이 잘 되었고
대하소설 특성상 분명히 지루하고 느려지는 전개에
속도가 떨어질 만도 한데 끝까지 지루함 따위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한국계 미국인이 작가가 쓴 책으로
영어로 책이 출판되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이렇게 한국적인 소설이
전세계에 뻗어 나가는 글이 될 수 있다니 왠지 가슴이 벅차다.
백범 김구 선생님들 도와 독립 운동을 펼치셨다는
작가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라,
이 글을 쓴 밑바탕이 된 것 같았다.


소설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의 모습까지 보여주지만
역사적 사건이나 실제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인간의 모습과 내면을
더 생생하게 전달한다.
격동의 시대에서 주인공들의 삶의 이야기는
슬픔도 분노도 있고 기쁨과 즐거움도 있다.
등장인물 모두가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다.

눈 덮인 산에서 길을 잃은 일본 순사의 목숨을 구해준
사냥꾼의 일화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일로 일어나게 되는 미묘한 일들이 시간의 흐름을 타고
결국 우리 모두는 이어져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선택이 불러오는 사건들이 돌고 돌아
현재를 이루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
사냥꾼에게 고마웠던 일본 순사가 증표로 남겨준 물건이
한때는 사냥꾼의 아들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시간이 더 지나서는 그 물건으로 인해
또다른 오해가 발생하여 최악의 상황까지 몰고가는
아이러니한 삶의 모습에 황당하고 허탈하여 웃음이 났다.
마찬가지로 친일에 앞장서며 한평생 평탄한 삶을 누리던 김성수가
친구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태극기를 찍어냈던 일로 인해
목숨을 구하는 모습을 보고 또 한번 당혹스러웠다.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알고 하는 선택은 많지 않을 것이고
알고서 선택한다고 해도 당장 눈앞의 결과만으로는
모든 걸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마 그때의 시대 상황에서는 지금보다 더 허무하고
이해 못할 일들이 많았음이 이 소설속에서도 자명하게 드러난다.

그속에서도 빠질 수 없는 사랑과 우정, 가족의 정의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계기가 된다.
등장인물 모두가 결과적으로 봤을 때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때 그가 이랬더라면, 하고
자꾸 다른 선택지의 상상을 멈출 수가 없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인물들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우리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는 소설이다.
우리 모두의 삶은 모두 살아볼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고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다산 출판사 책은 진짜 믿고 본다. 무조건 강추!

●78. 가장 놀라운 사건들은 아무도 눈치 챌 수 없이 작은 바늘 하나가 떨어지듯 시작하여 꼬리를 물고 연쇄한다.

●144. 과거의 가장 좋은 점은 그것을 이미 지나쳐 왔다는 것이다.

●152. 정호가 그 여자아이를 반히 쳐다보고 있는데, 그가 바구니에서 코스모스 한 송이를 집어 들더니 환하게 웃으며 정호의 얼굴을 향해 그 꽃을 던졌다. 얼굴 위에 부드러운 꽃잎이 떨어지는 순간, 정호는 저 아이가 자신에게 일부러 장난을 치고 있다는 생각에 공포와, 그리고 똑같은 이유로 환희에 빠져들었다. 그의 놀란 마음을 눈치챈 미꾸라지와 영구가 웃음을 터뜨리며 사정없이 놀려대는데도 정호는 그게 전혀 짜증스럽거나 거슬리지 않았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그
자신도 아직 알지 못했으나, 어떤 경이로운 것에 대한 의식이 그의 가슴속 깊이 들어왔다.

●153. 삶이 꾸준한 전진의 과정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태도는 젊음 특유의 요건이다.

●162. "내가 어른이 되면 이것보다 백배는 더 좋은 걸 너한테 갖다줄 거야." 정호가 옥희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건 바로 그런 모습 때문이었는데, 그가 평생 벌 수 있을 만한 것보다 더 값진 것을 주겠다고 스스로 믿어 의심치 않는 그 당당한 자신감이 옥희의 눈에 들었던 것이다.옥희에 비하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그럼에도 정호는 절대로 비굴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결코 자신의 상황을 탓하거나 과거를 후회하지 않았다. 마치 텅 빈 그릇 같았으나,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씨처럼 떨어져 내린 곳에서 멀리 탈출하기는 힘들 테지만, 갇힌 존재가 되기를 스스로 거부했다는 그 단순한 이유만으로 정호는 충분히 행복할 거라고.

●172. 성수의 도덕적 해이함은 단이에게 일종의 여지를 주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그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명보의 청렴하고 정직한 태도는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게 했으며, 그래서 그를 더위 존경할 만한 인물로 보이게 했다.

●192. "글쎄, 최소한 그러면 우리 모두가 파괴되는 일은 없겠지. 이름뿐인 독립과 실질적인 번영 중에서 과연 어느 쪽이 더 중요하겠나? '독립'을 이룬디는 명목 아래 전 국민의 절반이 목숨을 잃고 만디면, 싸움의 근본적인 목적이 무너지는 꼴 아니겠어? 자네는 죽음 따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초연하게 행동하지만, 우리가 이런 악전고투를 감행하는 것도 결국 살자고 하는 일이잖아. 안 그래?"

"맞아, 나는 죽는 것쯤은 상관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자네처럼 우리의 저항이 모두 헛되다고 보진 않아. 자네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도움은 진정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으로 받고 있네. 하지만 나는,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다른 사람들은....으니가 하는 운동의 목적은 그저 멸종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정의로운 일을 하는 거야.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결정하는 것은 진정으로 논리의 영역 밖에 있어. 내 행동 방식을 이해해 주리라 기대하지는 않겠네. 나는 그저 내 영혼이 시키는 걸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지."

●211. 옥희가 팔을 뻗어 정호의 손을 잡았다. 옥희의 손가락 끝이 닿는 순간 정호는 팔 전체에 별똥별이 튀는 느낌이었다. 정호는 옥희에게 말하고 싶었다. 내 머릿속에는 언제나 네가 있다고. 마치 집이라도 되는 양, 넌 아예 그곳에 눌러앉아 살 수도 있을 거라고.

●512. 아무도 믿지 말고, 불필요하게 고통받지도 마. 사람들이 하는 말 드니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언제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513. 호랑이만큼은 정말이지 놓치고 싶지 않아. 일본에는 그처럼 사나운 맹수가 없거든. 영토로 따지면 우리가 훨씬 더 큰 나라인데도 말이야. 이 작은 땅에서 어떻게 그리도 거대한 야수들이 번성할 수 있었는지 신비로울 따름이야.

●603.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김주혜 #작은땅의야수들 #다산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바로의 여행
국지승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을 보는 나이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에 읽은 짧은 그림책 역시 마찬가지다!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어린이에게든 어른에게든
얼마든지 추천할 수 있는 책이 되겠다💚

쓰고 그린이는 국지승 님으로
[앗 따끔], [엄마 셋 도시락 셋], [아빠 셋 꽃다발 셋]등을 펴낸 그림책 작가님!
[바로의 여행]에는 그림책 작가 다영씨가 나오고
그녀가 그리고 쓰는 책의 주인공이 바로 '바로'이다.
책 속의 책이라는 점도 신선하고 색다르다.
그림속에서 바로는 항상 달리기 1등을 하던 달리기 왕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바로는 달리기를 멈추게 된다.
달리기를 멈추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바로의 여정을 그린 작품.

"왜 달려야 해요?!"
"모두가 달리잖아!"

심장이 잠시 쿵!했다.
달리기가 갑자기 싫어진 '바로', '바로'를 다독이며 이끌어주는 다영씨도
바로가 잘 되길 바라서 계속 재촉하고 끌어온 것일 텐데!
물론 서로가 서로를 위하지만, 결국 서로의 진정한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
바로가 여행을 떠나며 찾은 진실은
모두가 가는 길이라고 해서
억지로 발맞춰 가야 할 일이 아니라
나의 길은 내 스스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역시 속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이겠지.

다영씨와 바로의 앞날을 응원한다.
바로의 시리즈가 나오길 조용히 바라본다 🖤

#국지승 #바로의여행 #창비 #창비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림의 힘 2 (10주년 기념 김창열 특별판) - 최고의 나를 만드는 62장의 그림 습관 ㅣ 그림의 힘 시리즈 2
김선현 지음 / 세계사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세울 만큼 당당한 취미는 아니지만
그림 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
당당하지 않은 이유는 진짜로 그림에 대해 아는 게 없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을 가거나
그림과 글이 함께 있는 책은 그냥 지나치질 못하는....
손길이, 발길이 저절로 간다. 일종의 습관이랄까?
미술 심리 치료의 국내 최고 권위자 김선현 교수님의
[그림의 힘2]는 전작 [그림의 힘]의 인기에 힘 입어 2권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1권에서는 돈과 시간 등의 테마가 나뉘어
그림을 감상하고 위안을 얻는 법을 소개했다면
이번 신작 [그림의 힘2]는 일상에 좀더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다.
스트레스와 피로감, 불안감을 극복하고 '최고의 나'를 이끌어 내는데 도움을 준다.
그림 설명은 전혀 어렵지 않고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심상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그림의 정답은 딱히 없다고 생각한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워지는게 미술이지만
왠지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내 옆에서 한없이 가까운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알만한 작가의 작품들도 있었지만
정말 새롭고 낯선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지루할 새 없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즐겁다.
한 권을 다 읽었지만 그래도 계속 손 닿는 곳에 두고
일상에서 피로감이나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
이젠 어디라도 툭툭 펼쳐서 그림속으로 들어가 몰입을 느끼고
감정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든든하다.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때나
와인 한 잔, 침대 머리 맡에서나
모두가 잠든 조용한 밤,
언제 어디라도 위로와 평안을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26. 성공을 원하는 모두에게는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 과감함이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있습니다. 이 그림이 시끄러운 주위 환경, 또는 내 안의 두려움과 불안을 차단하고, 지금 해야 할 것에 몰두하는 힘을 전해주길 바랍니다. -앙리 마티스<춤>

🔖72. 플라시보 효과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약사이자 심리치료사인 에밀 쿠에는 우리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굳은 의지가 아니라 긍정적인 상상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이 상상력이야말로 정말 실오라기 같은 기회가 찾아온 순간, 다른 사람 모두가 지나친 그 기회를 나만은 잡을 수 있게 만드는 힘입니다.

🔖255. '하고 싶은 일'을 위한 과정은 '해야 하는 일'의 연속입니다. 이 '해야 하는 일'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거꾸로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데, 우리는 이것을 일탈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어쩌면 이런 멋진 일탈을 꿈꾸는지도 모릅니다. 일상에 충실하지도 않았으면서 떠나고 싶다고 떠나는 것을 도망,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것을 방종이라고 부릅니다. 만족감을 주는 멋진 일탈은 일상생활에 최선을 다한 사람만의 것입니다.

#김선현 #그림의힘 #그림의힘2 #그림습관 #세계사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