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봄날 출판사에서 나온 책 중 두 번째 접하는 책이다.첫 책은 캐나다 국민 작가 모드 루이스의 아트북 [모드의 계절]. 책의 느낌이 좋으면 출판사에 대한 이미지까지 좋아진다. 두 번째 책이 바로 이 책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이다. 두 권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출판사는 참 따뜻하고 자연친화적인 감상의 책을 펴내는 듯하다. 사실 이번 책으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또 있는데 바로 이 책을 쓰고 그리신 작가 "김금숙" 님이다. 낯선 이름의 작가님이었는데 만화계의 오스카 상인 '하비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고 20여 개 나라의 언어로 번역 출간된 책도 다수였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생소한 분야의 작가님으로 이 책 곳곳에도 소개가 나온다. 그래픽 노블 장르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로 겨우 접했는데 상당히 고난이도의 작업량이 필요할 대단한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은 그래픽 노블은 아니고 김금숙 작가의 프랑스에서 예술 공부하던 시절과 강화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여 남편과 반려견들과 함께 하는 일상을 소소히 풀어낸 에세이다. 우리 주변 곳곳에는 성공과 열정을 외치며 자기계발만이 단 하나의 목표인 듯한 삶도 많은데 번잡함 없는 시골로 들어가 새로운 삶을 꾸리는 작가의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작가님의 상황이라면 도심에 살면서 영광을 누리며 떠들석하게 살고 싶을 것 같은데 작가는 태어난 고향과 비슷했던 시골 마을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다양한 사람이 있듯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할 것이다. 누군가는 오늘도 시간을 쪼개가며 밤을 새며 성공 궤도에 한 발을 들여놓기 위해 아낌없이 날을 보낼 것이며 또다른 누군가는 사계절을 느끼며 흐르는 대로 그냥 시간을 흘려 보내기도 하겠지. 최선을 다하는 삶 가운데서도 흐르는 시간을 눈에 담고 가슴에 품으며 조그만 정이라도 이웃과 나누 삶을 지속하는 것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작가가 펴낸 책들을 둘러 보면 사회 이슈가 되는 묵직한 사건들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것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상처'에 대해서 깊이 탐구하고 소리내어 알리려는 작가의 책들을 찾아 읽어야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나는 가치가 무엇인지 작가님은 분명 알고 계신다. 나는 독자로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작가님을 응원하는 마음 한 줌 가슴에 품고 열심히 읽는 수밖에. 따뜻한 글과 그림이 참 좋았다.📘📘📘🔖54.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마음의 문제이기도 하고 햇살 덕분이기도 하다. 산책은 자아와 만나는 축복의 시간이다. 산을 오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저 풍경 때문이리라.🔖64. 나무 아래 있으니 아무리 멋진 나무여도 나무를 볼 수가 없구나. 적당한 거리에서 보이는 옆집 소나무는 훨씬 작지만 그 모양과 색을 볼 수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나무이고 적당한 거리에 있어도 또한 마음이 없으면 보지 못하리라.🔖171. "캐리커처 한 장 그려 주세요."마치 물 한 잔 달라는 듯이 사람들은 요구했다. 지금의 그림을 그리기까지 작가들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간 공을 들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책이 아닌 아무 종이나 내밀며 캐리커처를 그려 달라고 한다. 이런 '문화'는 어디서 와서 어떻게 정착하게 된 걸까.최근 대한민국에는 동네 책방이 많이 늘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만화가는 신작을 내면 사인회할 기회가 거의 없다. 책을 내도 낸 것 같지가 않다. 책이 출간된 순간만 잠시 반짝하다가 다른 신간에 묻힌다. 북토크나 사인회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또 이 기회는 홀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유일하게 자신의 작업실에서 나와 독자와 소통하는 시간이다. 강의에 나가지 않고 작업에만 집중하는 작가는 더 그러하다. 책방에서는 책에 사인을 한다. 하지만 행사를 할 때는 아직도 구겨진 종이를 내미는 사람이 있다. 쉽게 얻은 그림은 휴지 조각처럼 버려질 게 뻔하다.🔖178. 강화에 살면서 굳이 어디를 가지 않아도 천지에 널린 것이 봄이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