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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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문학의 필독서이자 이정표로 자리매김한 신시아 오직의 [숄]. 단편 [숄]과 [로사] 2가지가 실려 있고 모두 단편 소설에 주어지는 가장 권위있는 상인 오헨리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처음 읽었을 때 강렬하고 서늘했다. 읽은 책들 중 손에 꼽을 만큼 얇은 두께이면서 어찌나 묵직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 감정들이 들어 있는지 연이어 두 번을 읽었다. 폭력적인 단어나 적나라한 묘사 없이도 홀로코스트의 비인간적인 모습과 잔인성을 여실히 보았다.

지옥에서 살아남은 로사는 여전히 그 지옥의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로사의 조카 스텔라나 빨래방에서 만났던 퍼스키와 대조적인 모습에 가슴이 아렸다. 과거 속에서만 살 수는 없다고 미래를 향하자는 그들의 말을 로사는 이해할 수 없다. 로사에게 과거는 그저 꿈이고 미래는 농담이며 진행중인 삶은 히틀러, 그것 뿐이다. 학살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타인이 이해할 수 있을까.

지옥같은 참혹한 상황에서 전부였던 딸을 잃고 버텨내는 삶은 이미 그때 끝이났는지도 모른다. 도둑 맞은 삶.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공기와 온도, 삭막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지만 나는 여전히 로사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스텔라나 퍼스키처럼 과거를 잊고 다가올 새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지만 그 마음 역시 나의 이기적인 바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삼십 년이 지나도 로사에겐 여전히 진행중인 비극인 것이다.

그저 로사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을 비극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더이상 생겨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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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과거 속에서 살 수는 없는 법이오.

🔖45. "삶이 없는 사람은," 로사가 대답했다. "자기가 살 수 있는 데서 사는 거죠. 가진 게 생각뿐이라면, 생각 속에서 사는 거고요."

#신시아오직 #숄 #문학과지성사 #문지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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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 - 삶에 영감을 불어넣는 40가지 철학의 순간들
인생학교 지음, 정은주 옮김, 알랭 드 보통 기획 / 오렌지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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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첫책 !!!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철학"에 많은 관심이 간다. 깊고 심오하게 파고드는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 걱정이나 불안이 몰려올 때 큰 위안이 된다.

알랭 드 보통이 주축이 되어 만든 프로젝트 학교인 "인생 학교"에서 출간한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은 철학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서양부터 동양 철학까지 중요한 철학자와 철학 사상을 훑기 쉽게 한 장씩 간단히 소개한다. 글씨가 빼곡한 책을 펼치는 것부터 겁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대신 깊이있는 설명은 부족하긴 하다.

1장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부터 시작해 2장 불안에 대처하는 법, 3장 관계에서 중심잡기, 4장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기 등 넓직한 주제 구성은 좋다. 좀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상과 철학자는 추가적인 책들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하나하나의 질문들과 그에 어울리는 사진들을 보는 재미 또한 무시할 순 없었다.

한 권의 사진집과 그에 따르는 철학적인 질문과 설명이 덧붙여진 책이라 해도 괜찮을 듯! 동양 철학에 더 치중된 듯한 책 내용에 나도 선불교나 도교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속지도 고급스럽고 양장인데다 예쁜 디자인까지🖤 소장용으로도 좋다.

깊이 있는 철학을 원한다면 비추천이나, 두루두루 다양한 철학 사상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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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중요한 것은 돌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돌을 발견하는 감수성과 상상력, 매혹될 줄 아는 태도에 강조점이 놓였다. 우리는 이와 비슷하게 세심하고 관대한 시선을 지금껏 눈여겨보지 않던 주변으로 돌려볼 수 있다. 그러면 구름이나 비, 길가에 자라는 잡초, 특별히 잘나지는 못해도 다정한 친구가 기쁨과 위안을 주는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

🔖119. 숭고한 대상 앞에서 작아지는 느낌은 정신적 고양과 심오한 구원의 효과를 갖는다. 웅대한 전체 배열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가 완전히 무화되고 하찮아지는 느낌을 받으며, 그리하여 야망과 욕망의 무게로 인한 압박감을 덜게 된다. 숭고한 것은 우리 각자의 걱정이 다행히도 무의미해 보이는 시각을 선사해준다.

#알랭드보통 #인생학교 #나를채우는일상철학 #교양철학
#오렌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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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 21세기 신인류, 플랫폼 노동자들의‘별점인생’이야기
유경현.유수진 지음 / 애플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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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에 목숨이 달려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뒷 이야기. 소비자로 누릴 수 있었던 편리한 세상은 어쩌면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 덕분일 수도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원하는 만큼만 일하며 일한 만큼 벌 수 있는 구조는 언뜻 들으면 신세계 같기도 하다. 자율성! 그 뒷면에는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고 보장해 주지 않는 그늘이 많았다.

플랫폼 시장의 발전이 해를 거듭할 수록 빨라지고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동시에 플랫폼을 통해 노동하는 많은 사람들의 현실도 찬란할까? 정답은 아니었다. 플랫폼 기업들은 노동자를 직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로 간주하여 높은 수수료를 떼고, 사업이 성장할수록 일을 원하는 사람들이 몰려 들어 노동에 대한 금액 가치는 갈수록 낮아지는 것. 더 많이 일을 해도 수익은 제자리인 현실... 씁쓸했다.

물론 플랫폼의 활성화로 (우버, 펫시터, 도그워커, 가사도우미 등)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게 된 건 확실하지만 무한 경쟁의 정글에서 노동자에 대한 보호는 어디에서도 이뤄지지 않는다. 말그대로 각자도생. 플랫폼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에 대해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꼭 한 번 생각해볼 문제이긴 하다. 기업도 잘 살고 노동자도 잘 살며 소비자까지 함께 좋을 세상은 도무지 힘든 것일까?

일자리의 형태는 계속 변해갈 것이고 그에 대해 기업, 노동자, 소비자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변화에 발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적인 제재도 꼭 필요할 것 같다. 잘 사용하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는 플랫폼 일자리들, 그리고 피 말리는 정글이 된 상황의 플랫폼 노동자의 현실, 두 가지 상황이 잘 드러나 있어서 읽기에 더 좋았다.

쩝. 그나저나 노동자의 권리는 보장하는 게 마땅한 일인 게 맞기는 하나... 개인사업자로 등록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나 자영업자들은 누가 보호해 주나... 복잡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유급 휴가, 산재 등 많은 보장제도들이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씁쓸한 현실은... 사실 자영업자들에게도 마찬가지 아니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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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람들의 '언택트 라이프'를 원활하게 만들어 준 '재택근무', '원격 수업', '온라인 쇼핑'의 이면에는 더 많은 위험과 불안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있다. 우리의 안전이 다른 누군가의 위험을 통해 보장되는 구조로 말이다.

🔖174. 플랫폼에서는 각자도생이 숙명이다 보니 한 건 한 건 일을 치열하게 찾아야 한다. 그러면서 모두를 경쟁자로 느껴야 하는 현실이 조금 슬프고 씁쓸하다. 같은 일하는 사람들이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인식되는 순간, 불안과 압박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192. 우버 기사는 우버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가 아닌 우버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는 '소비자'로서 사용료를 28%씩이나 지불하는 것이다.

🔖196. 플랫폼이 만들어 놓은 무한 경쟁의 정글에서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투자하는 주체는 기업이 아닌 플랫폼 노동자다. 기업이 내세운 '자율성'이라는 슬로건은 달콤하지만, 실상은 위험 요소와 경쟁 요소를 모두 개인에게 떠맡기는 격이다.

🔖201. 우버 기업의 광고처럼 차량과 핸드폰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말해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커리어'와 같다는 말이다.

🔖207. 플랫폼 기업은 당연히 돈을 많이 벌만 해요. 아이디어를 내고 밑바닥에서 시작해 회사를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했으니까요. 하지만 우버와 리프트 같은 플랫폼 기업이 수십억 달러를 벌면서 기사들을 굶주리게 하고 노숙자 신세로 만드는 건 옳지 않아요.

#유경현 #유수진 #별다섯개부탁드려요 #애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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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하 인간 - 노력하고 성장해서 성공해도 불행한
제이미 배런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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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와 에필로그만 봐도 끝난 책! 책 내용은 세세하고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나 쉴 새 없이 달리고만 있을까?

항상 무언가를 증명해야 되고, 시간을 쪼개 노력해야만 하고, 나를 갈아넣어서 얻어지는 그 무언가가 정말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하는지?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갈아 쓰는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 그런 행복의 미래는 결코 오지 않는다는 것.

뭔가를 보여주기 위한,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하는 행동으로 얻어진 모든 것에서는 결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가 없다. 성공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요즘이다. 사실 여러모로 많이 피곤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팔로워로 평가 당하고, 숫자를 위해 계속 보여줘야만 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현실이 버겁고 피로해 보인다. 뭘 위해서 무엇을 누리려고 하는지 모르는 채 반복되는 노력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되묻고 싶다.

"그래,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걷는다. 나의 산책을 돈벌이로 삼거나, 상업화하거나, 내가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하는 행동에서 벗어난 다른 무엇으로도 바꿀 생각 없다. 오로지 즐거움을 위한 만족." (p.275) 별 문장이 아닌 듯한 이 문장을 읽고 가슴이 철렁했다. 보여줄 필요 없이 비교할 필요도 없이 내 즐거움을 위한 만족. 그 만족감은 이미 자기안에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은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유유자적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을 영원히 쟁취하기로 마음 먹으면 후순위로 밀리기 쉬운 내 인생의 즐거운 순간들을 애써 미루지 말자는 것. 즐거움과 기쁨이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지금, 여기에서 잠시라도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온전히 느끼는 것. 그게 진짜 인생이다. 쉴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인생에서 놓치기 쉬운 제일 중요한 순간들. 보여주고 증명하고 쟁취하는 것, 조금씩 놓아보려 한다. 그렇다고 내 존재가치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일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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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근본적 만족은 당신만의 소박한 삶을 꾸려나가며 행복해지는 것이다. 잔인하고 엉망인 세상의 기준에 빗대어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고, 고군분투하고, 증명하고, 밥값을 해내려 아등바등하는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

🔖17. 야망도 일단 내려놓기로 했다. 그 야망의 추동력은 나를 갉아먹는 지속적인 불안이었으므로.

🔖47. 구독자와 '좋아요' 수가 나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를 결정하는 것처럼, 초조하게 숫자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130. 세상의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완전히 좋거나 나쁘기만 한 건 없다. 결국 이건 우리가 어느 쪽에 집중하는지의 문제다.

🔖195. 사회가 가치를 두라고 말하는 모든 욕망을 '따라가느라' 바쁜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큰 만족감을 주는 것을 놓치고 만다.

🔖230. 과거에 나는 계획을 세우고, 어떤 수를 써서든 이를 악물고 계획을 지키면 내가 가장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일이 풀리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있다. 모든 게 반드시 내가 기대한 대로 풀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실망하게 된다. 당연히 불안해진다. 그래서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으면, 우리는 핑계를 만들곤 한다. 우리가 못나서, 부족해서, 또는 과거에 어떤 불안하버나 상처가 되는 경험을 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은 건, 애초에 그렇게 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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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리는 개 안온북스 사강 컬렉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유진 옮김 / 안온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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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좋다고 무한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몇 줄의 문장으로, 짧은 글로도 마음을 후벼파는 감각을 느끼게 하는 책이 있다. 사강은 [패배의 신호]로 잠깐 접했는데 그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좋았다. 내용은 전혀 달라보이지만 결국에 사랑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한다는 건 동일하려나. 사강, 사강 하는 이유를 좀더 확고히 알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늘 치이고 굴욕당해도 아무렇지 않은 너무나 보잘것없는 한 남자인 "게레"는 어느 날 광재더미 앞에서 보석 꾸러미를 줍게 된다. 조용히 집어 들었던 이 보석은 살인 사건이 연루되어 있었고 그 일로 인해 게레의 인생은 그전과 다르게 흘러가는 듯하다. 하숙집 주인이자 한때 마피아의 정부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마리아는 게레의 보석을 보고 그를 용의자로 짐작한다. 자신을 용의자로 짐작하는 마리아의 눈빛에서 그전과 다른 경외감 혹은 진정한 남자로 바라보는 느낌을 받은 게레는 그녀를 속이게 되고... 마리아의 사랑을 계속 갈구하며 그녀와의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어떠한 상황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서서히 변해가는 생활 태도나 성격에 대한 묘사가 놀라웠다. 나도 잘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유려하고 정확하게 풀어놓은 글을 보면 가끔 너무나 놀라서 빠져드는데 이 소설 내내 그런 느낌이었다. 읽고 보니 나도 분명 느낀 적 있었던 이 감정, 말로 표현 못했던 그때의 기분과 표정이 새삼 떠오르는 것이다.

마리아는 게레를 사랑하긴 했던 걸까? 너무 평범하게 살아온 게레는 소용돌이 쳤던 과거를 가진 마리아에게 끌린 걸까? 아니면 정말 그 순종적이고 복종하려는 그 마음이 사랑인가? 나는 게레를, 마리아를 정말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고.. 한편으론 아예 낯설어서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도 같다. 둘을 다시 떠올려보니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은 기분이다.

마음이 뭔가 휑하니 서글퍼졌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자꾸 손이 가. 책을 덮자마자 다시 읽고 싶어졌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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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특히 영광의 하루를 보내고 난 지금, 그는 체포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보다 그녀가 더 이상 그를 용의자로 믿지 않는 게 더 두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을 무자비한 범죄자로 바라보던, 그래서 온종일 진정한 남자로 살게 했던 그녀의 사자같이 형형한 시선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두려웠다.

🔖157. 게레는 어디선가 두려움에는 냄새가 있다는 걸 읽은 적이 있었다. 아마 그건 진실일 거였다. 그리고 어쩌면 개가 그에게서 그런 냄새를 맡은 게 아닐까? 밤에, 홀로 침울한 방에서 옷을 벗으며 게레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팔과 어깨에 코를 갖다 대보았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피부에서 식별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치의 냄새였다.

🔖177. 그것들은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갑자기 이 누추한 집에 걸맞지 않아 보였다. 그 위풍당당한 보석들에서 핏자국이 지워지자, 부정할 수 없는 진품임에도 모조품처럼 밋밋하게 느껴진 것이다.

🔖179. 마리아가 입을 열었다. 수수께끼 같은 표정에서 벗어난 그녀는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를 것 같기도 했고, 눈물이 떨어질 것 같기도, 혹은 그를 물어 뜯어버릴 것 같기도 했다. 그를 향해, 너무도 흉폭한 동시에 애원하는 표정을 지으며 스스로를 억누르고 있었기에, 게레는 의자를 뒤로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랑수아즈사강 #엎드리는개 #안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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