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문학의 필독서이자 이정표로 자리매김한 신시아 오직의 [숄]. 단편 [숄]과 [로사] 2가지가 실려 있고 모두 단편 소설에 주어지는 가장 권위있는 상인 오헨리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처음 읽었을 때 강렬하고 서늘했다. 읽은 책들 중 손에 꼽을 만큼 얇은 두께이면서 어찌나 묵직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 감정들이 들어 있는지 연이어 두 번을 읽었다. 폭력적인 단어나 적나라한 묘사 없이도 홀로코스트의 비인간적인 모습과 잔인성을 여실히 보았다.지옥에서 살아남은 로사는 여전히 그 지옥의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로사의 조카 스텔라나 빨래방에서 만났던 퍼스키와 대조적인 모습에 가슴이 아렸다. 과거 속에서만 살 수는 없다고 미래를 향하자는 그들의 말을 로사는 이해할 수 없다. 로사에게 과거는 그저 꿈이고 미래는 농담이며 진행중인 삶은 히틀러, 그것 뿐이다. 학살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타인이 이해할 수 있을까.지옥같은 참혹한 상황에서 전부였던 딸을 잃고 버텨내는 삶은 이미 그때 끝이났는지도 모른다. 도둑 맞은 삶.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공기와 온도, 삭막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지만 나는 여전히 로사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스텔라나 퍼스키처럼 과거를 잊고 다가올 새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지만 그 마음 역시 나의 이기적인 바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삼십 년이 지나도 로사에겐 여전히 진행중인 비극인 것이다.그저 로사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을 비극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더이상 생겨나지 않기를 바란다. ▪︎▪︎▪︎▪︎▪︎▪︎▪︎▪︎▪︎▪︎🔖38. 과거 속에서 살 수는 없는 법이오.🔖45. "삶이 없는 사람은," 로사가 대답했다. "자기가 살 수 있는 데서 사는 거죠. 가진 게 생각뿐이라면, 생각 속에서 사는 거고요."#신시아오직 #숄 #문학과지성사 #문지스펙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