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치킨쇼 - 2022년 제28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106
이희정 지음, 김무연 그림 / 비룡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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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이다. 치킨 빠진 기념일은 상상 조차 할 수 없는데...그 치킨들 중에서도 최고의 치킨에게 수여되는 명예의 "황금닭"이 되기 위해 여기 백한 마리의 닭들이 오디션에 참가한다. 기발하고 재치 넘치는 이야기를 키득키득 웃으면서 따라 읽어가다보면 마냥 웃고만 있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다.

닭들의 세계도 인간 세계 못지 않게 치열하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여기까지 온 금수저 닭들과 이름도 모를 시골 촌구석의 열악한 환경에서 빛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지내온 닭은 언뜻 보기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한국의 불타는 교육열에 자신의 뜻도 없이 그저 주어진 대로, 시키는 대로만 해내면 성공이 보장된다고 믿는 부모와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천하제일 치킨 쇼에서 제일 두각을 드러내는 '일공일호' 닭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는 간단하고도 중요한 진실은 바로 스스로 원하는 꿈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목적도 없이 휘둘리지 말고 내가 가고자 하는 진실한 꿈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꿈에 다가선 순간이 눈앞에 왔다고 해도 그 순길은 나의 상상 속 시간들과는 다른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원했던 모습의 성취가 아닐 때 그때 또한 과감하고 용기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해 주는 책이다.

자신의 의지와 최선의 노력이 합쳐지면 뭐든 못해낼 일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치킨을 먹어본 사람이 되고 싶은 자칭 '치킨왕' 염유이와, 오디션에 참가한 백한 마리 닭들이 펼쳐내는 익살스럽고 스펙타클한 이야기에 가슴 찡한 감동까지 느껴볼 수 있는 [천하제일 치킨 쇼] !!!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강력 추천한다. 이렇게 가슴에 와닿는 구절이 넘치는 동화책이라니! "제 28회 황금 도깨비상 수상작"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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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아빠, 그럼 나도 바삭바삭한 사람이 될래. 프라이드치킨처럼 기본이 훌륭한 사람!

🔖37.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는 법. 늘 준비되어 있어야지. 인생은 전쟁터야. 전쟁의 제 1 규칙,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으려면? 강한 체력은 기본.

🔖48. 들어주든 안 들어주든 외치고 또 외쳤지. 그렇게 열 번, 스무 번 외치면 한두 개는 이뤄졌어. 삶은 투쟁이야. 쉽게 가질 수 있는 건 없어. 너희처럼 온실에서 자란 닭들은 모르겠지만.

🔖69. 우릴 위해 이렇게 큰 행사도 만든 분인데. 대한민국, 아니
세상에서 이렇게까지 닭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봉원 회장님뿐일 거야. 우린 그 믿음에 보답해야해. 맞아. 회장님은 항상 계획이 있어. 엄격하지만 다 우릴 위해 그런 거라고. 우린 그저 프로그램대로 하면 돼.

🔖118. 보통 치킨은 뜨거워야 맛있지? 그런데 닭강정은 식어야 바삭하고 고소해. 세상에 정해진 일 따윈 없어. 섣불리 판단하고 낙심할 필요도 없지. 어떤 상황에 처했든 시간을 조금 두고 지켜봐. 슬픔은 꽁꽁 얼렸다가 천천히 녹여 먹고, 기쁨은 뜨겁게 튀겨서 후후 요란하게 먹고, 분노는 찬물에 식혀서 쪼끔만 먹는 게 좋아. 뭐든 체하지 않게.

🔖136. 오븐구이 통닭은 전통 요리야. 끈기를 가지고 불속에 온몸을 던져야 돼. 그래야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최상의 결과물이 나와. 밑에 기름 쫙 빠진 거 보이지? 저게 다 성공을 위한 피, 땀, 눈물이라 이거야.

#이희정 #김무연 #천하제일치킨쇼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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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스전자 : 리더십 편 - 가우스의 글로벌 인재 육성법 가우스 전자
곽백수 원작, 김성호 지음 / 파지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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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는 편독하는 습관을 좀 고쳐보고자 새로운 책에도 주저말고 당당하게 손을 내밀 것이다. 웹툰이나 만화를 거의 보지 않았고 직장 생활이 소재인 책 역시 나에겐 가까이 두지 않는 책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너무 재미있었다. 2011년부터 네이버 웹툰 어플로 연재되어 드라마까지 만들어진, 회사 생활 이야기를 주축으로 펼쳐지는 직장 만화다. 이미 뭐 재미는 보장된 상황.

이번에 내가 접한 책은 [리더십 편]으로 회사를 경영하거나 인재를 육성하는 위치의 사람들이 읽기에 탁월하다. 직장 생활의 필독서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꼭 회사 경영이나 직장 생활에 속해 있는 사람들만이 아닌 일반인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무리가 없다. 처세술을 배우기 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키웠으면 한다는 곽백수 만화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챕터마다 짤막한 소제목과 함께 만화가 그려져 있고 그 내용을 중점적으로 파헤치는 글들이 소개된다. 어렵지도 않고 공감 쏙쏙, 이해 쏙쏙. 앉은 자리에서 휘리릭 읽힌다. 지금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받는 구절도 곳곳에 있었다. '엄청난 크기의 두려움을 감내하며 선택했던 수많은 의사 결정의 결과'로 지금의 가우스 전자가 있게 된 거고(물론 만화 속 상상의 공간이지만) '사업을 일궈내는 하나하나 쉬운 것이 없었'음에도 담대한 결정을 내리고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한 것. 누군가의 용기 있는 결단들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시작을 앞둔 지금 [가우스 전자]의 힘을 빌려 나도 용기를 내본다. 머뭇거리지 않고 담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리더가 되어보도록! 나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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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문제는 문제대로 인식하고, 대안은 함께 찾아야 합니다. 문제를 발견한 사람이 해결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스러운 것입니다. 문제를 발견했다면 그 경중과 시급함에 따라서 해결책을 찾아가면 됩니다. 그 중심에 리더가 자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문제를 발견한 사람에게 대안을 강요하는 것은 왜 쓸데없이 문제를 일으키냐는 비난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를 못 본 척 하거나 침묵하는 것에 일조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문제를 드러내지 않는 것보다 위험한 일은 세상에 없습니다.

111.관점이 다르면 약점을 강점으로 볼 수도 있다.

134. 직장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기업인으로서 우리 모두는 자신이 가진 본인의 독특성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습관처럼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비교하며 남의 결과물을 베끼는 행동의 이면에는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 그리고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요?

223. 도전과 실험은 선택입니다. 조건이 맞을 때 당연히 나오는 반응이 아니라 당신이 대가를 감수하고도 하고자 하는 의지와 강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렇거에 도전과 실험이 소중한 것입니다. 자, 당신은 어떤 목표에 도전하고 싶나요? 당신은 어떤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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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너머, 여름
한윤서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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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여자들의 다섯 가지 여름을 담았다. 찌는 듯한 여름 너머에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소설 속 다섯 여자들은 서로 '관계' 속에서 '각자'인 듯 '우리'인 듯 묶여 있다. 가슴 속에 상처와 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 불행과 고통 없는 삶이 과연 존재할까? 밝아 보이는 겉모습 안에는 어떤 상처들을 안고 사는지 타인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구질구질하지 않은 이유는 각자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 아닐까. 어느 누구도 남탓을 하지 않고 불행을 불행 그대로 받아들었지만 지쳐 보이지 않는다. 가끔은 그대로 내버려두기도 하고 뭔가를 바꾸려고 하지 않음에도 불행 앞에 나 스스로 당당할 것.

나 혼자서라면 쉽지 않았을 불행의 무게도 나를 온전하게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각자의 무게로 힘든 한 사람이 서로의 신뢰와 관계의 에너지로 모두가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기도 한다. 나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타인에게는 또다른 큰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지영은 수아에게, 유비는 할머니에게, 할머니는 손녀에게, 아니면 기억 속 덕선이에게, 힘을 받고 살아갈 용기를 얻어온 게 아닐까.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찌는 듯한 더위도 함께 하면 곧 지나갈 것이고 또다시 찬란한 빛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겨내는 힘,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내 안에, 우리 안에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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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할머니는 드러나는 면만 본다면 조용한 분이셨다. 말을 할 수 없으셨으니 당연했다. 그럼에도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마냥 조용한 분은 아니셨다. 할머니는 언뜻 달괁닉으로도 보이는 겉과 달리 깊은 활기를 지니고 계셨다. 나는 할머니의 그 조용한 대범함이 좋았다.

🔖83. 나랑 보민이는 친구인 걸까? 갑자기 들어온 의문은 황당했다. 간단한 의문임에도 오래간 고민했다. 그 끝에 나온 답은 아니다였다. 그때가 되어서야 다른 행동들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보민이 챙겨준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괴로웠다는 것. 그리고 보민은 늘 처음 만난 그날처럼 환히 웃었지만 단 한순간도 그 웃음을 보며 자신은 편한 순간이 없었다는 것. 친구를 사귀어본 적 없어도 알 것 같았다. 이런 건 친구가 아니다. 이 세상 내가 제일 소중하고 불쌍하다고 되뇌며 살아온 자신의 삶에 모순되는 일들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나는 보민의 그림자였구나. 빛이 더 밝게 빛나도록 빛 옆에 존재해야 하는 그림자. 그 그림자가 나였다. 내 인생은 불행 요소를 다 때려넣은 잡탕이라 하더라도 그 인생에서 내가 제일 소중하고 빛나게 하겠다 다짐하였는데 자신은 자신과의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였다.

🔖133. 더 이상 불행이 나를 피해가길 바라지 않는다. 불행을 마주쳐도 그 불행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기만을 바란다.

#한윤서 #여름너머여름 #메이킹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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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내가 꽤 마음에 듭니다 - 하루는 망했어도 여전히 멋진 당신에게
이지은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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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망했어도 여전히 멋진 당신에게!!!
뭐가 멋질까, 하루하루 망했는데 멋질 수가 있을까. 최근에 이런 장르의 책이 정말 많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다독여주고 힐링을 주고 누가 뭐라 해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며, 그러니 당신 좌절하지 말라는. 그렇다. 이 책 역시 그런 책이다.

요즘 우리는 누구 하나 나서서 얘기하지 않아도 많이 지쳐있고 계속 지쳐간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뭔지 알면서도 그 중요한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그저 행복하게만 살기란 주위의 시선을 감내해야 할 테고,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할 테니까. 그렇게 지친 나에게 우리에게 또 비슷비슷한 에세이냐 할지 몰라도 나는 이렇게 읽음으로 인해서 큰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이번에 또 깨달았다.

잡동사니 님의 예쁜 일러스트와 이지은 작가님의 글이 그랬다. 정말 힘이 되고 순간순간 코끝이 찡해져서 눈물 한 방울 흘릴 뻔했지 모야.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포현해야 할지 몰랐던 그 마음들을 정확하고도 따뜻한 눈빛으로 포착해서 다정한 글로 다독여준다. 그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나 할까. 나 스스로에게, 관겨에, 일상에, 사랑에 지쳤던 순간들. 누구에게나 오는 그 시련들이 차갑지만은 않다. 이런 책이 있다면.

더이상 젊지 않은 나에게, 그래서 더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고 해내야 할 일들만 남은 것 같은 나에게 먼저 손을 건네 본다. "청춘의 소실을 겁내지 말 것. 우리는 사라지고 있음이 아니라 선명해지는 것.(p55)"

하루가 망했어도 나는 내가 꽤 마음에 든다.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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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우리가 태어날 때 목적이란 것이 있었나요. 목적이 없으니 방황하는 걸음이란 당연한 것. 어쩌면 삶이란 어디론가 도달해야만 하는 숙제 같은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내는 것, 그뿐인지도 모릅니다. 굳이 닿아야만 하는 곳이 없는데 틀린 길이 있을 리가 있나요. 낯선 길에 닿는다면 반가운 여행처럼 걸어내면 되는 거지요. 문득 불안할 땐 옆 사람 손을 꼭 잡고. 그 감정마저 존중하면서.

40. 설렘, 들뜸, 기대, 기쁨, 행복...명도 높은 감각들이 무뎌지고 있었다. 어쩌면 전보다 쉽게 우울에 지는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라져가는 날들 속 유희의 순간들을 곱씹어 기억하는 것, 생활에 쉬이 마모되지 않는 것, 무용한 질문들을 잃지 않는 것, 이런 애씀이 필요한 시점이다.

55. 청춘의 소실을 겁내지 말 것. 우리는 사라지고 있음이 아니라 선명해지는 것.

63. "백 년도 못 살 거면서, 천년만년 살 것처럼 고민하더라, 넌." 참 쉽게도 잊었다. 때로는 버거울 정도로 길다 여겨지지만, 숫자로 적어 넣고 고면 아쉬울 정도로 짧은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것. 해보자. 해내기 위해서,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한번 해보고 싶다는 나'를 위해서.

85. 완벽하지 못한 모두, 다른 이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이가 있을까. 다만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야 말았다면 빠르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참 어렵지만 자꾸 노력해야 할 일이다. '진심으로'란 마음만을 다하는 일이 아니라, 정성까지 다해야 하는 일임을 잊지 말고.

108. 삶은 너무 바쁘고, 풀어야 할 과제들은 어린 시절 문제집보다도 많고, 지켜야 할 것이,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생겨났고, 물리적으로도 멀어져만 가고, 체력은 한계가 있고. 이렇게나 우스운 핑계가 많다, 이별에는. 이 핑계는 나의 것만이 아니어서 홀로 애쓴다고 달라지는 건 많지 않았다. 지금의 인연들은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온 마음을 다해야지 싶다. 언제 어떻게 멀어지더라도 추억하고 싶은 기억
몇쯤은 가슴에 진하게 남도록 . 내일 친구들을 만나는 약속이 있다. 그들의 손을 꼭 한 번 잡아봐야겠다. 다시 볼 수 없게 되어버린 미래에서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인 양, 애틋하게.

147. 누구에게나 공평히 머물렀을, 하지만 부지런히 감각한 이에게만 선물처럼 멈춰 섰을 순간들. 오늘 당신의 낭만은 무엇이었을까.

182. 풋,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런 거구나, 무조건적인 편이 되어준다는 것은. 엄마에게는 그가 뭐라 했든 더 알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엄마의 남자를 지치게 한 것, 그것만으로 그는 아주 못된 사람인 거니까.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무조건적인 편이 되어준 적이 있을까, 내 곁에는 있을까, 진정 내 편이 되어줄 이가. 아, 적어도 한 사람은 있겠다. 조건 없이 안으로 굽는 팔, 우리 엄마.

198. 낯설게 둘러본 세상엔 여전히 이름을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풀은 고사하고 나무 한 그루, 꽃 한송이조차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사랑 없이 살아간다면 세상엔 모를 것들이 참 많겠다. 사랑을 주는 만큼 나는 그 대상의 세상을 얻을 수 있다. 사랑에 져도, 공정히 주고받지 못했더라도 억울할 것이 없다. 사랑한 만큼, 딱 그만큼 넓어진 세상은 나의 것으로 넉넉히 남는 것이었으니.

242. 어쩌면 요즘은 자주 빈손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가까이 두려는 이들을 마다하지 않고 나를 찾지 않으면 또 그런 채로 기대하지 않는다. 새로운 인연에 애써 다가가지 않으며, 언젠가부터 다정한 듯 선이 분명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원치 않게 상처를 주고받는 것을 경계하다 보니 두게 된 거리이기도 했고, 멀어진 인연들을 그리워하는 밤들이 얼마나 괴로운지를 알게 된 탓도 있겠다.



#에세이 #감성에세이 #에세이추천 #책추천 #스튜디오오드리
#이지은 #잡동사니 #그러나나는내가꽤마음에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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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비용 - 다가올 의료 대혁신에 대비하는 통찰
김재홍 지음 / 파지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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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의료 서비스를 구매하는 당당한 소비자다." 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이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지내온 시간을 다시 깨우치게 한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분자세포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의사이자 과학자이다. 현재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며 국내 의료 시스템의 현황과 의료 혁신 가능성에 대해서 탐구한 내용을 이 책에 풀었다.

1부 '급변하는 의료환경과 환자의 권리'에서는 질환과 의료 혜택 및 바람직한 보건의료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미래의학, 환자의 권리에 대해 여러 의견을 서술한다. 인간의 수명 연장에 대한 활발한 연구들로 다양한 만성질환이 발생했다. 급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여러 다양한 원인들로 급감하고, 대신 평생 함께 하는,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되면서 병원과 환자의 관계도 생각해보게 한다. 60세 이상의 노인의 대부분은 평균 4가지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살게 되는데 병원에 진료 한번 가려면 몇 시간 대기에 중복되는 검사들에 의사와 직접 면담하는 시간은 5분 정도 되려나. 이것은 절대로 환자를 위한 의료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분명 나부터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표현도 못한 채 대형병원에서 진료 한번 받으려면 원래 이런거려니 하고 넘겼던 일이 다반사다.

그뿐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에 만연한 많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원인 및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술한다. 지역 별 의료 불균형으로 인한 감당은 환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남쪽 끝 거제도에 사는 내 입장에서만 봐도 어디 불편하기라도 하면 진심으로 갈 만한 병원이 없는 게 현실이다. 조금이라도 큰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다리 건너 창원이든 부산을 나가야 하는 게 그저 당연한 일이다. 내가 내 돈 내고 진료 받으러 가면서도 불편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나서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이유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환자의 권리를 되찾고, 그 이야기가 의료진과 병원 앞에서 내가 갑이 되라는 말이 아니고 어떤 진단을 받아 어떤 검사와 치료를 행하게 됨에 앞어 많이 배우고 알며 의료진과 파트너가 되어 당당한 요구를 할 수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끄덕. 의료진에게만 맡겨 놓지 말고 주체적으로 내 건강과 나의 질병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 및 건물 자체만의 에너지 과용 등도 언급하며 친환경적인 병원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원격진료 및 스마트 의료기기들의 대중적인 보급, 인공지능의 개입도 더이상 새롭고 낯선 이야기만이 아닌 눈앞의 현실이 된 것에 앞으로의 의료 발전에 대한 희망도 엿보였다.

2부 '의사 역할의 변화와 의료 개혁의 방향'에서는 당당한 소비자인 환자를 위하는 의료 개혁이 되도록 의료진과 환자 모두 깨어있는 인식의 변화를 필요성으로 언급한다. 물론 어느 의료진만의 잘못이 아니고 병원 자체만의 문제도 아닌 정부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판단하지만 개개인들의 역할과 권리를 잘 생각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하면 의료 변혁은 반드시 올 것이라는 밝은 전망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줄 그은 부분이 정말 많았다. 긴 문장들에 집중이 안 될 때도 있었지만 10일간 부여잡고 읽었던 이 책으로 인해 나도 의료진으로서의 역할 변화의 필요성과(휴직 중) 환자로서의 권리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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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그런데 우리는 이런 불편함이나 소비자 권리의 침해를 마다하고 현 의료 서비스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의료 서비스가 이렇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의료진에게 모든 조치를 위임했기 때문이다. 훈련되지 않은 우리는 최신 고급 승용차, 아니 항공기나 우주선과도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매우 복잡 다양하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인체의 생리, 병리 현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환자들은 의료 서비스의 세부적 내용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없고, 의사들은 그동안 다분히 일방적인 권위주의로 환자를 대해온 것이 사실이다.

65. 어떻게든 병의 원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증상의 호전'에 머무는지금의 의학 수준에서 질환은 만성질환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만성질환이라는 말은 완치가 되지 않고 오랫동안 환자가 앓게 되는 병이라는 뜻이다. 과거에 생명을 위협하던 여러 중증 급성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확연하게 줄었다. 하지만 이 말은 완치되거나 가벼운 경증 질환이 된 것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달로 환자가 여생동안 계속 관리해야만 하는 만성질환이 되었다는 뜻이다. 또한, 당장 생명에 지장이 없는 질환들도 완치가 되지 않으면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면서 관리에 드는 비용과 수고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고 있다.

80. 무려 2조 원을 쓰는 국가건강검진에서 다소 당뇨병, 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에 관한 혈액검사 수치에서 이상함을 발견했다 해도, 검진지만 건네주는 것으로는 아무 예방 효과가 없다. 적극적인 사후 관리가 수반되어야 지출에 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건강검진에서는 검진과 후속 관리가 분절화되어 있다.

128. 더 이상 첨단의료기술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좋은 것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환자에게 중요한 의료기술의 가치는 비용 대비 회복된 건강의 정도로 정의될 수 있다. 병원 간에 무차별적으로 도입된 로봇 수술 시스템이 다시 수술 건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환자를 위한 가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것과 치료 방법에 대한 환자의 선택권이 제한되어 왔을 가능성을 모두 시사한다.

131. 환자에게 실익이 있느냐 없느냐는 환자가 결정할 문제이지, 의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데도 우리는 과거에 지나친 병원 편의 위주로 간 것이다. 이러니 환자들은 정말 이 검사가 내게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계속 의식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환자가 의사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진보와 의료전달체계의 개혁을 바탕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더 가깝게 접근하고 환자의 이익 편에서 행동해야 한다.

212.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은 지난 두 세기간의 변화에 불과하다. 40-50세 이내의 수명에 최적화된 인간의 몸이 갑자기 늘어난 수명에 진화적으로 적응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특정 인구집단의 평균 사망 연령을 의미하는 기대수명이 지금처럼 대폭 늘어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현격히 좋아진 위생 개선으로 모자 사망률이 먼저 줄고, 백신 접종과 식량 증산으로 영아기와 소아청소년기 사망률이 급감했고, 의학기술의 발달로 심각한 급성질환과 감염증에 의한 사망률이 줄었기 때문이지,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수명 자체가 덤으로 늘어난 것이 절대 아니다.

224. 빈부격차가 심할 때는 고가의 의료 서비스 혜택이, 그것도 만약에 갑자기 개발된 상황이라면 절대 고루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교육이 개인에게 더 많은 기회의 가능성을 주는데, 가족의 부는 교육의 기회를 분명히 좌우한다.

264. 지금의 의료 정보들은 환자가 의료 서비스 비용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 귀속되면서 마치 지적재산권처럼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환자를 치료한 과정과 노하우가 남에게 공유되지 못하는 비전처럼 취급받으면서 의료기관 간의 보이지 않는 정보장벽이 생기고,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환자는 특정 병원에 더더욱 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을 더욱 상실하게 하는 이런 귀속은 보다 비싸고 정밀한 검사와 치료를 수행하는 대형 종합병원일수록 더 심하다.

266. 온라인 알고리즘이 분석하도록 내가 접근권을 개방한 의료 정보는 외래나 보건소에 마련된 형식적인 안내책자나 교육보다 훨씬 더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자기 관리를 24시간 가능케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지금의 환자와 의사 간의 불평등한 관계인 '정보의 비대칭성'은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환자의 선택권이 지금보다는 크게 확장되면서 환자는 수동적인 역할에서 어엿하고 대등한 파트너의 지위를 얻게 된다.

313. 정작 문제는 지역발전의 불균형에 의한 여러 인프라 부족으로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의 의사 배치에 실패하고 있는 근원 이유들을 따져야 하는데, 참 편리하게도 의사 수를 늘리기만 하면 지금 의사들이 전공을 기피하는 진료과와 지방 근무만이 아니라 중환자실, 감염관리 및 대학의 연구 분야에서 근무하는 의사들까지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425. 대형 종합병원이 붐비는 이유는 의사의 자질이나 의료장비의 질 같은 의료 신뢰성이 문제인가, 환자의 중환도가 문제일까? 분명 유능한 의사에 의한 제대로 된 진단 기릉성은 환자의 안녕과 비용절감 측면 모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대형 종합병원에서 외래 수익이 그렇게 높은 이유는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및 영상의학과와 같은 검사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하고 많은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른 병원에서 전원 시 이미 했던 검사를 다시 중복 시행하는 경우는 말할 나위도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식으로 환자를 많이 보는 것은 절대 환자에게 이로운 일이 될 수 없다.

430. 의료비용이 상승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들은 자동화와 글로벌화를 통해 단가를 낮추면서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하기 때문에, 높아진 의료비용은 자국인의 고용률과 실질적인 임금 수준 모두를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미국만 해도 백인 프리미엄을 누리던 시기가 끝난 후 백인 저소득층은 사회적 지위 측면에서는 다른 인종에 비해 더욱 좌절하게 되었다. 이들은 운동부족과 저렴한 정크푸드와 같은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과 구할 수 있는 주류나 마약 등에 의존하면서 건강이 악화되었는데, 턱없이 높아진 의료비용 때문에 이들의 건강은 더욱 악화된다. 악화된 건강은 사회적 불안요소가 되면서 이들에 대한 복지 부담이 증가하고 자국 노동력을 쓸 수 없게 되면서 경기에 부담이 된다. 이렇듯 복지와 경제 성장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상호적인 것이다.

453. 우리는 그동안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큰 관심 없이 방치하거나 의료진에게 전적으로 일임해왔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나날이 의료비용이 높아지고 새로운 질환과 만성질환의 위험이 커지는 지금에는 자기 몸의 상태를 이해하면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능동적으로 결정하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의사들은 전문가 집단으로서 국민들에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모든 의무를 자신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야 한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한쪽이 더 이상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다.권위와 권력이 혼동되어온 한국에서 앞으로는 의료부권주의에서 유래한 자세들이 보이지 않기를 희망한다.

#김재홍 #건강의비용 #파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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