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식당 - 마음이 담긴 레스토랑과 소박한 음식의 이야기들
박진배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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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패션공과대학교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때 식당을 창업해 운영했던 박진배 님의 맛깔나고 멋스러운 이야기들. 디자인과 음식의 세계라. 읽기 전부터 그의 이야기가 나를 어디로 이끌어줄지 기대가 컸다.

챕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고 첫 번째는 《미식가의 여정》으로 저자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레스토랑이라는 무대에 대해 느끼고 경험했던 바를 풀어 놓는다. 많이 접해본 적 없는 해외의 여러 레스토랑을 저자의 해박한 시선과 풍부한 경험이 버무려진 눈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두 번째 챕터는 《맛, 사람, 문화》라는 챕터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누구나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다. 바비큐나 베이글, 위스키까지. 멋진 사진과 막간의 일러스트들은 책의 보는 재미까지 돋구어 주었고 새로운 사실들까지 알게 되어 흥미진진했다. 특히 '프렌치 프라이'의 기원은 프랑스가 아닌 벨기에라는 점! 미국 문화의 아이콘인 '스팸'을 열렬히 사랑하는 한국인을 위해 미국의 스팸 박물관에는 '한국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점 등의 이야기들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음식 이야기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많은 브랜드들이 초창기에 어떤 방식의 마케팅을 하고 또 어떤 경로를 통해 번창하고 성공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뒷이야기들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커지고 현실화되면서 한 도시의 혹은 여러 나라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는 과정은 언제나 흥미롭다.

여러 나라의 레스토랑이라는 공간과 문화로 자리잡은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제안을 던지는 마무리 글까지 좋았다. 좋은 공간에 가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경험을 오로지 "맛"으로만 평가할 수 없듯이 맛 뒤에 감춰져 있는 것들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계기를 던져준다. 친절과 배려, 세심함과 따뜻함, 정성을 담은 음식과 눈을 떼기 어려운 플레이팅 모두 그 공간에 자리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풍성한 경험이 된다는 점. 진정한 낭만을 이 책을 통해 마음 가득 담았다. 값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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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미국인들이 '미식의 재즈'라고 불리는 바비큐에 유독 열광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핵심은 자연과 교감하는 아웃도어 정신,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이 어울리는 인간적인 정서다.

🔖256.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히트상품이 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는 스토리는 언제나 흥미롭다.

🔖278. 값비싼 식재료를 쓴다고 음식 수준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공기를 활용해 보자. 쌈이나 샌드위치, 초밥을 먹을 때는 음식을 천천히 씹으며 공기와 재료의 조화로움을 즐겨보자. 비결은 겹겹이 쌓인 내용물이 아니라 그 사이를 채운 공기다. 특별한 레시피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공기는 요리에서도 특별하고 소중한 요소다.

#박진배 #낭만식당 #효형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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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작은 별 하나까지 널 도와줄 거야
씨씨코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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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힐링 에세이! 가벼운 마음으로 들기엔 꽤나 묵직한 무게감으로 처음부터 기분이 좋다. 꾹꾹 마음을 눌러 담은 듯한 알찬 글과 사진이 이렇게나 그득하다니.

제목부터 끌렸던 마음. 나는 지금 우주의 작은 별 하나까지의 힘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느꼈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글쎄. 우주의 힘을 그러모으는 건 역시 내 행동, 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150만 유튜버 씨씨코의 다정한 위로와 응원의 글. 사실 이런 힐링 에세이는 어쩌면 뻔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 뻔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건네는 위로는 특별할 것 없이 고만고만한 이야기들뿐일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심각한 장래의 고민이나, 당장 녹록지 않은 현실을 감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 씨씨코도 역시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수많은 걱정과 고민을 떠안고 있을 시기에 무모해 보일지도 모를 행동으로 무턱대고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녀가 겪은 한 달 가량의 일상을 보고 느끼며 미소짓는 나를 발견했다. 그녀의 글은 참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우당탕탕 좌충우돌의 하루하루였지만 사실 지나고 보면 미소지을 수 있는 그녀의 초긍정 마음가짐이 참 밝고 빛이났다.

수많은 고난과 역경 속에 머물러 있어도,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함에 가슴이 수십 번 무너져도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의 끈을 놓지 않고 버티다보면 인생의 한 가지 에피소드로 기억될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어 본다.

헛된 희망이나 현실 도피가 아닌 우주의 작은 별 하나까지 나를 돕게 만드는 그 운은 누구도 아닌 내 스스로 만들어내는 값진 보물임을 알 것 같다. 선택의 순간마다 흔들리는 나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항상 나의 선택을 존중해. 믿어의심치 않아. 간절하면 우주의 온 기운이 나를 도와줄 거라고. 혹시 내가 생각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망하면 다른 거 하면 되지!" (p.279)

읽는 내내 부럽고 행복했고 용기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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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선택의 순간마다 두렵더라도 진짜 내 마음이 부르는 곳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세계로 용기 내어 한 걸음 내디딜 때 온 우주가 나를 돕는다는 걸.

🔖39. 우리는 나쁜 경험을 했을 때 거기에 완전히 잡아먹히고 모든 걸 그 감정에 내어줄 때가 많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러지 말자. 누가 나를 어떤 1상황에 처하게 했더라도 여전히 내 인생과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아니고 바로 내가 결정하는 거니까. 기분 좋은 시작을 했고 기분 좋은 끝을 만들기로 했다. 바로 내가.

🔖60. 그들의 얘기를 가만히 듣다 보니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옳은 가치관의 모양도 내가 예측할 수 있는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한참 많았다.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이 새로운 친구들을 내가 익숙한 카테고리 안에 다 넣어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선입견부터 무식함까지 총동원된 카테고리였다. 내 방식이 정답으로 세팅된 카테고리이기도 했다. 난 얼마나 작은 우물 안 개구리였나. 그 우물이 너무나도 작아 부끄러웠다.

🔖364. 세상에는 내가 상상의 끝에도 그려보지 못한 다른 삶의 방식이 존재하기에 때로는 나의 당연함에 전혀 미치지 못해도, 백번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여전히 고개가 갸우뚱해도 그들만의 당연함이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존중해야 한다. 내 작은 인생이 차마 닿지 못한 영역임을 알고서 그냥 이렇게 말하면 된다. 우와, 나의 세상이 참 작네. 너의 세상은 나한테 새로워!

#씨씨코 #우주의작은별하나까지널도와줄거야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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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철학 - 중년의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이치
김성환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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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나이가 되어 간다. 철학하면 일단 어렵고 따분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알아보려는 의지를 시들게 한다.

그런데 사실 누구나 쉽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영화를 통해 철학적 시각으로 재해석 한다면?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여기 이 책은 누구나 아는 대중 영화 22편을 작가의 시선으로 해석해 한데 묶었다. 절반 이상은 나도 이미 본 영화였고 나머지는 아직 보진 못했지만 제목과 대충의 내용을 알고 있던 것들이었다.

물론 작가의 해석이 100프로 정답은 아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해석의 방향은 무궁무진할 수 있고 그 다양함을 서로 나누면 내 시야도 넓어지게 된다. 그런 부분에서 일단 좋았다. 큰 생각 없이 재미있게 봤던 영화에서 이런 해석이 나올 수도 있구나! 색다른 시각에 흥미가 유발됐다.

22편 중 많은 이야기들이 새롭게 다가왔지만 특히 재미있었던 챕터는 역시나 《어벤져스》 시리즈에 대한 내용이었다. 영화 한 편으로 해석할 수 있는 과학적인 관점과 철학사상이 이렇게 풍부할 수 있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사유인 형이상학과 존재론적 탐구로써 인피니티 스톤을 설명했던 게 새로웠고 '지배'와 '자유'의 시각과 시들어가는 '시간'에 대한 깊이있는 해석도 좋았다. 빠질 수 없는 '죽음'까지도.

그리고 아직 접하지 못한 영화 중에서 흥미가 있었던 건 《첫키스만 50번째》였다. 사랑에 대한 감정을 욕망에 대입해 설명했는데 욕망에 대한 견해의 충돌(?)이 공감이 갔다. 전통적으로 욕망은 '없는 것에 대한 갈망', 즉 결핍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여겨졌는데 최근 '욕망은 생산'이라는 견해가 등장했다고 하며 《첫키스만 50번째》라는 영화에서는 두 가지 견해를 모두 볼 수 있다고 해서 솔깃했다. 욕망은 결핍도 가지고 있고 생산적 요소도 함께 있는 거겠지.

보지 않은 영화의 줄거리와 철학적 해석을 읽으며 챙겨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이미 봤던 영화에 대한 나와는 또다른 시각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더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 번 볼 때와 여러 번 보며 느끼는 감정과 해석에는 새로운 차이점이 생기지 않을까.

여기 포함된 많은 영화의 해석에는 일단 나 아닌 다른 사람, 상황을 이해해보고자 애쓰는 마음이 전반에 흐른다.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철학이란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그저 쉽고 재미있게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영화나 그 외 모든 주변에 있는 것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관찰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좋아지게 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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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이성으로 생각하면 내 손가락에 상처가 나는 게 전 세계의 멸망보다 훨씬 낫지만, 인간의 감정은 전 세계가 멸망하더라도 내 손가락에 상처가 나면 안 된다. 흄이 보기에 사람은 늘 그렇다.

🔖74. 소크라테스는 사랑이 충분한 게 아니라 부족한 걸 원하는 거라며 사람들에게 절실하게 부족한 것으로 아름다움, 덕, 지혜를 꼽는다. 이 가운데 지혜(sophia)가 부족힌다는 걸 깨닫고 함께 추구하고 사랑하면(philos) '철학(philosophia)'이 된다.

🔖138. 원시인은 시간을 회복하는 제의를 주기적으로 치른다. 기념일도 시드는 시간을 회복하는 날이다.

🔖162. 이래서 내가 음악을 좋아해. 가장 따분한 순간까지도 갑자기 의미를 갖게 되니까. 이런 평범함도 음악을 듣는 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지. 그게 음악이야. 이 모든 순간이 진주야.

#김성환 #영화관에간철학 #원앤원북스 #믹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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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은의 가게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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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과 전혀 연관이 없을 때는 쉽게 하던 착각이 있었다. 커피 한 잔에 5천원이면 하루 백 잔만 팔아도 50만원, 그렇게 한달을 문을 열면 1500만원이 월수입이 될 거라는 단순한 착각!! 크크 이젠 안다. 그게 얼마나 택도 없는 이야기인지.

물건값의 10프로는 항상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고, 소득에 따라 종합소득세를 또 내야지, 게다가 가게 월세, 인건비, 재료값, 전기세 및 가스비용 등의 유지 관리비. 여차하면 적자다. 수익 문제도 문제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 여자 혼자인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배가 된다. 안 힘든 사업 없고 안 힘든 사장 없겠지만 여자라서 생길 수 있는 현실적이고 씁쓸한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지켜본 느낌이라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도 공마은처럼 곧 나의 일터, 나의 사업장이 생기게 될 시점이라 더 진중하게 읽었고 소설 속 상황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물론 나는 남편이 있고 지지해주는 든든한 가족이 있으므로 공마은의 상황과 100프로 맞닿아 있진 않았지만 공감가는 구절들이 참 많았다.

나는 여전히 공마은을 응원하고 싶고 곁을 내어주고 싶고,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꿋꿋하게 가게를 지켜나가기를 바란다.

불쾌함과 불안감을 끌어안고 살지만, 내뱉어야 되는지 참아야 되는지를 항상 혼동하지만, 누구를 곁에 둘지 혹은 멀리해야 하는지조차 쉽게 분간하기 힘들지만, 나를 지키기 힘든 상황에 수시로 놓이기 쉬운 장사라는 험한 세상에서 넘어질 듯 흔들리면서도 그냥 하는 그 마음을 응원한다. 나에게 하는 응원이자 기도일지도 모르겠다.

시작도 전에 무수한 변수들과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난관들을 이미 만나고 있다. 세상의 많은 공마은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해야지. 소홀하기 쉬운 내 몸과 마음을 잃지 않고 잘 돌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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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이제 우린 이십대와 작별했다. 지금부턴 현실이다. 왜 어째서 벌써부터 현실이냐고 주호가 술에 취해 말한 적이 있었다. 자기는 아직 끌려 들어가기 싫다고 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환갑이 다 되어서도 낭만이나 찾아다닐 애라는 걸 알았기에 나는 단호하게 잘라냈다. 주호의 낭만과 우리의 낙관을.

🔖46. 주호는 가성비 높은 삶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만하면 괜찮다는 기준이 너무 낮은 건 아닐까.

🔖81. 그들과 등지고 살려는 건 아니었다. 단지 친근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도움받을 일을 가급적 만들지 않고, 도움 줄 일도 거의 없었으면 했다. 도움은 간섭으로 쉽게 견질되고, 상대가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어느샌가 상대를 압박하게 되니까. 어리석다고 타박하게 되니까.

🔖89. 이 동네 주민들은 모를 것이다. 가게에서 먹고 자는 자영업자가 있다는 걸. 만일 알게 되어도 그냥 그런 사람도 있으려니 하겠지. 그게 뭐 대수냐고 묻기도 하겠지. 그들에겐 그들의 인생이 있으니까. 각자 자기 몫만큼 힘들고 다채로운 인생이.

🔖105. 다들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 류 팀장도 조현수도 마은 사장도 쉬는 날 없이 열심히 일하고, 먹고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구나. 적당히 일하고 살면 안 되나. 그럼 먹고살지 못하나. 왜 그럴까. 인간은 원래 죽도록 일하려고 태어났나. 과연 그럴 리가 있나. 그런 이유로 태어나는 존재가 있나... 주호처럼 대책 없이 알바만 하며 사는 것도 문제였지만 너무 열심히 일만 하는 것도 인간답지 않았다.

🔖108. 불쾌하다는 표현을 반드시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전혀 신경 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쓸데없는 오기와 자존심이 발동했다. 동시에 나의 진심을 나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만일 그가 내 항의에도 불구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때 발생할 분노와 수치심을 감당하기가 싫었다.

🔖116. 패를 던지는 게 아니라 공을 굴린다고 생각해. 힘껏 굴리면 그 방향으로 가겠지. 하지만 언젠가 멈출 거야. 그때 다시 힘껏 굴리면 돼. 어디로든 갈 수 있어. 방향은 정하지 마.

🔖253. 이모가 이제부턴 열심히 하지 말고 그냥 하되 나를 잘 돌보라고 말했다. 나의 마음과 몸을 잘 돌보라고. 나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이서수 #마은의가게 #이서수장편소설 #마은의가게_서평단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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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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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청춘의 달콤쌉싸름한 우정과 사랑 이야기. 서른 둘의 '나우'는 연인인 '하제'에게 프로포즈를 앞두고 절친했던 학창 시절의 친구 '이내'가 키우던 것과 비슷한 고양이의 모습에 이끌려 우연히 어느 칵테일 바에 들어가게 된다. 칵테일을 마신 나우는 13년 전인 열아홉 살의 자신의 모습으로 눈을 뜨게 되는데.

열아홉의 어느 순간에 사고로 친구 '이내'를 잃게 되고 애초에 이내의 여자친구였던 '하제'를 바라보던 나우의 순간들을 알게 된다. 어느새 나는 주인공인 나우의 감정에 함께 몰입이 되었다. 소중한 친구 이내와 영원히 바라만 봐야 했던 첫사랑 하제, 그 사이에서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어질 수도 없는 나우의 애절하고 답답한 마음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이내는 열아홉에 사고로 죽었고 그랬기에 지금의 자신에게 하제와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온 거라고 생각하는 나우의 마음은 현재를 온전히 누리지도 못하고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점철되어 있다.

칵테일을 마시고 원하는 순간으로 갈 수 있게 된 나우는 이내의 사고가 나기 전인 열아홉의 순간으로, 하제와 이내가 처음 만나게 되었던 열다섯의 순간으로 갈 수 있게 되는데. 나우는 과거로 돌아가서 이내를 살릴 수 있을까? 하제와의 첫 만남을 이내가 아닌 자신이 나서서 미래를 바꿔볼 수 있을까?

우리는 항상 완벽하지 않은 과거를 후회하고 만약을 꿈꾼다. 만약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항상 불안해하며 과거에 머물러 사는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현재"는 속절없이 흘러간다.

시간 여행을 하는 나우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내 과거의 한 시점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했다. 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인생에 정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뻔한 이야기가 변하지 않는 진리일 거라고 다시 깨닫는다. 어긋난 듯 느껴져도, 미래가 갑갑하고 불안하기만 하더라도 그 길을 나의 정답으로 만들어 가면 되는 거라고 용기 내본다.

지금 순간에도 잊기 쉬운 중요한 가치인 "바로 지금"을, 타임슬립이라는 환상적인 소재와 더불어 학창시절의 풋풋하고 맑은 우정과 사랑으로 풀어낸 일석삼조의 풍성한 소설이었다. 읽는 내내 소중한 현재를 온전히 느끼며 넉넉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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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한번 지나간 시간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인생에 '만약'이란 시간은 절대 존재할 수 없듯이.

🔖85. 어른이 된다는 건, 부드럽고 달콤한 것에서 쓰고 독한 것으로 서서히 길든다는 의미였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던 열다섯 소년은 퇴근길에 소주 한잔을 기울일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삶이 절대 말랑말랑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141. 이미 지나간 날들을 아쉬워하며 묶여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며 걱정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요? 아니면 양쪽 모두지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살지 않습니까. 결국 손님의 시간도 언제나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있을 뿐입니다. 현재는 없죠.

🔖158. 세상은 내 의견과는 상관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그 억울한 시간을 묵묵히 견디는 게 삶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장을 누빈 장수의 몸처럼, 사람의 마음에도 수많은 상흔이 생긴다. 이런 깨달음이 하나둘 늘어 가면 세상은 비로소 그를 어른이라고 부를까.

🔖199.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쁨과 행복, 감사와 평안, 아니면 불안과 우울, 좌절과 비통, 생각의 조명이 어디를 비추느냐에 따라 유독 그 부분이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겠죠.

🔖215. 어른들이 그러잖아.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그러니까 네가 찍은 걸 정답으로 만들면 되지.

🔖252. 다 지난 후에 뒤돌아보니, 아!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견뎠을까? 하지. 막상 그때는 그저 하루하루 사느냐고 그런 생각도 안 들어. 어른들이 그러잖아. 살면 다 살아진다고. 뒤돌아볼 것도 없고 너무 멀리 내다볼 것도 없고, 그냥 지금 발끝만 보고 가면 어디라도 도착해 있는 거야. 결국 사는 건 다 위대한 일이야.

#이희영 #셰이커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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