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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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청춘의 달콤쌉싸름한 우정과 사랑 이야기. 서른 둘의 '나우'는 연인인 '하제'에게 프로포즈를 앞두고 절친했던 학창 시절의 친구 '이내'가 키우던 것과 비슷한 고양이의 모습에 이끌려 우연히 어느 칵테일 바에 들어가게 된다. 칵테일을 마신 나우는 13년 전인 열아홉 살의 자신의 모습으로 눈을 뜨게 되는데.

열아홉의 어느 순간에 사고로 친구 '이내'를 잃게 되고 애초에 이내의 여자친구였던 '하제'를 바라보던 나우의 순간들을 알게 된다. 어느새 나는 주인공인 나우의 감정에 함께 몰입이 되었다. 소중한 친구 이내와 영원히 바라만 봐야 했던 첫사랑 하제, 그 사이에서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어질 수도 없는 나우의 애절하고 답답한 마음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이내는 열아홉에 사고로 죽었고 그랬기에 지금의 자신에게 하제와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온 거라고 생각하는 나우의 마음은 현재를 온전히 누리지도 못하고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점철되어 있다.

칵테일을 마시고 원하는 순간으로 갈 수 있게 된 나우는 이내의 사고가 나기 전인 열아홉의 순간으로, 하제와 이내가 처음 만나게 되었던 열다섯의 순간으로 갈 수 있게 되는데. 나우는 과거로 돌아가서 이내를 살릴 수 있을까? 하제와의 첫 만남을 이내가 아닌 자신이 나서서 미래를 바꿔볼 수 있을까?

우리는 항상 완벽하지 않은 과거를 후회하고 만약을 꿈꾼다. 만약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항상 불안해하며 과거에 머물러 사는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현재"는 속절없이 흘러간다.

시간 여행을 하는 나우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내 과거의 한 시점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했다. 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인생에 정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뻔한 이야기가 변하지 않는 진리일 거라고 다시 깨닫는다. 어긋난 듯 느껴져도, 미래가 갑갑하고 불안하기만 하더라도 그 길을 나의 정답으로 만들어 가면 되는 거라고 용기 내본다.

지금 순간에도 잊기 쉬운 중요한 가치인 "바로 지금"을, 타임슬립이라는 환상적인 소재와 더불어 학창시절의 풋풋하고 맑은 우정과 사랑으로 풀어낸 일석삼조의 풍성한 소설이었다. 읽는 내내 소중한 현재를 온전히 느끼며 넉넉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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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한번 지나간 시간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인생에 '만약'이란 시간은 절대 존재할 수 없듯이.

🔖85. 어른이 된다는 건, 부드럽고 달콤한 것에서 쓰고 독한 것으로 서서히 길든다는 의미였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던 열다섯 소년은 퇴근길에 소주 한잔을 기울일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삶이 절대 말랑말랑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141. 이미 지나간 날들을 아쉬워하며 묶여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며 걱정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요? 아니면 양쪽 모두지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살지 않습니까. 결국 손님의 시간도 언제나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있을 뿐입니다. 현재는 없죠.

🔖158. 세상은 내 의견과는 상관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그 억울한 시간을 묵묵히 견디는 게 삶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장을 누빈 장수의 몸처럼, 사람의 마음에도 수많은 상흔이 생긴다. 이런 깨달음이 하나둘 늘어 가면 세상은 비로소 그를 어른이라고 부를까.

🔖199.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쁨과 행복, 감사와 평안, 아니면 불안과 우울, 좌절과 비통, 생각의 조명이 어디를 비추느냐에 따라 유독 그 부분이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겠죠.

🔖215. 어른들이 그러잖아.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그러니까 네가 찍은 걸 정답으로 만들면 되지.

🔖252. 다 지난 후에 뒤돌아보니, 아!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견뎠을까? 하지. 막상 그때는 그저 하루하루 사느냐고 그런 생각도 안 들어. 어른들이 그러잖아. 살면 다 살아진다고. 뒤돌아볼 것도 없고 너무 멀리 내다볼 것도 없고, 그냥 지금 발끝만 보고 가면 어디라도 도착해 있는 거야. 결국 사는 건 다 위대한 일이야.

#이희영 #셰이커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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