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간 철학 - 중년의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이치
김성환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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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나이가 되어 간다. 철학하면 일단 어렵고 따분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알아보려는 의지를 시들게 한다.

그런데 사실 누구나 쉽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영화를 통해 철학적 시각으로 재해석 한다면?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여기 이 책은 누구나 아는 대중 영화 22편을 작가의 시선으로 해석해 한데 묶었다. 절반 이상은 나도 이미 본 영화였고 나머지는 아직 보진 못했지만 제목과 대충의 내용을 알고 있던 것들이었다.

물론 작가의 해석이 100프로 정답은 아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해석의 방향은 무궁무진할 수 있고 그 다양함을 서로 나누면 내 시야도 넓어지게 된다. 그런 부분에서 일단 좋았다. 큰 생각 없이 재미있게 봤던 영화에서 이런 해석이 나올 수도 있구나! 색다른 시각에 흥미가 유발됐다.

22편 중 많은 이야기들이 새롭게 다가왔지만 특히 재미있었던 챕터는 역시나 《어벤져스》 시리즈에 대한 내용이었다. 영화 한 편으로 해석할 수 있는 과학적인 관점과 철학사상이 이렇게 풍부할 수 있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사유인 형이상학과 존재론적 탐구로써 인피니티 스톤을 설명했던 게 새로웠고 '지배'와 '자유'의 시각과 시들어가는 '시간'에 대한 깊이있는 해석도 좋았다. 빠질 수 없는 '죽음'까지도.

그리고 아직 접하지 못한 영화 중에서 흥미가 있었던 건 《첫키스만 50번째》였다. 사랑에 대한 감정을 욕망에 대입해 설명했는데 욕망에 대한 견해의 충돌(?)이 공감이 갔다. 전통적으로 욕망은 '없는 것에 대한 갈망', 즉 결핍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여겨졌는데 최근 '욕망은 생산'이라는 견해가 등장했다고 하며 《첫키스만 50번째》라는 영화에서는 두 가지 견해를 모두 볼 수 있다고 해서 솔깃했다. 욕망은 결핍도 가지고 있고 생산적 요소도 함께 있는 거겠지.

보지 않은 영화의 줄거리와 철학적 해석을 읽으며 챙겨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이미 봤던 영화에 대한 나와는 또다른 시각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더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 번 볼 때와 여러 번 보며 느끼는 감정과 해석에는 새로운 차이점이 생기지 않을까.

여기 포함된 많은 영화의 해석에는 일단 나 아닌 다른 사람, 상황을 이해해보고자 애쓰는 마음이 전반에 흐른다.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철학이란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그저 쉽고 재미있게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영화나 그 외 모든 주변에 있는 것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관찰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좋아지게 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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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이성으로 생각하면 내 손가락에 상처가 나는 게 전 세계의 멸망보다 훨씬 낫지만, 인간의 감정은 전 세계가 멸망하더라도 내 손가락에 상처가 나면 안 된다. 흄이 보기에 사람은 늘 그렇다.

🔖74. 소크라테스는 사랑이 충분한 게 아니라 부족한 걸 원하는 거라며 사람들에게 절실하게 부족한 것으로 아름다움, 덕, 지혜를 꼽는다. 이 가운데 지혜(sophia)가 부족힌다는 걸 깨닫고 함께 추구하고 사랑하면(philos) '철학(philosophia)'이 된다.

🔖138. 원시인은 시간을 회복하는 제의를 주기적으로 치른다. 기념일도 시드는 시간을 회복하는 날이다.

🔖162. 이래서 내가 음악을 좋아해. 가장 따분한 순간까지도 갑자기 의미를 갖게 되니까. 이런 평범함도 음악을 듣는 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지. 그게 음악이야. 이 모든 순간이 진주야.

#김성환 #영화관에간철학 #원앤원북스 #믹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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