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인간, 호모 부커스 -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
조상연 지음 / 파지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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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취미가 독서다. 나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는 사람이라 사실 어렵지 않게 책을 읽는다. 독서도 취향의 문제라 생각해서 관심이 있고 재미를 느끼는 사람만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 왔다. 어떤 취미가 고급이라거나 저급이라거나 판단의 문제가 아닌 그저 취향의 문제! 춤을 좋아하는 사람이 춤을 추듯, 악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악기를 배우듯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라고 생각했던 거다.

[책 읽는 인간, 호모 부커스] 작가 조상연은 평범한 인생을 살다가 뒤늦게 책을 읽기 시작했고 독서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빈치브레인'의 대표로 책을 읽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쉽게 독서습관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파하고 거기에 덧붙여 독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 읽는 습관을 들이면 어떤 좋은 효과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전 세계를 통틀어 손에 꼽는 성공한 부자들의 공통된 습관 중 하나로 반드시 "독서"가 들어간다. 물론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책을 읽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하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 독서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계발과 내면의 변화를 위해 독서를 시작해보겠다고 마음 먹은 초보 독서가들에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독서법을 제공해 주는 책이다.

책을 읽어서 얻게 되는 분명한 장점들이 많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작가가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어느새 독서량이 1000권을 넘은 시점에서 깨달은 바를 이 책 한 권에 압축을 해뒀으니 책을 읽는 게 어려운 사람, 이제 읽어보기로 마음을 잡은 사람들의 시작에 반드시 큰 힘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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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경제경영, 고전, 사회과학, 자기계발, 소설 등 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천 권의 책을 읽었다. 천 권은 책은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지식이라는 것이다. 다른 지식들은 많이 쌓고 있지만 경제지식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공부를 하면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류의 역사는 돈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행동과 본능이 연결되는 것이다.

🔖69. 하버드대학 교육대학원의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는 '편리함'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앱은 지름길과 같은데 이러한 기술에는 어떠한 대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 대가는 간단하다. 스마트폰 중독이다.

🔖79. 디지털은 사람들이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방해하고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지털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고 사람들의 주의력이 낮은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었다. 주의력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집중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어떤 것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일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87. 세상의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스마트폰은 마음만 먹으면 자극적인 내용들을 계속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팡팡 터지는 것에만 반응하게 된 사람들은 잔잔하고 고요한 상황에서는 반응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현실 세상은 다르다. 자극적인 것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있고 한가지 일에 집중해야 하는상황도 있다. 독서라는 행위도 집중력을 요구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팝콘 브레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은 현실에서는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또한 현실에서도 자극적인 것만 찾게 될 것이다.

🔖298.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책에 깊이 빠진 순간을 경험 하고서다. '독서를 열심히 해야 한다'와 같은 의무감으로 하는 독서가 아니었다. 집중하려고 애를 쓰지도 않았다. 책과 하나가 되어 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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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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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봄과 가을만 있는 나라, 미움이나 아픔, 슬픔의 감정은 모르는 선한 사람들만 사는 나라에서 두 가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비밀스러운 소녀의 이야기.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치유하는 능력과,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소녀. 능력을 알게 된 첫 날 소녀가 꾼 꿈으로 가족과 집을 모두 잃게 되고 여러 번의 삶을 살게 되며 부모님과 재회할 날을 기다리는데... 그녀의 삶이 삶인지라 웃음도 잃고 어떤 상처도 받지 않을 듯한 모습으로 지내다가 '메리골드' 마을에 정착하게 된 이번 생애서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타인의 슬픔을 공감하고 치유하기로 결심한다. 바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열어 그녀의 능력으로 타인들의 얼룩진 상처들을 깨끗이 빨고 주름을 펴서 다리고 기억을 흐리게 만들면서 서로 공감하고 아껴주는 마음을 나눠 갖게 된다.

잊어야 편해질 기억이 있고 상처가 됐어도 그 상처들이 반짝이는 빛으로 보답이 되는 날도 있는 것이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그 어떤 삶도 다 아름답고 주체적이며 그 자체로 빛이 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 세탁소에 온 모든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본인의 슬픔과 희망까지 깨닫게 되는 소녀의 힐링 판타지!

[시간의 정원] 컬러링북 일러스트레이터 송지혜님의 표지마저 예술이다. 나른한 오후 반짝이는 햇살 아래 따뜻한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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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어떤 아픈 기억은 지워져야만 살 수 있기도 하고, 어떤 기억은 아프지만 그 불행을 이겨내는 힘으로 살기도 하지. 슬픔이 때론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해.

57. 지워서 좋은 마음이 있고, 간직해서 좋은 마음이 있으니 잘 판단해. 원래 내가 가지고 있을 땐 뭐가 좋고 나쁜지 모르니까.

69. 문제 없는 인생은 없어. 인생에 문제가 생기면 극복해 나갈 뿐이야. 도망가고 해결하고 그런 게 극복이 아니고, 그 문제를 끝까지 피하지 않고 겪어내는 거. 그게 극복이야. 사는 거, 너무 두려워하지 마. 그날까지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장담할 수 없는 너무 먼 미래의 일도 생각하지 마. 미리 걱정하지 마. 그냥 오늘을 살면 돼. 오늘 하루 잘 살고, 또 오늘을 살고, 내일이 오면 또 오늘을 사는 거야. 그러면 돼.

107. 뭐라고 하면 좀 어때, 내 인생인데. 갔다 아님 다시 돌아오면 되는 거지. 눈치 보지 말고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정답이라 믿으면 그게 정답이야. 다른 사람들 눈치 보지 말고. 그렇게 해도 괜찮아.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너한테 관심 없어.

115. 너 자신을 잃어갸면서까지 지켜야 할 관계는 어디에도 없어. 설령 그게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너 자신보다 중요한 건 없어.

204. 살아가는 힘은 소유의 문제가 아닌 거 같아요. '슬픔을 회복하는 힘'이나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낸 나를 칭찬하는 에너지' 같은 거라면 모를까.

206. 왜 저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아야지만 쓸모 있는 사람이라 여겼는지 모르겠어요. 모든 일이 나 때문이라고 자책하던 저의 과거와,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만 안도했던 날들, 가족들 때문에 생긴 시간에 대한 강박을 지우고 싶습니다.

#윤정은 #메리골드마음세탁소 #북로망스
#책스타그램 #소설 #소설추천 #판타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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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고백 - 내면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고백과 우정의 연대기
크리스티 테이트 지음, 서제인 옮김 / 바다출판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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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벽한 제목의 책이라니. 말그대로 '지나친' 고백이다. '지나치다'의 관점도 개인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겠지만 나는 읽는 내내 버거운 마음이 들었다.

언제나 1등, 누구나 꿈 꾸는 완벽한 직장과 직업이 있는 작가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낮은 자존감으로 우울증, 자살적 사고, 섭식장애 및 대인관계에 평생 문제가 있다. 심리상담사 로젠 박사를 만나면서 그룹 상담을 겪으며 자신의 문제를 맞딱드리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소설이 아닌 자전적 에세이다.

"비밀은 유독하다"라는 모토로 그룹 내담자의 모든 비밀들을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다 털어놓길 바라는 로젠 박사의 상담 기법은 나로서는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지나치다고 표현한 제목 역시 그룹 상담 때의 서로의 비밀들을 글에 옮기는 과정에서 직설적이고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 무엇을 먹었는지, 만나는 남자는 어떤 사람인지 무슨 대화를 했는지 어떤 식으로 섹스를 했는지 너무나 많은 개인적인 일들을 아주 세세하게 풀어낸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제대로 알고 표현할 줄 알아야 진정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건 머리로는 알겠는데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방법인가라는 의문이 계속 들긴 하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 크리스티 테이트는 정말 폭발적으로 솔직하고 무너지고 분노하고 이겨낸다.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무거운 책이다.

"비밀은 유독하다"라는 문장은 누구나 하나쯤 비밀을 품에 본 사람이라면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밀의 무게가 내 마음을 짓누르는 건 당연하기 때문. 크리스티는 자기와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좋은 박사와 좋은 내담자들을 만난 것 같다. 비밀을 품는 것보다 어려운 건 그 비밀을 들어주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나는 비밀을 덜어낼 준비가 됐는데 들어줄 사람이 준비가 안되었다면 그건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래서 일단, 책을 접하기 전 독자는, 작가 크리스티 테이트의 유독한 비밀을 함께 감당해 보겠다는 작은 마음 하나는 품고 책을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밀을 나눠가지는 것의 무게는 가볍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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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나 자신이 두렵고 걱정된다. 내가 괜찮지 않고, 앞으로도 절대 괜찮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운이 다했다는 사실이 두렵다. 그 사실이 내게는 몹시 불편하게 느껴진다. 난 뭐가 잘못된 걸까? 그때 나는 내 병을 완벽하게 정의하는 한 단어가 있다는 걸 몰랐다. '외로움'.

🔖47. 진심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다면, 다시 말해 크리스티가 말한 것처럼 진짜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어린 시절부터 억눌러온 감정 하나하나를 느껴볼 필요가 있어요. 외로움, 불안, 분노, 공포 같은 것들을요.

🔖52. 그다음에는 모두에게 비밀을 지킬 것을 맹세시켰다. 먹고 토하는 증상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입을 열어 낯선 사람들에게 진실을 흘리면 나는 구원받을까, 아니면 우리 엄마의 예언대로 망가질까?

🔖152. 학년 1등을 한 건 내가 개인적 삶에 숭숭 뚫린 구멍들을 가리기 위해 성취라는 벽지를 간절히 원하는 일 중독자라는 뜻이었지, 뛰어나다는 뜻은 아니었다.

🔖301. 내 차례, 다음은 당신 차례. 그렇게 왔다갔다하며. 그러니까 그 일은 이렇게 일어나는 거였다. 친밀한 관계란 이렇게 만드는 거였다. 말 한 마디, 또 한 마디. 이야기 한 자락, 또 한 자락, 놀라운 사실 하나, 또 하나를 나누며.

🔖427. 내가 괜찮은지 그렇지 못한지는 브랜든에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달려 있지 않았다. 심지어 로젠 박사에게도. 박사는 나를 괜찮아지게 해줄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담 시간에 나타나 내 개인적인 삶을 이루는 온갖 허튼소리에 증인이 되어주고, 고통이 나를 무너뜨리겠다고 위협할 때 안아주겠다고 하는 것뿐이었다. 내 평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나는 괜찮았다. 충분히 괜찮았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크리스티테이트 #지나친고백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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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작가
알렉산드라 앤드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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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셜 픽쳐스 영상화 결정"
"출간 전 세계 20개국 이상 판권 계약"
"뉴욕타임스, 뉴욕포스트 올해의 책 선정"
이런 문구들은 이미 책을 읽기 시작하기도 전에 기대를 잔뜩 하게 만든다. 책에 대한 만족감은 기대한 만큼을 충족시키느냐에 있다. 어마어마한 문구들로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음에도!!!! 완전 재미있다. 저 간만에 별 다섯 개 드리고 갑니다.

사실 제목과 부제목만 봐도 얼추 연상되는 그림들이 있었다. [익명작가 : 당신의 소설을 훔치겠습니다] 이미 흥미진진한 소재다. 주인공 플로렌스는 작가 지망생으로 별 볼 일 없는 삶을 살아오며 나름 최선의 직장으로 선택한 회사에서마저 상사와의 스캔들로 해고를 당한다. 갈 곳도 없어지고 딱히 뭔가를 해볼 시도조자 못하던 그때 우연의 일치인지 기막힌 제안이 들어온다.

바로 첫 소설 《미시시피 폭스트롯》으로 대박을 터뜨린 작가 모드 딕슨의 조수 자리! 모드 딕슨은 필명으로 그 작가의 정체는 철저히 비밀에 싸여 있는데 그의 옆에서 조수로 일 하면서 여러가지를 배우다 보면 플로렌스 자신도 분명 모드 딕슨에 버금가는 작가가 될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게 된다. 제안을 승낙하고 모드 딕슨의 정체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게 되는데... 자신과 체구도 비슷하고 눈동자 색과 금발의 머리까지 비슷한 작가의 정체는 헬렌 윌콕스!

경외심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모든 것을 배우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말투, 행동까지 따라하고 있는 플로렌스! 그 둘의 만남부터 소설의 속도는 급진적이다. 언제쯤 플로렌스가 헬렌의 소설을 훔치는 것일까를 기다리며 집중하다가 뒷통수 몇 번을 얻어맞았는지! 예상치 못한 반전과 반전에 소름이!! 스포를 할 수는 없으니 이쯤에서 리뷰는 마무리한다.

누구나 타인의 인생을 꿈꿔 볼 수는 있다. 현실가능한 소재, 탄탄한 구성에 재미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이 소설 강력추천한다. 영상화로 제작되면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벌써 기대감으로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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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플로렌스는 시대가 요구하는 분노에 공감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다른 이들과 함께 분노할 수 없으니 무슨 일에서든 소외될 때가 많았다. 이 분노란 것은 사람들을 한데 붙여주는 접착제 같았다.

61. 상실과 결핍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플로렌스는 아버지 없이 자랐다고 해서 동정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그 사실이 동정받을 자격이 없는 결점처럼 느껴졌다.

102. 내 말이 맞아요. 진짜 힘은 아웃사이더한테 있거든요. 세상을 좀 더 또렷이 볼 수 있달까.

108. 사람틀은 진실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진실을 알고 나면 실망하는 법이거든요. 진실은 미스터리보다ㅇ재미없는 법이니까.

185. 민주주의가 '공정'하긴 하죠. 하지만 왜 공정함이 항상 목표가 되어야 하죠? 위대함은요? 둘은 동시에 갖는 게 불가능할 때도 있어요.

185. 하지만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면, 서로 바뀌어도 아무 상관 없어지는 거예요. 그냥 세상이 납작해지는 거죠.

246. 오해하지 말아요. 모든 사람이 그걸 인생의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에요. 당신이 그런 고민을 하고, 열정을 쏟아부을 대상을 찾은 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길이 다른 길보다 더 낫거나 더 나쁜 건 아니라는 거죠.

250. 그녀에게 크나큰 매력과 힘을 상징하는 다른 이름으로 스스로를 부르기만 했을 뿐인데 인생행로 자체가 다시 조율되었다. 마치...변신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었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 헬렌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심지어는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의 뒷좌석에 혼자 앉아 있을 때도, 헬렌이라는 가면을 쓰고 나니, 모든 면에서 더 당당하고, 더 흥미롭고,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묘하게도 지금의 그녀가 본래의 자신처럼 느껴졌다. 그녀 안의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늘 생각해왔던 여자.


#알렉산드라앤드루스 #익명작가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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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피, 열
단시엘 W. 모니즈 지음, 박경선 옮김 / 모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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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소감을 말하라면 경악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좋고 나쁨의 뜻을 떠나서 확실히 뜨악스럽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작가의 놀라운 데뷔작"이라는 책 띠지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보스턴글로브] 격찬!!이라는문구에 나도 들뜬 마음으로 한껏 기대를 품으며 책을 시작했다.

열한 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책. 그리고 처음 시작되는 단편이 바로 표제작 "우유, 피, 열"이다. 이 조합들은 도대체 무언가 상상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춘기 소녀들의 우정을 다룬 이 글의 소재로 마구 이용이 된 우유와 피, 열... 다 읽은 후의 느낌이 "????!!!!" 이랬다. 격찬 속의 소설인데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지 이해를 못하는 건지 잠시 의문의 구렁텅이에 있다가 다음편을 연이어 읽었다. 그렇게 한 편, 한 편 끝이 왔는데도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첫 단편부터 비릿하고 메스꺼운데 이게 또 멈출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계속 읽어나갈 수밖에 없는 책이다. 매 편은 모두 다른 내용의, 다른 화자들로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지만 정도의 차이지 불편함과 비릿함,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약간의 충격들을 늘 담고 있다. 글을 읽을 뿐인데도 그 생생한 색감과 냄새, 그리고 숨이 막히는 듯한 촉감까지 그대로 전달이 된다. 화자는 대부분 약하고,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분노하고 열을 내면서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그 답답한 심정들이 내게도 온전히 느껴진다.

벨벳 코팅으로 계속 만져보고픈 촉감의 책인데다가 표지까지 강렬한 색감의 디자인으로 너무 예쁘다고 만지작거렸는데 다 읽고 난 지금은 표지 디자인들이 다시 보인다. 뒷 표지의 뼈까지... 작가는 열한 편의 단편들 순서도 정교하게 배열했다고 하니 조용히 작가의 흐름의 몸을 맡겨 집중해 보는 것도 좋겠다.

'만일 여자들에게 궁금해할 자유가 더 많이 허락되었더라면 세상은 지금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라는 뒷표지 구절이 가슴에 깊이 박히지만, 아마 그랬더라면 이런 글은 탄생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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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열세 살이 되기 전까지는 공허가 짊어질 만한 무언가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 공허는 대체 누가 거기에 넣은 것일까? 때로는 공허로부터 기어이, 언젠가는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해하면서도 때로는 그것을 절대 반납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공허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니까.

🔖72. 혐오는 대부분 자신이 심리적으로 인지한 위험, 그러니까 우리의 죄책감이나 고통을 은폐하는 거예요. 두려움인 거죠. 우리는 두려운 대상을 어떤 식으로 다루나요?

🔖79. 제이 자신은 이류二流가 아니며 아담의 갈비뼈도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존재 자체가 신이라는 것도 이제 안다. 목사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연단에서 소리를 지르며 동생 더크와 같은 소년들을 혐오와 공포에 가득 찬 인간으로 키워내고 있다는 것도.

🔖303. 그런데 우리가 뭘 할 수 있지? 그들의 은식기가 방. 안을 음악으로 채웠다. 하나님 맙소사, 카나리아가 양손으로 입을 가리며 양에게 말하는 걸 우리는 들었다. 우리는 알았다. 그들은 먹을 수만 있다면 그분까지 먹어치울 사람들이라는 것을.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주차장에서 각자 차에 올라타며 서로 시선을 피한 채 어깨만 으쓱였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어린 것을 먹어오지 않았던가?

🔖329. 집에서 길들여진다는 건 짐승들한테나 해당되는 얘기야. 그리고 사실, 짐승들도 그럴 필요 없어. 모든 건 순리대로란다. 네 자신으로 있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 아닌 다른 누군가로 살다 죽는 거고. 간단해.

🔖331. 100년이 지나면 고고학자들이나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나를 땅에서 파내 쪼개진 내 대퇴골에서 흙을 털어내고 농담의 실마리를 찾으려 내 상완골을 찬찬히 살펴보겠지. 그들은 절대 알아내지 못할 거다. 전체를 볼 수는 없으니까. 내 척추를 감쌌던 맹렬한 기이함이라든가 안절부절하지못하던 흐름 같은 것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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