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고백 - 내면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고백과 우정의 연대기
크리스티 테이트 지음, 서제인 옮김 / 바다출판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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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벽한 제목의 책이라니. 말그대로 '지나친' 고백이다. '지나치다'의 관점도 개인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겠지만 나는 읽는 내내 버거운 마음이 들었다.

언제나 1등, 누구나 꿈 꾸는 완벽한 직장과 직업이 있는 작가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낮은 자존감으로 우울증, 자살적 사고, 섭식장애 및 대인관계에 평생 문제가 있다. 심리상담사 로젠 박사를 만나면서 그룹 상담을 겪으며 자신의 문제를 맞딱드리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소설이 아닌 자전적 에세이다.

"비밀은 유독하다"라는 모토로 그룹 내담자의 모든 비밀들을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다 털어놓길 바라는 로젠 박사의 상담 기법은 나로서는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지나치다고 표현한 제목 역시 그룹 상담 때의 서로의 비밀들을 글에 옮기는 과정에서 직설적이고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 무엇을 먹었는지, 만나는 남자는 어떤 사람인지 무슨 대화를 했는지 어떤 식으로 섹스를 했는지 너무나 많은 개인적인 일들을 아주 세세하게 풀어낸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제대로 알고 표현할 줄 알아야 진정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건 머리로는 알겠는데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방법인가라는 의문이 계속 들긴 하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 크리스티 테이트는 정말 폭발적으로 솔직하고 무너지고 분노하고 이겨낸다.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무거운 책이다.

"비밀은 유독하다"라는 문장은 누구나 하나쯤 비밀을 품에 본 사람이라면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밀의 무게가 내 마음을 짓누르는 건 당연하기 때문. 크리스티는 자기와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좋은 박사와 좋은 내담자들을 만난 것 같다. 비밀을 품는 것보다 어려운 건 그 비밀을 들어주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나는 비밀을 덜어낼 준비가 됐는데 들어줄 사람이 준비가 안되었다면 그건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래서 일단, 책을 접하기 전 독자는, 작가 크리스티 테이트의 유독한 비밀을 함께 감당해 보겠다는 작은 마음 하나는 품고 책을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밀을 나눠가지는 것의 무게는 가볍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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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나 자신이 두렵고 걱정된다. 내가 괜찮지 않고, 앞으로도 절대 괜찮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운이 다했다는 사실이 두렵다. 그 사실이 내게는 몹시 불편하게 느껴진다. 난 뭐가 잘못된 걸까? 그때 나는 내 병을 완벽하게 정의하는 한 단어가 있다는 걸 몰랐다. '외로움'.

🔖47. 진심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다면, 다시 말해 크리스티가 말한 것처럼 진짜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어린 시절부터 억눌러온 감정 하나하나를 느껴볼 필요가 있어요. 외로움, 불안, 분노, 공포 같은 것들을요.

🔖52. 그다음에는 모두에게 비밀을 지킬 것을 맹세시켰다. 먹고 토하는 증상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입을 열어 낯선 사람들에게 진실을 흘리면 나는 구원받을까, 아니면 우리 엄마의 예언대로 망가질까?

🔖152. 학년 1등을 한 건 내가 개인적 삶에 숭숭 뚫린 구멍들을 가리기 위해 성취라는 벽지를 간절히 원하는 일 중독자라는 뜻이었지, 뛰어나다는 뜻은 아니었다.

🔖301. 내 차례, 다음은 당신 차례. 그렇게 왔다갔다하며. 그러니까 그 일은 이렇게 일어나는 거였다. 친밀한 관계란 이렇게 만드는 거였다. 말 한 마디, 또 한 마디. 이야기 한 자락, 또 한 자락, 놀라운 사실 하나, 또 하나를 나누며.

🔖427. 내가 괜찮은지 그렇지 못한지는 브랜든에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달려 있지 않았다. 심지어 로젠 박사에게도. 박사는 나를 괜찮아지게 해줄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담 시간에 나타나 내 개인적인 삶을 이루는 온갖 허튼소리에 증인이 되어주고, 고통이 나를 무너뜨리겠다고 위협할 때 안아주겠다고 하는 것뿐이었다. 내 평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나는 괜찮았다. 충분히 괜찮았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크리스티테이트 #지나친고백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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