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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내가 꽤 마음에 듭니다 - 하루는 망했어도 여전히 멋진 당신에게
이지은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12월
평점 :
하루는 망했어도 여전히 멋진 당신에게!!!
뭐가 멋질까, 하루하루 망했는데 멋질 수가 있을까. 최근에 이런 장르의 책이 정말 많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다독여주고 힐링을 주고 누가 뭐라 해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며, 그러니 당신 좌절하지 말라는. 그렇다. 이 책 역시 그런 책이다.
요즘 우리는 누구 하나 나서서 얘기하지 않아도 많이 지쳐있고 계속 지쳐간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뭔지 알면서도 그 중요한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그저 행복하게만 살기란 주위의 시선을 감내해야 할 테고,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할 테니까. 그렇게 지친 나에게 우리에게 또 비슷비슷한 에세이냐 할지 몰라도 나는 이렇게 읽음으로 인해서 큰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이번에 또 깨달았다.
잡동사니 님의 예쁜 일러스트와 이지은 작가님의 글이 그랬다. 정말 힘이 되고 순간순간 코끝이 찡해져서 눈물 한 방울 흘릴 뻔했지 모야.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포현해야 할지 몰랐던 그 마음들을 정확하고도 따뜻한 눈빛으로 포착해서 다정한 글로 다독여준다. 그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나 할까. 나 스스로에게, 관겨에, 일상에, 사랑에 지쳤던 순간들. 누구에게나 오는 그 시련들이 차갑지만은 않다. 이런 책이 있다면.
더이상 젊지 않은 나에게, 그래서 더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고 해내야 할 일들만 남은 것 같은 나에게 먼저 손을 건네 본다. "청춘의 소실을 겁내지 말 것. 우리는 사라지고 있음이 아니라 선명해지는 것.(p55)"
하루가 망했어도 나는 내가 꽤 마음에 든다.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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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우리가 태어날 때 목적이란 것이 있었나요. 목적이 없으니 방황하는 걸음이란 당연한 것. 어쩌면 삶이란 어디론가 도달해야만 하는 숙제 같은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내는 것, 그뿐인지도 모릅니다. 굳이 닿아야만 하는 곳이 없는데 틀린 길이 있을 리가 있나요. 낯선 길에 닿는다면 반가운 여행처럼 걸어내면 되는 거지요. 문득 불안할 땐 옆 사람 손을 꼭 잡고. 그 감정마저 존중하면서.
40. 설렘, 들뜸, 기대, 기쁨, 행복...명도 높은 감각들이 무뎌지고 있었다. 어쩌면 전보다 쉽게 우울에 지는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라져가는 날들 속 유희의 순간들을 곱씹어 기억하는 것, 생활에 쉬이 마모되지 않는 것, 무용한 질문들을 잃지 않는 것, 이런 애씀이 필요한 시점이다.
55. 청춘의 소실을 겁내지 말 것. 우리는 사라지고 있음이 아니라 선명해지는 것.
63. "백 년도 못 살 거면서, 천년만년 살 것처럼 고민하더라, 넌." 참 쉽게도 잊었다. 때로는 버거울 정도로 길다 여겨지지만, 숫자로 적어 넣고 고면 아쉬울 정도로 짧은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것. 해보자. 해내기 위해서,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한번 해보고 싶다는 나'를 위해서.
85. 완벽하지 못한 모두, 다른 이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이가 있을까. 다만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야 말았다면 빠르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참 어렵지만 자꾸 노력해야 할 일이다. '진심으로'란 마음만을 다하는 일이 아니라, 정성까지 다해야 하는 일임을 잊지 말고.
108. 삶은 너무 바쁘고, 풀어야 할 과제들은 어린 시절 문제집보다도 많고, 지켜야 할 것이,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생겨났고, 물리적으로도 멀어져만 가고, 체력은 한계가 있고. 이렇게나 우스운 핑계가 많다, 이별에는. 이 핑계는 나의 것만이 아니어서 홀로 애쓴다고 달라지는 건 많지 않았다. 지금의 인연들은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온 마음을 다해야지 싶다. 언제 어떻게 멀어지더라도 추억하고 싶은 기억
몇쯤은 가슴에 진하게 남도록 . 내일 친구들을 만나는 약속이 있다. 그들의 손을 꼭 한 번 잡아봐야겠다. 다시 볼 수 없게 되어버린 미래에서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인 양, 애틋하게.
147. 누구에게나 공평히 머물렀을, 하지만 부지런히 감각한 이에게만 선물처럼 멈춰 섰을 순간들. 오늘 당신의 낭만은 무엇이었을까.
182. 풋,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런 거구나, 무조건적인 편이 되어준다는 것은. 엄마에게는 그가 뭐라 했든 더 알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엄마의 남자를 지치게 한 것, 그것만으로 그는 아주 못된 사람인 거니까.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무조건적인 편이 되어준 적이 있을까, 내 곁에는 있을까, 진정 내 편이 되어줄 이가. 아, 적어도 한 사람은 있겠다. 조건 없이 안으로 굽는 팔, 우리 엄마.
198. 낯설게 둘러본 세상엔 여전히 이름을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풀은 고사하고 나무 한 그루, 꽃 한송이조차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사랑 없이 살아간다면 세상엔 모를 것들이 참 많겠다. 사랑을 주는 만큼 나는 그 대상의 세상을 얻을 수 있다. 사랑에 져도, 공정히 주고받지 못했더라도 억울할 것이 없다. 사랑한 만큼, 딱 그만큼 넓어진 세상은 나의 것으로 넉넉히 남는 것이었으니.
242. 어쩌면 요즘은 자주 빈손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가까이 두려는 이들을 마다하지 않고 나를 찾지 않으면 또 그런 채로 기대하지 않는다. 새로운 인연에 애써 다가가지 않으며, 언젠가부터 다정한 듯 선이 분명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원치 않게 상처를 주고받는 것을 경계하다 보니 두게 된 거리이기도 했고, 멀어진 인연들을 그리워하는 밤들이 얼마나 괴로운지를 알게 된 탓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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