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계속된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의 높이가 상승하여 결국 모든 도시가 바다에 잠겼다. 바다에 잠기고 난 후의 세상은 어떨까? 김청귤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한 이 책은 6편의 연작 소설로 이루어진 판타지 소설이다. 모든 단편들이 바닷속 세상에서 살아남는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 한다. 지금 우리의 모습과는 다르게 유전자 조작을 통해 바다 속에서도 숨을 쉬고 살 수 있는 인간들도 있고 여전히 바다 속에서는 숨을 쉴 수 없어 돔을 짓고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경과들을 지나게 되어 바다에 적응하며 살게 되었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판타지 소설 그 자제로 받아들이며 읽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바다에서의 삶. 작가가 상상하는 판타지에서도 역시나 이기적인 인간들은 존재한다. 지금과는 별 다를 게 없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상황들도 끝없이 펼쳐지는데 안타깝고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글이 반짝이는 이유는 물에 잠겨버린 세상에서도 우리는 어쨋거나 살아야 하고 적응을 하며 버텨내야 하는데 결말 속에 낙관의 시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인 듯하다. 심완선 님의 해설에도 포함이 되었듯이 "미래가 지속된다는 상상은 물거품 같을지 몰라도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마냥 좋을 거라는 헛된 희망과 기대가 아닌 주인공들이 위기 속에서도 나누는 따뜻한 마음과 연대 행위, 멸망 속으로 다가가는 중일지라도 춤추고 사랑을 전하는 존재들의 마음이 책을 읽는 동안 눈부시게 다가온다.

그렇게 바다 속에서 지내야 하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한 작가의 상상력에 서서히 스며들며 완전히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아마 미래에서의 상황도 언제나 즐겁고 행복할 수만은 없다.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치지 않고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게 한다.

기후 문제와 더불어 각박한 현대인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다가오면서도 왠지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동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의 시선이 맑고 동화같기 때문 아닐까? 김청귤 작가의 글은 처음 접하는데 앞으로는 찾아 읽게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읽는 동안은 어두운 순간도 있고 비극이 펼쳐질까 두려운 순간도 잠시 있었지만 다 읽고 난 후의 마음은 평온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이렇게 눈부신 책을 4월의 첫 책으로 시작하게 되어 행복하다.

➰️➰️➰️➰️➰️➰️➰️

🔖70. 옛날 사람들은 물에 잠긴 식료품도 상하지 않게 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좋았다. 그런데 왜 세상이 바다로 변하는 건 막지 못했을까?

🔖90. 그래, 특별해. 생긴 건 비슷하지만, 우리만 물속에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특별하다는 건 인간의 기준에서는 보통이 아니라는 거고, 다르다는 뜻이기도 해.

🔖124. 저런 쓸모없는 것들이 세상에 너무 많아서 모든 땅이 물에 잠긴 걸 텐데.

🔖186. 종종 불합리, 불공정, 불평등 같은 단어가 떠올라 괴로웠고, 시원한 바람이나 태양, 꽃, 사랑, 대화, 체온, 책, 음악과 같은 것들이 못내 그리워 미칠 것 같았다. 아무 것도 몰랐으면 차라리 나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무지하고 무감한 삶보다는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는 상태가 좋았다.

🔖199. 그의 시선을 받는 내가 특별한 존재가된 것 같아, 진꾸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열이 나는 것 같았다.

🔖252. 판타지의 비-현실은 초-현실이고, 리얼리즘보다 폭넓은 모습으로 펼쳐지는 현실이다. 우리는 판타지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김청귤 #해저도시타코야키 #래빗홀 #인플루엔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벽한 피해자 - 이 여성을 위한 변론을 시작합니다
김재련 지음 / 천년의상상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성 인권 변호사로 20년의 시간 동안 성폭력, 결혼이주여성, 가정폭력, 아동학대 사건 변론을 1000건 넘게 맡아 온 김재련 변호사의 첫 책이다.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 같았다.

뉴스에서나 봐왔던 많은 사건들을 바로 옆에서 피해자를 대리하며 지켜보면서 얼마나 여러가지의 감정을 느꼈을지 상상도 가지 않지만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대부분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이야기가 주를 이뤄서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세상에는 인간 같지도 않은 쓰레기들이 정말 많은 법이다.

나는 성폭력 피해자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었던가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한 번 더 해보게 됐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대로 피해자 그 자체로 무결하게 보긴 했을까? 작가는 피치 못할 사고에 비유한다. 한밤중에 강도가 들어와 칼을 들고 귀중품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면, 소리를 지르고 저항을 하게 될 경우 겪게 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입도 떼지 못하고 순순히 귀중품을 도둑에게 주었다고 했을 때, 그것이 도둑이 좋아서 준 선물인가? 성폭력 사건에서 만큼은 우리 사회의 통념적인 시선으로 한겹 덧씌워 바라보기 마련이다. 그런 시선과 편견들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크나큰 가해로 다가오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그리고 또, 성폭력 피해자를 '영혼의 살인'으로 표현하는 것도 반대한다는 작가의 의견에 공감했다. 살인은 끝이다. 존재의 사라짐이라는 것인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해서 보통의 삶을 이어나가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피치 못할 사고를 당했지만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단지 일상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남들보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겠지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그 사고 기억이 당신의 삶을 잡아먹지 않도록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는 위로에 마음이 울렸다.

특정 장면이나 특정한 문자로 상황을 속단하지 말고 앞뒤 맥락을 파악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성인지 감수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확실하지 않은 채로 전달되고 부풀려지는 많은 사건들에 마음이 무겁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편견을 빼고 공감의 문을 열어놓을 때 조금 더 나은,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정신 못 차리는 여러 가해자놈들. 남은 모든 날들이 끔찍하고 비참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


17. '증거를 가지고 오면 믿어 주겠다'고 짐짓 합리적인 척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보호법익도 제대로 모르기에 하는 소리다. 그 사람들이 요구하는 증거라는 것이 애당초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성폭력 사건이다. 증거가 없으면 내 가슴을 함부로 만진 사람을 처벌하지 말아야 할까? 허락하에 만졌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 피해자 의사에 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허락 없이 만졌다면 범죄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접촉인지가 관건이다. 추행이든 강간이든 마찬가지다..

29. 우리들 통념과 다르게 피해자가 반응했다고 해서 가해자의 범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밤중에 강도가 침입했다고 하자. 시퍼런 칼을 들고 귀중품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질러 저항하지 않으면 강도 피해자가 아닌가? 건넌방에서 자는 고3 수험생 딸이 놀랄까 봐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장롱 안에 숨겨둔 귀금속을 강도 손에 쥐여주면 그것은 강도가 좋아서 준 선물인가?

35.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가해자 중심주의. 가해자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면서 피해자만을 흔들어대는 가해자 중심주의는 '가해자에게 집요하게 묻는 것'으로 끝장낼 수 있다.

47. 성인지 감수성은 결코 모호한 개념이 아니다. 주관적인 개념도 아니다. 피해자의 말을 믿어주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특정 장면이나 특정 문자로 십게 판단하지 말라는 것,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서 판단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이다.

52. '피해자라면 이러이러할 것이다'라는 생각은 근거 없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피해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여야 할 행동이라는 것은 없다.

59. 당연한 말이지만 피해자라고 해서 완전무결한
인격체는 아니다. 피해자도 부족한 게 많은 보통 사람이고
변호사도 홈결 많은 인간일 뿐이다. 완벽한 인간의 피해만이 구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폭력이라는 것은, 전과가 있는 사람이든,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사람이든, 업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든 문제가 된 특정 사건으로 인해 누군가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 판단 받는 것이지, 그 사람의 전 생애를 놓고 무결함을 판정 받는 것이 아니다.

70. 그 범행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가 가해자 혹은 당시 상황에 대해 갖는 두려움을 합리적 이성을 가진 일반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

108. 2차 가해성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 중 사건의 전체 맥락을 알고 떠드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냥 누군가가 한 말을 옮기고 거기에 살을 붙이는
식이다. 그런데 그런 말이 돌고 돌아 피해자 귀에 들어가게ㅈ된다. 듣고 넘겨 버리기에는 너무 잔인한 말들이다. 2차 가해는 영혼에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생명을 앗아 가기도 한다. 우리들이 2차 가해에 대해 조금 더 섬세하게 조금 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52. 나는 사과의 힘을 믿는다. 제대로 된 사과는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가해자들 중에는 선택적 사과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못한 행위에 대해 책임지기 위해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과한다. '네가 고소하지 않는다면 사과할게.' 이런 식이다.

177.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다. 피해자가 신고하면 수사관이 피해자 진술을 들은 다음에 피의자를 불러서 '피해자가 이렇게 애기하는데, 맞냐 아니냐'를 확인하면서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얘기한 정보가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179. 수사관의 전문 역량과 질문 태도에 따라 성폭력 사건은 증거들이 있는데도 무혐의로 끝날 수도 있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을 뚫고 중형 선고가 내려질 수도 있다. 결국 수사관의 역량이 성패를 가르는 것이다.

200. 그들이 그녀에게 한 행위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그 일로 피해자가 어떤 힘든 삶을 살아왔는지, 아무렇지 않게 잘 살고 있는 가해자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시작하는 거라고.

#김재련 #완벽한피해자 #천년의상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마지막 엄마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에게, 고향을."

영화 [파이란], [철도원]의 아사다 지로가 내놓은 감동 소설★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외딴 시골의 고향집.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기 위한 금액은 무려 500만 원. 세계 최고의 카드회사가 극소수 vip를 위해 준비한 무대이다. 즉 가짜 어머니와 가짜 고향.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홈타운 서비스가 프리미엄 멤버 한정으로 제공된다. 그런 곳에 돈을 쓰는 사람이 있다고?

직원이 2000명 정도인 대형 회사의 사장인 마쓰나가. 고향도 잃은지 오래고 결혼도 하지 않았다. 황혼 무렵에 도달해 40여년 만에 잃어버린 고향을 찾고 싶은 마쓰나가 도오루.

정년퇴직을 앞두고 너무나 평범하게 무탈하게 살아온 무로타. 제약회사의 임원을 꿈꿨지만 결국 회사에서 내팽개쳐지고 아내에게 조차 버림받는다. 꿈꾸던 노후가 뒤바껴버린 지금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줄 수 있는 고향을 꿈꾸는 무로타 세이이치.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되었지만 혼자 사는 어머니에게는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고가. 바쁜 직업 때문에라도 어머니와 함께 할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죄책감과 더이상 딸의 역할로 지낼 수 없음을 깨닫고 고향을 찾게 되는 고가 나쓰오.

그들이 풀어내는 고향 이야기. 사실 초반에는 읽으면서도 이럴 수가 있느냐며, 아무리 소설이라도 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 금액은 둘째 치더라도 가짜 고향과 가짜 어머니에 사람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지. 홈타운 서비스의 진행 상황에서 생기는 의문점도 많았는데 중간중간 주인공 3명 외에 다른 조연들이 나오며 나의 의문점을 하나씩 해결해 준다. 주인공의 친구들 역시 받아들이기 쉬운 서비스는 아니었나 보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모습, 지역 편차, 행복의 필수 요건, 고향의 진정한 의미들을 계속해서 되새기게 된다. 도시에서 태어난 모두는 '고향'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사뭇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쁘게 살고, 일이 많고, 부가 쌓여야만 행복해진다는 진실은 어느 누가 심었을까.

주인공 모두 대략 60세 전후의 인물들로 바쁜 한 평생을 살고 되돌아보니 진정으로 자신에게 위안이 되는 어떤 '공간' 자체를 상실했던 것 아닐까. 공간도, 사람도, 다가올 미래도 막막한데 아무 말 없이 등을 내주는 그런 따뜻하고 정겨운 공간과 사람은 역시나 고향과 어머니. 성실하게 열심히만 살았는데도 현실에 지칠 때. 우린 모두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들이 홈타운 서비스를 누리며 느꼈던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함께 누리게 된다. 아직 곁에 있는 부모님과 멀지 않은 내 고향에 좀더 시간을 들이고 나누고 누려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113. 그녀에게 남은 건 후회뿐이었다. 일에 치여 요양시설에 가서 어머니를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치매 어머니를 어머니로 여기지 않고, 예전에 어머니였던 사람이라고 여졌다. 자주 찾아가지 않았던 것보다 그런 마음을 품은 자신울 더 용서할 수 없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어머니를 귀찮은 존재로 여졌던 자신을. 아무리 기나긴 간병 생활에 지쳐 있었다 하더라도.

141. 빛나는 목표를 향해 경쟁하기보단 조부가 세운 동네 병원의 의사가 되는 편이 안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적어도 행복을 확인할 수 있는 인생임은 틀림없다.

148. 도시 생활은 모든 게 너무 빨리 돌아가고 여기저기 온통 복잡하게 뒤얽혀 있어서, 인간의 본성도 사물의 본질도 파악할 수 없어. 생각할 틈도 없이 모든 게 그냥 지나가 버리지.

160. 친구와의 만남도, 여성과의 교제도 모든 인간관계는 귀찮다는 생각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그 누구든 오래 만나는 일이 없다. 그런 비뚤어진 인생이 윗사람들 눈에는 다르게 비친 모양이다. 오해이긴 하지만 일에 관해서는 귀찮아하기는커녕 재빨리 처리하니까 '성실'하게, 사람을 싫어하는 만큼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니까 '청렴결백'하게 보였으리라.

207. 어린 시절부터 계속 옆에 있던 것이 문득 정신이 들자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그리워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연쇄적인 상실, 이것이 도시 생활의 실체가 아닐까?

384. 인구의 지역적 편재와 부의 지역 격차라는 사회적 문제는 현상이다. 번영이 곧 행복이라고 규정한 것이 먼저다. 그 과오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리고 부자연스러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아사다지로 #나의마지막엄마 #다산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업자에게 잊혀진 시체 보관 기록 쿤룬 삼부곡 3
쿤룬 지음, 진실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하게 말하자면 3부작의 최종편이라는 걸 몰랐다. 연작 시리즈의 마지막 책으로 나는 쿤룬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이다.일단 1부와 2부를 아직 읽지 않았지만 내용을 접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초반의 어려움이 있었다면 너무나 극사실적인 범죄 묘사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르고 찔리고 분수 같은 피가 쏟구쳐 흐르는 잔인한 상황이 매번 나오는 데....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역겹다기 보다는 뭐랄까 너무 생생해서 눈앞에 훤히 자동 재생되는 느낌? 책을 중도에 덮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지루할 틈 없이 결말까지 순식간에 도달한다. 영화를 한 편 본 느낌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살인을 즐기는 전 세계적인 살인마 집단 'JACK'의 조직원만을 골라서 소탕하는 주인공 스녠의 이야기. 그리고 과거의 트라우마로 잔인한 괴물로 변해버린 '페이야'와 시체를 수거하는 기억을 잃은 업자 '사자'가 큰 틀의 주인공으로 내용을 이끈다.

1편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 지침서]에는 'JACK 조직원'을 소탕하는 스녠이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해 이야기를 주도해 나가는 반면 3편 [업자에게 잊혀진 시체 보관 기록]에서는 스녠이 결국 JACK 조직원들에게 정체를 들키며 총반격을 당하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3편 만으로도 충분히 숨 막히는 액션과 극도의 긴장감이 넘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1부와 2부를 접해도 주인공들의 촘촘한 과거사를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궁금증이 한층 더 크게 다가온다. 최종편을 먼저 접했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과거를 회상하는 기분으로 나는 다시 1부를 시작하려 한다. 다행히 쿤룬 시리즈 스토리의 틀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책의 순서가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 듯하다.

'험하고 무지막지한' 장면이 많이 나오고 살인하는 방식에 대한 묘사가 상상 이상으로 적나라하여 잔혹한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강력 추천할 수 있겠다. 호불호가 있을 듯도 하지만 문장도 깔끔하고 지루할 틈 없이 생생하게 풀어낸 작가의 필력과 각자 캐릭터들의 다양한 스토리도 빠질 수 없는 재미 요소 중 하나였다.

대만의 웹소설 플랫폼 <미러 픽션>을 휩쓴 작가 쿤룬의 삼부작은 시리즈 전권 영상화 계약이 되었고!! 한국 웹툰화로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영상도 웹툰도 너무나 기대되는 지금, 미리 먼저 1부와 2부도 챙겨 읽어 봐야할 것 같다.

➰️➰️➰️➰️➰️➰️➰️

26. 괴물과 맞서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220. 그는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느낌이 좋았다. 또 인정받아야만 했다. 이하오는 보육원에서 겪은 갖가지 사건 때문에 폐기물 취급받거나 경멸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항상 싸워 왔다. 버려진 아이였던 이하오에게 이렇다 할 유년의 기억은 없다. 어른이 된 후에도 자신만의 인생은 필요치 않았다.

388. 스녠은 영락없이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였다. 그는 말갛고 예쁜 생김새에 또래 집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의연함이 엿보이는, 속물근성마저 없을 것 같은 무해한 소년으로 보인다. 겉모습으로 사람의 진면모를 파악하기는 어려우니 얼마나 다해인가. 덕분에 스녠은 이 완벽한 껍데기를 쓰고 해야 할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쿤룬 #업자에게잊혀진시체보관기록 #한스미디어
#쿤룬삼부곡 #스릴러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관절염도 완치할 수 있는 기적의 3·3요법
오창훈.박영석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만에 줄 쳐가면서 읽은 책. [어떤 관절염도 완치할 수 있는 기적의 3.3 요법] 제목부터 솔깃하다.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나이가 들면서~"라는 문장을 많이 사용한다. 나는 그런 말 안하게 될 줄 알았다. 하하. 3년전 허리가 안 좋아졌었고 작년 연말부터는 턱이 아파왔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번 책은 턱에 대한 해답을 얻어보고자 선택했다.

이 책의 저자 오창훈 한의사는 치료율을 올리기 위해 한의학뿐만 아니라 정형의학, 약학, 물리치료, 명상 등 각 분야 전문가로부터 배움을 얻었고 15년간 만오천 명의 환자를 진료하며 관절염 치료에 확신을 얻은 바를 책에 풀었다. 오창훈 한의사의 15년 역사를 책 한 권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뼈와 뼈 사이는 모두 관절로 이루어져 있다. 턱도 상악과 하악 가운데 관절이 있고 관절에 염증이 생기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통증부터 시작해서 일상의 많은 불편감이 따르게 된다. 나는 나이 + 스트레스 때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사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 맞기 때문에 일단 접어둔다고 쳐도 나이는 탓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책에서 "노화와 염증은 나이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큰 전제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신체의 질병을 만성 염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점이 흥미로웠다. 뼈 마디마디가 아픈 것을 관절이나 연골 자체의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우리 몸에 누적된 만성 염증들이 말초 부위로 뻗어나가 겉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염증의 기전 자체를 돌아보고 신체의 자기 회복력을 통해서 질병에 접근해야지, 염증 자체만을 없애겠다고 소염 진통제를 남용하거나 인공관절 수술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물론 급성 통증이나 필요시엔 적절하게 쓰는 약은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관절염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더 넓혀보자는 취지가 너무 좋았다. 게다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 및 QR코드를 이용해 정보 접근을 용이하게 해둔 것도 만족.

무릎, 고관절, 어깨, 손가락, 발목 등 부위별 운동법을 나타내준 것과 질문, 답변을 한데 모아 정리한 것도 읽는 데 아주 용이했다. 턱관절이 빠져서 살짝 아쉽다. 😊 (턱도 같은 맥락이겠죠???)

줄을 하도 치면서 읽어서 기억에 남는 구절을 옮기는 건 포기했고, 관절염 호전의 제일 첫 번째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 '타타타 때리기 기법'!!!! 어디선가 오른쪽 턱을 열심히 두드리며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접니다. '소염진통제와 수술'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시각을 가진 사람과 그것들에만 의존하는 시각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태도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나이를 떠나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일단 부모님에게 읽어보시라고 드려야겠다.

#오창훈 #박영석 #어떤관절염도완치할수있는기적의33요법
#쌤앤파커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