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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엄마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3월
평점 :
"당신에게, 고향을."
영화 [파이란], [철도원]의 아사다 지로가 내놓은 감동 소설★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외딴 시골의 고향집.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기 위한 금액은 무려 500만 원. 세계 최고의 카드회사가 극소수 vip를 위해 준비한 무대이다. 즉 가짜 어머니와 가짜 고향.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홈타운 서비스가 프리미엄 멤버 한정으로 제공된다. 그런 곳에 돈을 쓰는 사람이 있다고?
직원이 2000명 정도인 대형 회사의 사장인 마쓰나가. 고향도 잃은지 오래고 결혼도 하지 않았다. 황혼 무렵에 도달해 40여년 만에 잃어버린 고향을 찾고 싶은 마쓰나가 도오루.
정년퇴직을 앞두고 너무나 평범하게 무탈하게 살아온 무로타. 제약회사의 임원을 꿈꿨지만 결국 회사에서 내팽개쳐지고 아내에게 조차 버림받는다. 꿈꾸던 노후가 뒤바껴버린 지금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줄 수 있는 고향을 꿈꾸는 무로타 세이이치.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되었지만 혼자 사는 어머니에게는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고가. 바쁜 직업 때문에라도 어머니와 함께 할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죄책감과 더이상 딸의 역할로 지낼 수 없음을 깨닫고 고향을 찾게 되는 고가 나쓰오.
그들이 풀어내는 고향 이야기. 사실 초반에는 읽으면서도 이럴 수가 있느냐며, 아무리 소설이라도 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 금액은 둘째 치더라도 가짜 고향과 가짜 어머니에 사람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지. 홈타운 서비스의 진행 상황에서 생기는 의문점도 많았는데 중간중간 주인공 3명 외에 다른 조연들이 나오며 나의 의문점을 하나씩 해결해 준다. 주인공의 친구들 역시 받아들이기 쉬운 서비스는 아니었나 보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모습, 지역 편차, 행복의 필수 요건, 고향의 진정한 의미들을 계속해서 되새기게 된다. 도시에서 태어난 모두는 '고향'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사뭇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쁘게 살고, 일이 많고, 부가 쌓여야만 행복해진다는 진실은 어느 누가 심었을까.
주인공 모두 대략 60세 전후의 인물들로 바쁜 한 평생을 살고 되돌아보니 진정으로 자신에게 위안이 되는 어떤 '공간' 자체를 상실했던 것 아닐까. 공간도, 사람도, 다가올 미래도 막막한데 아무 말 없이 등을 내주는 그런 따뜻하고 정겨운 공간과 사람은 역시나 고향과 어머니. 성실하게 열심히만 살았는데도 현실에 지칠 때. 우린 모두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들이 홈타운 서비스를 누리며 느꼈던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함께 누리게 된다. 아직 곁에 있는 부모님과 멀지 않은 내 고향에 좀더 시간을 들이고 나누고 누려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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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그녀에게 남은 건 후회뿐이었다. 일에 치여 요양시설에 가서 어머니를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치매 어머니를 어머니로 여기지 않고, 예전에 어머니였던 사람이라고 여졌다. 자주 찾아가지 않았던 것보다 그런 마음을 품은 자신울 더 용서할 수 없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어머니를 귀찮은 존재로 여졌던 자신을. 아무리 기나긴 간병 생활에 지쳐 있었다 하더라도.
141. 빛나는 목표를 향해 경쟁하기보단 조부가 세운 동네 병원의 의사가 되는 편이 안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적어도 행복을 확인할 수 있는 인생임은 틀림없다.
148. 도시 생활은 모든 게 너무 빨리 돌아가고 여기저기 온통 복잡하게 뒤얽혀 있어서, 인간의 본성도 사물의 본질도 파악할 수 없어. 생각할 틈도 없이 모든 게 그냥 지나가 버리지.
160. 친구와의 만남도, 여성과의 교제도 모든 인간관계는 귀찮다는 생각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그 누구든 오래 만나는 일이 없다. 그런 비뚤어진 인생이 윗사람들 눈에는 다르게 비친 모양이다. 오해이긴 하지만 일에 관해서는 귀찮아하기는커녕 재빨리 처리하니까 '성실'하게, 사람을 싫어하는 만큼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니까 '청렴결백'하게 보였으리라.
207. 어린 시절부터 계속 옆에 있던 것이 문득 정신이 들자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그리워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연쇄적인 상실, 이것이 도시 생활의 실체가 아닐까?
384. 인구의 지역적 편재와 부의 지역 격차라는 사회적 문제는 현상이다. 번영이 곧 행복이라고 규정한 것이 먼저다. 그 과오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리고 부자연스러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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