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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ㅣ 자이언트 스텝 2
김서해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7월
평점 :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사는 해인. 해를 닮은 아이가 되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을 가지고 사는 해인은 이름의 뜻과는 다르게 계속 어둡고 우울하다. 자기 마음은 자기 것임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마음의 바닥 끝까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영원. 밝게만 보였던 영원에게 이유 모를 부러움과 호기심에 쉽지 않지만 조금씩 마음을 꺼내 보이는 해인.
끝없는 질문 공세를 퍼붓는 영원의 마음에 해인이 움직이게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관심, 귀기울임으로 시작되는 것이니까. 흔들리고 아픈 청춘들의 면면이 낱낱이 보여지는데 손에 잡힐 듯 선명한 밤 풍경과 어두운 바 안의 재즈 공연이 귀에 흐르는 듯 여러 감각으로 좋았던 소설이었다. 어두운데 희미한 빛이 있다. 희미해서 더 빛나 보인다.
영원과의 만남에서 그리움은 결국 호기심과 닮아 있음을 깨닫고 내 안의 나를 찾겠다는 결심을 하는 해인! 결국 사랑은 서로의 관심과 경청, 아끼는 마음으로 내 안의 나 자신과 만나게 해주는 여정일지도 모르겠다. 상대에 대한 호기심, 무얼 하는지 뭘 생각하는지 알고 싶은 마음은 내 깊은 마음과 내 생각을 진정으로 깨닫게 해주고 그로 인해 세상에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는 결정을 하게 해준다.
읽는 내내 해인에게 많이 답답했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힘이 든 건지, 정말 우울하기로 작정을 하고 우울을 선택한 사람 같다고 느껴졌는데 영원과의 만남으로 스스로 얽어맨 굴레를 벗어나와 세상을 버텨보는 힘을 냈으면 좋겠다. 뭐라 정해진 결말은 아니었지만 해인은 이제 멈춰만 있지 않을 것 같다. 그것 역시 사랑의 힘일수도. 영원을 만나러 간 이후의 모습이 궁금하다. 둘은 어떻게 재회할까! 상상 속에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내 마음대로 그려 보는 중😊
내 목소리를 닮은 사람이라는 건,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최고의 찬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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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이상한 사람이구나, 해맑고 순진한 애구나, 너무 쉽게 선을 넘어 다니는구나.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타인에게 아무렇지 않게 손 내미는 사람들은 조금만 말을 트면 자기 세계를 공유하려 덤벼들던데, 나는 함부로 영원의 세계를 안고 싶지 않았다. 부담스럽고 도무지 내키지 않았다.
🔖76. 영원한 건 가치가 없으니까요. 뭔가가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걸 알면 누가 원하겠어요. 영원한 건 가치가 없지만, 영원을 갈망하는 마음이 가치를 만드는 거죠.
🔖149. 사람들은 일기에조차 거짓말을 쓰기 때문에, 차라리 이야기를 지어낼 때 더 진실해진다. 다 가짜라고 생각하면 밑바닥까지 솔직해질 수 있었다.
🔖177. 내가 만나고 싶은 건 김영원이라는 어떤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너를 만나러 온 게 아니라, 나를 만나러 여기까지 왔다. 시카고에서, 대도시의 한복판에서 나는 나의 영원과 재회를 앞두고 있었다.
🔖179. 그제야 그리움은 호기심과 닮아 있음을 깨달았다. 보고 싶다는 건, 뭘 하는지 보고 싶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고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의 총칭이었다. 나는 나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내가 나의 못된 성격과 못난 특징을 차근차근 알아가고 이 세상을 어떤 식으로든 직접 겪고 싶어서 달리기를 멈추거나 미룰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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