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다. 빠르게 읽히고 부담 없이 읽힌다. 오지윤 작가의 작고 기특한 불행 대잔치. 불행은 불행인데 작으니 기특할 수 있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하는 순간들이 수없이 많다. 작가의 말대로 행복은 찰나고 휘발성도 강한데 불행은 자주 오고 쓸데없이 여운도 길지 않나. 그래도 그런 불행들 속에서 조금 커지고 조금 단단해지는 나를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조금은 필요한 것도 같다. 나를 단단하게 해줄 정도의 불행은.행복하기만한 인생은 정말 행복일까. 비교 대상 없이 느껴지는 행복은 왠지 강도가 살짝 약할 것 같다. 긴 장마가 끝이 나고 난 뒤의 햇살이 더 강렬하게 감사하듯이.불행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도 전혀 어둡고 무겁지 않다.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영향이겠지? 키득거려지고 웃기고 공감도 가며 '이거 그냥 내 얘기잖아!' 하는 순간들이 많아서 작가와 밤새 아무 걱정 없이 수다 떤 기분. 수다 떠는 동안 마음이 정리된 기분이다. '다 비슷비슷하구나.'의 안정감. 일상의 작은 불행들 속에서 나만의 확실한 작고 소소한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 한 점 얹는 하루를 보내야겠다. 물론 큰 노력은 아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작은 행복들을 발견하려는 시선 가지기!!!요시고의 사진으로 꾸며진 표지도 취향저격 🩵➰️➰️➰️➰️➰️➰️➰️🔖69. 큰 줄기 없이 이것저것 주워 담고 있지만 그 속에 품고 있을 수줍은 지향성이 좋다.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해 주변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어린아이 같은 단어라 좋다. 매일 주섬주섬 발품을 팔아 모은 땔감이 언젠간 좋은 불씨를 피워 내겠지.🔖78. 근데 진짜 선비들은 망하는 시대인 것 같아. 조용히 묵묵히 선비처럼 살면 안 돼. 기회를 원한다면 나대야 해.🔖163. 결혼한 부부가 평생 의리를 지키기 위해 별의별 노력을 해야 하듯이 나도 글쓰기와 평생 가기 위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 사랑은 어렵지만, 귀해서 지켜야 하니까. 호르몬이 주도하는 사랑은 오래가지 않고 나는 너무 게으르니까. 영원한 사랑이 없다는 걸 알았으니, 지속 가능한 사랑을 설계해 가겠다.🔖150.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곧 '물을 주는 일'이라고만 배웠기 때문에 선인장에도 아낌없이 물을 줬을 뿐이다. 이기적이고 무지한 사랑이었다.🔖221. 나의 인생은 '기어이'가 많아질수록 풍성해질 거라 믿는다. 기어이 무언가를 저질러도, 인생은 크게 잘못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 버렸다. 크게 잘못되기에는 우리가 너무 작은 존재다. 나는 이 단어에 왜 이리 끌리는 걸까. 나는 언제나 부재한 것을 욕망하는 사람. 오늘도 '기어이'의 변곡점을 기다린다.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리자. 그 순간이 되면 모든 건 저절로 일어날 것이다.#오지윤 #작고기특한불행 #알에이치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