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박상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박상영 작가의 에세이 !!! 제목과 표지부터 설렌다. 대체 얼마나 진하고 깊이 있는 휴식을 이야기 하길래?

작가는 프롤로그부터 밑밥을 깐다. 자신은 진정한 휴식을 누려본 적 없는 일 중독자라는 사실을. 스무 살 때부터 온 나라를 쏘다니며 여행 했지만 실은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고 어느 여행지에 가서도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누리지 못했음을 깨달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 박상영 작가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읽었고 그 책에서 작가의 일 중독적인 부분과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을 조금은 알고 있었다. 마음에 불안은 가득한데 마지막까지 일을 미루려고 보는 게으름, 그 사이에 또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까지 이번 책에서도 살짝 드러난다. 이거 왠지 남 얘기 같지 않은데. 자꾸만 내적 친밀감이 든다.

박상영 작가와 여러 친구들과의 좌충우돌 여행기. 속세의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온전한 휴식을 찾아 나가는 여정이 마음 먹은 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런데 웬 걸, 그의 글을 읽는 동안 나는 잡생각이 들지 않고 마음이 평온했다. 키득대며 한편으론 눈물 찔끔 짜면서. 나도 이렇게 완벽하지 않은 우당탕탕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온전한 휴식, 온전한 쉼이란 무엇일까? 꼭 모든 걸 내려 놓고 여유를 누려야만 그게 온전한 건가, 하는 의문도 든다. 아니 근데 이 사람 쉴 줄 모른다고 처음부터 던져 놓고는 사실은 쉼의 깊이를 아는 사람이라는 걸 책을 읽어갈수록 더 느껴졌다. 닥쳐온 상황이 내 맘 같지 않을 때라도 반짝이는 눈과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 함께 있는 사람들의 빛나는 장점을 감사할 줄 아는 사람. 그로 인해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만으로 누리는 휴식이 아닌 '지금 여기'에서도 충분한 쉼을 누릴 수 있는 사람. 그는 그의 찐친들 옆에서 순도 100 퍼센트의 휴식을 누리고 있지 않았나 싶다. 나도 덕분에 그리운 얼굴들과의 만남 그리고 함께 누릴 휴식을 꿈꾸게 되었다.

엄청난 임팩트가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는 것처럼 편안하고 정겨운 책이었다. 스릴러 물을 구상 중이라는 이야기가 책에 살짝 나오는데 부디 일과 휴식을 동시에 다 잡으면서 건강하게 오래 글을 써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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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웃음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의 웃음이 진짜 웃겨서 웃는 웃음이 아니라 슬픈 광대가 흘리는 검은 눈물에서 배어 나오는 안간힘이나 다름없었다는 사실을.

🔖224. 가파도에서의 생활이 나에게 자유와 휴식의 동의어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세낭 어딘가에 이런 형태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죽을 때까지 나는 이곳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288. 나이가 들수록 애써 노력하지 않고서는 영원할 줄 알았던 관계도 쉬이 퇴색되기 마련이다. 우리를 단단히 묶어주는 결속력의 중심에는 조하나의 마음 씀씀이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 강한 친구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부단한 노력이 있던 것 같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지만, 이런 찰나의 노력들이 모여 결국 우리 인생을 구성하게 되는 게 아닐까? 나는 지금 이 순간의 반짝임이 곧 인생이라고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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