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결여된 카페 - 세상을 바로잡을 비상식 응징 에세이
보쿠노 마리 지음, 김수정 옮김 / 마인드빌딩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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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장 읽는 동안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잠시 헷갈렸다.
얼핏 소설 같기도 한 이 책은
작가가 한 카페에서 일하면서 겪은 천태만상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비스업이라고 하면 '서비스'에 큰 초점이 맞춰져
내가 당연한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되도 않는 상상을 하며 서비스업종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자신의 발 아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작가가 느끼는 것처럼 나 역시도,
얼마나 주변에 기댈 곳이 없고 마음이 외로우면
일면식 하나 없는 사람에게 나서서
큰소리치고 무시하고 깎아내리면서 자신의 위치를 올리려고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대충 이렇게 '불쌍한 인간들이구나' , 생각만 하고 넘기기에는
작가는 하루에도 너무 많은 희한한 손님 천지 속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직원, 당신은 손님이라고 해서
상식에 어긋나는 상황을 목격하고 겪으면서 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고 단단하게 우리 카페의 '출입 거부'를 선언한다.
얼마나 통쾌하고 시원한 이야기인지!
손님들에게도 마음이 끌리고 가고 싶은 카페나 식당이 있듯이
식당이나 카페 직원들도 마음이 가는 손님과
얼굴만 봐도 싫은 손님이 있을 수 있겠지.

이런 손님도 있다, 저런 손님도 있다라며
작가가 겪은 일화들을 나열하는 장면을 읽을 때는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상식밖의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도 깨닫게 된다.
중후반부까지 '진상 손님 어디까지 겪어 봤니?'하는 수준의
사례들만 많아서 살짝 지루할 뻔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언급할 때와
지금 직장인 카페에 일하게 된 계기,
카페 사장의 특이하고도 대찬 마인드까지 들을 수 있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첫 사회생활에서 본인이 없어지는 듯한 경험을 하며 우울속에서 지내다가
지금의 카페에서 일하면서 얻게 된 소중한 동료들과,
온전히 나 자신으로서의 당당함을 지킬 수 있게 된 작가가
정말 행복해 보인다고 느꼈다.
글을 쓰게 되는 힘도 아마 그 행복에서 나오는 희망의 한 부분이 아닐까!

작가가 일하는 카페 겸 식당이 어디일까 궁금해서 찾아내고(?) 싶었지만
결국엔 실패했다.
유쾌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넘치는 개성을 감추지 않고
손님=직원의 대등한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서비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

상식은 상식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만 나누어요.
무례함과 뻔뻔함으로 뭉쳐진 당신들에게는 나의 상식도 나눌 수 없다고요.

➰️➰️➰️➰️➰️➰️➰️

9. 다들 서비스직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느라, '직원'에게만 지나친 희생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가게에 오래 다니고 싶다면 손님도 '좋은 손님'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생판 모르는 남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사람의 본모습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지위나 위치에 상관없이 어떤 사람이든 존중할 줄 알아야 훌륭한 손'님'이라 할 수 있다.

32. 의견은 들을 만한 가치가 있지만, 일방적인 비난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본인이야 가게를 나서며 흘리듯 하는 막말이겠지만, 나처럼 그 말에 반박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47.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친절'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다. 머릿속에 떠올리는 친절의 모습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래서 선의가 전해지지 않기도 하고, 악의는 전혀 없는데 오해가 생겨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50. 나는 마음이 건강하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스스로 낮잡거나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며 나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64. 사소한 부분부터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조금씩 이 세상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질 것이다. 타인을 바꾸는 일은 어렵기 때문에 나를 바꾸는 길을 선택했다.

101. 에둘러 거절해서는 '거절'이라는 것을 모른다. 단호한 의사 표현이 필요하다. 대등한 관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보쿠노마리 #상식이결여된카페 #마인드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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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칸 : 부리부리단의 습격 탐정 칸
하민석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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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석 작가의 탐정 칸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무서운 부리부리단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 탐정 칸과
그의 고양이 조수 '니발리우스', 어딘가 굉장히 귀여운 면이 있는 수사반장까지!!
부리부리단과 그에 얽힌 사건들을 추리해가며 하나로 뭉친다.

어린이 만화책이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다가
탄탄한 줄거리에 박진감 넘치는 전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속에 푹 빠져서 앉은 자리에서
후다닥 읽게 된다.
신상 장난감을 시작으로
장난감을 가지고 있는 집들이 빈집털이에 계속 이용되며 수사를 시작하는 칸!
과연 장난감에는 어떤 뒷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일까?
부패한 정치인, 세계 최고의 재벌 기업과 악당 조직의 연관성은??!
이거 거의 드라마급 내용 아닌가!
뒷마무리는 후속작이 또 이어 나옴을 시사한다.

첫 작품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이 출간되고
4년 만에 2편 [탐정 칸 : 부리부리단의 습격]이 출간됐는데
2편 작업이 많이 늧어진 이유가 에필로그에 적혀 있다.
작가님은 1편을 출간하고 나서
줄곧 무시무시한 부리부리단의 추적을 받고 있었다고! 저런!
하지만 무서운 추적 속에서도 만화를 꾸준히 그릴 수 있는 방법을
훈련하고 터득했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칸과 부리부리단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얼른 3편으로 듣고 싶다.
이번에는 4년씩 걸리시면 안됩니다.ㅋㅋㅋㅋ

그나저나
"칸!! 숙제는 다 끝냈구?????"

➰️➰️➰️➰️➰️➰️➰️

55. 공수표와 나의 관계는 모두가 다 알지. 그런데 왜 아무도 날 잡아가지 않을까? 언론은 왜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을까? 자세 질문은 이렇게 바꿔야 하네. 세상은 과연 누구 편인가?

#하민석 #탐정칸부리부리단의습격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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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전쟁 - 전 세계에 드리운 대기오염의 절박한 현실
베스 가디너 지음, 성원 옮김 / 해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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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700만 명이 나쁜 공기로 사망한다"

우린 지금 이순간에도 무의식적으로 호흡하고 있다.
죽는 순간까지 크게 의식하지 않고도
일생의 모든 순간을 호흡하며 살고 있댜.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의 문제는 더이상 손 놓고
좋아지기만을 희망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작가는 세계에서도 공기가 제일 좋지 않은 곳곳들을 방문해서
최악의 공기를 마시며 살아야 하는 삶에 대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1부 '숨을 참고서'라는 주제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 곳곳의
원인과 문제 파악, 그로인해 발생하는 피해들을 열렬히 나열한다.
델리와 폴란드의 석탄 사용 역시 충격이었고
세계에서 가장 비옥하고 생산성 높은 농업 지역 중 하나인
미국의 샌와킨밸리의 위기는
더러운 공기가 도시만의 문제라는 생각을 산산이 부순다.
집약적인 농업 생산 방식은 약물과 살충제, 비료 등으로 인해
항생제 내성 바이러스를 양산하고 토양을 척박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에 대한 인식.
나무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연기에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같은 독성물질과 PM2.5 입자가
가득하다는 사실에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나무연기는 가난한 나라의 문제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그저 분위기를 내기 위해 불을 태우기도 하는 것이다.
나도 불멍이라는 분위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독성물질과 PM2.5입자가 가득한 곳에서
시간을 보냈던가.

하지만 우리의 미래가 어둡고 우울하지만은 않다고 작가는 말한다.
2부 에서는 '한숨 돌리다'라는 주제로
작지만 서서히 변화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미국의 청정대기법에 대한 이야기,
기업들의 부조리와 경제 발전과 산업 속에서
뒤로 미뤄두기만 했던 생존권,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끔하는 계기를 준다.

도로위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들에 대한 규제가 없던
1970년대에 비해 지금의 공기는 90프로 이상 나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많이 나아졌을 뿐
여전히 인간의 몸에는 해롭다.
배기가스로 인한 치명적인 결과는 분명 자명한데
누가 위험에 처했는지 정확히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여기서 우리 모두의 의식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대기오염의 위험에 맞서려고 하고
더 좋은 것을 위해 앞장 설 때만이
건강하고 깨끗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호흡에
더 이상 위험이 스며있지 않은 그런 미래를 가능성있게 꿈꿔본다.
우리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모르고 생활할 때와 알고 나서 생활할 때의 차이는
분명 크지 않더라도 어떠한 변화를 불러올 테니까!

➰️➰️➰️➰️➰️➰️➰️

93. 인도에서는 환경 문제가 언제나 발전의 압박과 연결되어 있다.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가 20% 이상이고, 약 2억 7000만 명이 극심한 빈곤 상태인 상황에서 생태적 관심은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필요에 밀려나곤 한다.

160. 대놓고 적대적이진 않아도 완전히 무관심해 보이는 정부가 친환경에너지를 거의 장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의 다른 곳들에서치럼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은 쉽지는 않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번화가 필요하다는 인정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계획, 그리고 실행하겠다는 정치적 의지와 재정이 필요하다. 어쩌면 석탄이 폴란드가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의 연료라는 생각은 가장 손쉬운 대답인지 모른다. 루민의 고객들이 그의 석탄부지를 떠날 때 건네는 한 움큼의 동전은 그들이 천연가스 회사에 지불하는 것보다 더 적기는 해도, 그렇게 남긴 차액으로 숨어 있는 더 비싼 비용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가령 매년 대기오염 때문에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사망하는 4만 5,000여 명의 폴란드인이 부담하는 비용 같은 것 말이다.

266. 하지만 폴 빌링스가 보기에 미국의 공기가 전보다 나아졌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무도 공기 때문에 목숨을 잃지 않을 정도로 깨끗해져야 한다.

405. 기후변화라는 실존적인 위기는 이 책에 실린 이야기의 무시무시한 배경인 대기오염 위기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이미 기이하고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포악한 폭풍, 매번 기록을 경신하는 기온을 통해 그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경고등이 그 어느 때보다 긴급하게 번쩍인다.

#베스가디너 #공기전쟁 #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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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황의정 지음 / 세미콜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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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 자체로아름답다.
실로 꿰매어 제본하는 사철 제본 방식으로 만들어져
책이 180도로 쫘악 펼쳐진다.
한 땀씩 정성을 들여서 만들었을 것만 같은 이 아름다운 책은
왠지 이 책을 쓴 작가와 닮은 듯하다.
디지털 디바이스들을 손에서 놓지 않는 세상에서 살짝은 벗어나
제주 동쪽 끝에서 전원적인 삶을 누리는 듯한 느낌.

표지부터 글씨와 그림의 색깔 모두를 인디고 블루를 사용했다.
제주 바다의 색감과도 닮은 이 색깔은 묘하다.
파랑은 차가움을 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평온함을 느끼게도 해준다.
책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에 분명 이 인디고 블루 잉크가
한 몫 톡톡히 역할을 한 것 같다.

작가는 도시에서 빈티지숍 엣코너의 주인장이었다가
어느 순간 제주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트고
지금은 제주 동쪽 마을 사거리의 화룡정점이 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파앤이스트'를 운영하시는
자영업자 겸 사장님이시다 😊
다정한 남편과 든든한 15년차 중견 두식이.
그리고 여러 사연들로 모이게 된 강아지 덕천, 슬기, 다정이에
고양이 미요까지!
남들 눈에는 조금 특별한 삶을 사는 듯한
그들의 동고동락을 들여다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손그림인
제주의 풍경과 강아지, 고양이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었는데
작가의 안온한 삶을 누리는 데 대한 만족감과
함께 사는 사람과 동물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막 시작한 제주의 삶이 아니라
이미 십수 년 전의 이동이니
누구나 동경하는 제주에서의 새로운 삶을 연
선구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좋아하는 걸 간직한 채로 나누며 소통하는 삶의 모습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강아지 고양이들,
그리고 좋아하는 일.
매일 매일이 다른 눈부신 제주에서의 삶.
이런 게 진정한 행복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평온과 위안과 다정함을 잔뜩 느낄 수 있었다.
개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은 상상해본 적 없지만
우당탕탕 바람 잘 날 없는 삶에 스며드는,
겪어보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을 사랑 충만할 삶이 문득 궁금하기도 했다.
작가의 책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누린 셈이다.
기회가 된다면 두식이와 다정이를 보러 작가님의 공간에
꼭 방문해보고 싶다.

➰️➰️➰️➰️➰️➰️➰️

24. 서로의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였는데 그렇게 만나고 작별하고 약간의 서운함과 그리움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경험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모든 것이 적당했던 옛날의 연남동이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으려나 하고 어렴풋이 인지한다. 모든 것이 적당한 곳. 우리에게 연남동은 그런 곳이었다.

33. 세상엔 각기 다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결혼하기
전에는 각자의 조그만 행성에 머물러 있다가 함께 한집에서 아웅다웅 살며 우리의 작은 우주를 만들었다. 가끔은 예전처럼 오롯한 혼자의 시간이 그립기도 하지만 나는 지금 꽤 괜찮은 은하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 지금의 여기까지 왔고 끝이 어딘지는 여진히 알 수 없지만 오늘도 함께 홀러간다. 우리의 우주에서.

70. 살면서 세월이 흘러도 잊지 않고 간직할 수 있는 장면은 몇이나 될까.

152. 너무 놀라서 황급히 문을 닫고 창고를 나왔다. 서울 출장
중이었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큰일 났어! 미요가 뒷마당 컨테이너에 새끼를 낳았어!"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이 대답했다. "미요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야지, 새끼 낳느라 수고했다고도"

233. 낯선 여행지에서의 즐겁고 유쾌한 술자리는 특별한 기억이 된다. 기분 좋게 취기가 올라 이국적인 공간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있으니 그야말로 낭만이 가득하다.

269. 우리는 양손에 디지털 디바이스들을 쥐고 살지만 인간은 부드럽고 따뜻한 것, 궁극에는 담담하고 고요한 자연으로부터 위안받는다.

273. 가게에는 그날의 날씨와 분위기에 맞는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좋아하는 물건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는 사람들, 누군가에게 선물이 될 물건을 정성스럽게 포장하는 직원들. 작은 가게에서의 하루가 다정하게 채워진다. 가게도 문을 닫고 밤이 깊어지면 쇼윈도에 켜둔 작은 불빛이 시골 마을의 사거리를 은은하게 밝힌다.

#황의정 #각자원하는달콤한꿈을꾸고내일또만나자 #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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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자주]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표지 2종 중 랜덤) - 27편의 명작으로 탐색하는 낯선 세계사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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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책 읽기였다.
이렇게나 방대한 지식이 담겨 있는 책을
한 글자라도 허투루 읽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역사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작가의 면모는
책의 모든 곳에서 발휘된다.
이번 책은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의
후속작으로 잘 알려진 명작 27편을
다른 시선으로 보고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질문의 답을 세계사의 흐름으로 쉽게 설명해준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자신들의 폭력이나 강압적인 지배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끔 만들었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명작들에 겉으로 드러나는 교훈만을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시각으로, 주인공의 눈이 아닌 다른 등장인물의 시각으로
한발 더 넓게 상상하고 관찰하다보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다.

어릴 땐 그렇게도 지루하던 세계사의 흐름을
대략적으로나마 손에 잡을 듯 이해할 수 있다.
세계의 역사가 익숙한 명작의 뒷 배경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펼쳐지기 때문에 몰입력도 상당하다.
고대 그리스 로마사부터 시작해서 중세와 산업혁명에 이어 2차 세계대전까지
명작이 뻗어 있지 않은 곳은 없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아편전쟁을 이야기 하고,
필수품이었던 모자를 제작하던 당시의 시대배경을 통해
수은 중독에 빠져 있던 모자장수의 상태도 설명이 된다.
[반지의 제왕]으로 2차 세계대전을 이야기 하며
[헨젤과 그레텔]로 읽혀지는 중세와 근대초 독일의
마녀사냥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의 시각을 배울 수 있다.
유익한데 재미까지 있으니 일석이조다.
아이들이 세계사를 배울 시점이나 관심을 가질 때
조용히 이 책을 책상 위에 얹어 주고 싶다.

➰️➰️➰️➰️➰️➰️➰️

115. 중세에도 여성 혐오는 있었고 마녀로 몰리는 여성이 있었다. 그러나 마녀라는 이유로 집단 학살을 당하지는 않았다. 대규모 마녀사냥은 1570년에서 1640년에 집중되었는데, 이 시기는 중세가 아니다. 그렇다면 마녀사냥은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사회 불안기에 공공의 적을 만들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을 희생시킨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128. 그렇다면 평생 일을 해주었는데도 주인이 죽이려 들자 각성하고 도망가는 당나귀, 개, 고양이, 수탉은 누구를 의미할까? 중세 농노들이 아닐까? 수닭은 도둑들의 식탁을 보고 "우리가 먹어야 하는 건데" 라고 말한다. 봉건영주의 식탁에 차려진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은 농노들이 일해서 생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알려준다. 남이 일한 대가를 빼앗아 먹는 영주가 바로 도둑이라고.

295. 통계에 의하면, 1990년대에 아프리카에서 최소 2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마녀로 몰려 살해되었다고 한다. 공유지를 빼앗아 부자 나라의 관광객에게 사냥을 허용하는 동물보호구역을 만들어 관광 수입을 얻기 위해, 다국적 회사가 이용할 농장과 공장 용지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마녀를 처형한 지역이 잠비아 동물보호구역과 나이지리아 정부가 미술랭 타이어에 매각한 이구오바추와uobezuwa 보존림이었다는 사실이 현대판 마녀사냥의 진실을 알려준다.

#박신영 #고양이는왜장화를신었을까 #바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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