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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은의 가게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평점 :
자영업과 전혀 연관이 없을 때는 쉽게 하던 착각이 있었다. 커피 한 잔에 5천원이면 하루 백 잔만 팔아도 50만원, 그렇게 한달을 문을 열면 1500만원이 월수입이 될 거라는 단순한 착각!! 크크 이젠 안다. 그게 얼마나 택도 없는 이야기인지.
물건값의 10프로는 항상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고, 소득에 따라 종합소득세를 또 내야지, 게다가 가게 월세, 인건비, 재료값, 전기세 및 가스비용 등의 유지 관리비. 여차하면 적자다. 수익 문제도 문제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 여자 혼자인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배가 된다. 안 힘든 사업 없고 안 힘든 사장 없겠지만 여자라서 생길 수 있는 현실적이고 씁쓸한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지켜본 느낌이라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도 공마은처럼 곧 나의 일터, 나의 사업장이 생기게 될 시점이라 더 진중하게 읽었고 소설 속 상황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물론 나는 남편이 있고 지지해주는 든든한 가족이 있으므로 공마은의 상황과 100프로 맞닿아 있진 않았지만 공감가는 구절들이 참 많았다.
나는 여전히 공마은을 응원하고 싶고 곁을 내어주고 싶고,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꿋꿋하게 가게를 지켜나가기를 바란다.
불쾌함과 불안감을 끌어안고 살지만, 내뱉어야 되는지 참아야 되는지를 항상 혼동하지만, 누구를 곁에 둘지 혹은 멀리해야 하는지조차 쉽게 분간하기 힘들지만, 나를 지키기 힘든 상황에 수시로 놓이기 쉬운 장사라는 험한 세상에서 넘어질 듯 흔들리면서도 그냥 하는 그 마음을 응원한다. 나에게 하는 응원이자 기도일지도 모르겠다.
시작도 전에 무수한 변수들과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난관들을 이미 만나고 있다. 세상의 많은 공마은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해야지. 소홀하기 쉬운 내 몸과 마음을 잃지 않고 잘 돌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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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이제 우린 이십대와 작별했다. 지금부턴 현실이다. 왜 어째서 벌써부터 현실이냐고 주호가 술에 취해 말한 적이 있었다. 자기는 아직 끌려 들어가기 싫다고 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환갑이 다 되어서도 낭만이나 찾아다닐 애라는 걸 알았기에 나는 단호하게 잘라냈다. 주호의 낭만과 우리의 낙관을.
🔖46. 주호는 가성비 높은 삶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만하면 괜찮다는 기준이 너무 낮은 건 아닐까.
🔖81. 그들과 등지고 살려는 건 아니었다. 단지 친근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도움받을 일을 가급적 만들지 않고, 도움 줄 일도 거의 없었으면 했다. 도움은 간섭으로 쉽게 견질되고, 상대가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어느샌가 상대를 압박하게 되니까. 어리석다고 타박하게 되니까.
🔖89. 이 동네 주민들은 모를 것이다. 가게에서 먹고 자는 자영업자가 있다는 걸. 만일 알게 되어도 그냥 그런 사람도 있으려니 하겠지. 그게 뭐 대수냐고 묻기도 하겠지. 그들에겐 그들의 인생이 있으니까. 각자 자기 몫만큼 힘들고 다채로운 인생이.
🔖105. 다들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 류 팀장도 조현수도 마은 사장도 쉬는 날 없이 열심히 일하고, 먹고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구나. 적당히 일하고 살면 안 되나. 그럼 먹고살지 못하나. 왜 그럴까. 인간은 원래 죽도록 일하려고 태어났나. 과연 그럴 리가 있나. 그런 이유로 태어나는 존재가 있나... 주호처럼 대책 없이 알바만 하며 사는 것도 문제였지만 너무 열심히 일만 하는 것도 인간답지 않았다.
🔖108. 불쾌하다는 표현을 반드시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전혀 신경 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쓸데없는 오기와 자존심이 발동했다. 동시에 나의 진심을 나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만일 그가 내 항의에도 불구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때 발생할 분노와 수치심을 감당하기가 싫었다.
🔖116. 패를 던지는 게 아니라 공을 굴린다고 생각해. 힘껏 굴리면 그 방향으로 가겠지. 하지만 언젠가 멈출 거야. 그때 다시 힘껏 굴리면 돼. 어디로든 갈 수 있어. 방향은 정하지 마.
🔖253. 이모가 이제부턴 열심히 하지 말고 그냥 하되 나를 잘 돌보라고 말했다. 나의 마음과 몸을 잘 돌보라고. 나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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