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플
글라피라 스미스 지음, 권가람 옮김 / 바람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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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자꾸 손이 갈 책. 자주 찾아 읽을 책이다. 잔잔하고 담담한 이야기엔 스펙타클한 상황이라든지 극적인 감정 변화랄 게 딱히 없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땐 크게 와닿는 느낌도 없이 무던하고 빠르게 읽힌다. 그런데 묘하게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 무덤덤하고도 맹맹한 듯한 이야기가. 빨리 읽었으면서도 리뷰를 쓰려니 자꾸 멈칫하게 되는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나이 든 반려견의 안락사를 앞두고 마지막 순간을 알려주려는 딸의 전화를 받은 늙은 남자는 그 상황을 피하고 싶다. 그러면서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하는 그의 가슴은 알록달록한 색채로 번져 나간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부부, 커가는 아이, 병을 얻은 아내와 잦은 출장으로 바쁜 남편, 곁에서 함께 한 반려견의 시선. 이 모든 게 어우러져 독자인 나는,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 놓인다.

처음 읽을 땐 아무 맛도 못 느끼겠다가 두 번, 세 번 읽으니 선명히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대화만으로 표현되지 않았을 그들의 속마음과 그들을 항상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반려견 트러플. 흘린 듯 섬세한 일러스트, 화려하고도 먹먹한 색채의 대비가 마음을 한참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기쁜 일도 잠시, 어쩌면 슬픈 일도 찰나고 그런 특별한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길고도 지루한 일상이 남는다. 그 일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지나가야 하는지 반려견 트러플의 시선으로 좀 더 명확히 깨닫게 되는 것 같았다.

긴 문장이 아닌 하나의 이미지로 더 선명히 전달되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그 이미지에 담긴 일상의 고난함과 권태감, 그럼에도 온기를 잃지 않는 관계를 지켜나가기 위한 서로의 노력, 표현의 의미 등을 읽었다. 이미지에 대한 해석은 책을 접할 때마다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고 정답 역시 없을 것 같다. 정답을 찾는 느낌이 아닌, 그때 그때의 내 마음을 두고 흐르듯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래서 여러 번 우려 읽어야 할 멋진 그래픽노블이었다.



#글라피라스미스 #트러플 #바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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