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듣는 시간 -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다큐멘터리 피디의 독서 에세이
김현우 지음 / 반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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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획일성을 강요하고 소수자와 ‘다름‘을 억압과 배제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세상에 다시 들어서기 시작하는 초조한 마음을 갖고 책을 읽었다. 주위사람에게 입보다 더 많이 귀를 열고 남을 쉽게 단정하지 않아야겠다는 흔하지만 소중한 다짐을 하며 책을 덮었다. 정갈하고 고민 많이 한 글을 읽을 때면 대우받는 느낌이 들어 절로 마음이 따듯해진다. 이 책의 글이 그렇다.

부제,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다큐멘터리 PD의 독서 에세이‘.

📖 표현할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에 관련된 이해도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장애와 관련한 경험들은 단어에 굶주려 있다.

📖 혁명의 언어는 때로는 무례하고, 자주 무력하다. ‘더 나은 삶‘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더 나은 삶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그때까지 살아온 몸의 경험과 감각에 따라 결정된다. 나의 질문은 상대의 몸의 경험, 감각의 경험을 내 몸과 감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던지는 질문이었다. 그런 언어가 힘을 가질 리 없다.

📖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에 담긴 폭력을 자주 경험한 이들이라면, 무차별적인 감정이입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라면 그의 글(엠마뉘엘 카레르의 <적>)이 반가울 것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감정이입하고, 그것을 통해 연대의 힘을 확인하는 것은 분명 뿌듯한 경험이며, 소설은 가상의 세계에서 그 뿌듯함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장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남이고 각자가 가장 확실하게 전할 수 있는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밖에 없다. 그 사실에 무감한, 혹은 ‘더 큰 이유‘를 들이대며 그 사실을 외면하는 이들의 연대는 환상일 뿐이며, 섣불리 ‘우리‘를 칭하면서 공통의 언어(라고 하지만 사실은 권력을 가진, 혹은 가지고 싶어하는 쪽의 언어)로 타인의 경험을 재단하는 것은 폭력이다. ‘각자의 모습을 유지한 우리‘여야만 우리의 연대도 더욱 확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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