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법과 법해석론

1. 서론

본 장에서는 법학방법론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성문법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법학방법론을 학습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성문법하에서 법해석론은 법학 실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우선, 성문법과 불문법의 특징이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고, 법적 추론방식을 이해하고자 한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법해석론과 법형성에 대한 사항이다. 차례로 검토해보기로 한다. - P25

성문법과 불문법

1. 개념

일정한 절차를 거쳐서 조문의 형식으로 제정이 된 법을 
성문법이라고하고, 일정한 제정 절차가 없이 문장의 
형식이 아닌 법을 불문법이라고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성문법화되어 있는 헌법이나 민법, 형법 등의 성문법의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어느 특정의 형식을 단독으로 
취하는경우는 없이 성문법과 불문법 모두를 인정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양자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형식이 좀 더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P26

2. 양자의 장단점

1) 성문법

성문법은 법을 구체화하기 용이하고 법의 내용이나 
그 존재가 확실하여, 생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좋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변화하는 사회의 실정에 바로 
대응하기 어렵다. 즉, 새로운 규범이나 개정 등을 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입법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입법 
이전까지는 법의 공백이 생길 수 있는 단점이 발생한다.

2) 불문법

불문법은 비제정법이라고 하고 법규범의 존재 형식이 
제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변화하는 사회에 대처는 
빠르지만, 구체화되기는 어려운 면이있다. 또한 다양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안정성을 확보하기는 성문법에
비해서는 어려운 단점이 있다. 판례나 관습법, 조리 등이 
불문법에 속하고 주로 영미법계의 주된 법원이 되고 있다. - P26

3. 적용

판례, 관습법, 조리 등에 대하여 영미법계에서 이들이 주된 법원으로 되어 있지만 대륙법계에서는 보충적인 법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륙법계에 해당이 되기 때문에 
성문법체계를 취하고 있으며, 헌법, 민법, 형법, 상법 등 
대부분의 법규범이 조문화되어 있다. 민법 제1조에서는 
‘인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라고 규정이 되어 있으며, 
이는 법률이 관습법에 우선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 P27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선순위에서 성문화된 법률이 
관행으로 법적인 확신을 얻어서 형성된 관습법(불문법)에 
우선하여 적용이 된다는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불문법의 
적용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성문법이 우선하여 적용이 되지만, 꼭 모든 법이 
그런 것은 아니며 개별적으로 볼 때 불문법이 우선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법원조직법에서 당해 사건에 
대해서 상급심의 판결은 하급심을 구속한다라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상급심의 판결로 하급심을 구속하는 
불문법적인 성격을 조문화한 경우임을 알 수 있다. - P27

영미법계의 경우도 불문법이 주된 법원이지만, 
수정헌법이나 선박법등 조문화된 성문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는 하나만을 택하는 경우는 없으며, 
성문법과 불문법을 서로 보완하거나 보충적으로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 P27

4. 소결

성문법은 조문화된 법으로 법의 구체화에 적합하고 
법률생활의 안정성을 확보함에 장점이 있으나 변화하는 
사회에 즉각 대처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고, 불문법은 
변화하는 사회에 대처하는 기능은 능동적이지만 이를 
구체화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는 성문법에 비하여 불문법은 
다소 난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므로 현대사회는 성문법과 
불문법 중에서 한 가지만을 선택하여 사용하지 않고 
두 형식 모두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겠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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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고대의 로마법

1. 12판법

역사적 기록이 남기 시작했을 시점의 로마는 왕정 
체제였으나 기원전 6세기 말에 왕이 축출되고 공화정이 
도입되었다. 이때 로마는 티베르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공동체였다. 
그곳 사람들은 스스로를 그리스인들이 트로이를 
함락시켰을 때 피난해 온 트로이 사람들의 후예라고 
믿고 있었다. 그들의 법은 대대로 구전되어온 관습 
형태로 존재했고 이러한 법은 로마인들의 민속 문화의 
일부로 여겨졌다. 따라서 이 법은 로마 시민들에게만 
적용되었고 로마 시민들만이 주장하고 원용할 수 있었다
(로마법을 지칭하는ius civile 라는 라틴어는 ‘로마 시민들 
cives‘의 ‘법 ius‘이라는 뜻이다). - P17

관습법이 특정 사건에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의 종교적 행사를 관장하는 
귀족들로 구성된 사제단의 해석에 따랐다. 로마 시민은 
상류층 자산가에 해당하는 비교적 소수의 귀족 계급과 
이런저런 불이익과 차별을 받는 다수의 평민 계급으로 
나뉘어 있었다. 사제들은 전부 귀족 계급 출신이었으므로 
평민들이 개별 사건에서 문제가 된행위나 서식의 효력에 
대한 사제단의 판결이 언제나 공정하지는 않다고 여길 
만했다. 평민들은 관습법이 사건 발생 전에 미리 적혀 
있으면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면 자신이 
처한 법적 입장이 무엇인지를 사제단에 문의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되고, 사제단의 해석 권능도 적혀 있는 법의 
문언으로 제약될 것이기 때문이다. - P17

이런 갈등과 논란의 결과 기원전 451년에 10인 위원회
decemviri가 구성되어 관습법을 성문화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는데 이것은 아테네의 유명한 솔론법을 모델로 
삼았다. 10인 위원회는 ‘12판법‘이라고 알려진 법령집을 
완성해서 로마 시민들의 회의체 인민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았다.

12 판법을 승인한 민회는 옛날 법을 변경하고 새로운 법을 도입한다고 여긴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계속 존재했던 법을 더욱 명확하게 확정한다고 생각했다. 성문화된 문건으로 
채택됨으로써 12판법은 법률lex 이 되었는데, 법률을 
지칭하는 ‘lex‘는낭독한다는 뜻을 가진 ‘legere‘에서 
온 것으로서 법 ius 을 성문화하여 공식적·공개적으로 
선포한다는 뜻이다.
- P18

12판법은 우리가 아는 로마법의 시작점에 해당하며 
공법과 신성법[종교적 사안을 규율하는 법 규정]을 
포함한 법의 전 영역을 다루는 규정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원문은 남아 있지 않지만, 12판법 구절들을 인용한 후대 
문헌들이 워낙 많다 보니그 내용은 대체로 복원되어있다. 
인용된 이런저런 구절들이원래 어떤 순서로 등장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19세기 학자들이 구성하여 현대에 
출간된 12판법의 여러 버전들은 이법률의 체계적 특징을 
확실히 과장하고 있다. 하지만 첫 부분은 소송 개시에 
필요한 피고 소환 절차를 다루고 있고, 끝부분은 소송 
종료 후 판결 집행 절차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밝혀져 있다. - P19

12판법은 모든 사람이 법으로 알고 수용한 내용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분쟁의 여지가 있었거나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을집중적으로 다룬 것이다. 거기 수록된 규정들은 
평민에게 특히 유리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법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이제 고착된 형태로 존재하게 되었으니 
평민들은 자신들의 입지가 어떠한지 알 수 있게 되었다. 

- P19

특히 12판법은 시민이 법원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법정에서의 
절차를 개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소송 절차를 
상세히 규정해두었다. 공화정 초기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피해 보상을 받아내는 것을 도와줄 
정부 인력이 많지 않았고, 법적 절차를 개시하려면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여러 수순을 스스로 밟아야했다.
일정한 경우에는 자력구제가 허용되었는데 그 이유는 
공동체의 힘이 개인의 자력구제를 금지할 만큼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2판법은 자력구제를 제도화함
으로써 엄격한 제약하에서만 그것을 허용하겠다는 결단을 
보여준다. - P19

분쟁이 발생하여 당사자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게 되면,
정무관 magistrate 에게로 가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의 면전에서 개최되는 회의의 목적은 그 분쟁이 시민법 
civil law을적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분쟁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판결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이다.  - P20

‘정무관‘이라고 번역한 ‘magistratus‘는 로마 공화정 
제도에서 법의 적용과 집행에 대한 궁극적 권한을 가지는 
이를 뜻한다. 폼포니우스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왕정시대에 왕이 가졌던 모든 권한이 공화정 제도에서는 정무관에게 
있었다(법률의견선집, 1.2.2.14). - P20

판결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이다. 공화정이 시작되기 전 
아주 오랜 옛날에는 로마인들도 물이나 불을 이용한 
신판 ordeal에 의존하거나, 각 당사자들이 정해진 숫자의 
서약인을 내세워 그들이 실수 없이 서약 oath 을 마치는지에 따라 분쟁을 해결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공화정에 와서는 시민법을 적용하여 분쟁을 
해결할 경우 당사자들과 정무관이 선정한 사인(때로는 
여러 명의 사인들)에게 사건을 회부하여 그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심판인 index이라고 부르는 이 사람이 홀로 배심원이 
되는 셈인데, 그는 (아마 처음에는 자신이 직접 아는 
내용에 의존하여)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증인의 진술과 
당사자들의 주장을 청취하여 그에 따라 원고 승소 또는 
피고 승소의 판결을 선고했다. - P20

이런 소송을 제기하려는 당사자가 겪는 어려움은 절차의 
첫단계에서 상대방이 정무관 면전에 출석하도록 하는 
것이다. 피고는 분쟁을 매듭짓기 위해 협조할 수도 
있었겠지만, 피고가자발적으로 출석하지 않으면 원고는 
출석을 강제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출석 강제권이 어떤 경우에 사용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사용될 수 없는지가 그 전의 관습법에서는 
명확하지 않았었는데, 12판법에서 원고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무엇인지를 상세히 규정했다. 정무관 면전에 
출석해달라는 원고의 요청을 피고가 증인이 보는 앞에서 
거부할 경우와 피고가 도망가려고 시도할 경우에만 
원고는 강제력을 동원하여 피고를 정무관에게로 끌고 
올 수 있다. 피고가 아프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원고가 적절한 탈것을 제공해야만 피고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 법 규정은 쿠션이 있는 가마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정무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감행할 수 있는 행위도 특정되어 있었다. 

- P21

12판법은 밤중에 도둑질을 하고 있는 도둑을 잡거나, 
낮에라도 도둑이 체포에 저항할 경우에는 즉각 살해해도
 무방하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려면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했다. 

심각한 신체 상해가 가해진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는 
적절한 배상 금액을 합의하도록 권장되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않으면 12판법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같은 수준의 상해를 가하는 동해보복 lex talionis 을 
허용했다(눈에는 눈, 이에는이). 

그러한 물리적 보복 가능성을 규정해둠으로써 당사자들의
합의가 촉진되었고, 가해자 가족이 배상금을 마련해주지 
않게나 마련할 수 없는 경우에만 물리적 보복이 실제로 
이루어졌을것으로 짐작된다. 덜 심각한 상해에 대해서는 
동해보복이 허용되지 않았고, 유형별로 미리 정해진 액수의 정액 배상금이 지급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 P21

지금까지 개인 간의 분쟁에 대해서 살펴보았지만, 
사실 로마시대의 개인은 일정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파악되어야 할 경우가 더 많다. 초기 로마법에서는 
가족이라는 단위가 바로 이 집단에 해당한다. 

가족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법이 개입하지 
않았다. 가족 구성원들 간의 관계는 사적인 문제로서 
공동체가 그것을 통제할 권한은 없었다. 가족 외부와의
관계는 호주 paterfamilias가 가족을 대표하여 처리했고, 
가족의 재산은 모두 호주에게 귀속되어 있었다. 

호주의 남계 후손들은 모두 호주의 가부장권 potestas 
하에 놓여 있었다. 어린이가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가부장권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호주가 사망할 
때까지 그 자손은 누구도 스스로의 이름으로 재산을 
소유할 수 없었다. 그 결과 가족의 재산은 흩어지지 않고 
하나로 모여 있을 수 있었고, 가족 전체의 재원은 더 
공고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 

실제로 가구의 노예나 가부장권하에놓여 있는 자식이 
절도를 하거나 남에게 상해를 가한 경우 그 피해자는 
가해자의 호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야했는데, 그 이유는 호주만이 그 가족의 자금으로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12판법은 이 경우 호주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수도 있고, 돈을 내지 않는 대신 가해행위를 한 노예나 자식을 피해자
 또는 그 호주의 가부장권에복속되도록 넘겨줄 수도 있다고 규정한다(해악물 양도).

- P22

살인이 벌어진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여지가 없었고, 정무관이 공동체를 대신하여 
살인범을 기소함으로써 가문 간의 보복 살인이나 
유혈 분쟁이 일어나는 사태를피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때에도 법 제도는 당사자들이 타협하여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보통이었다. - P23

12판법이 제정된 시기에는 심판인이 지급하라고 판결한 
돈을 피고가 30일이 지나도록 원고에게 지급하지 않을 
경우 원고가 피고를 압박하여 죽음에 이르게까지 할 수도 
있었다. [승소하고도 돈을 못 받은] 원고는 피고를 정무관 
앞에 강제로 끌고 올 수 있었고(이번에는 정중히 출석을
요구할 필요도 없다), 패소한 피고가 여전히 돈을 지급하지 
않거나 피고를 위해 지급을 보증할 든든한 보증인을 
내세우지도 못하면 정무관은 원고가 패소한 피고를 사슬에 묶어 60일 동안 가둬두는 것을 허락했다. 

이 기간 동안 원고는 장이 서는 기간 중 사흘 연속하여 
피고를 시장에 끌고 가서 그가 빚을 못 갚고 있는 상황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고, 그의 친지나 가족이 문제를 
해결할 수있도록 기회를 줘야 했다. 이래도 빚을 갚지 
못하면 원고는 이불운한 피고를 로마 외의 지역에 노예로 
팔아치우고 받은 대가를 채권자들이 나눠 가질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궁극적인압박 수단으로 작용했다. 

만일 채권자들이 원하면 [패소하고도돈을 못 갚는] 피고를 
살해하여 그 시체를 토막 낼 수도 있었다.
12판법은 꼼꼼하게도 어느 한 채권자가 자신의 몫보다 
더 많이 피고의 사체를 잘라내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 포셔가 샤일록에게 사용하게 될 주장["조금이라도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자르면사형과 전 재산 몰수형을 면치 못하리라"] 미리 예상이라도한 듯 말이다. - P23

나중에는 로마인들 스스로도 12판법에 원시적 규정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인정했지만, 12판법은 법 집행을 위한 
제도를마련하는 데 필요한 국가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던시절의 법률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12판법은 시민들이 
스스로 분쟁을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제도적 틀을 
제공한 것이다. 자신의 노예나 가족 구성원, 그리고 친지들의 조력을 동원할 수있는 당사자는 그렇지 못한 당사자보다 
더 유리한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 P24

2. 해석을 통한 법의 발전

공화정 시대를 거치면서 12판법의 일부 특징이 변경되긴 
했다. 승소 판결을 받은 채권자들이 채무자를 살해하는 
것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았지만 패소한 채무자는 강제 
노동으로 빚을 갚아야 했으며, 나중에는 채무자에 대한 
파산 절차가 도입되어 채무자의 재산을 강매하고 그 수입을 채권자들이 분배했다. 

하지만 12판법이 제정되고 500년이 지나서도 로마인들은 
12판법을 역사가 리비우스 Titus Livius 의 말처럼 ‘모든 
공법과 사법의원천‘이라고 여겼고, 키케로Cicero는 어린 
학생들이라면 모두 12판법을 외워야 한다고 했다. - P24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법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아득한 옛날부터 로마인들 삶의 일부를 이루어온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동시에 법이 합리적 범위 내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바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화정의 처음 절반가량 기간 동안에는 불문 관습법이건 
12판법과 같은 성문법이건 법을 해석하는 권능은 여전히 
사제단에게 있었다. 사제단은 법을 진보적으로 해석하기도 했고, 종래의 법에는 없는 새로운 제도를 법 ‘해석‘을 통해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런 해석의 사례로는 가부장권하에 있는 자식들을 
가부장권에서 해방[분가]하는 제도를 들 수 있다. 
호주가 그 자손에 대해 가지는 가부장권은 호주가 죽거나 
자손이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12판법 시대에는 
호주가 그 자손과의 관계를 자발적으로 절연하는 법적인 
방법이 없었다. 

호주는 아들을노예와 비슷하게 팔아치울 수 있었는데, 
12판법은 호주가 이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들을 세 번 팔면 아들이 아버지의 가부장권에서 
벗어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아들을 여러 번 파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구입한 자가 아들을 해방하면 아들은 
다시 그 아버지의 가부장권에 복속되었기 때문이다. - P25

해석을 통하여, 3회 판매에 관한 법 규정은 아버지가 
아들이 분가할 수 있도록 해방하는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아버지는 자기 친구에게 아들을 세 번 판매하는 시늉을 
하고 친구는 아들을 매번 해방하는 것이다. 세 번째 팔린 
후 해방되면 아들은12 판법 규정에 따라 가부장권에서 
놓여나게 된다. 
- P25

여기까지는 해석이라기보다는 명백한 어떤 규정을 원래의 
용도 [아들을 노예처럼 판매하는 행위를 일정 수준에서 
제약하고자 하는 용도]와는 다른 용도 [자발적 분가]에 
적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해석은 계속 확장되었다. 12판법은 아들 판매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딸이나 손자 손녀들은 
호주가 아무 제약 없이 노예처럼 팔아치울 수 있었다. 
3회 판매에 관한 규정을 호주로부터의 분가에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아들을 분가하려면 3회 판매가 필요하고 딸이나 손자 손녀를 분가하는 데는 1회 판매만으로 족하다는 
해석이 자리 잡게 되었다. - P26

물론 이런 변화는 12판법을 만든 10인 위원회 위원들이 
상상도 못 했던 용도로 12판법 규정이 변용되어 적용된 
결과라는 점을 많은 시민들은 파악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법률가들 입장에서는 분가 제도를 완전히 새로운 제도 개혁 결과라고 내세우기보다는 12판법에 
명시적으로는 아닐지라도 묵시적으로 이미 내재해 있던 
것이라고 제시하는 편이 더 받아들이기 편했을 것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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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법은 유럽의 법과 정치, 사상과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여러 세기에 걸쳐 ‘유럽 공통의 문화‘가 
생겨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로마법 연구의 중심지는 시대에 따라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로 이동해왔고, 오랜 역사만큼 연구 문헌의 
분량 또한 방대해서 독자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은 유스티니아누스 법부터 현대 민법전에 이르기까지
2,000년이 넘도록 서양 문화가 발달해온 전 과정을 
함께한 로마법의 역사를 간결하고 명료하게 담았다.

제1장 서설

고전 고대의 유산이라고 하면 우리는 먼저 고대 그리스 
예술, 고대 그리스 연극, 고대 그리스 철학을 생각하게 된다.
로마가남긴 것은 아마도 도로와 로마법일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법의 본질이 무엇인지, 사회에서 법이 
차지하는 위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깊이 사유하긴 했지만 실제로 그리스 도시국가의 법은 고도로 발전했다고 보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법학이라 할만한 것이 거의 존재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로마인들은법 이론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고, 로마의 법철학은 대체로 그리스에서 차용한 것이었다. - P13

로마인들의 관심사는 개인의 재산 관계를 규율하는 법리들,
소송 절차를 통해 어떤식으로 일방이 상대방의 이행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었다. 로마법의 상세한 내용은 전문법률가들이 발전시켰고 대단히 세련된 수준에 도달했다. 

로마법 법리는 기술적으로 탁월해서 후대의 여러 전문 
법조인들을 매료시킨 반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로마법의 우수성은 예술이나 잘 닦인 도로에 비하면 당장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러 세기에 걸쳐 
로마법은 유럽 공통의 문화라는 것이 생겨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P13

고대 로마법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들은 대부분 6세기에 
비잔틴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의 명에 따라 편찬된 법률 문헌에 의거한 것이다. 이 편찬 작업에 포함된 문헌들은 
1,000년에걸쳐 계속된 법 제도 발달의 산물이고 그 기간 
동안 로마법은고유한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 대략 기원전 
500년에서 기원후550년에 이르는 1,000년의 기간 동안 
로마는 조그마한 도시국가에서 세계적인 제국으로 성장했다. 

정치적으로는 왕정으로시작하여 공화정을 거쳐 기독교가 
득세하기 조금 전부터는 황제의 통치하에 있었다. 
같은 기간 동안 로마의 법도 사회상의변화에 상응하여 
적응하고 변화해왔지만 그 본질에 있어서는먼 옛날 
로마인들 삶의 일부분이었던 법이 그대로 계속된다는
생각이 유지되었다. - P14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 편찬된 로마법 문헌들은 유럽 
역사의 각 시대별로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로마법의 부흥 또는 부활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고, 
중세 후기 내내 로마법의 연구와 발전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16세기에 들어서는 인문주의가 
등장하면서 프랑스가 로마법 연구와 발전의 주역이 되었다. 17세기에는 네덜란드가 로마법 연구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고, 19세기에 와서는 독일 학자들이 로마법을 
또 한번 변화시켰다. 

이러한 각 시기마다 로마법의 다른 측면이 강조되었다. - P14

로마법에 대해서는 열렬한 신봉자와 맹렬한 반대자들이 
있어왔다. 1947년에 허버트 졸로비치가 지적했듯이
로마법 반대자들은 다음 세 가지 논거에 기반을 두었다. 
첫째, 로마법은 낯선 남의 나라 법이라는 것이다. 
노예를 부리고 살던 고대 사회의 법이므로 후대의 
사회 이상에 비추어 보면 낯설다. 
둘째, 로마법은 절대 군주를 옹호하고 자유로운 정치 
제도에 적대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왔다. 
셋째, 로마법은 개인주의와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면서 
공공선보다는 이기주의를 옹호해왔다("로마법의 정치적 
함의 PoliticalImplications of Roman Law", Tulane Law Review 제22호, 1947). 때로는 이들 각각의 논거들이 
결합되기도 한다. 독일 나치당의원래 강령 중에는 
"물질주의적 세계 질서에 부역하는 로마법은 폐기하고 
독일 고유의 공통법을 채택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태도에 자극받아 독일의 위대한 법사학자
파울 코샤커 Paul Koschaker는 로마법의 위기를 
알리는 ‘유럽과로마법‘이라는 저서를 집필했고 이 책도 
1947년에 출간되었다. - P15

그로부터 5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로마법 연구자들은 
일종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유럽 문화에 로마법이 기여한 
바에 대해서는 이제 좀 더 차분하게 검토해볼 수 있게 되었다. 

- P15

이 책은 코샤커의 책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다. 
고대 로마법의 특성이무엇인지를 대략적으로 묘사하고, 
로마법 문헌들이 일종의 법률 문헌 슈퍼마켓처럼 되어 
각 시대의 법률가들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거기에서 
가져다 쓰게 된 이력을 추적해보려는것이다. 로마법은 
유럽의 법과 정치사상에 지울 수 없는 특징을 각인시켰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가 바로 이 책의 주제이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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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는말

일상적 삶에서
‘정치 전쟁‘ 해소법 - P310

"정치 이야기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금기라고 하는데 
요즘은 가족들 사이에서도 금기가 되는 중인 듯하다. 
모두가 조심하는데도 기어이 뭔가 신랄한 논평을 
꺼내고야 마는 분들이 있다. 이들은정치적 입장 차로 
사적인 관계에 생길 위험보다 상대를 계몽시켜 생기는 
공익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다. 
그럼 좋겠지만, 계몽이 말로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정치에 관한 한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은 드물다.반면 사람을 화나게 하는 건 한두 마디면 충분하다." - P311

‘양시양비론‘을 다시 보자

사회 전체 차원에서도 꼭 해야할 일이 있다. 
우리의 사고 습관과 공론장의 논의 방식에 대한 성찰이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었던시절을 오래 겪은 우리에겐 
"양시 양비론은 나쁘거나 바람직하지않다"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뿌리를 내린 것 같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가 
만개하는 정도를 넘어 과잉이 된 오늘날에도 그 고정관념이
유효한지 따져볼 필요가 없다. - P315

"양비론은 양측을 똑같이 비판함으로써 누구의 과실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리기 어렵게 한다. 찬성과 반대를 
분명히 가리거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찬반의 
대립 구조 자체를 부정하기때문에 의사결정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중도적인 입장으로 양측을모두 존중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과실이 더 큰쪽을 
유리하게 만들어준다." - P315

양비론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내용과 맥락을 따져야지 
양비론 자체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양비론을 펴선 안될 사건이나 상황이 있는가 하면 
양비론이 필요하거나 불가피한사건이나 상황도 있는 
것이지, 그걸 따져보지 않은 채 무조건 "양비론은 나쁘거나 
비겁하다"고 말하는 건 곤란하다는 뜻이다. - P315

확신은 ‘잔인한 사고방식이다 - P317

2022년 대선으로 인해 두 개로 쪼개진 나라, 대선 이후에도 계속될 ‘증오의 정치‘를 우려하는 이가 많다. 정치인이나 
유권자들이 시시비비를 가릴 줄 모르거나 가리지 않아서 
그러는 걸까? 

지인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싸웠거나 작은 말다툼이라도 벌여본 사람이라면 흔쾌히 인정하겠지만, 시시비비의 
효용은 팩트냐아니냐를 가리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념과 정치적 성향은 시시비비의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사람들마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다른 데다 의제 
설정에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선택‘의
기준도 다르기 때문에 시시비비로는 해결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 P318

나는 시시비비보다는 자신의 오류 가능성에 열려 있는 
자세나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앙에 가까운 확신을 자제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생각이 다른 상대방의 견해를 경청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던 시절엔 확신은 물론 ‘광신‘마저 
투쟁의 동력으로 필요했고 긍정 평가할 수 있었지만,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체제하에선, 게다가 지금처럼 
사회적갈등과 분열이 극심한 상황에선,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확신이다. 확신은 나의 확신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을 적으로 돌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 P319

"30년 이상 연구를 해오면서 나는 인간 심리에 관한 매우 
중요한 진실을 발견했다. 바로 ‘확신은 잔인한 사고방식‘
이라는 점이다. 확신은 가능성을 외면하도록 우리 정신을 
고정시키고, 우리가 사는 실제 세상과 단절시킨다." 
미국 심리학자 엘렌 랭어의 말이다. - P318

그런데 확신을 자제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영국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지적했듯이, 
우리 인간이 삶을 기능적으로 살아가려 한다면 자신의 
믿음들 중 일부를 완전히 확실하다고 간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어떤 것들을 확신하지 않고는 
다른 어떤 것도 시작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 P318

실제 세상은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다

그렇다면 이런 타협을 해보는 건 어떨까? 
개인적인 일에 확신을 하더라도 정치를 대할 땐 
확신의 강도를 좀 누그러뜨려보자.
미국 정치학자 E. E. 샤츠슈나이더가 갈파했듯이, 
"민주주의란스스로 옳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체제" 이기 때문이다. 확신으로 가득찬 사람들 
사이에선 타협이나 협치 자체가어려울 텐데 어찌 
민주주의가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 P319

우리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가 실제로 
살고있는 세상은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다. 
2022년 대선에서 거대양당 후보들을 택한 유권자의 
선택은 이분법으로 갈릴망정, 선택의 강도가 모두 똑같은 
건 아니다. 강도의 범위를 0.1에서 1까지로 잡는다면, 
1이라는 확신으로 택한 이들도 있겠지만 망설임끝에
 0.1 이라는 매우 낮은 강도의 생각으로 선택을 한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 P319

분류, 특히 이분법 분류는 폭력적이다. 생각을 달리하는 
양쪽의 타협이나 협치가 얼마든지 가능한데도 그게
불가능하거나 나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하고, 그래서 ‘승자독식 정치‘를 정당화하는 
심리적 기제로 작용한다면, 이게 폭력적인 게 아니고 
무엇이랴. - P320

1960년대 중반 미국의 컴퓨터공학자 로트피자데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전통적인 2진 논리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한 퍼지 논리fuzzy logic는 오랜 세월
동안 과학계의 냉대를 받아야 했다. fuzzy란 ‘흐릿한, 
모호한, 명확하지 않은‘이란 뜻인데,‘흐릿한 논리‘라는 
형용 모순을 용납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았던 탓이다. 
과학 분야도 그랬을진대 열정이 들끓는 정치에 관한 
논의에서 흐릿한 것에 대해 관용을 베풀긴 어려울 게다.

- P320

그러나 시대가 그걸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은 각자 
입맛에 맞는 정보와 뉴스만을 선별적으로 소비하게 
함으로써 과거 그어느 때보다 확신에 찬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두렵게 생각해야 할 사실이다. 민주주의는 의심을 
근간으로 삼은 체제이기 때문이다. 삼권분립을 통한 
상호 견제와 감시가 바로 그런 ‘의심 시스템‘이 아닌가? 
확신의 과잉은 민주주의를 위태롭게만든다. - P320

양시양비론이 디지털 혁명의 그런 부작용에 대한 
해독제로서 가치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나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언론도 각자의 이념과 
정치적 성향에 충실하기보다는 ‘두 개로 쪼개진 나라‘의 
분열 간극을 좁히는 일에 앞장서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언론을 가리켜 ‘기레기‘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좋겠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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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개념

제1장 범죄론의 기초

범죄의 일반적인 형태는 ‘고의의 작위범‘인데, ‘과실범‘과 
‘부작위범‘은 범죄의특수형태를 보이는 것으로서 고의범 
및 작위범과는 다른 특이점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범죄론 분야에서는 고의의 작위범을 ‘기본형‘으로 
삼아 이에 관한 일반론을 먼저 고찰한 후에, 범죄의 
특수형태로서 과실범, 결과적가중범, 부작위범을 별개의 
장(제7장)에서 취급하기로 한다. - P95

범죄의 개념

형법에는 범죄개념을 내용적으로 정의한 규정은 없다. 
범죄의 개념은 실질적 관점과 형식적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는데, 각각의 관점에 따라 ‘실질적 범최개념‘과 ‘형식적 
범죄개념‘으로 구별된다. 

형식적 범죄개념은 현행 실정형법상의 법률질서에서 
도출되는 범죄개념(범죄의 법률적 의의)임에 반하여, 
실질적범죄개념은 실정법을 떠나 전법률적으로 범죄의 
본질을 규명해 주는 범죄개념이다(범죄의 전법률적 의의). - P95

1. 범죄의 실질적 개념

오늘날 형사법학(형법학ㆍ 범죄학 ㆍ형사정책 등)에서는 
범죄의 실질적 개념을 정의함에 있어서 「법익」 
(Rechtsgut) 의 개념을 빌리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법익이란 "사회의 공존ㆍ공영 조건을 
확보하기 위하여 형벌로써 보호해야할 생활재(財)"를
 말한다. 따라서 범죄의 실질적 개념은 "사회의 공존공영
조건을 확보하기 위하여(필요한 사회윤리규범에 위배되고) 형벌로써 보호해야 할 생활재를 침해하거나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 P95

실질적 범죄개념의 연구대상은 범죄의 실질‘ (본질)을 
규명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① 법익침해를 범죄의 실질로 
파악하는 ‘법익침해설‘ ② 사회윤리규범내지 법질서준수의 의무에 대한 위배를 범죄의 실질로 파악하는 ‘의무위배설‘
③ 법익침해와 의무위배의 양자가 범죄의 실질을 이룬다는 결합설이 있다. 

이 학설의 대립은 바로 형법의 보호적 기능에 있어서의 
법익보호기능과 사회윤리규범보호기능의 대립, 
위법성의 실질ㆍ불법의 내용에 있어서의 결과반가치론과 
행위반가치론의 대립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본서의 
해당분야에서 논급하는 바와 같이 양학설의 택일이 아니라 결합이 타당하다고 보아, ③의 견해가 범죄의 실질을 제대로 해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범죄의 실질적개념을 
정의함에 있어서는 법익침해설에 가까운 표현이 사용되고 있을 따름이다. - P96

실질적 범죄개념은 형사법에 있어서 가이드 라인 (지침)을 제시하며, 실정형법질서에 있어서도 해석론의 지주가 된다. 형사입법자가 어떠한 행위를범죄로 규정하여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 현행형법상의범죄 중 어떠한 것이 실질적 의미에서 더 이상 범죄로 간주될 수 없는 까닭에실정형법에서 
삭제해야 할 것인지(비범죄화의 문제)를 결정함에 있어서 
실질적 범죄개념은 그 정책적 판단기준을 제공해 준다. 

즉 실질적 범죄개념은형법 및 형벌권력의 정당성의 근거와 한계에 대한 검토를 가능하게 해 주는형사정책적 기준점이 된다. 이러한 관점을 실질적 범죄개념의 ‘형사정책적 의의‘라고 하며, 기존 형법질서의 정당함을 검증하는 잣대로서
 "체계비판적 기능"을 수행한다. - P96

2. 범죄의 형식적 개념

범죄개념을 형식적으로 정의하자면, "(실정) 법률에 의하여 형벌이 부과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즉 ‘법률만이 범죄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 죄형법정주의상의 법률적 범죄개념이다. 형식적 범죄개념은 형법의 자유보장적 기능을 달성케 
해 주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형법의 "체계내재적 
범죄개념이므로 그정당성을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즉 형식적 범죄개념은 ‘범죄란 
무엇이냐‘라고 하는 질문에 대하여 ‘법률이 범죄라고 하면 범죄인 것이다‘라고 대답하는 ‘법실증주의‘의 견지에 
서 있으며, 전혀 범죄의 본질이라고 할 만한 것을 제시하지 
못하는 결함을 지니고 있다. - P96

형식적 범죄개념은 형법상 범죄가 성립되기 위하여 
어떠한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인가 하는 논제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여기에서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성이라는 범죄의 세 가지 성립요건을 내용으로 하여, 
형식적 범죄개념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며 
유책한 행위"라고 정의된다.

그리고 실질적 범죄개념의 핵심요소였던 ‘법‘ 개념은 
형법각칙상의 범죄의 본질을 밝혀 줌으로써 형법 ‘해석‘의 
한 원리를 제공해 주고 각종의 범죄를 ‘체계화‘할 수 있는 
분류도구가 된다. 이 점에 있어서 법익개념은 체계내재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형식적 범죄개념과도 관련을 갖는다. - P97

범죄의 성립요건·처벌요건 소추요건

1. 범죄의 성립요건

형식적 범죄개념은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성이라는 범죄의 세 가지 성립요건을 개념요소로 하고 있다. 
형법총론의 범죄론 분야는 이 세 가지 범죄성립요건의 
분석을 중심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그 간략한 소개에 그치기로 한다. - P97

(1) 구성요건해당성

범죄는 형법 제2편의 각칙 기타 개개의 형벌법규에 
규정되어 있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이다. 
구성요건이란 통상적 의미로는 "형벌을 부과할 행위를 
유형적 추상적으로 파악하여 법률에 기술해 놓은 것"을 
말한다. 예컨대 형법 제250조 제1항 살인죄에서 "사람을 
살해한 자"라고 기술해 놓은 부분이 구성요건이다.

- P97

구체적 범죄사실(삼단논법에서의 소전제)이 
추상적 · 법률적 구성요건(대전제)에 합치(포섭)되면 
‘구성요건해당성‘ (결론)이 ‘있다‘고 하고, 
합치되지 아니하면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다‘고 하거나 
구성요건해당성이 ‘부정‘ 또는 "배제"된다는 표현을 쓴다. 
그리고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범죄사실을 
‘구성요건해당사실‘이라고 한다. - P97

죄형법정주의에서는 구체적인 인간의 행위가 범죄로 
되기 위해서는 맨 먼저 형벌법규가 규정하는 일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해야만 한다. 법률상의 구성요건만이 
범죄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반도덕적·반사회적인 
행위라고 하더라도 법률이 정하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 - P98

(2) 위법성

범죄는 위법한 행위이다. 위법성이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전체법질서에 비추어 보아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부정적 가치판단"을 말한다. 즉 특정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전체 법질서에 ‘모순‘, 
‘배치된다고 하는성질을 의미한다. - P98

구성요건은 원래 위법행위를 유형적으로 규정해 놓은 
것이므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일단 위법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법질서는 일정한 
행위를 금지 · 명령‘ 하는 규범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고, 
일정한 사정하에서 행위를 ‘허용‘하는 규범도 가지고 있다. 

행위의 허용규범을 위법성조각사유 또는 정당화사유라고 
하고, 형법 제20-24조에 규정된 정당행위, 정당방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가 이에 
속한다. 예컨대 형법 제250조 제1항 살인죄에서 "사람을 
살해한 자‘라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살인행위가 
정당방위로서 행해진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로 성립되지 않는다. - P98

(3) 책임

범죄는 책임있는, 즉 ‘유책‘한 행위이다.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일정한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행위자 개인을 비난할 수 있는 유책한 행위여야 한다. 책임이란 위법행위를 한 "행위자 개인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말한다. - P98

행위자에 대한 비난을 불가능하게 하는 사유를 
책임조각사유 또는「면책사유」 라고 하고, 
비난의 정도를 저하시키는 사유를 책임감경사유라고 한다.
책임무능력,정당한 이유있는 위법성인식의 결여 
또는 착오,강요된 행위 등이 책임조각사유가 되고, 
한정책임능력은 (임의적)책임감경사유가 된다. 
예컨대 위법한 살인행위라도 정신병자의 살인행위는
책임이 조각되므로 범죄로 성립되지 않는다. - P98

2. 범죄의 처벌요건

범죄의 성립요건과 구별하여야 할 것은 처벌요건 또는 
가벌성의 요건이다.「처벌요건」이란 "일단 성립한 범죄의 가벌성, 즉 형벌부과의 가능성만을 좌우하는 요건"이다.

처벌요건에는 ‘객관적 처벌요건‘과 ‘인적 처벌조각사유‘로서의 ‘소극적 처벌요건‘이 있다.
- P99

(1) 객관적 처벌요건

객관적 처벌요건이라 함은 일단 성립한 범죄의 가벌성만을 좌우하는 ‘객관적 · 외부적 사실‘을 말한다. 형벌권의 발동을 저지하는 객관적 사유를 객관적 처벌(형벌) 조각사유라고 
한다.

객관적 처벌요건의 예로는 파산죄에 있어서 ‘파산선고가 
확정된 사실‘, 사기죄에 있어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사전수뢰죄에 있어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사실‘ 등이 있다.
- P99

(2) 인적 처벌조각사유

인적 처벌조각사유란 일단 범죄는 성립하였으나 ‘행위자의 특수한 신분관계‘로 말미암아 형벌권이 발생하지 않게 되는 사유를 말한다. 이 사유가 없어야만 가벌적이므로 ‘소극적‘ 
처벌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인적 처벌조각사유의 예로는 친족간의 재산범죄에 있어서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등의 신분있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있어서 국회의원이라는 신분도 이에 속한다. - P99

3. 범죄의 소추요건

범죄의 성립요건 및 처벌요건과 구별해야 할 것은 
소추요건(소송요건)이다. 소추요건은 범죄의 성립 및 
가벌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단지 공소제기 및 
소송추행의 유효요건에 불과하다. 따라서 소추요건은 
원래 형사소송법의 연구대상이지만, 실체법인 형법전이 
규정하고 있는 ‘친고죄에 있어서 고소‘와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의사‘라는 소추요건을 한도로 해서 
형법학에서도 언급된다. - P100

그 밖에 ‘특별법‘상으로 당해 행정관청의 ‘고발‘을 
소추요건으로 규정한 경우도있다(조세범처벌법 제21조).
행정법에 있어서 사건의 기술성·전문성이 반영된 것이다. - P100

(1) 친고죄에 있어서의 고소

친고죄란 "피해자 기타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이다. 고소가 있을 때까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정지조건부 범죄‘라고도 한다. 

친고죄를 둔 입법취지는 ① 범죄에 대하여 공소제기를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명예 등의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비밀침해죄)에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 주거나 ② 범죄 (피해)가 경미한 경우(모욕죄)에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할 여지를 주려는 데 있다.
형법은 모욕죄, 비밀침해죄 등을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 P100

(2)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의사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단 공소를 제기할 수는있으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때에는 
공소제기가 부적법하게 되어 처벌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해제조건부 범죄‘라고도 한다. - P100

형법은 폭행죄협박죄, 명예훼손죄, 과실치상죄 등을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군형법 제60조의 6은 소정의 폭행 또는 협박이 
행해진 경우에 형법 제260조 제3항 및 제283조 제3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배제하는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 P100

4. 범죄의 성립요건·처벌요건 소추요건의 구별실익

범죄의 성립요건·처벌요건ㆍ소추요건을 구별하는 
실익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 재판의 종류 

범죄의 성립요건이 구비되면 원칙적으로 유죄판결을 
하게 되고, 범죄의 성립요건이 결여되면 ‘무죄판결‘을 
하게된다. 따라서 행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다든가 
위법성이 조각된다든가 책임이 조각되는 등, 범죄의 
세 가지 성립요건 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무죄판결을 
받게 된다.

그러나 범죄의 ‘처벌요건‘이 결여되면 유죄판결이지만 
형벌만을 면제해 주는 ‘형의 면제판결‘을 하게 되고, 
‘소추요건‘이 결여되면 공소기각 등의 형식재판을 하게 된다. 
(나) 고의의 대상 

범죄의 성립요건 중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은 고의의
대상에 속하지만, 처벌요건과 소추요건인 사실은 고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P101

(다) 정당방위의 가능성

정당방위는 ‘위법‘한 침해행위에 대하여 허용되는
것이므로, 범죄의 성립요건 중 위법성이 조각된 행위에 
대하여는 정당방위를할 수 없지만, 처벌요건 또는 
소추요건을 결여한 범죄에 대하여는 정당방위가 가능하다. - P101

(라) 간접정범 또는 공범의 성립가능성 

범죄의 성립요건 중 구성요건해당성이 없거나 위법성이 
조각되는 타인의 행위를 이용한 경우에는 간접정범이
성립될 수 있으나, 처벌요건 또는 소추요건을 결여한 
타인의 범죄행위를 이용한 경우에는 간접정범은 결코 
성립될 수 없고 협의의 공범 (교사범, 방조범)이
성립될 수 있을 뿐이다. - P101

(마) 형사보상청구권의 유무 

헌법 제28조와 형사보상법 제1조에 의하면, 형사피고인은 
원칙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범죄의 성립요건 중 하나를 결여하면 무죄판결을 
받아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지만, 처벌요건 또는 
소추요건을 결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없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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