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해석과 법적 추론

1. 법해석과 적용

법규범을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하여 그 사안에 맞는 
개별적인 법적판단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규범에 담겨 있는 용어들의 의미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법해석이 등장하게 된다. 법해석이라함은 법전에 규정되어 있는 법률규정들의 의미를 찾아내는 정신적인 
활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한다면, 구체적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해당 사안에 맞는 해결책(이른바, 
‘개별적 법적 판단‘)을 이끌어낼수 있도록 하는 일반법규범의 의미를 상세하게 풀이하는 일련의 정신활동이 바로 법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 P28

2. 법적 추론의 실천적 측면

1) 이론적 추론과의 구분

법해석과 관련하여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이 
바로 법적 추론(legal reasoning)이다. 우선 법적 추론은 
실천적 추론(practical reasoning)의한 영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실천적 추론이라 함은 우리가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또 어떻게 선택ㆍ
행동해야 바람직한가,어떤 선택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가 등과 관련된 추론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인간의 행위와 
관련된 추론에 관심을 두고 선택과 결정, 행동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법적 추론은 자연과 세계의 
존재에 대하여 탐구하는 이론적 추론(theoretical)과 
차이가 있다. - P29

2) 법적 추론의 적용 예

법적 추론은 다양한 영역에서 그 의미를 부여한다. 
입법자가 법을 제정할 때 법적 추론을 하게 될 것이고, 
행정기관이 실무에서 발생하는 분쟁 시 유권해석을 
내려야 하는 판단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변호사가 고객에게 법적 자문을 한 후 법정에서 변론을 
할 때도 법적 추론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심지어 
법률전문가가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법적 추론을 
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법적 추론은 인간의 행위와 
관련된 실천적 추론의 한 유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 P29

3) 재판과 법적 추론

법률적인 분쟁이 발생한 경우 궁극적 해결을 위해 법원이 
개입하게된다. 법관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기본요소를 
토대로 하는 이른바 ‘법적추론‘을 통해 판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해결되어야 할 사안에서 법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관계를 들수 있다. 둘째는 ‘배경사실‘이다. 
해결되어야 할 사안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고 볼 수 
있겠지만, 관찰된 사실들과 사건들 또는 상황들로서 
해결되어야 할 사안의 배경을 이루는 사회적 사실들을 
들 수 있는 것이다.
셋째로는 ‘법규범‘이다. 해당 사안과 관련하여 유권적인 
국가기관이 정립한 공식적인 법규범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가치와 원리‘로서한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도덕적 가치들이나 정치도덕적 원리들을 들 수 있다.

바로 이 네 가지 기본요소들이 법적 추론의 모든 기초를 
이룬다고 볼수 있고, 이러한 기본요소들을 결합하여 법적 
결정에 도달하는 것이 바로법적 추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분쟁에 대한 결정이나 판단이 
정당하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상기에서 제시한 
기본요소들을 토대로 한 추론과정이 타당해야 하고, 
그 결정에 대한 근거들이 명확하지 않으면 아니될 것이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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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주체

형법상 범죄의 주체는 사람(人)이다. 범죄의 주체는 바로 
행위의 주체로서 " 행위자" 또는 "범죄인"이라고도 부른다. 형법상의 구성요건은 범죄의 주체를 "... 한 자"라는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람인 이상 원칙적으로 
범죄의 주체를 한정하지 않는다.

다만 ① 법률상 예외적으로 범죄의 주체가 일정한 ‘신분‘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신분범의 경우가 있고,
② 이론상 범죄의 주체인 사람(人)은 자연인에
국한되는가 아니면 법인도 포함되는가 하는 법인의 
범죄능력에 관한 논쟁이있으며, 
③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는 경우에도 법인의 
형벌능력만큼은 인정할 수 있겠는가, 즉 책임주의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겠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 P102

1. 범죄의 주체와 신분범

신분범이란 "법률상 범죄의 주체가 일정한 신분을 갖출 
것을 필요로 하는범죄" 이다. 여기에서 신분이란 "남녀의 
성별, 내·외국인의 구별, 친족관계, 공무원인 자격과 같은 
관계뿐만 아니라, 널리 일정한 범죄행위에 관련된 범인의 
인적 관계인 특수한 지위 또는 상태"라고 정의된다.

신분범에는 ① 범죄의 주체가 일정한 신분을 갖춘 경우에만 범죄가 성립하는 진정신분범과 ② 범죄의 주체가 일정한 
신분을 갖춘 경우에 범죄의 성립이 좌우되지는 않고 단지 
형벌이 가중 또는 감경되는 부진정신분범이 있다. - P102

(1) 진정신분범

진정신분범에서는 범죄의 주체가 일정한 신분을 
갖추어야만 범죄가 성립하기 때문에 그 신분을
 ‘범죄구성적 신분‘이라고 한다. 

범죄구성적 신분으로는수뢰죄에 있어서 ‘공무원‘, 
위증죄에 있어서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 
허위진단서작성죄에 있어서 ‘의사‘ 등, 업무상
비밀누설죄에있어서 ‘의사 · 변호사‘ 등,
단순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단순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이 있다.
- P102

(2) 부진정신분범

부진정신분범에서는 범죄의 주체가 일정한 신분을 
갖추지 않아도 범죄는 성립하지만, 일정한 신분이 
있음으로 해서 형벌이 가중되거나 감경되기 때문에 
그 신분을 ‘형벌가감적 신분‘이라고 한다. 

존속살해죄에서 직계비속이에서라는 신분은 가중적 
신분의 예이고, 영아살해죄에서 직계존속이라는 
신분은 감경적 신분의 예가 된다. 

그외 가중적 신분으로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 • 
업무상횡령배임죄 • 업무상낙태죄에서의 ‘업무자‘, 
상습범가중처벌규정에서의 ‘상습자‘, 대(對) 존속범죄 
가중처벌규정에서의 ‘직계비속‘ 등이 있고, 
감경적 신분으로는 영아유기죄에서의 ‘직계존속‘이 있다. - P103

2. 법인의 범죄능력

자연인 이외에 법인도 범죄의 주체(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법인도범죄능력을 갖는가라는 문제에 
있어서 먼저 입법론과 해석론을 구별하여야한다. 
형법학상 논의의 초점은 ‘해석상‘ 범죄의 주체에 법인을 
포함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법인‘의 범죄능력에 대하여는 학설이 대립하고 있지만, 
‘법인격 없는 단체‘는 민법과 달리 형법상으로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단체행동에 참가한 구성원 개개인을 
범죄의 주체로 파악하여야 한다는 점에 이론이 없다. 
법인격 없는 단체의 범죄는 개인책임의 원칙과 공범론에 
의하여 구성원 각자의 형사책임을 정하게 된다. - P103

"법인격 없는 사단과 같은 단체는 법인과 마찬가지로 
사법상의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그 범죄능력은 없고, 그 단체의 업무는 단체를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대표행위에 의하여 실현될 수밖에 없다. 
구건축법 (1995. 1. 5. 법률 제49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건축물의 유지·관리의무를 
지는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법인격 없는 사단인 경우에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이 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같은 
법 제79조 제4호에서 같은 법 제26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라 함은 법인격 없는 사단의 대표기관인 자연인을 의미한다" (대판 1997. 1. 24, 96도 524). - P103

(1) 입법례와 입법론

먼저 민법상의 법인의 본질론과 관련하여 보자면, 
법인은 관념상의 무형의 존재이며 법률이 인정하는 
목적범위 내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법인의제설‘의 
입장에서는 법인의 범죄능력을 당연히 부정하게 됨에 
반하여, 법인은 사회적으로 실재한다는 ‘법인실재설‘의 
입장에서는 법인도 범죄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논리적 결론이다. - P103

그러나 영미법계에서는 법인의제설에 입각하면서도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반대로 
독일법계에서는 법인실재설에 입각하면서도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는 입장이 지배적이라는 비교법적 
사례로 볼 때, 법인의 본질론과 법인의 범죄능력 상호간에 
논리필연적 관계는 없다고 하겠다. - P104

독일법계에서는 책임의 본질을 윤리적으로 파악하여 
(도의적 책임론) 윤리적 인격자로 볼 수 없는 법인의 
범죄능력을 전통적으로 부정하여 온 데 반하여, 
영미법계에서는 실용주의적 성격에 치중하여 법인처벌의 
사회적 필요성을 중시한 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특히 독일은 법인의 범죄에 대한 대처방식에 있어서
 ‘제재수단‘에 주안점을두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즉 법인의 위법행위를 형법에서가 아니라 ‘질서위반법‘에서 규율하면서 ‘질서위반금‘ (범칙금)이라는 금전적 제재를 
과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형법에서는 법인이 
아니라 법인의 ‘임 · 직원‘을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 P104

현대사회에서 경제적 역할의 대부분은 개인보다도 
법인체인 기업이 담당하고 있으며 그 비중도 계속 
증대하고 있다. 법인기업은 막대한 인적·물적자원과 
법적 지원을 이용한 재화생산으로써 매우 유용한 
사회적 존재가 되어있으나, 만일 반사회적 반윤리적인 
기업활동으로 나아가는 경우에는 그 엄청난 조직의 
힘으로 말미암아 사회에 미치는 피해와 파장도 막대해진다. 최근 기업범죄 조직범죄에 대한 형사정책적 연구가 
중시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 P104

따라서 탁상공론보다도 법인기업체가 저지르는 심각한 
범죄현실을 직시하여 법인의 범죄능력과 법인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수단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법인이 유기적 조직체를 이용하는 차원에서 행한 범죄는 
법인 자신의 범죄로 간주된다는 사회적 인식과 필요한 
경우에는 법인 자체를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행정형법의 
영역에 있어서 위법행위를 한 행위자 이외에 법인 또는 
업무를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대폭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양벌규정에서 부과되는 벌금형도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액수가 현실화되고 있다. - P104

(2) 해석론

형법의 해석상, 특히 행정형법에서 법인을 처벌한다는 
명문규정을 두고 있을 때 이 규정이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인가에 관하여 부정설, 
긍정설, 부분적 긍정설이 대립하고 있다. - P104

(가) 부정설 

우리나라의 다수학자와 판례가 지지하고 있는 부정설의 
주요논거는 다음과 같다. 

① 법인은 의사와 육체를 가지지 않는 무형적 존재이므로 
형법상 행위능력이 없다.

② 의사없는 법인에 대하여 자유의사를 전제로 한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윤리적 책임비난도 무의미하다. 

③ 법인의 처벌은 범죄와 무관한 다른 구성원까지 
처벌하는 결과가 되므로 개인책임의 원칙에 반하고, 
행위자 이외에 법인까지 처벌하는 것은 이중처벌이 된다. 

④ 현행 형벌체계의 중심은 자유형에 있는데, 법인에게는 
자유형과 생명인 사형을 과할 수 없다. 

⑤ 법인은 적법한 목적의 범위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하는 목적에 의한 제한을 받는데,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범행을 법인의 목적범위 안에 넣는 결과가 
된다. - P105

대법원은 "법인에 있어서의 법률행위는 그 대표자인 
자연인의 행위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요. 그 자연인의 
행위가 법인 자신의 행위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리고 형사법상의 형사책임은 그 행위자인 자연인에 
대하여 자기행위에 대한 자기책임으로서 형벌을 가하게 
되고 다만 법은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법률효과의 
귀속자인 법인에 대하여 형벌로서 벌금형의 처벌을 과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따름이다"라고 판시하면서,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는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다.
- P105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는 대표적 관례로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판결로서 [다수의견]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의무의 주체가 
법인이 되는 경우라도 법인은 다만 사법상의 의무주체가 
될 뿐 범죄능력이 없는 것이며, 그 타인의 사무는 법인을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대표행위에 의하여 실현될 수밖에 없어 그 대표기관은 
마땅히 법인이 타인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의무내용대로 사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다할 것이므로 법인이 처리할 
의무를 지는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는 법인이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없고, 그 법인을 대표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이 바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자, 
즉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것"(대판 1984 10. 10, 82 도 2595 - 전원합의체 同旨, 대판 1985. 10 .8, 83도1375) - P105

(나) 긍정설 

긍정설의 주요논거는 다음과 같다.

① 법인은 기관을 통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행위할 수 
있으므로 의사능력과 행위능력이 인정된다. 

② 사회적 위험성이 있는 법인에 대하여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③ 법인의 기관의 행위는 행위자 개인의 행위이면서 
동시에 법인의 행위라는 양면성을 가지는 까닭에 
행위자와 법인을 모두 처벌하는것이 이중처벌은 아니며, 
특히 종업원의 위법행위와 그에 대한 법인의 감독상의 
과실행위는 별개의 범죄행위로 파악된다. 

④ 법인에 대한 형벌로 재산형을과할 수 있고, 법인의 
해산 · 영업취소 등은 자연인에 대한 사형에 해당하며,
영업정지는 자연인에 대한 자유형에 해당한다. 

⑤ 법인의 설립목적과 설립 후의 범죄목적수행과는 
구별하여야 하므로, 적법한 목적을 가지고 설립한 
법인에게 설립 후의 범죄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 P106

(다) 부분적 긍정설 

부분적 긍정설은 형사범 (자연법)에 있어서는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고, 행정법 (법정범)에 있어서는 
긍정하는 견해이다. 행정범은윤리적 색채가 약한 반면 
합목적적 • 기술적 색채가 강하다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행정범에 한하여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논거가 제시된다. - P106

우리나라 학자들 중 법인의 범죄능력을 긍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전면적으로 긍정하는 것은 아니고, 
"형법상의 범죄는 대부분 반윤리적인 성격이 강한 
범죄이므로 법인에게 행위능력이 있다고 해서 이러한 
범죄까지 법인이 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인의 범죄는 윤리적 색채가 희박한 행정단속법규에서 
인정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든가, 
"다만 법인의 행위능력은 특히 자연인의 인격적 
표현으로서만 의미를 가질 뿐 조직체의 활동으로 보기 
곤란한 구성요건에서는 인정될 수 없다. 예컨대 살인·강도·
강간 등의 범죄가 그것이다"라고 하는 등, 엄격히 보자면
 ‘부분적‘ 긍정설을 취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 P106

(라) 결론:  책임주의의 관철과 부분적 긍정의 타당성 

행정형법의 영역에는 "법인의 대표자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 또는 재산에 관하여 본법에 규정하는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금형에 처한다"라는 입법형식의
양벌규정이 산재해 있다. - P106

부정설의 ‘치명적인 결함‘은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면서도 이 실정법상의 양벌규정의 존재 때문에 
법인의 ‘형벌‘ 능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불가피함에서 나온다. 

즉 부정설은 일면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면서 타면
‘형벌‘능력을 긍정하는데, 이러한 모순을 설명하기 위한 
해석론으로 ‘책임주의의 예외‘라고 하는 고육지책을 
동원한다.

그러나 민법과는 달리 형법에서 책임주의는 결코 예외를 
허용할 수 없는 철칙에 속한다. 책임주의의 포기
(예컨대 무과실책임의 인정)는 항상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포기를 의미한다. 

"범죄(능력) 없이 형벌(능력) 없다"를 분석해 보자면, 
"행위능력 없이 책임능력 없다" ( 행위책임의 원칙)와 
"책임 (능력) 없이 형벌 (능력) 없다" (책임주의)로 나눌수 
있는데, 범죄없이 형벌을 인정하려는 부정설은 ‘형법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이론‘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 P107

① 이상과 같이 책임주의의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논거 
이외에 ② 법인도 기관을 통하여 자유로이 ‘단체의 고유한 
의사‘를 형성할 수 있으며, ③ 단체의사에 의하여 지배되는 외부적 행태에 대하여 사회가 자연인의 행위로서가
아니라 법인의 행위로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사실이고
(사회적 행위론), ④사회에 유익한 것이 아니라 범죄로써 
사회에 해를 끼치는 법인에 대하여는 사회적 책임비난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책임비난을 가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며(사회적 책임론과 도의적 책임론), ⑤ 형사제재 중에는 이익단체인 법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금전적 제재수단과 
법인격의 취소 · 해산명령 · 영업정지등과 같은 행정적 
제재수단 내지 보안처분으로써 목적형주의의 이념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법인의 범죄능력을 ‘긍정‘함이 옳다.
- P107

다만 자연인과 법인을 전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차이점을 고려해야 하므로, 범죄의 성격과 
형벌체계에 따라 법인의 범죄능력과 형벌능력이 일정한 
제한을 받는다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부분적 긍정설이
가장 타당하다고 본다. - P108

부분적 긍정설에 대한 비판으로는, 행정법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여 형사범과 행정법의 구별이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다. 그러나 비록 형사범과 행정범의 구별이 
상대적이어서 질적 차이를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당해 형벌법규의윤리적 · 합목적적 · 기술적 성격에 
있어서의 ‘양적‘ 차이를 분간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고 또한 실정법상의 양벌규정은 그 처벌대상이 
행정범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할 것이므로, 크게 문제될 비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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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법과 법해석론

1. 서론

본 장에서는 법학방법론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성문법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법학방법론을 학습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성문법하에서 법해석론은 법학 실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우선, 성문법과 불문법의 특징이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고, 법적 추론방식을 이해하고자 한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법해석론과 법형성에 대한 사항이다. 차례로 검토해보기로 한다. - P25

성문법과 불문법

1. 개념

일정한 절차를 거쳐서 조문의 형식으로 제정이 된 법을 
성문법이라고하고, 일정한 제정 절차가 없이 문장의 
형식이 아닌 법을 불문법이라고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성문법화되어 있는 헌법이나 민법, 형법 등의 성문법의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어느 특정의 형식을 단독으로 
취하는경우는 없이 성문법과 불문법 모두를 인정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양자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형식이 좀 더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P26

2. 양자의 장단점

1) 성문법

성문법은 법을 구체화하기 용이하고 법의 내용이나 
그 존재가 확실하여, 생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좋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변화하는 사회의 실정에 바로 
대응하기 어렵다. 즉, 새로운 규범이나 개정 등을 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입법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입법 
이전까지는 법의 공백이 생길 수 있는 단점이 발생한다.

2) 불문법

불문법은 비제정법이라고 하고 법규범의 존재 형식이 
제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변화하는 사회에 대처는 
빠르지만, 구체화되기는 어려운 면이있다. 또한 다양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안정성을 확보하기는 성문법에
비해서는 어려운 단점이 있다. 판례나 관습법, 조리 등이 
불문법에 속하고 주로 영미법계의 주된 법원이 되고 있다. - P26

3. 적용

판례, 관습법, 조리 등에 대하여 영미법계에서 이들이 주된 법원으로 되어 있지만 대륙법계에서는 보충적인 법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륙법계에 해당이 되기 때문에 
성문법체계를 취하고 있으며, 헌법, 민법, 형법, 상법 등 
대부분의 법규범이 조문화되어 있다. 민법 제1조에서는 
‘인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라고 규정이 되어 있으며, 
이는 법률이 관습법에 우선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 P27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선순위에서 성문화된 법률이 
관행으로 법적인 확신을 얻어서 형성된 관습법(불문법)에 
우선하여 적용이 된다는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불문법의 
적용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성문법이 우선하여 적용이 되지만, 꼭 모든 법이 
그런 것은 아니며 개별적으로 볼 때 불문법이 우선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법원조직법에서 당해 사건에 
대해서 상급심의 판결은 하급심을 구속한다라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상급심의 판결로 하급심을 구속하는 
불문법적인 성격을 조문화한 경우임을 알 수 있다. - P27

영미법계의 경우도 불문법이 주된 법원이지만, 
수정헌법이나 선박법등 조문화된 성문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는 하나만을 택하는 경우는 없으며, 
성문법과 불문법을 서로 보완하거나 보충적으로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 P27

4. 소결

성문법은 조문화된 법으로 법의 구체화에 적합하고 
법률생활의 안정성을 확보함에 장점이 있으나 변화하는 
사회에 즉각 대처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고, 불문법은 
변화하는 사회에 대처하는 기능은 능동적이지만 이를 
구체화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는 성문법에 비하여 불문법은 
다소 난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므로 현대사회는 성문법과 
불문법 중에서 한 가지만을 선택하여 사용하지 않고 
두 형식 모두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겠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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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고대의 로마법

1. 12판법

역사적 기록이 남기 시작했을 시점의 로마는 왕정 
체제였으나 기원전 6세기 말에 왕이 축출되고 공화정이 
도입되었다. 이때 로마는 티베르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공동체였다. 
그곳 사람들은 스스로를 그리스인들이 트로이를 
함락시켰을 때 피난해 온 트로이 사람들의 후예라고 
믿고 있었다. 그들의 법은 대대로 구전되어온 관습 
형태로 존재했고 이러한 법은 로마인들의 민속 문화의 
일부로 여겨졌다. 따라서 이 법은 로마 시민들에게만 
적용되었고 로마 시민들만이 주장하고 원용할 수 있었다
(로마법을 지칭하는ius civile 라는 라틴어는 ‘로마 시민들 
cives‘의 ‘법 ius‘이라는 뜻이다). - P17

관습법이 특정 사건에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의 종교적 행사를 관장하는 
귀족들로 구성된 사제단의 해석에 따랐다. 로마 시민은 
상류층 자산가에 해당하는 비교적 소수의 귀족 계급과 
이런저런 불이익과 차별을 받는 다수의 평민 계급으로 
나뉘어 있었다. 사제들은 전부 귀족 계급 출신이었으므로 
평민들이 개별 사건에서 문제가 된행위나 서식의 효력에 
대한 사제단의 판결이 언제나 공정하지는 않다고 여길 
만했다. 평민들은 관습법이 사건 발생 전에 미리 적혀 
있으면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면 자신이 
처한 법적 입장이 무엇인지를 사제단에 문의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되고, 사제단의 해석 권능도 적혀 있는 법의 
문언으로 제약될 것이기 때문이다. - P17

이런 갈등과 논란의 결과 기원전 451년에 10인 위원회
decemviri가 구성되어 관습법을 성문화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는데 이것은 아테네의 유명한 솔론법을 모델로 
삼았다. 10인 위원회는 ‘12판법‘이라고 알려진 법령집을 
완성해서 로마 시민들의 회의체 인민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았다.

12 판법을 승인한 민회는 옛날 법을 변경하고 새로운 법을 도입한다고 여긴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계속 존재했던 법을 더욱 명확하게 확정한다고 생각했다. 성문화된 문건으로 
채택됨으로써 12판법은 법률lex 이 되었는데, 법률을 
지칭하는 ‘lex‘는낭독한다는 뜻을 가진 ‘legere‘에서 
온 것으로서 법 ius 을 성문화하여 공식적·공개적으로 
선포한다는 뜻이다.
- P18

12판법은 우리가 아는 로마법의 시작점에 해당하며 
공법과 신성법[종교적 사안을 규율하는 법 규정]을 
포함한 법의 전 영역을 다루는 규정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원문은 남아 있지 않지만, 12판법 구절들을 인용한 후대 
문헌들이 워낙 많다 보니그 내용은 대체로 복원되어있다. 
인용된 이런저런 구절들이원래 어떤 순서로 등장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19세기 학자들이 구성하여 현대에 
출간된 12판법의 여러 버전들은 이법률의 체계적 특징을 
확실히 과장하고 있다. 하지만 첫 부분은 소송 개시에 
필요한 피고 소환 절차를 다루고 있고, 끝부분은 소송 
종료 후 판결 집행 절차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밝혀져 있다. - P19

12판법은 모든 사람이 법으로 알고 수용한 내용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분쟁의 여지가 있었거나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을집중적으로 다룬 것이다. 거기 수록된 규정들은 
평민에게 특히 유리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법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이제 고착된 형태로 존재하게 되었으니 
평민들은 자신들의 입지가 어떠한지 알 수 있게 되었다. 

- P19

특히 12판법은 시민이 법원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법정에서의 
절차를 개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소송 절차를 
상세히 규정해두었다. 공화정 초기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피해 보상을 받아내는 것을 도와줄 
정부 인력이 많지 않았고, 법적 절차를 개시하려면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여러 수순을 스스로 밟아야했다.
일정한 경우에는 자력구제가 허용되었는데 그 이유는 
공동체의 힘이 개인의 자력구제를 금지할 만큼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2판법은 자력구제를 제도화함
으로써 엄격한 제약하에서만 그것을 허용하겠다는 결단을 
보여준다. - P19

분쟁이 발생하여 당사자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게 되면,
정무관 magistrate 에게로 가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의 면전에서 개최되는 회의의 목적은 그 분쟁이 시민법 
civil law을적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분쟁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판결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이다.  - P20

‘정무관‘이라고 번역한 ‘magistratus‘는 로마 공화정 
제도에서 법의 적용과 집행에 대한 궁극적 권한을 가지는 
이를 뜻한다. 폼포니우스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왕정시대에 왕이 가졌던 모든 권한이 공화정 제도에서는 정무관에게 
있었다(법률의견선집, 1.2.2.14). - P20

판결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이다. 공화정이 시작되기 전 
아주 오랜 옛날에는 로마인들도 물이나 불을 이용한 
신판 ordeal에 의존하거나, 각 당사자들이 정해진 숫자의 
서약인을 내세워 그들이 실수 없이 서약 oath 을 마치는지에 따라 분쟁을 해결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공화정에 와서는 시민법을 적용하여 분쟁을 
해결할 경우 당사자들과 정무관이 선정한 사인(때로는 
여러 명의 사인들)에게 사건을 회부하여 그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심판인 index이라고 부르는 이 사람이 홀로 배심원이 
되는 셈인데, 그는 (아마 처음에는 자신이 직접 아는 
내용에 의존하여)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증인의 진술과 
당사자들의 주장을 청취하여 그에 따라 원고 승소 또는 
피고 승소의 판결을 선고했다. - P20

이런 소송을 제기하려는 당사자가 겪는 어려움은 절차의 
첫단계에서 상대방이 정무관 면전에 출석하도록 하는 
것이다. 피고는 분쟁을 매듭짓기 위해 협조할 수도 
있었겠지만, 피고가자발적으로 출석하지 않으면 원고는 
출석을 강제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출석 강제권이 어떤 경우에 사용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사용될 수 없는지가 그 전의 관습법에서는 
명확하지 않았었는데, 12판법에서 원고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무엇인지를 상세히 규정했다. 정무관 면전에 
출석해달라는 원고의 요청을 피고가 증인이 보는 앞에서 
거부할 경우와 피고가 도망가려고 시도할 경우에만 
원고는 강제력을 동원하여 피고를 정무관에게로 끌고 
올 수 있다. 피고가 아프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원고가 적절한 탈것을 제공해야만 피고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 법 규정은 쿠션이 있는 가마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정무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감행할 수 있는 행위도 특정되어 있었다. 

- P21

12판법은 밤중에 도둑질을 하고 있는 도둑을 잡거나, 
낮에라도 도둑이 체포에 저항할 경우에는 즉각 살해해도
 무방하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려면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했다. 

심각한 신체 상해가 가해진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는 
적절한 배상 금액을 합의하도록 권장되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않으면 12판법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같은 수준의 상해를 가하는 동해보복 lex talionis 을 
허용했다(눈에는 눈, 이에는이). 

그러한 물리적 보복 가능성을 규정해둠으로써 당사자들의
합의가 촉진되었고, 가해자 가족이 배상금을 마련해주지 
않게나 마련할 수 없는 경우에만 물리적 보복이 실제로 
이루어졌을것으로 짐작된다. 덜 심각한 상해에 대해서는 
동해보복이 허용되지 않았고, 유형별로 미리 정해진 액수의 정액 배상금이 지급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 P21

지금까지 개인 간의 분쟁에 대해서 살펴보았지만, 
사실 로마시대의 개인은 일정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파악되어야 할 경우가 더 많다. 초기 로마법에서는 
가족이라는 단위가 바로 이 집단에 해당한다. 

가족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법이 개입하지 
않았다. 가족 구성원들 간의 관계는 사적인 문제로서 
공동체가 그것을 통제할 권한은 없었다. 가족 외부와의
관계는 호주 paterfamilias가 가족을 대표하여 처리했고, 
가족의 재산은 모두 호주에게 귀속되어 있었다. 

호주의 남계 후손들은 모두 호주의 가부장권 potestas 
하에 놓여 있었다. 어린이가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가부장권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호주가 사망할 
때까지 그 자손은 누구도 스스로의 이름으로 재산을 
소유할 수 없었다. 그 결과 가족의 재산은 흩어지지 않고 
하나로 모여 있을 수 있었고, 가족 전체의 재원은 더 
공고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 

실제로 가구의 노예나 가부장권하에놓여 있는 자식이 
절도를 하거나 남에게 상해를 가한 경우 그 피해자는 
가해자의 호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야했는데, 그 이유는 호주만이 그 가족의 자금으로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12판법은 이 경우 호주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수도 있고, 돈을 내지 않는 대신 가해행위를 한 노예나 자식을 피해자
 또는 그 호주의 가부장권에복속되도록 넘겨줄 수도 있다고 규정한다(해악물 양도).

- P22

살인이 벌어진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여지가 없었고, 정무관이 공동체를 대신하여 
살인범을 기소함으로써 가문 간의 보복 살인이나 
유혈 분쟁이 일어나는 사태를피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때에도 법 제도는 당사자들이 타협하여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보통이었다. - P23

12판법이 제정된 시기에는 심판인이 지급하라고 판결한 
돈을 피고가 30일이 지나도록 원고에게 지급하지 않을 
경우 원고가 피고를 압박하여 죽음에 이르게까지 할 수도 
있었다. [승소하고도 돈을 못 받은] 원고는 피고를 정무관 
앞에 강제로 끌고 올 수 있었고(이번에는 정중히 출석을
요구할 필요도 없다), 패소한 피고가 여전히 돈을 지급하지 
않거나 피고를 위해 지급을 보증할 든든한 보증인을 
내세우지도 못하면 정무관은 원고가 패소한 피고를 사슬에 묶어 60일 동안 가둬두는 것을 허락했다. 

이 기간 동안 원고는 장이 서는 기간 중 사흘 연속하여 
피고를 시장에 끌고 가서 그가 빚을 못 갚고 있는 상황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고, 그의 친지나 가족이 문제를 
해결할 수있도록 기회를 줘야 했다. 이래도 빚을 갚지 
못하면 원고는 이불운한 피고를 로마 외의 지역에 노예로 
팔아치우고 받은 대가를 채권자들이 나눠 가질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궁극적인압박 수단으로 작용했다. 

만일 채권자들이 원하면 [패소하고도돈을 못 갚는] 피고를 
살해하여 그 시체를 토막 낼 수도 있었다.
12판법은 꼼꼼하게도 어느 한 채권자가 자신의 몫보다 
더 많이 피고의 사체를 잘라내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 포셔가 샤일록에게 사용하게 될 주장["조금이라도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자르면사형과 전 재산 몰수형을 면치 못하리라"] 미리 예상이라도한 듯 말이다. - P23

나중에는 로마인들 스스로도 12판법에 원시적 규정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인정했지만, 12판법은 법 집행을 위한 
제도를마련하는 데 필요한 국가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던시절의 법률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12판법은 시민들이 
스스로 분쟁을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제도적 틀을 
제공한 것이다. 자신의 노예나 가족 구성원, 그리고 친지들의 조력을 동원할 수있는 당사자는 그렇지 못한 당사자보다 
더 유리한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 P24

2. 해석을 통한 법의 발전

공화정 시대를 거치면서 12판법의 일부 특징이 변경되긴 
했다. 승소 판결을 받은 채권자들이 채무자를 살해하는 
것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았지만 패소한 채무자는 강제 
노동으로 빚을 갚아야 했으며, 나중에는 채무자에 대한 
파산 절차가 도입되어 채무자의 재산을 강매하고 그 수입을 채권자들이 분배했다. 

하지만 12판법이 제정되고 500년이 지나서도 로마인들은 
12판법을 역사가 리비우스 Titus Livius 의 말처럼 ‘모든 
공법과 사법의원천‘이라고 여겼고, 키케로Cicero는 어린 
학생들이라면 모두 12판법을 외워야 한다고 했다. - P24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법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아득한 옛날부터 로마인들 삶의 일부를 이루어온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동시에 법이 합리적 범위 내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바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화정의 처음 절반가량 기간 동안에는 불문 관습법이건 
12판법과 같은 성문법이건 법을 해석하는 권능은 여전히 
사제단에게 있었다. 사제단은 법을 진보적으로 해석하기도 했고, 종래의 법에는 없는 새로운 제도를 법 ‘해석‘을 통해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런 해석의 사례로는 가부장권하에 있는 자식들을 
가부장권에서 해방[분가]하는 제도를 들 수 있다. 
호주가 그 자손에 대해 가지는 가부장권은 호주가 죽거나 
자손이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12판법 시대에는 
호주가 그 자손과의 관계를 자발적으로 절연하는 법적인 
방법이 없었다. 

호주는 아들을노예와 비슷하게 팔아치울 수 있었는데, 
12판법은 호주가 이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들을 세 번 팔면 아들이 아버지의 가부장권에서 
벗어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아들을 여러 번 파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구입한 자가 아들을 해방하면 아들은 
다시 그 아버지의 가부장권에 복속되었기 때문이다. - P25

해석을 통하여, 3회 판매에 관한 법 규정은 아버지가 
아들이 분가할 수 있도록 해방하는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아버지는 자기 친구에게 아들을 세 번 판매하는 시늉을 
하고 친구는 아들을 매번 해방하는 것이다. 세 번째 팔린 
후 해방되면 아들은12 판법 규정에 따라 가부장권에서 
놓여나게 된다. 
- P25

여기까지는 해석이라기보다는 명백한 어떤 규정을 원래의 
용도 [아들을 노예처럼 판매하는 행위를 일정 수준에서 
제약하고자 하는 용도]와는 다른 용도 [자발적 분가]에 
적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해석은 계속 확장되었다. 12판법은 아들 판매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딸이나 손자 손녀들은 
호주가 아무 제약 없이 노예처럼 팔아치울 수 있었다. 
3회 판매에 관한 규정을 호주로부터의 분가에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아들을 분가하려면 3회 판매가 필요하고 딸이나 손자 손녀를 분가하는 데는 1회 판매만으로 족하다는 
해석이 자리 잡게 되었다. - P26

물론 이런 변화는 12판법을 만든 10인 위원회 위원들이 
상상도 못 했던 용도로 12판법 규정이 변용되어 적용된 
결과라는 점을 많은 시민들은 파악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법률가들 입장에서는 분가 제도를 완전히 새로운 제도 개혁 결과라고 내세우기보다는 12판법에 
명시적으로는 아닐지라도 묵시적으로 이미 내재해 있던 
것이라고 제시하는 편이 더 받아들이기 편했을 것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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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법은 유럽의 법과 정치, 사상과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여러 세기에 걸쳐 ‘유럽 공통의 문화‘가 
생겨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로마법 연구의 중심지는 시대에 따라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로 이동해왔고, 오랜 역사만큼 연구 문헌의 
분량 또한 방대해서 독자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은 유스티니아누스 법부터 현대 민법전에 이르기까지
2,000년이 넘도록 서양 문화가 발달해온 전 과정을 
함께한 로마법의 역사를 간결하고 명료하게 담았다.

제1장 서설

고전 고대의 유산이라고 하면 우리는 먼저 고대 그리스 
예술, 고대 그리스 연극, 고대 그리스 철학을 생각하게 된다.
로마가남긴 것은 아마도 도로와 로마법일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법의 본질이 무엇인지, 사회에서 법이 
차지하는 위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깊이 사유하긴 했지만 실제로 그리스 도시국가의 법은 고도로 발전했다고 보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법학이라 할만한 것이 거의 존재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로마인들은법 이론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고, 로마의 법철학은 대체로 그리스에서 차용한 것이었다. - P13

로마인들의 관심사는 개인의 재산 관계를 규율하는 법리들,
소송 절차를 통해 어떤식으로 일방이 상대방의 이행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었다. 로마법의 상세한 내용은 전문법률가들이 발전시켰고 대단히 세련된 수준에 도달했다. 

로마법 법리는 기술적으로 탁월해서 후대의 여러 전문 
법조인들을 매료시킨 반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로마법의 우수성은 예술이나 잘 닦인 도로에 비하면 당장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러 세기에 걸쳐 
로마법은 유럽 공통의 문화라는 것이 생겨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P13

고대 로마법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들은 대부분 6세기에 
비잔틴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의 명에 따라 편찬된 법률 문헌에 의거한 것이다. 이 편찬 작업에 포함된 문헌들은 
1,000년에걸쳐 계속된 법 제도 발달의 산물이고 그 기간 
동안 로마법은고유한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 대략 기원전 
500년에서 기원후550년에 이르는 1,000년의 기간 동안 
로마는 조그마한 도시국가에서 세계적인 제국으로 성장했다. 

정치적으로는 왕정으로시작하여 공화정을 거쳐 기독교가 
득세하기 조금 전부터는 황제의 통치하에 있었다. 
같은 기간 동안 로마의 법도 사회상의변화에 상응하여 
적응하고 변화해왔지만 그 본질에 있어서는먼 옛날 
로마인들 삶의 일부분이었던 법이 그대로 계속된다는
생각이 유지되었다. - P14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 편찬된 로마법 문헌들은 유럽 
역사의 각 시대별로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로마법의 부흥 또는 부활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고, 
중세 후기 내내 로마법의 연구와 발전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16세기에 들어서는 인문주의가 
등장하면서 프랑스가 로마법 연구와 발전의 주역이 되었다. 17세기에는 네덜란드가 로마법 연구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고, 19세기에 와서는 독일 학자들이 로마법을 
또 한번 변화시켰다. 

이러한 각 시기마다 로마법의 다른 측면이 강조되었다. - P14

로마법에 대해서는 열렬한 신봉자와 맹렬한 반대자들이 
있어왔다. 1947년에 허버트 졸로비치가 지적했듯이
로마법 반대자들은 다음 세 가지 논거에 기반을 두었다. 
첫째, 로마법은 낯선 남의 나라 법이라는 것이다. 
노예를 부리고 살던 고대 사회의 법이므로 후대의 
사회 이상에 비추어 보면 낯설다. 
둘째, 로마법은 절대 군주를 옹호하고 자유로운 정치 
제도에 적대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왔다. 
셋째, 로마법은 개인주의와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면서 
공공선보다는 이기주의를 옹호해왔다("로마법의 정치적 
함의 PoliticalImplications of Roman Law", Tulane Law Review 제22호, 1947). 때로는 이들 각각의 논거들이 
결합되기도 한다. 독일 나치당의원래 강령 중에는 
"물질주의적 세계 질서에 부역하는 로마법은 폐기하고 
독일 고유의 공통법을 채택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태도에 자극받아 독일의 위대한 법사학자
파울 코샤커 Paul Koschaker는 로마법의 위기를 
알리는 ‘유럽과로마법‘이라는 저서를 집필했고 이 책도 
1947년에 출간되었다. - P15

그로부터 5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로마법 연구자들은 
일종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유럽 문화에 로마법이 기여한 
바에 대해서는 이제 좀 더 차분하게 검토해볼 수 있게 되었다. 

- P15

이 책은 코샤커의 책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다. 
고대 로마법의 특성이무엇인지를 대략적으로 묘사하고, 
로마법 문헌들이 일종의 법률 문헌 슈퍼마켓처럼 되어 
각 시대의 법률가들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거기에서 
가져다 쓰게 된 이력을 추적해보려는것이다. 로마법은 
유럽의 법과 정치사상에 지울 수 없는 특징을 각인시켰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가 바로 이 책의 주제이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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