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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마르탱 파주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어떤 책과도 닮지않은 그런 책을 쓰고 싶다.
이 책에 담긴 일곱편의 단편들 중, 첫번째 글인 '대벌레의 죽음'을 읽자마자 저자가 서문에 남긴 이 글이 떠올랐다.
그리고 어떤 의미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물른 저자가 이루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어떤 책과도 닮지않은 책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분명 완벽한 상황을 보여주고는 있다. 그런데 그 현실이 우리의 것과는 무언가 다르다.
책 뒷 표지의 글처럼 어딘가 뒤틀린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저 단순히 어떤 책과도 닮지않은 그런 책을 쓰고 싶다는 이유에만 국한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이후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이 책이 독자들과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고 한다. 친구가 되기 위해선 어느정도 속 마음을 서로가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많은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대벌레의 죽음편에서는 주인공이 살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찰에 맞서 자신의 살아있음을 주장하고 있는 라파엘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경찰이 주장하는 논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물른 그가 주장하는 내용 자체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완벽합니다. 다만 주인공이 현재 살아있다는 전제조건이 무시된 채 자신의 논리를 펴 나가는 이유가 알 수 없다는 거죠. 경직된 인간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려고 하는 걸까요. 자신에게 주어진 메뉴얼대로만 행동하려는 공무원의 행동처럼요.
그런데 대벌레의 죽음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잘 찾아보면 사람은 누구나 살해당할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어요.'라고 합니다. 물른 이번 단편은 이런 내용으로 마무리되기는 하지만 ... 아! 정말 친구가 되기 위해선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어서 소개되는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편은 좀 이해가 쉽더군요.
어느날 누군가가 주인공에게 나타나 딱 이틀 동안만 자신이 주인공이 되게 해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삶을 변화시켜 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떠나 잠시나마 모든 것으로부터 벋어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됩니다.
아마 이런 생각은 다들 한번쯤 해 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삶의 고달픔에서 벋어나고 싶은 마음에 지금 이 자리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죠.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생각만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남자, 평생 직장에 어울리는 후보 등 이후의 작품들도 우리가 세상을 살며 한번쯤은 겪게되는 현실의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전하려는 생각과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껴지는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저자는 이 책과 독자가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합니다. 친구 사이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차이를 서로 나누다 보면 지금보다 더 가까운 친구가 되지 않을까 여겨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