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한번도 안 읽어 볼 수는 없잖아 - 열 번은 읽은 듯한 빠삭함! 한 번도 안 읽어볼 수는 없잖아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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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삼국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 중 내가 가장 많이 접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려 600여 년 전의 작품임에도 오늘날 다양한 컨텐츠로 소비되고 있고 나 또한 오늘도 삼국지와 연관된 컨텐츠(게임)를 소비하고 있으니,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수 많은 컨텐츠들을 접하긴 하지만 대부분 단편적이고 컨텐츠의 특성에 의해 변형됨에 따라, 고전을 한번쯤이라도 읽어보지 못하였다면 전체적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어쩌면 유비, 관우, 장비, 조조라는 일부 등장 인물의 이름 정도만 알고 있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고전이라는 타이틀에 방대한 내용으로 인해 쉽게 접근하지 못한 이들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래서 이런 이들을 위해 Team StoryG가 그린 '한 권 교양툰'이라는 시리즈로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만화와 간결한 해설로 압축해, 400여 페이지로 풀어낸 '삼국지를 한번도 안 읽어 볼 수는 없잖아!'를 소개한다.

책의 형식은 '교양툰'답게 만화 중심이다.

Team StoryG의 그림은 캐주얼한 선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해, 유비의 순박함이나 조조의 날카로운 시선이 한눈에 와닿는다. 각 챕터는 짧은 컷으로 흘러가며, 중간중간 '상황 정리' 페이지가 있어서 복잡한 전투나 인물 관계를 명확히 해준다. 예를 들어, 1장 '황건적의 난'부터 시작해 8장 '마침내, 천하통일!'까지, 주요 사건을 8개 챕터로 나눠 다룬다. 이 구조 덕에 원작의 100권 분량을 부담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특히 적벽대전 챕터는 영화 같은 긴장감으로 그려져, 읽는 내내 페이지 넘김을 멈추기 힘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책이 삼국지의 '인간성'을 강조한 점이다.

단순한 영웅담이 아닌, 야망과 충정의 충돌을 통해 드러나는 복잡한 심리를 만화로 생생히 보여준다. 조조는 냉철한 전략가로 그려지면서도, 인재를 모으는 데 열중하는 리더의 면모가 돋보여 현대 직장 상사의 야심찬 모습을 연상시키며 웃음이 나왔다. 반대로 유비의 따뜻한 인덕은 동료를 이끄는 리더십으로 빛나며, 그 이상주의가 단순한 순간이 아닌 지속적인 유산으로 느껴져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프로젝트에서 팀원을 챙기려 애쓰지만 피로에 지칠 때, 이런 '인덕'이 장기전에서 빛난다는 교훈이 와닿았다. 제갈량의 지략은 타이밍과 믿음의 조합으로 풀어지며, 읽는 내내 "내 삶의 기회는 언제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조와 원소의 대결처럼, 오랜 관계가 라이벌로 변질되는 장면들은 단순 전투가 아닌 감정의 드라마로 공감됐다. 전체적으로 책의 분위기는 영웅들의 강인함 뒤에 숨겨진 취약함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내, 고전이 먼 이야기가 아닌 오늘의 거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방대한 원작을 한 권에 담다 보니 원작이 주는 세세한 재미는 어쩔 수 없이 줄어든다. 만약 더 세부적인 인물 심리가 드러난 장면들이나 적벽대전이 주는 장대한 전투 디테일 등 원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 원서를 읽어보길 권한다. 어쩌면 이 책이 교양툰이라는 초보자 버전에서 원서를 읽는 고수의 반열에 들어가는 교재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교양툰이라는 시리즈로 Team StoryG에서 출간된 작품들 또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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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반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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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반복되는 삶을 보여주며 한번뿐인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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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반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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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만약 내 인생이 죽을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이 질문이 내 머릿속을 채운다.

지나 온 삶에서 아쉬움이 남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다른 결정을 했더라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다가, 문득 어떤 삶을 살든 영원히 반복된다면 삶의 의미가 있을까라는 허탈한 생각도 하게 되면서 오히려 무서운 저주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하게된다.

'시작에서 시작하도록 하자.'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자신의 열한 번째 생애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919년 영국 시골 기차역 화장실에서 시작된다.

갓 태어난 아기 해리 오거스트가 산파의 손에 들려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그는 이미 지난 여러 번의 삶을 기억하고 있다. 죽으면 다시 같은 해, 같은 장소, 같은 몸으로 돌아오는 존재, 저자는 이들을 ‘칼라차크라’라 부르는데, 마치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듯 끝없이 순환하는 삶을 뜻한다고 한다.

처음 몇 번의 삶은 지옥이었다. 해리는 미치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종교에 매달리고, 과학으로 설명하려 애쓰지만 답은 없다. 그러다 자신과 같은 존재인 버지나아를 만나게 되면서 조금 숨통이 트이게 되는데, 자신들과 같은 존재들의 모임인 ‘크로노스 클럽’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녀로부터 '선형의 시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과 '다른 칼라차크라를 해치지 말 것'이라는 모임의 규칙에 더 해 "자신이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절대 자세히 알려주면 안 돼."라는 충고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의 진짜 본론은 11번째 삶 끝자락에 찾아온 한 어린 소녀의 말 한마디로 시작되는데, 이 책의 첫 장에 담긴 의문의 내용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구의 멸망에 대해 말하며, 종말을 막을 방법은 그한테 있다고 한다.

그 뒤로 400쪽이 넘는 분량이 단숨에 넘어간다.

그는 12, 13, 14, 15번째 삶을 오직 그 메시지의 원인을 찾고 막는 데 바친다. 냉전 시대의 스파이 영화처럼 국가를 넘나들고, 과학자, 암살자, 교수, 정신병자 등 수십 가지의 모습으로 종말을 막기 위한 모험이 펼쳐진다.

클레어 노스는 타임루프라는 익숙한 소재를 완전히 새롭게 비틀었다. 보통 타임루프물은 ‘오늘 하루를 반복’하거나 ‘특정 사건을 되돌리는’ 설정인데, 이 책은 아예 20세기 전체를 끝없이 반복한다. 그래서 가능한 행동의 스케일이 다르다. 한 번의 삶으로 핵무기를 만들 수도, 종교를 세울 수도, 인류 문명을 수백 년 앞당길 수도 있다. 그 무한한 가능성 앞에서 인간의 도덕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저자는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것 같다. 서두에 언급하였듯이 영원히 반복되는 삶에 대한 무의미함이 누군가에게는 저주로 다가오면서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절망감이 너무 리얼해서 책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무기력했다. 동시에 이상하게 위로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단 한 번뿐이니까, 이렇게 불완전하고 후회투성이여도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SF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무조건 읽어야 될 소설이다. SF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삶, 시간, 도덕에 대해 한 번쯤 깊이 고민해보고 싶다면 강력 추천한다. 다만 한 가지 주의. 이 책을 읽고 나면 현실이 조금 더 소중해지면서도 동시에 조금 더 허무해진다. 그 모순된 감정이 며칠간 따라다닐 테니, 각오하고 페이지를 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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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오브 도어즈
개러스 브라운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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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나서면 놀라운 환상의 문으로의 스릴러 여행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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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오브 도어즈
개러스 브라운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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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뉴욕의 한 서점에서 일하는 캐시는 단골 손님 웨버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목격한다.

응급구조대와 경찰이 다녀간 후 단골손님이 마지막 손길이 닿은 반쯤 빈 커피 잔과 서점에 올 때면 늘 보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갈색 가죽 표지가 달린 자그마한 책이 보인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책이다. 호기심에 책 장을 들여다 본다. 알아볼 수 없는 언어로 된 글이 온통 쓰여 있다. 그러다 책의 첫 장에 쓴 글을 본다.

"이건 문의 책이다.

손에 들고 있으면 어느 문이든 모든 문이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 책을 준다는 존 웨버라는 단골 손님이 남긴 글을 보게된다.



그가 남긴 책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채 집으로 돌아 온 캐시는 그의 룸메이트인 이지에게 그날의 일을 전하며 얘기를 나누다, 이지가 전한 한 마디 물음에 그녀의 삶은 엄청난 모험에 들어서게 된다.

"가장 좋았던 날이 언제였는지 말해봐."라고 묻는 이지의 물음에 그녀는 '베네치아'를 떠 올리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베네치아에서의 즐거웠던 경험에 대한 대화를 끝내고 몸을 일으켜 화장실 문을 연 순간, 그녀의 눈앞으로 있으면 안되는 것들이 보인다. 그렇게 캐시와 이지는 책이 가진 비밀을 알게된다.

맨해튼의 호텔 루프트 바, 뉴욕 공립도서관 열람실, 단골식당인 벤스 델리 그러고 런던의 한 호스텔까지 어디든 갈 수 있는 마법의 책이 자신이 손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문 뒤로 사라지는 그녀들을 바라보는 한 시선이 있다.

드러몬드 폭스.

그는 두 여자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환상의 책.

기억의 책.

행운의 책.

절망의 책.

......

그리고 이런 책들을 사냥하듯 수집하는, 그저 여자라는 대명사로 소개된 인물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서서히 고조된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나에게 다가온 건 놀라움이었다.

'문의 책' 정도는 여러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 등장했기에 그리 신선하지는 않았는데, 하나 둘 새로운 책들이 등장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신선한 느낌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마법 책들이 보여주는 힘을 통해 인간이 가진 욕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그리고 그 욕망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지, 그 끝없는 갈증이 가져올 파국을 상상하게 되면서 놀라움과 더불어 두려움 또한 다가온다.

이 책은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들여다보는 거울 같다.

다영한 마법 책들을 등장시키면서 인간의 욕심을 보여주는데, 환상의 책은 기만의 유혹을, 기억의 책은 잃어버린 과거의 아픔을, 절망의 책은 내면의 공허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책들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 욕망을 대신한 상징인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삶에서도 '문'이 새로워 보인다.

그리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문'이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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