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남긴 책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채 집으로 돌아 온 캐시는 그의 룸메이트인 이지에게 그날의 일을 전하며 얘기를 나누다, 이지가 전한 한 마디 물음에 그녀의 삶은 엄청난 모험에 들어서게 된다.
"가장 좋았던 날이 언제였는지 말해봐."라고 묻는 이지의 물음에 그녀는 '베네치아'를 떠 올리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베네치아에서의 즐거웠던 경험에 대한 대화를 끝내고 몸을 일으켜 화장실 문을 연 순간, 그녀의 눈앞으로 있으면 안되는 것들이 보인다. 그렇게 캐시와 이지는 책이 가진 비밀을 알게된다.
맨해튼의 호텔 루프트 바, 뉴욕 공립도서관 열람실, 단골식당인 벤스 델리 그러고 런던의 한 호스텔까지 어디든 갈 수 있는 마법의 책이 자신이 손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문 뒤로 사라지는 그녀들을 바라보는 한 시선이 있다.
드러몬드 폭스.
그는 두 여자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환상의 책.
기억의 책.
행운의 책.
절망의 책.
......
그리고 이런 책들을 사냥하듯 수집하는, 그저 여자라는 대명사로 소개된 인물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서서히 고조된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나에게 다가온 건 놀라움이었다.
'문의 책' 정도는 여러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 등장했기에 그리 신선하지는 않았는데, 하나 둘 새로운 책들이 등장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신선한 느낌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마법 책들이 보여주는 힘을 통해 인간이 가진 욕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그리고 그 욕망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지, 그 끝없는 갈증이 가져올 파국을 상상하게 되면서 놀라움과 더불어 두려움 또한 다가온다.
이 책은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들여다보는 거울 같다.
다영한 마법 책들을 등장시키면서 인간의 욕심을 보여주는데, 환상의 책은 기만의 유혹을, 기억의 책은 잃어버린 과거의 아픔을, 절망의 책은 내면의 공허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책들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 욕망을 대신한 상징인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삶에서도 '문'이 새로워 보인다.
그리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문'이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