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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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생태학을 공부하신 최재천 교수님이 곤충에 대해 설명하는 책인 줄 알았다. 알고보니 교수님께서 다니신 강연을 모아놓은 책. 그래서 인지 읽고 있다보면 교수님의 육성이 들리는 것 같은 착각 아닌 착각이 들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손잡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 상에서 호모사피엔스만큼 철저하게 타인을 배제하는 종이 없다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를 제외한 동물과 식물은 수천만년 동안 공존을 통해 살아왔다. 흰개미와 속이 빈 트럼핏나무의 공존. 속이 빈 트럼핏나무에 흰개미가 자리를 잡아 살아가면서, 흰개미는 나무를 외부의 곤충들로 부터 보호해 주고, 나무는 빈 속에서 흰 개미군락이 살아갈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해 주는등 그들은 공존의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모사피엔스는 어떠한가. (완전 무법자가 따로 없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며, 자연을 통제나 이용의 대상으로만 본다. 하지만 교수님은 우리가 이제 이 모든 것들을 공존, 공생의 대상으로 시선을 바꿈으로써 호모 사피엔스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호모 심비우스(공생)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지구의 생명의 주기로 보건데, 인간의 생존은 짧으면 30만년 쯤 길다면 70만년쯤 더 생존할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기간동안 우리가 자연과 공존하지 않는다면, 말그대로 처절한 생존을 전쟁을 치르며 힘겹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이번 여름을 겪으며, 기후변화를 어느 해보다 더 실감했다. 여름이 거의 5개월 이상이 지속되는 것을 보며 두려웠고, 어느 순간 시원하게 바뀐 날씨를 보면서도 시원해서 좋다기보다, 자연의 변화가 어쩜 이리 서늘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 책의 글이 좀더 직관적으로 느껴졌다.

 최재천 교수님의 책을 읽으며, 우리가 개미보다도 사회성을 갖춘 역사가 짧고, 현재 우리의 고도로 발달된 상태의 건축물보다도 개미가 지은 건축물이 더 정교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심지어 가우디의 건물은 여름에 더운데, 우리가 한낯 미물이라 부르는 개미가 지은 건축물은 여름에도 시원하다고하니 그저 놀랠 노자.
그러니 개미는 미물이 아니다. 어쩌면 그들이 보기엔 우리가 미물일지도. 호모 심비우스를 말씀하시는 교수님의 가르침이 콱하고 박힌다. 우리가 고작 몇만년전에 시작한 농사를 개미는 이미 수십만년전에 시작했다니.. (개미가 농사를 짓는 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와.)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우리가 얼마나 오만한 존재인지.
그렇기에 우리가 어떤 자세가 되어야 하는지.
새삼 알게하는 책.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다.
알지 못했던 세계를 교수님의 육성으로 보는 느낌이랄까.

굿.


"의자에 비유해볼게요. 사람들에게 똑가은 의자를 나눠주고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건 공정이 아니에요. 공평이죠. 모두에게 똑같이 의자를 나눠줬으니까요. 키 작은 사람에게 높은 의자를 줘야 그게 진정 공정하고 따뜻한 사회인겁니다."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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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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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그리고 표지부터 뭔가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조예은 작가의 신작. 개인적으로 조예은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한국 소설에서 보기힘든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이 굉장한 작가님. 그런 작가님이 "유령"을 가지고 왔다.

"적산가옥의 뜻은 '적이 산집'이다" p.11

외증조모가 살던 집을 유산으로 받은 나는 일본에서 살던 중 그곳의 유리천장을 깨지 못하고, 외증조모의 유산을 정리하라는 엄마의 연락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외증조모는 이 적산가옥에서 50년을 살았고, 그녀의 죽음은 미스테리 했다. 걷지도 못하는 혼자 아무도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아, 열지 못하는 별채에서 죽어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설치된 CCTV의 영상은 누가 뭐랄것도 없이 기이했다.

그런 외증조모가 돌아가시고 10년이 지난 어느날 나는 그런 적산가옥을 분위기 있는 카페로 변경해 장사를 하려 한다.
그리고 적산가옥의 리모델링을 하기위해, 그리고 외증조모의 유언, 즉 1년을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유언을 지키기 위해 돌아와 그곳에서 살던 중 이상한 환영을 보기 시작한다.
그 이후 나는 잠을 잘 자지도 못하고, 이상한 환청을 듣기도, 환영을 보기도, 때로는 찢어질듯한 통증 속에서 점점 예민해지고 피폐해져 간다. 그런 나를 남자친구는 걱정스러워하는데..


외증조모의 죽음을 시작으로 이 이야기는 이 집의 나와 나의 외증조모의 시대를 오가며 적산가옥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씩 펼쳐보인다.
 그곳에 살던 온몸에 자해 흔적이 가득한 소년, 해부된 잉어, 쥐, 비릿한 냄새, 피의 흔적, 피웅덩이..
나의 외증조모 시대에도, 나의 현재에도 별채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단어들...냄새, 소리, 통증.
  잔인한 묘사들이 나로하여금 이 책을 흐린 눈으로 읽게 만들기도 하지만, 결코 눈을 뗄 수는 없다.
 현재를 사는 나에게 수십년전 소년의 환영과, 외증조모의 환영은 대체 무슨의미를 가지며, 대체 왜 인걸까.

"고작 내가 타인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 수 있는 건 글이 유일할 테다" p.208 

라는 작가님의 말에 "성공하셨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책.ㅋ

재미나다. 으흐. 역시 내스타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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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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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책. 고등학교 때 양귀자 작가님의 책을 꽤나 많이 읽었다. <천년의 사랑>,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책들. 그 당시 알았던 이 책이 여전히 스테디 셀러에 올라있다는 것을 보았다. 오호라…꽤나 오랫동안 묵혔다 이제서야 읽었다.


<모순> 이토록 피상적인 책 제목이라니. 인생은 모순 투성이라는 말은 정말 사는 동안 수도없이 들어왔다. 근데 뭐가..? 싶다가 맞어.. 싶었던 말.
이 책을 읽으면서는 왜 모순일까…싶었는데, 마지막을 읽고서야, 아…. 싶었다.
 
주인공 안진진은 타인이 보기엔 불우하지만, 스스로를 보기엔 그닥 불우하진 않아보이는(?) 사람이다. 알콜중독의 아버지와 억척스러운 어머니. 
어머니와 쌍둥이 자매인 이모는 모든 것을 계획대로 사는 이모부를 만나 풍족한 삶을 누리며 산다. 같은 날 태어나, 같은 날 결혼한 두 자매의 타인의 눈으로 보기엔 정 반대의 삶.

 진진의 아버지가 술을 먹고 패악을 부릴때면 어머니는 진진과 진우를 이모네 맡겼고, 아버지가 잠들면 새벽에 진진과 진우를 데려와 학교를 보내고 시장에서 양말을 팔았다. 
그런 진진은 대학을 가고 학비를 늘 걱정해야했고, 그래서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직업전선으로 나갔다. 그런 진진은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김장우와 나영규를 두고 결혼을 저울질이다. 가난하고, 계획도 없지만 그런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장우,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모든 것을 계획대로 사는 영규.
책을 읽어갈 수록 장우는 진진의 아버지를, 영규는 이모부를 닮았다. (개인적으로 둘다 전혀 다른 의미로 숨막히게 한다..)
 
 이모네 딸 주리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공부중이다. 그런 주리는 진진에게 결혼은 사랑이라 말하지만, 진진은 결혼은 상호 이해관계라 말한다. 주리의 말을 듣고 있지만, 악의는 없지만 말하는 상대에 대한 몰이해로 점쳐지는 폭력같은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98년도의 책인만큼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결혼 적령기. 당시의 결혼이라는 개념에 대한 사회적 이해 등. 양귀자 작가님이 이 책을 2024년에 쓰셨다면 어떤 모습일까 싶은 생각드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점등을 차치하고서라도 분명 그때도 지금도 변하지 않는 생각은 있다.
누구나 동경할 것같은 이모의 삶과 그 반대의 진진 엄마의 삶이 그랬다. 
하지만 작가님은 누군가의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 이것이 정답처럼 보이지만, 때로 그 정답을 맞춘이는 이것이 오답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 삶이다 라고.
 
그래서 책 제목이 모순이였음을.
책을 덮으며 알았다.
하지만 누군가 너에게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이냐 묻는다면, 중년의 나는 청년의 나와 다른 선택을 할 것 같아서. 나의 인생 안에서 조차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답이 바뀔 수 있으니까. 
정답은 한 개인에게 조차 정답일 수도 오답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이 그토록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나부다. 이런 생각을 하게하니까.

25살 진진은 엄마의 나이가 되었을때, 어떤 생각을 할까. 


”진모의 행동을 꾸짖는 천사의 얼굴은 엄격했다. 그건 옳은 말이었다. 졸개들과 더불어 연적의 뒤통수를 몽둥이로 갈겨대는 짓 따위는 해서는 안 될 일임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나라면 주리처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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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나 지금이나 진모처럼 갈치를 탐하는 식성이 아닌 탓에 내가 이 모두에게 관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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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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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편“ 여자편을 읽고 남자편을 읽다보니, 문득 처음에 드는 생각은 왜 변명같은 느낌이 들까..싶었다. 이미 한쪽의 생각에 너무 몰두한 탓이였을까.

준코가 홍을 만난 순간부터 과거 회상까지 준코의 모든 생각이 자신을 떠나버린 홍의 외로움에 대한 이해라기보단, 홍에 대한 원망 섞인 변명같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준코의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변명이 아닌 사랑이였지만, 표현 할 줄 몰랐고, 어렸다.

준코는 칸나를 사랑했지만, 그녀로 부터 외면당했고, 그 쯔음 홍을 만났다. 만난 순간 알았다. 그가 그녀를 사랑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술취한 그녀를 자신의 집에 재웠고, 다음날 홍이 그집을 깨끗히 치웠던, 그것이 자신이 하지 못했던 미련이라는 것을 깨끗하게 정리해주었던 것을 알았던 그날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가난한 첼리스트 아버지 밑에서 사립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 그는 계속해서 일을 해야 했다. 부유한 어머니가 있지만, 이미 그녀와 연락을 안한지 수년째. 하지만 홍은 그런 자신의 가난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홍이 때로는 버겨웠지만 사랑했다. 그리고 어느날 부터인가 그녀가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그녀와 이야기하고 풀어갈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날 떠나버린 그녀.
그녀가 떠나고서야 비로소 그녀의 외로움을 이해하게되었고, 그녀가 계속해서 읽어보라고 권유했던 ”윤동주“시집을 그제서야 읽는다.
그리고 그녀로 인해 쓴 책으로, 한국을 찾은 그날 선물같이 그녀가 그앞에 나타났다.

두사람 각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고있다보니, 어쩌면 그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3살 22살의 사랑이 어리다기 보다 상대를 이해하기에 서로의 상황은 너무나 상이했다. 국적도, 한일관계도 한몫했겠지만, 결국은 서로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이였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떠나고서야 수년에 걸쳐 상대의 상황을 이해했고, 이해했기에 미안했고, 그래서 더 잊을 수가 없어던것 아닐까. 감정이 식어버린 것은 아니였으니까.
사랑은 참 어렵다. 그 감정만으로는 영원하고 한결 같을것 같지만,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그런 상황들이 모여 결국 그 사랑을 변하게 만든다. 
근데 수년이 흐르고도 더 깊은 이해로 변치않는 사랑이라.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결국 이해가 아닐까. 상대에 대한 이해. 그 이해가 오롯이 체득되고서야 다시 사랑이 온다. 
오래 전에 쓰여진 책이지만, 여전히 이 사랑이 안타까우면서도 이해가 되는 걸 보니 사랑이란 감정과 그 감정에서 오는 부수적인 많은 것들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굿. 재밌다.
드라마가 방영된다고 하는데, 드라마 속에서 이 아스라한 여윤이 어찌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우리는 웃었다.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놀이로 우리는 자신들을 둘러싼 국경이나 경계나 식별의 공허함을 확인하게 되었다.“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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