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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천
이매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4년 2월
평점 :
책을 다 읽고서 나는 왜 이 책의 제목이 “음천”일까 궁금했다. 왜일까? 책의 말미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읽고서야 아. 싶었다.
책 소개 글에 분명히 드러나 있었는데, 소개글을 제대로 안읽었다는…이 책은 재미교포인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책 제목인 “음천”은 그녀의 어머니 이름이다.
한국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한국에서 여성이라는 위치, 여성이기에 겪어야 했던 불합리를 말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했고, 자식을 길러야 했던 어머니들의 이야기 이다. 아이를 낳지 못한 음천은 결국 작은 댁을 들인다. 남편과의 사이나 돈독하지 않다면, 좀더 나았을까? 남편과의 사이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음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결국 들인 작은 댁 수양. 그녀라는 존재 자체가 음천에게는 재앙이겠지만, 수양의 삶 역시 녹록치 않았다. 다리에 흉이 있다는 이유로 첫날밤에 소박을 맞아 돌아와 결국 어느 누구의 작은댁으로 가는 수양. 아들을 낳지 못해도 아들을 낳아도 내자식인냥 키울수나 있을까, 본처에게 구박을 당한다 해도 하소연 할 곳이나 있으랴.
그렇게 만난 두여인. 그리고 터지는 한국전쟁. 귀용과 음천 사이의 업둥이 미나. 미나는 자신이 말그대로 고추를 달고 나오지 못해 엄마가 고통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모두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런데 누군가 내게 너는 업둥이라 말한다. 그럴리가 없는데, 나는 엄마를 닮았고, 내가 업둥이라면 우리엄마와 아빠가 내게 이렇게 할리가 없는데, 엄마는 결단코 아니라고 하고, 나는 작은엄마가 밉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하나의 가족으로는 살 수가 없는 묘한 관계는 이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아들선호사상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님에도 대체 죽어서 받드는 제사가 무엇이간데. 과학적으로도 모계유전이라는데, 대체.
그래도 이젠 큰댁, 작은댁(첩)같은 일은 없지만, 여전히 그 시대를 살아내셨던 분들은 계시다. 어떻게 버텨내셨을까. 사실 책속에 소위 빌런은 누구도 없다. 작은댁을 들여야 했던 시어머니도 음천에게 미안했고, 수양에게도 미안했다. 두 부인 사이에서 음천에게 미안하고 수양에게 미안했던 귀용 역시 쉽지 않은 삶이였다.
모두가 피해자였던, 심지어 그들의 자식조차 듣지 말아야할 말을 듣고 차별을 견뎌내야했던 시절.
다시는 이런 악습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