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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평점 :
문학상작품집은 대체로 읽어보는 편이다. 대체로 시의성이 있는 작품들이고 새로운 작가님을 만나는 기쁨이 있어서랄까. 아는 작가님도 있고 처음 만나는 분들도 있었다. 김승옥 문학상 작품집은 처음인데, 내게 꽤나 강렬하게 다가왔다. 뭔가 굉장히 사실적인 작품들이였다. 조금 더 과장하자면 노골적이라는 느낌이 들정도로…
대상작품인 편혜영 작가님의 포도밭 묘지.
수영, 한오, 윤주, 그리고 나의 이야기.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동기 4명이 현실사회에 나오는 이야기. 지금 88만원 세대, N포 세대의 이야기 이기도 하면서, 어쩌면 그 세대에서 더 약자인 이들의 삶이였다.
우리 4명중 가장 우등생이였고, 가장 준비된 인재였지만 외모로 인해, 백화점 판매직에 머물다 2년만에 퇴사하여, 알바와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는 수영, 하지만 윤주가 지금도 시험준비를 하는지는 모른다.
가장 반항적인 성격을 가진 이로, 불합리를 참지않지만, 다니던 회사에서 그녀의 실수로 오타를 내었고, 그 모든 책임이 가장 말단에 있던 그녀에게 쏟아지자, 결국 그 때 아주 간단한 도움을 주었던 13살 연상 대리와 결혼하여, 직장을 그만두었으나, 결국 못배우고, 아랫사람 취급으로 무시당하며 사는 윤주.
은행에 취직해 가장 성실하게 일하지만, 소위 호구 취급을 당하지만, 끝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 공부를 병행하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현오.
가장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누구보다 현실속에 사는 나.
이런 4명의 이야기. 그리고 누군가의 기일을 보내다 발견한 나무에 다 말라비틀어져 있는 포도.
지금의 현실이면서, 너무나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말라비틀어진 포도는 지금 사회에 누군가의 노동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태움을 강요하고, 가장 말단에서의 아귀다툼을 외면하는 사회 속에서 희생당하는 이들에 대한 묘사이지 않을까.
이 소설을 읽으며 드는 답답함은 아마도 현실은 더 어둡기에 느껴지는 감정일까.
개인적으로는 김연수 작가님의 “진주의 결말”이였다.
뭐랄까. 우리가 타인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의 진의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했달까. ‘이해’라는 단어는 결국 타인을 향한 것일까 나를 향한 것일까? 우리가 오롯히 타인을 이해 할 수는 있는 것일까? 납득이라는 말이 맞는것은 아닐까. 뭐 어휘의 정확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이야기는 타인의 삶을 결과를 놓고, 판단하는 것의 어불성설을 말하고 있었다.
치매 아버지를 살해하고 그 집에 불을 낸 유진주의 삶. 그녀를 심리를 분석하는 법 심리학자인 나. 그리고 나와 그녀의 사건을 두고 방송을 하는 강PD의 <사건의 전말> 프로그램. 각자의 시선에서 각자의 생각으로 유진주라는 인물을 분석하지만, 결말에서 드러나는 반전. 사실 반전인지 여부조차 확실치 않은 결말이지만, 결국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였을까를 골똘이 생각하게 했다.
“누군가를 이해하려 한다고 말할 때 선생님은 정말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p.68
결국 누군가를 이해하는 행위는 섣불리 판단하지 않아야 함을 말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우리가 소위 선입견, 판단이라는 것을 너무나 쉽게 누군가를 마녀사냥하듯 그저 가십거리로만 씹어대는 지금에 대해 말하고 싶은것은 아닐까.
소위 브루주아의 위선과 그 위선을 바라보는 프롤레탈리아의 반란. 웃음으로 그 위선을 보기 좋게 뭉그러뜨리는 이연의 연기가 통쾌하면서도, 우리는 왜 그런 브루주아의 위선을 동경하는 것인지 시원하면서도 씁쓸한 김애란 작가님의 ’홈파티‘.
K를 잃은 나가 깊은 우울감에 빠지는 내용인가 싶다가 결국 나의 이야기로 귀결되게 만든 다소 으스스하면서도 뭐지 싶었던 정하나 작가님의 ’일시적 이탈‘
성수대교와 그 성수대교의 생존자인듯 아닌듯한 내가 성수대교를 토대로 논문을 쓰며 다시 그 때를 돌이키며 논문인듯 소설같은 이야기를 쓰는 문지혁 작가님의 ’우리가 다리를 건널때‘
딸과의 관계가 그리 썩 좋지 않고, 정해진 일정대로 살던 내게 어느날 맡겨진 앵무새. 그 불편함이 어느덧 소중한 일상으로 바뀌던 어느날 떠나고 남은 내가 드디어 나를 제대로 돌이켜 보게 만드는 날. 내게 무엇이 없었던 것인지를 내가 놓쳐버린 것들을 다시 보게 하는 백수린 작가님의 ’아주 환한 날들‘
지금 우리가 외면하는 것, 놓쳐버린 것, 잊지 말아야 함에도 잊어버린 사건들에 대해 각 작가님들의 작품은 불편하지만 직시해야 함을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굉장히 사실적이면서 내게는 다소 노골적인 찌름으로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재밌었지만 아팠고, 이 이야기를 읽으며 각 사건들을 돌이킬 때는 쓰렸다.
굿.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