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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ㅣ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8월
평점 :
”남자편“ 여자편을 읽고 남자편을 읽다보니, 문득 처음에 드는 생각은 왜 변명같은 느낌이 들까..싶었다. 이미 한쪽의 생각에 너무 몰두한 탓이였을까.
준코가 홍을 만난 순간부터 과거 회상까지 준코의 모든 생각이 자신을 떠나버린 홍의 외로움에 대한 이해라기보단, 홍에 대한 원망 섞인 변명같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준코의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변명이 아닌 사랑이였지만, 표현 할 줄 몰랐고, 어렸다.
준코는 칸나를 사랑했지만, 그녀로 부터 외면당했고, 그 쯔음 홍을 만났다. 만난 순간 알았다. 그가 그녀를 사랑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술취한 그녀를 자신의 집에 재웠고, 다음날 홍이 그집을 깨끗히 치웠던, 그것이 자신이 하지 못했던 미련이라는 것을 깨끗하게 정리해주었던 것을 알았던 그날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가난한 첼리스트 아버지 밑에서 사립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 그는 계속해서 일을 해야 했다. 부유한 어머니가 있지만, 이미 그녀와 연락을 안한지 수년째. 하지만 홍은 그런 자신의 가난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홍이 때로는 버겨웠지만 사랑했다. 그리고 어느날 부터인가 그녀가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그녀와 이야기하고 풀어갈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날 떠나버린 그녀.
그녀가 떠나고서야 비로소 그녀의 외로움을 이해하게되었고, 그녀가 계속해서 읽어보라고 권유했던 ”윤동주“시집을 그제서야 읽는다.
그리고 그녀로 인해 쓴 책으로, 한국을 찾은 그날 선물같이 그녀가 그앞에 나타났다.
두사람 각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고있다보니, 어쩌면 그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3살 22살의 사랑이 어리다기 보다 상대를 이해하기에 서로의 상황은 너무나 상이했다. 국적도, 한일관계도 한몫했겠지만, 결국은 서로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이였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떠나고서야 수년에 걸쳐 상대의 상황을 이해했고, 이해했기에 미안했고, 그래서 더 잊을 수가 없어던것 아닐까. 감정이 식어버린 것은 아니였으니까.
사랑은 참 어렵다. 그 감정만으로는 영원하고 한결 같을것 같지만,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그런 상황들이 모여 결국 그 사랑을 변하게 만든다.
근데 수년이 흐르고도 더 깊은 이해로 변치않는 사랑이라.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결국 이해가 아닐까. 상대에 대한 이해. 그 이해가 오롯이 체득되고서야 다시 사랑이 온다.
오래 전에 쓰여진 책이지만, 여전히 이 사랑이 안타까우면서도 이해가 되는 걸 보니 사랑이란 감정과 그 감정에서 오는 부수적인 많은 것들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굿. 재밌다.
드라마가 방영된다고 하는데, 드라마 속에서 이 아스라한 여윤이 어찌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우리는 웃었다.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놀이로 우리는 자신들을 둘러싼 국경이나 경계나 식별의 공허함을 확인하게 되었다.“ p.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