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 끝없는 밤
손보미 외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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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처음 이효석문학상 작품을 읽고, 꽤나 여운이 오래 남았다. 그래서 올해서 PICK!
올해는 뭐랄까... 모호한 느낌. 모호하지만 익숙한 오묘함을 주는 작품들이였다.

대상인 손보미 작가님의 "끝없는 밤"
남편과의 요트 장면을 시작으로, 어느날 문득 데려온 강아지 공기, 공기와의 이별, 그리고 공기를 만나고 잃는 과정에 있었던 수의사. 그리고 그와의 일탈. 다시 돌아온 요트.  불투명한 미래, 혼란스러운 현재, 의심스러운 과거. 뭐하나 딱 떨어지는 사실 없이 희뿌연 무언가를 휘적이는 느낌을 주는 이야기였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어느것 하나 믿을 수 없는 느낌이랄까. 사실 과거는 명확한 사실이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것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다들 자신의 입장에서 무언가를 더 기억하고 잊기도 하니까. 그 과거 속에 아픈 상실이 있다면 더 그러할 것이다. 지나고 보면 그것이 정말 진실이였을까 싶은.
손보미 작가님의 "끝없는 밤"은 우리가 살아온 사실에 대해 우리가 잊은것, 기억하는 것, 그리고 잊고 싶지 않은 것등을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자선작인 "천생연분" 역시 그러했다. 이 작품은 시간과 상실에 대한 모호함이라기보다 입장에서 오는 모호함이랄까. 각자의 기억과 추억은 입장속에서 서로 다른 부분을 기억하며, 그것을 다시 재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만들어 내는 법이니까. 과연 그의 아들은 추후 그날을 어떻게 기억할까. 싶은 생각을 하게 한 책.

손보미 작가님의 글을 읽고 있다보면, 우리가 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상상일까를 자꾸 생각하게 했다. 내가 보고 있는 이 것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일까. 내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은 정말 있었던 사실일까 아닐까.
그러다 문득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무엇이 중요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어짜피 나는 결국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기억할테니. 그러다 누가 아니라고 하면 그래,, 아니면 그만이지뭐. 하고 말지. 하는 생각.. ㅎㅎ


그리고 우수작품상 중 "허리케인 나이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곧 계급을 나타내는 현실을 날카롭게 짚고 있는 작품이기에 인상에 깊게 남았다. 꽤나 아팠으니까.
가진이의 여유, 가지지 못한 이의 박탈. 그것은 장소, 물건, 생각 그 무엇도 같은 시대 같은 공간을 살았음에도 서로 일치할 수 없는 두 사람의 간극을 보여준다. 그래서 박탈로 인한 일탈을 꾸짖지 못하고 등두드려 위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했으니까.

그 밖에도 가짜와 진짜. 누가 그것의 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싶었던 "혼모노", 아버지의 장례식을 통해 힘들었던 아버지의 과거를 이토록 유쾌하게 그릴 수 있을까 싶었던 "그 개와 혁명" 그리고 젠더성과 소위 타인의 인정욕구에 대한 갈망을 보여준 "리틀 프라이드", 그리고 타인을 받아 들이는 것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정말 담담하게 그린 이야기 "담담"

어느 하나 콱 와닿지 않는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읽는 내내 빠져들었던 작품들이다. 
역시. 다들 내공이 장난이 아니시고나.
작가님들의 수상을 축하드리며, 다시 내년을 기다리게 만드는 책.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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