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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 - 왕과 사대부, 그리고 사관마저 지우려 했던 조선 최초의 자유로운 사상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반란이나 왕위찬탈을 한 인물도 이름이 알려지는데, 이름 자체가 금기어가 된 "유학자"가 있다는 제목 그 자체가 놀라웠다.
"윤휴"라는 인물이라.
자유로은 사상가라는 책의 소개글을 읽고, 아.. 싶었다. 계급을 건드렸구나. 아니나 다를까. 윤휴는 인조시대부터 숙종까지 살았던 인물로 실제 정치는 노년에 시작했고, 그나마도 제대로된 정치는 5년정도 였다. 인조시대의 병자호란을 겪고, 말로만 북벌을 외치고, 자기 안위만 도모하는 다른 양반들과는 달리, 청의 정세를 보고 북벌을 준비하고 실제로 북벌을 행함으로써 병자호란과 우리나라 왕의 삼전도 굴욕을 회복하고, 우리의 자주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남인 세력이였다. 그런 북벌을 행함에 있어, 사대부에 대한 특권을 없애는 것을 시작으로 양반과 평민, 노비를 구분하는 호패를 없애고, 모두 지패를 가짐으로써 호패로 구분되는 반상의 구별을 없애고, 양반 사대부가는 물론 양반 개개인의 숫자를 조사하여 모두에게 군포를 내게하는 구산제를 주장한 인물이였다.(당시 군포는 평민들만 대상이였고, 그나마도 죽은사람, 도망간 사람, 젖먹이 아이까지 부과대상이였기에 나의 군포뿐아니라 타인의 군포까지 평민들의 몫이였다.)
반상의 구별에 대해서도 이토록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상가이다 보니, 서얼에 대한 차별 또한 없애야하고, 북벌을 위해 능력있는 무인을 선출하기위해, 무과에 평민도 지원하게 하는 등 말그대로 양반과 평민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였다. 그러다보니, 당시 양반들은 무과는 평민들이나하는 천한것으로 폄하해, 자신들은 지원도 안했다니, 그러고도 '입'으로 북벌을 외쳤다는게 정말 가증스러울 정도 였다.
그런 반상의 구별, 서얼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자 하면서도 인조 이후 바닥에 떨어져있는 왕권으로, 1,2차 예송논쟁 시기에도 왕의 예법은 일반 양반의 예법에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인물이기도 했다. 기년설을 주장했으나, 왕가는 일반 양반가와는 다르기에 차남이지만 3년상을 이야기한 인물이기도 했다.
또한, 주자학이 대세였던 시기, 주자만이 세상의 이치가 아님을 말하며, 공자와 노자 그 사상을 주자의 해석이 아닌 그 자체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니, 당시의 유학자들의 반발이 얼마나 대단했을지.
이런 당시의 주류, 당연하다는 모든 것의 기반을 흔드는 사람이다보니, 결국 사대부 전체가 그의 적이 되어 버린것이다. 가진 특권을 모두 내려놓으라니, 모두의 적이 되어 역모로 몰리고, 증거도 없이 그는 그냥 죽어야 했다. 물론 그 사이 숙종의 이해가 얽혀있긴했지만, 숙종의 계산이 아니였어도, 그는 죽을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서인의 세상이 노론으로, 그리고 조선말까지, 그리고 일제치하의 친일까지. 문득 광해대군이 반정군을 이겼다면, 소현세자 살았다면, 숙종이 조금더 현명한 인간이였다면. 이라는 역사속에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 IF(만약)를 생각치않을수가 없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됬지만, 드라마에서 숙종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사화를 이용했지만, 그 사화 또한 당시 집권세력이나 반대세력의 이권과 맞물려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서인의 반정이 두려웠던 숙종이 서인에게 권력을 주기위해 탁남, 청남 모두를 쓸어버린 것이다. 말그대로 남인이 눈앳가시였던 서인과 그런 서인이 두려워 원하는 것을 주고 조용히 시키고자 했던 숙종의 이해가 맞아들어감으로써 복성군을 통한 반정을 꾸며 남인에게 뒤짚어 씌운 전형적인 공작정치를 하는 인물이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뭐 예상했고, 당연히 그랬겠지 싶었던 당시 사대부 즉 양반의 행태를 이 책에서 읽고 읽다보니, 조선은 망해갈수밖에 없는 나라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자신들만의 안위를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는 인물들이 99.9%였다는 것. 그러니 그 0.1%의 인물들은 정적도 아니고 말그대로 세상 땅에서 흔적조차 없어야 하는 인물들이 였겠구나 하는 사실이다. 슬펐고, 화가 났다. 지들의 안위를 위해서 부리는 억지는.... 읽고있다보면 화가...
문득 우리도 지금 뭔가에 가려지고 귀막혀진 세상을 보고 있진 않을까. 저들의 말도 안되는 논리에 귀막고, 눈감아버린 왕. 그런 시대에서 부당한 것들을 바꿔보려했던 인물들의 스러짐은 지금은 없는 것일까?! 과거를 배우면서, 현재는 정말 나아졌는가를 꼭 생각해본다. 근데 확신은 들지 않는다. 늘.
북벌의 주장은 '말'로만했던 송시열이 아니고, 진심으로 자주국방을 외쳤던 윤휴라는 것. 그리고 북벌로 인해서 였지만, 일반 평민에게만 오로지 있었던 의무를 양반에게도 부여함으로써 특권을 없애려 한 인물. 당시 학문적 사상에 대해서도 누군가의 특정 학설이 아닌 그 근본을 들여다 보려한 사람. 우리의 교과서에서 실렸으면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알았지만, 그 이름 두글자 '윤휴'는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 Good!
"윤휴는 그렇게 사망 300년이 지난 지금도 지워진 이름이 되었다. 아직도 그의 이름을 지우고 있는 우리시대는 그를 살해했던 시대보다 나은가. 윤휴는 지하에서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p.396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