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재의 철학 - 21세기의 삶을 위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 EBS CLASS ⓔ
조대호 지음 / EBS BOOKS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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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현재의 철학"이라는 제목 하단에 달린 부재 "21세기 삶을 위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를 읽으며, 고대 철학을 통해 현재의 무엇을 돌아봐야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읽었다.


시작은 역시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질문이다. 질문을 통해 내가 무지한것을 깨닫고,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질문일까? 저자는 그 시작을 '철학은 무엇인가'로 풀어간다.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속에서 결국 대화를 통해 영혼의 '탁월함'을 찾고, 그것은 곧 참된 정치로 이어진다. 무슨 이야기일까? 요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찾는 토론을 통해 무지를 깨닫고 지혜를 찾아가는 과정은 곧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그것을 신경을쓰는 인간의 마음을 알게 하고, 이는 곧 참된 정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시기는 펠로폰테소스 전쟁으로 인해 혼란스럽던 사회였고, 그런 사회 속에서 민주정은 불안정했다. 합법적인 것과  옳은 것 사이의 간극이 너무나 컸고, 그 간극 속에서 소크라테스는 사형을 받았다. 소크라테스는 그 간극을 줄이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그 끝은 사형이였고,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통해 민주정의 위험성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과거를 통해서도 말이다.


그리고 등장하는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제자였고, 그가 했던 말들을 책으로 엮어낸 인물이다. 소크라테스가 문답법을 통해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했다면 플라톤은 그 본질을 이데아에서 찾는다. 현실의 폭력이 자신의 스승을 죽음으로 몰았기에, 그는 어쩌면 형이상학 속에서 그 인간의 본질을 찾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대하여 저자는 동굴의 비유를 통해 말한다. 동굴안에 갖혀 꽁꽁 묶인채, 동굴 안쪽의 벽만 쳐다보는 죄수들이 있다. 그들은 동굴 벽으로 보여지는 그림자만을 볼 수 있고, 그 그림자는 바깥세상에서 만들어낸 또다른 허구의 세계이다. 그 죄수중 한명이 그곳을 탈출해 진짜 바깥 세상을 보았다. 그는 두려웠지만 그 세상을 보기 위해 나아갔고, 그곳이 진짜 세계 임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그 사실을 알리기위해 동굴로 돌아와 남은 이들에게 설명했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여기서 두렵지만 바깥으로 나아가는 행위, 이것을 상승의 이야기, 바깥에서 다시 동굴로 들어가는 것을 하강의 이야기라 일컫는다. 상승을 이데아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면, 하강은 그런 이데아를 향해 모두를 이끄는 정치적 행위라는 것이다. 결국 양면적인 이야기이지만, 두 가지 모두 목적은 빛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말함인 것이다. 

그렇다면 플라톤이 말하는 국가란 무엇일까.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서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정의'란 무엇일까. 합법적인 것을 말하는 것일까. 하지만 법은 쉽게 바뀐다. 그것을 제정하는 사람들이 누군지에 따라. 그렇다면 법은 누구를 위함인것일까? 지배집단? 피지배집단? 강자? 약자?

플라톤은 정의를 합법이라는 범주가 아니라 더 근원적인 도덕에서 그 근원을 찾는다. 물질적인 것을 탐하는 욕망에서 벗어나, 도덕적 정의를 지향하는 것. 반지를 탐하는 골룸이아니라, 그 반대편에서 역경과 시련을 딛고 단단하게 선 아르곤 같은 인물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도덕은 법보다 우선하며, 그런 도덕이 무너진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정치는 다음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플라톤의 영혼 삼분설에 따라 기개, 욕구, 이성 능력에 따라 그들이 가진 역할을 분리하고, 그들 모두를 참여시키는 불완정한 민주정이 아니라, 통치자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여 지혜를 갖게하고, 그를 통한 통치. 즉 철학자에 의한 통치를 해야 한다는 것. 

플라톤의 철인통치를 처음 알았을 때에는 뭐지? 이사람? 싶었는데, 지금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만, 과연 그런 사람을 어떻게 알아봐야하는지? 누가 그런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기준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데아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 그렇다면 그사람은 현실을 볼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을 하는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스승 플라톤이 이데아를 통해 인간을 돌아보았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하여 인간을 돌아보았다. 그는 의사인 아버지를 통해 생물을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작은 자연의 관찰이다. 자연의 관철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구분하고, 살아있는 생물의 관찰을 통해 세상을 보던 인물인셈이다. 이부분을 읽으며, 1800년대에서야 쓰여진 책 종의기원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지. 그것을 고대부터 연구한 이가 있었다니.. 그렇게 자연의 관찰을 통해 인간을 바라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실존과 본질에 대해, 인간이 가진 로고스, 그 로고스의 작용을 통해 생성되는 창조성을 말한다. 인간의 로고스는 이야기, 추리를 할 수 있고, 우리는 그런 능력을 통해 과학적 탐구, 실천적 계획, 예술, 범죄, 종교 등 모든 것을 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에게는 생존을 위한 일차적 도구사용만 가능할 뿐, 인간은 그것을 나아간 이차적 도구의 제작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 차이인셈.

그 다음. 인간의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떤 것이 인간의 행복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가 찾은 것은 덕이다. 좋은 욕망에 부합하는 좋은 습성을 가지게하는 탁월함. 곧 덕. 그것은 중용을 말하기도 한다. 어떤 것에 대해 가지는 욕망에 대하여, 본질에 가까운 욕망과 사회적 삶에 가까운 욕망 사이의 그 중간 어디쯤을 찾아가는 것. 중용. 좋은 습성을 가진 인간은 그것을 찾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이부분은 글쎄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중용이라는 것도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고, 그 기준도 각각일 터인데, 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였달까.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정치는 "폴리테이아, 다수를 위한 정치"는 어떤 것이였을까? 이부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놀라웠다. 가장... 현실적인 부분을 짚고 있어서.

 소크라테스는 좋은 정치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면, 플라톤은 철인통치를 말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빈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플라톤과 달리 기본적으로 집단지성의 힘을 믿었으나, 그 전제에는 '경제적 평등'을 말한다. 가진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이의 간극은 그 중간지대가 탄탄할때 메워지는 셈. 물론 정치적으로 성숙하기 위한 다양한 시민적 역량에 대해서도 말하지만,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던 가장 기본적인 현실에 대해 논하고 있다는 점에 지금을 내다보았던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제목이 왜 "영원한 현재의 철학"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이 했던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며, 여전히 우리는 그 답을 있으니까. 우리는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역사를 통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함에도, 우리는 실수를 되풀이 해왔다. 소크라테스를 통해 민주정의 위험성을 알았음에도, 우리는 히틀러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인간의 편의와 욕망을 위해 계속해서 발전해가는 기술은 분명 가치중립적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모든 기술은 다 가치 중립적이였을까? 얼마전 보았던 영화 오펜하이머 속 원자폭탄은?...

그래서 고대의 철학자들이 인간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등장하는 아르테, 덕, 실천적 지혜 등의 개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기준은 시대에 맞춰 바뀌어 가겠지만, 그 전제는 모두가 함께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임은 같을 터이니.


굿굿! 추천.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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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명 공주 1~2 세트 - 전2권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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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상훈 작가님의 "사명대사"관련 소설을 처음 접해보고, 작가님의 다른 책이 궁금했다. 그렇게 선택한 책. 제명공주? 조선시대인가? 싶어서 소개글을 보았는데, 백제라는 말과, 의자왕, 그리고 제명공주에 관한 소설이라기에 읽게 된 책. 개인적으로 조선 시대 이전의 역사는 거의 모르는데 그 중 백제? 라는 궁금증이 한 몫했다.


책은 현대의 문교수와 조민국 조교가 일본의 학회에 참석해, 역사를 날조하는 일본 학자들의 세미나를 보던 중, 유일하게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는 마사코라는 교수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사코는 다른 학자들의 의견과는 다른 의견을 말하고, 그것을 반박하는 사람들에게 조곤조곤 되받아 친다. 문교수와 조민국 조교는 백제사 그 중 백제와 당시 일본의 관계에 대해 일본이 날조하는 고대사를 연구하는 인물들이다. 그렇게 시작되는 백제 후기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요 배경이다.


우리의 삼국시대는 나라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형성되어 가는 중심에서 지방 호족들의 힘을 중앙에서 제어하기가 힘든 시기로 보여진다. 그렇기에 왕권이 전복되고 다시 되찾는 과정이 계속되었고, 그런 시기 일본으로 넘어간 백제의 곤지왕으로부터 당시 왜(현 일본)에 정착한 백제가 나라를 세우고, 천황가가 시작되었다. 

그런 비슷한 상황에서 백제의 임성태자가 왜로 넘어가 쇼도쿠 태자의 도움으로 아스카 지역에 뿌리를 내린다. 쇼도쿠 태자역시 백제의 곤지왕으로부터 시작된 인물이다. 임성태자는 형님의 아들과 함께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왜로 건너 왔으며, 그렇게 형님 아좌태자의 아들은 손주 의자를 낳았고, 자신의 아들은 딸 제명을 낳았다. 그렇게 의자와 제명은 사촌지간으로 함께 자랐다. 형님의 아들은 백제로 돌아가 자신의 왕좌를 되찾아 무왕이 되었고, 그런 무왕은 아들 의자를 백제로 불러들인다. 당시 제명과 의자는 서로 사랑하였고, 두사람이 이미 약혼한 사이 였으나, 의자가 백제의 왕권을 물려받기 위해 백제로 간 후, 그곳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유력 호족의 딸과 결혼한다. 제명은 의자를 사랑하였으나, 그가 그럴 수 밖에 없었음을 이해하고, 의자는 제명을 사랑하였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다. 그렇게 제명은 자신의 삼촌인 조메이 천황과 결혼하여 중대형과 대해인을 낳는다. 


조메인 천황이 죽고, 임성태자와 당시 왜의 유력 가문인 소가대인은 제명을 다음 천황으로 정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의자와 제명의 관계였다. 그렇게 천황이 된 제명. 의자가 신라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도우려 했으나, 의자왕은 웅진의 공산성에서 제명의 후발 부대를 기다렸으나, 예식의 배신(신채호 선생님의 조선상고사에서도 의자왕은 결사항전을 주장하였다고 함)으로 이미 당나라로 잡혀가 온갖 치욕을 당한 후 자결한다. 

백제의 멸망 이후 당나라와 신라를 피해 당시 왜로 옮겨간 백제인의 수만 명에 이른다니. (인구의 자연증가율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가로 인구 대이동이 있었다는 결과로 연구됨)

 제명은 백제의 수복을 위해 천도를 감행 하고, 의자의 아들 부여 풍과 자신의 아들 중대형을 통해 수년간 배를 선적하여 5만명의 대군을 백제로 보내, 백제를 되찾기 위한 백제부흥운동을 위해 백촌강 전투를 벌였으나, 결국 폐배하고, 슬픔을 이기지 못한채 병사한다. 


책은 비록 소설이지만, 우리가 향락에 빠져 신라가 쳐들어오는지도 몰랐다가 뒤늦게 성을 버리고 도망가 낙화암에서 삼천궁녀와 함께 죽었다는 의자왕의 진실. 그리고 당시 백제와 왜의 관계를 이토록 제대로 몰랐던가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제명군주와 의자왕이 서로 사랑했다는 사실은 작가의 상상이겠지만, 제명(사미메이) 천황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일본에서는 제명 천황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의 무덤조차 작은 표지판이 전부이니...(일본의 고대사에서 여성으로 두번이나 천황에 오른 인물임에도 말이다.)

 소설을 읽으며, 나또한 승자에 의해 쓰여진 왜곡된 역사를 지금까지 사실로 알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말들이였음에도 말이다. 삼천명이 한꺼번에 죽으면,, 그 강은 어떻게 되나... 궁녀가 삼천명이나 될 수 있나..? 말도 안되는 기록인셈이다... 


책은 일본과 우리의 관계가 이토록 앙숙이 된 시작을 그 시대로 보고 있다. 백제의 멸망으로 인한 백제인의 이주 다시 돌아가고 싶은 땅을 되찾고자 하는 그들의 바램. 신라와 당나라에 대한 원한.

작가의 상상이 더해진 소설이지만, 내가 잘못된 사실로 알고 있던 역사를 다시보게 한 책이다. 재밌었고, 유익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소설.

그리고 이상훈 작가님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을 더하여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픽션인지가 정말 가늠하기 힘들정도! 와.우.


굿.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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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1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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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인데 "바다가 들리는"이라니. 아. 낭만적이야. 이 소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모지항이라는 항구 근처에 위치한 편의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페로몬을 마구 뿌려대며, 팬클럽까지 있는 점장, 만화를 그리는 아르바이트 생 미쓰리,
빨강 할아버지, 그리고 무엇이든 맨 쓰리씨.
뭔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함께 있는 텐더니스 편의점.


책은 그런 편의점을 배경으로, 그 편의점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다. 
책을 읽다보니, 나의 어린 시절, 생각해보면 편의점 이전에 있던 동네 구멍가게는 동네사람들의 아지트였다. 마치 이 편의점처럼 말이다. 편의점만큼의 물건은 없었지만, 뭔가 그래도 필요한 것은 다 있는. 이 책 속의 편의점이 비슷했다. 물론 이 편의점은 웬만한 모든 물건을 다 파는 곳이긴 하지만.ㅎ
페로몬을 뿌려대는 시바 점장은 다소 느끼(?)하다. 고가네무리 맨숀의 부녀회원이 모두 그의 팬이고, 매일이 팬미팅같은 그이지만, 그는 거만하지 않고 모든 손님에게 진심이다. 늘 편의점 손님들의 뒤에 서있다. 불편함은 없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것들을 찾는지 등등, 커피 한잔을 팔더라도 가장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기 위한 그만의 노력은 늘 손님으로 북적대게 하는 편의점을 만들어 낸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꼭 페로몬 때문이 아니라.ㅋㅋ_ 그런 시바점장을 중심으로, 같은마음으로 손님을 대하는 미쓰리. 조금 툭툭하지만, 손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뭔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오는 쓰리씨. 그리고 동네를 자전거로 누비며, 동네 지키미의 빨간 할아버지.


 퉁퉁한 성격으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우라타 할아버지가 위험함을 알 수 있었고, 그래서 그 우라타씨의 진심을 알 수 있는 곳.


 소위 인싸 미즈키의 친구 아즈사. 하지만 아즈사는 오랜 친구이지만, 뭔가 나를 조종하려는 미즈키가 서서히 불편하다. 미즈키의 무리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같은 반 친구인 나유타를 왕따시키지만, 아즈사는 그런 미즈키를 떠나지 못한다. 미즈키를 떠나면 나유타가 곧 내가 될테니. 조금은 통통한 아즈사는 매주 화요일 하루 텐더니스를 찾아 혼자 디저트를 먹는 시간을 가장 행복해한다. 엄마의 감시와 미즈키의 감시를 떠나 오롯히 내가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시간. 그곳에서 나유타를 만나 친구가 되어가며, 스스로의 꿈을 찾아간다. 미즈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두렵지만 말할 수 있게 되고, 타인의 시선보다는 나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엄마의 꿈이아니라 나의 꿈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곳. 


 한부모 가정이라 놀림받던 아이 히카루. 은퇴 후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다키지. 무엇이 문제인지 조차 모르게 멀어진 그의 아내 준코. 어울리지 않은 이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어,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까운 가족으로 연결 시켜 준 곳.


점점 더 개인화 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관심은 불편 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불편함보다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어느 날 마법처럼 시바점장이 쓰리씨가 미쓰리씨가 나에게 나타난다면,, 어떨까. 내가 그 누군가가 필요한 때가 지금임을 알아주는 이들이 곁에 있다는 느낌은 참. 정말... 이보다 더 두터운 인생의 지원군이 있을까. 학창시절 배웠던 단어이지만, 어느덧 우리네 삶 속에서 잊혀진 '이웃사촌'이라는 말의 의미가 찐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소설이라는 판타지 이지만, 우리가 이런 소설을 읽으며 부럽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나에게 이런 이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단, 내가 누군가에게 시바점장이 쓰리씨가 미쓰리씨가 되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언젠가 이들이 짠하고 마법같이 내게도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읽는 내내 재미났고, 따신 책.ㅎ


'"어서 오세요."

이곳을 찾아 준 당신에게, 가장 큰 사랑을 담아.'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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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
김정일 지음 / 지식공작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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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 이다”라는 다소 극단(?)적인 제목이라니..제목때문에. 읽었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어저면 강남에 살지 ‘못’하는 내가 가진 자격지심 때문이였을까.

책은 강남에서 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가 말하는 각종 정신병에 대한 책이다. 뭐 꼭 강남에 한정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제목이 이러한 것은 본인이 강남에 개업했던 이유와 맞물려 있었다.


“부자들이 얼마나 아픈지 아세요?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아파요.” p.3


넥슨의 김정주 회장도 현대의 정몽헌 회장이 자살했던 것을 보면, 돈과 정신 건강이 비례하지 않다는 것은 뭐.. 

저자는 강남은 부자가 되기 위한 중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동네 인 것 같다 말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동네. ’돈‘을 쫒는 사람들이 모인 곳. 

 사실 강남이 교육1번가인 이유도 그래서 자식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모이는 이유도 생각해보면 다 돈이다. 자식 좋은 대학 좋은 과 보내서, 나머지 인생 편하게 돈 많이 벌며 살라고.

하지만 그 목적을 위해 선택한 수단이 너무나 극단적이고, 그것이 미래의 자신과 어쩌면 자식까지 좀먹는 일이 되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각종 우울증과 같은 정신병이 그 결과로 남는다고.

그리고 그런 틈을 노리는 사기꾼들, 타인과의 관계를 상호 신뢰를 통해서 꾸준히 지켜나가야할 관계가 아니라 마치 원시시대처럼 약육강식의 논리로만 오로지 ‘현재’만 쫒는 사람들로 인해 증가하는 우울증, 각종 화병 등등등. 

뭐 이런 상태가 강남에게만 국한되겠는가. 대한민국 전체겠지.


읽고 있다보면 숨이 턱 막힌다. 일전에 내가 다니던 병원이 강남에 있었는데, 그 병원 옆에 정신 클리닉이 있었다. 그 클리닉 앞을 지나다닐때마다, 나는 꽤나 신기 했었다. 그 클리닉 안에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 알고 보니 ADHD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이였는데, 학부모들이 아이들 공부를 잘하게 하기위해 ADHD 처방을 받아 약을 먹게 하는 것이 강남에서 흔하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 클리닉에 아이 환자가 그리 많았던 것이 이해가 갔다. 청소년도 아니고 아이인데…

그렇게 공부시키고 오로지 아이에게 올인한 부모는 아이가 대학을 가고 오는 허탈감과, 아이가 자신으로 부터 멀어져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다. 죽고 싶다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말하는 정신질환의 큰 부분은 소위 선진국형 질병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삶이 편해지고, 활동이 줄어 몸은 편해졌지만, 성공에 대한 정신적 압박감은 커지고, 그러기에 타인으로부터 받는 인정욕구는 강해지면서도, 타인과의 관계는 두려운 상태. 그렇기에 끊임없이 자기를 태우며 살아야하는 현재. 이루고자하는 목표는 어느순간 사라진 상태.


그런 사회가 우울증을 만들고, 조현병을 마들고, 히키코모리를 만들어 피해망상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저자는 말한다.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사람을 만나라고. 두려워도 만나서, 말을하고, 활동을 해야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힘들면 클리닉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약을 먹고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사실 책을 읽으며 정신병이라는 것은 딱 이렇게 치료해야 한다는 정해진 무엇이 없다는 사실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소화가 안되면 소화제를 먹고, 몸에 상처가 나면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면 되는 정형화된 치료가 없다는 사실이. 결국 병이 든다면, 가장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부터가 시작인 그 상태가 말이다. 그 사실을 직시하지 않아서 든 병일텐데….


 그러니 아프기 전에 나를 다른 사람의 눈속에 가둬두지 말고,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살자!


잘자고, 잘먹고, 잘 움직이고, 

그리고 잘 만나서, 잘 놀자~


2024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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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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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표지에 강렬한 제목 “신을 죽인” 여자들. 그리고 소개 글의 “종교적 광신”이라는 표현이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종교적 광신이 포함된 스릴러는… 으스스한 맛에 겨울의 추위와 잘 어울린달까. 그리고 책을 읽은 오늘은 날이 흐려 더 책의 붉은 색이 눈에 띄는 날이였다.


리아의 동생 아나는 어느날 온몸이 잘린 채, 불에 탄 채로 발견되었다. 리아는 자신이 사랑했던 동생의 장례식날조차 종교에 매달리며, 종교적 행위를 강요하는 식구들을 견딜수가 없다. 대체 종교가 무엇이길래. 동생의 죽음 조차 막지 못한 종교가 대체. 그리고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언니 카르멘, 광기에 가깝게 종교를 맹신하는 엄마를 떠난다. 유일하게 말이 통했던 아버지와 편지만 주고받는 상태로 30년이 흘렀다. 

그리고 언니 카르멘과 그녀의 남편 훌리안이 그녀를 찾아왔다. 그들의 아들 마테오가 사라졌고, 마테오가 마지막으로 카드를 결제한 곳이 리아의 서점이라면서.

그리고 그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알려준다. 분명 리아는 2주전까지 아버지와 편지를 나눴음에도, 편지의 어느 구절에서 조차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중이였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과,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한편, 그녀를 찾아왔었다는 조카 마테오가 그녀 곁에서 오랜 동안 서성였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30년전의 시점.

리아, 마테오, 아나의 가장 친했던 친구 마르셀라, 훌리오, 카르멘의 시점에서 30년의 ‘그’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종교’를 믿지 않는다. 리아와 비슷하다. 무신론자. 하지만 종교가 주는 순기능을 부인하진 않지만, 그런 믿음이 굉장히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를 보면, 과연 수천년동안 이어져 내려온 ‘종교’의 ‘신’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 였을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어짜피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이상 종교는 개인의 생각속에서만 존재하는 피상적인 무엇이긴하지만, 많은 이들이 같은 믿음을 가지는 데는 그만한 기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준이 무시된채, 나만의 생각 속에 매몰된 종교는 더이상 종교가 아니고, 그 안의 신은 신이 아닌 것이라고 이 이야기는 말하고 있었다. 그 결과의 끔찍함은 조각난 불에 탄 시체 뿐만아니라 끝끝내 그 것이 옳다고 믿은 그의 생각을 포함한다.  사람만큼 잔인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나는 무신론자 이기에 보통 우리가 도덕이라 일컫는 사회의 기준을 보지만, 나에게 종교가 있다면, 과연 나는 믿음이라는 미명하에 갖는 나의 생각을 나의 기준에 맞게만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돌아보게 만들 것 같은 이야기.


과연 아나의 죽음 뒤에 숨겨진 실체적 진실은 무엇일까.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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