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1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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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인데 "바다가 들리는"이라니. 아. 낭만적이야. 이 소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모지항이라는 항구 근처에 위치한 편의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페로몬을 마구 뿌려대며, 팬클럽까지 있는 점장, 만화를 그리는 아르바이트 생 미쓰리,
빨강 할아버지, 그리고 무엇이든 맨 쓰리씨.
뭔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함께 있는 텐더니스 편의점.


책은 그런 편의점을 배경으로, 그 편의점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다. 
책을 읽다보니, 나의 어린 시절, 생각해보면 편의점 이전에 있던 동네 구멍가게는 동네사람들의 아지트였다. 마치 이 편의점처럼 말이다. 편의점만큼의 물건은 없었지만, 뭔가 그래도 필요한 것은 다 있는. 이 책 속의 편의점이 비슷했다. 물론 이 편의점은 웬만한 모든 물건을 다 파는 곳이긴 하지만.ㅎ
페로몬을 뿌려대는 시바 점장은 다소 느끼(?)하다. 고가네무리 맨숀의 부녀회원이 모두 그의 팬이고, 매일이 팬미팅같은 그이지만, 그는 거만하지 않고 모든 손님에게 진심이다. 늘 편의점 손님들의 뒤에 서있다. 불편함은 없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것들을 찾는지 등등, 커피 한잔을 팔더라도 가장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기 위한 그만의 노력은 늘 손님으로 북적대게 하는 편의점을 만들어 낸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꼭 페로몬 때문이 아니라.ㅋㅋ_ 그런 시바점장을 중심으로, 같은마음으로 손님을 대하는 미쓰리. 조금 툭툭하지만, 손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뭔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오는 쓰리씨. 그리고 동네를 자전거로 누비며, 동네 지키미의 빨간 할아버지.


 퉁퉁한 성격으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우라타 할아버지가 위험함을 알 수 있었고, 그래서 그 우라타씨의 진심을 알 수 있는 곳.


 소위 인싸 미즈키의 친구 아즈사. 하지만 아즈사는 오랜 친구이지만, 뭔가 나를 조종하려는 미즈키가 서서히 불편하다. 미즈키의 무리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같은 반 친구인 나유타를 왕따시키지만, 아즈사는 그런 미즈키를 떠나지 못한다. 미즈키를 떠나면 나유타가 곧 내가 될테니. 조금은 통통한 아즈사는 매주 화요일 하루 텐더니스를 찾아 혼자 디저트를 먹는 시간을 가장 행복해한다. 엄마의 감시와 미즈키의 감시를 떠나 오롯히 내가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시간. 그곳에서 나유타를 만나 친구가 되어가며, 스스로의 꿈을 찾아간다. 미즈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두렵지만 말할 수 있게 되고, 타인의 시선보다는 나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엄마의 꿈이아니라 나의 꿈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곳. 


 한부모 가정이라 놀림받던 아이 히카루. 은퇴 후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다키지. 무엇이 문제인지 조차 모르게 멀어진 그의 아내 준코. 어울리지 않은 이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어,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까운 가족으로 연결 시켜 준 곳.


점점 더 개인화 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관심은 불편 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불편함보다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어느 날 마법처럼 시바점장이 쓰리씨가 미쓰리씨가 나에게 나타난다면,, 어떨까. 내가 그 누군가가 필요한 때가 지금임을 알아주는 이들이 곁에 있다는 느낌은 참. 정말... 이보다 더 두터운 인생의 지원군이 있을까. 학창시절 배웠던 단어이지만, 어느덧 우리네 삶 속에서 잊혀진 '이웃사촌'이라는 말의 의미가 찐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소설이라는 판타지 이지만, 우리가 이런 소설을 읽으며 부럽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나에게 이런 이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단, 내가 누군가에게 시바점장이 쓰리씨가 미쓰리씨가 되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언젠가 이들이 짠하고 마법같이 내게도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읽는 내내 재미났고, 따신 책.ㅎ


'"어서 오세요."

이곳을 찾아 준 당신에게, 가장 큰 사랑을 담아.'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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