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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
김정일 지음 / 지식공작소 / 2023년 9월
평점 :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 이다”라는 다소 극단(?)적인 제목이라니..제목때문에. 읽었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어저면 강남에 살지 ‘못’하는 내가 가진 자격지심 때문이였을까.
책은 강남에서 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가 말하는 각종 정신병에 대한 책이다. 뭐 꼭 강남에 한정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제목이 이러한 것은 본인이 강남에 개업했던 이유와 맞물려 있었다.
“부자들이 얼마나 아픈지 아세요?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아파요.” p.3
넥슨의 김정주 회장도 현대의 정몽헌 회장이 자살했던 것을 보면, 돈과 정신 건강이 비례하지 않다는 것은 뭐..
저자는 강남은 부자가 되기 위한 중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동네 인 것 같다 말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동네. ’돈‘을 쫒는 사람들이 모인 곳.
사실 강남이 교육1번가인 이유도 그래서 자식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모이는 이유도 생각해보면 다 돈이다. 자식 좋은 대학 좋은 과 보내서, 나머지 인생 편하게 돈 많이 벌며 살라고.
하지만 그 목적을 위해 선택한 수단이 너무나 극단적이고, 그것이 미래의 자신과 어쩌면 자식까지 좀먹는 일이 되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각종 우울증과 같은 정신병이 그 결과로 남는다고.
그리고 그런 틈을 노리는 사기꾼들, 타인과의 관계를 상호 신뢰를 통해서 꾸준히 지켜나가야할 관계가 아니라 마치 원시시대처럼 약육강식의 논리로만 오로지 ‘현재’만 쫒는 사람들로 인해 증가하는 우울증, 각종 화병 등등등.
뭐 이런 상태가 강남에게만 국한되겠는가. 대한민국 전체겠지.
읽고 있다보면 숨이 턱 막힌다. 일전에 내가 다니던 병원이 강남에 있었는데, 그 병원 옆에 정신 클리닉이 있었다. 그 클리닉 앞을 지나다닐때마다, 나는 꽤나 신기 했었다. 그 클리닉 안에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 알고 보니 ADHD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이였는데, 학부모들이 아이들 공부를 잘하게 하기위해 ADHD 처방을 받아 약을 먹게 하는 것이 강남에서 흔하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 클리닉에 아이 환자가 그리 많았던 것이 이해가 갔다. 청소년도 아니고 아이인데…
그렇게 공부시키고 오로지 아이에게 올인한 부모는 아이가 대학을 가고 오는 허탈감과, 아이가 자신으로 부터 멀어져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다. 죽고 싶다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말하는 정신질환의 큰 부분은 소위 선진국형 질병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삶이 편해지고, 활동이 줄어 몸은 편해졌지만, 성공에 대한 정신적 압박감은 커지고, 그러기에 타인으로부터 받는 인정욕구는 강해지면서도, 타인과의 관계는 두려운 상태. 그렇기에 끊임없이 자기를 태우며 살아야하는 현재. 이루고자하는 목표는 어느순간 사라진 상태.
그런 사회가 우울증을 만들고, 조현병을 마들고, 히키코모리를 만들어 피해망상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저자는 말한다.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사람을 만나라고. 두려워도 만나서, 말을하고, 활동을 해야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힘들면 클리닉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약을 먹고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사실 책을 읽으며 정신병이라는 것은 딱 이렇게 치료해야 한다는 정해진 무엇이 없다는 사실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소화가 안되면 소화제를 먹고, 몸에 상처가 나면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면 되는 정형화된 치료가 없다는 사실이. 결국 병이 든다면, 가장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부터가 시작인 그 상태가 말이다. 그 사실을 직시하지 않아서 든 병일텐데….
그러니 아프기 전에 나를 다른 사람의 눈속에 가둬두지 말고,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살자!
잘자고, 잘먹고, 잘 움직이고,
그리고 잘 만나서, 잘 놀자~
2024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