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오늘의 젊은 작가 40
정대건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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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소설이라고 하던데,, 궁금했다. 오늘의 젊은 작가집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웠고, 더더군다나 역주행 소설이라니. 참고로 나는 읽기 시작한 아침부터 이 책을 덮었던 저녁까지 책에서 눈을 떼기가 너무도 아까웠다. 정말 한숨에 읽은 책.

진평에사는 도담은 아버지 창석에서 수영을 배웠다. 창석은 딸인 도담에게 잠수하는 법 물에서 뜨는 법을 모두 가르친다. 그래서 인지 그녀는 물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창석과 함께 하는 시간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러던 어느날 물에 빠진 아이를 보고, 도담이 뛰어들어 구하려 했지만, 물에 빠진 아이는 도담을 자꾸 물 아래로 밀어넣었다. 그렇게 죽는건가 싶었던 때, 창석이 아이와 도담을 구해냈다. 그렇게 만난 해솔. 그 아이는 눈이 맑았고, 손이 너무나 부드러웠다.  해솔은 서울에서 진평으로 이사왔고, 미용실 원장 미영의 아들이다. 그렇게 가까워진 두 가족. 

해가 지나면서 둘은 점점더 가까워졌고, 모든 것에 호기심을 보이는 해솔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 말을 함께 나누는 것도 도담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희진의 한 마디에 도담은 아버지의 웃음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솔과 함께 아빠의 뒤를 밟은 날, 그곳에서 창석과 미정이 함께 하는 것을 보았다. 비가 쏟아지던 폭포 옆에서. 
분노에 들고 있던 랜턴으로 빛을 쏘았고, 당황한 두 사람은 물속으로 숨었다. 하지만 폭포수 같이 쏟아지던 비로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그날 밤 도담과 해솔은 아빠와 엄마를 잃었다.

도담의 엄마 정미의 분노.

그날 그곳에 가자고 했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도담.
랜턴을 켰던 자신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스스로를 또한 용서 할 수 없는 해솔.
그리고 도담과 해솔은 그날 밤의 일에서 스스로를 용서할 수도, 서로를 원망할 수도, 그렇다고 그날 밤을 놓을 수도 없는 상태로 헤어진다.

정미는 해솔에게 분노를 쏟아내고,
고아가 된 해솔은 도담과 제대로 말 조차 해보지 못한채 할머니 손에 이끌려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그날의 일로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이면서, 아이러니하게  그 상처를 공유한 위안이기도 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용서하지도, 타인을 원망하지도 못한 도담과 해솔.
도담은 단 한순간이라도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해솔은 그렇기에 하루라도 허투루 살 수 없다는 강박으로, 각기 다르게 상처를 품고 살던 이들은 다시 만나 서로에게 서로밖에 없다는 듯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여전히 그날을 제대로 입 밖으로 내놓지도 못하는 둘의 관계는 가까운 듯 먼 평행선 같다.

도담은 뭐든 담아 둘 수 없었고,
해솔은 그런 도담을 껴안으며, 미안하다는 말만을 되풀이한다.

진평은 둘에게 사랑일까. 상처일까.
서로에게 상처이면서 위안인 서로.
함께 하는 것이 행복일까.
헤어지는 것이 행복일까.

결말을 향해가며, 끝내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것은 두 사람만은 아니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겨우 입 밖으로 그날의 일을 말하고, 그 다리 위에 다시 설 수 있고나서야, 명확히 보이는 그날의 일들로,

상처는 더 이상 상처가 아니게 되었다.
딱지가 앉아 조금은 흉이 들었을지언정 그 상처를 만질 수 있는 시간이 흐른 것이겠지.
그 시간 동안 어쩌면 도담과 해솔은 그날의 급류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쳐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젠 상처 나았으니까, 얼른 나와 도담아. 해솔아.

"네 잘못이 아니야. 죄책감 느낄 필요 없어."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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