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 경계 위의 방랑자 클래식 클라우드 31
노승림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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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나는 이 말러라는 거장에겐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을 느낀다. 이름은 친숙하지만, 그가 작곡한 교향곡은 일반 교향곡들과는 다른 느낌과 긴 연주 시간 때문인지 쉽게 다가서기 힘들었다. 한동안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OST로 삽입된 교향곡 54악장 아다지에토의 아름다운 선율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그 너머 말러의 음악에 깊이 들어가지 못했기에 이번 클래식 클라우드를 통해 말러와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1860년 체코에서 태어난 말러는 자라면서 14명의 형제자매 중 그 절반의 죽음을 경험한다. 아버지가 술집을 운영했고 가족 모두 한 방에 다 같이 생활해서인지 그는 유독 혼자만의 시간과 사색을 즐겼다. 열다섯 살에 빈 음악원으로 유학을 갔다 중퇴 이후 지휘자로 전향한 그는 라이바흐, 라이프치히 등을 거쳐 부다페스트와 함부르크시립극장의 최고 자리에 오른다. 철저하고 완벽함의 추구로 오케스트라를 진두지휘하며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이며 청중은 열광했지만, 단원들에겐 그만큼의 반감도 사게 된다. 말러의 작곡에 대한 끝없는 열정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은 그의 음악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작곡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열정은 위대한 자연 속에서 영감을 받기 위해 오두막까지 지어 작곡할 정도였다. 뉴욕으로 자리를 옮겨 지휘자로 명성을 쌓으면서도 작곡을 위해선 다시 유럽의 오두막을 찾았다.

 

19살 연하의 빈 사교계의 최고의 팜므 파탈이었던 알마와의 결혼으로 평온한 날들이 지속될 것 같았지만 첫째 딸 마리아의 죽음으로 알마는 조강지처의 옷을 벗고 남성 편력이 다시 시작된다. 아내의 지속된 외도로 프로이트에게 상담을 받을 정도였으나 헤어질 수 없었던 말러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말러가 아무리 가부장적인 남편이라 할지라도 알마의 반복된 외도 패턴을 보면 병적일 정도이다. 인간의 삶은 결코 평화로울 수 없음을 몸소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기의 음악에 세상 모든 것을 담고 싶었나 보다.

 

단원들과의 불화, 나태한 분위기의 오페라 문화, 유대인에 대한 멸시, 자신의 작품에 대한 비난, 작곡가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괴감에 그는 고통을 겪었다. 이 교향곡들은 말러가 겪은 상처의 기록이다. 하지만 그 상처를 말리는 패배자처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략) 말러의 음악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보이지 않는 저항 정신 때문이다. 그는 고상함의 최고봉을 달리는 오케스트라 무대 위에 감히 길거리 집시들이나 쓰는 깽깽이 피들(fiddle)을 초대한다. 평민의 선술집에서나 들을 수 있는 저속한 선율을 노래하고, 심지어 악보에 '최대한 천박하게 연주하라"라고 지시한다. (p.219~220)

 

번스타인이 말했듯 말러의 모든 음악은 근본적으로 모두 그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그의 삶은 온통 갈등투성이였다. 잘나가는 지휘자이자 삼류 작곡가였고 기독교로 개종했지만 딱 한 번 교회에 나간 유대인이었으며, 보헤미아 시골뜨기 출신의 빈 유명 인사였고, 아내를 사랑하는 지극히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편이었다. 그가 지닌 개인적 모순은 사회가 부여한 것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그는 음악으로 자신의 모순을 똑바로 마주하려고 노력한 용자였다. (p.313)


주변 평가에 휘둘리기보다 자신만의 세계를 지켜나가는 것임을 평생 온몸으로 실천한 말러는 외로울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어디서나 이방인으로 환영받지 못했다고 스스로 느낀 말러가 선택한 길은 이방인으로 느껴지던 이 세상에 자신은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온 세상을 음악에 담아 외쳤다. 오히려 말러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에 이 클래식 클라우드가 안내해준 말러의 일생, 그가 사랑했던 알프스의 풍광 그리고 말러가 새로운 역사를 썼던 오페라 극장들이 더욱더 인상적이었다. 한때 사심을 담아 좋아했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말러 음악의 부활에 앞장섰다는 점 또한 내가 말러를 더 친밀하게 느껴진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클래식 클라우드를 왜 읽게 되는지를 가장 잘 보여준 것이 말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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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독서법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9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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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의 김선영 작가의 단편 소설집 바람의 독서법

시간을 파는 상점하나로 믿고 읽게 되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이번엔 5편의 단편 속에 어떤 감동을 줄지 궁금했다.

 

<바깥은 준비됐어>

인서는 학교도 엄마의 관계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데 심리상담센터에서 비둘기알을 지키는 특별한 경험을 한 이후 소원해졌던 친구 유라와 대화해 보기로 마음먹는다.

쥐다. 구덩이 속에 갇혀 세상 밖을 내다보는 쥐, 나는 쥐의 눈으로 구덩이에서 바라본 바깥세상을 그렸다. 동굴 속에서 바라본 하늘 쥐 한 마리가 불안에 떨며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하늘엔 게 구름이 봉싯봉싯, 그 아래는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사람들은 알록달록한 수영복에 튜브를 끼고 파도를 타기도 수영을 하기도 한다. 까치발을 한 생쥐의 뒷발에는 바깥세상에 대한 부러움과 동경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p.36)

 

<바람의 독서법>

공부보다는 독서를 좋아하던 강우는 어느 순간부터 바람이 분 이후 특별한 시각적 경험을 하고 시험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자신과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다는 생각에 순간 지나가는 바람이길 바란다.

바람은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달려와 잠시 내게 머물렀을 것이다. 밤바람 속에 댕기 머리를 휘날리며 서책 심부름을 하던 소년의 간절한 기원이 나에게 당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까막눈을 면하고 싶던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이 나에게 도착한 것일 수도 있다. (p.69)

 

<흔들리는 난타>

한 마디로 놀던 아이 이채원은 선생님의 강요로 난타 동아리에 들어가지만, 어느 순간 난타에 마음을 다하게 된다. 소원하던 부모님의 관계도 채원의 난타 공연을 기점으로 다시 회복될 기미를 보인다.

고개를 들어 앞산을 보았다. 똑같은 나무는 없었다. 저마다 빛깔이 달랐다. 손가락을 펴기 시작한 태아의 손처럼 바람이 빗질할 때마다 나뭇잎들은 움질거렸다. 새순들은 방금보다 조금 더 펴져 있을 것이다. (p.98)

 

<나는 잘 지내>

딸과 함께 베니스 여행을 하며 티격태격하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죽은 언니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련도 조금은 내려놓는다.

나는 쪽지 안 언니의 실반지를 꺼내 바다로 던졌다. 반지는 포물선을 그리며 아주 짧은 순간 반짝하더니 이내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언니의 반지가 지중해의 푸른 바닷속을 유영하듯 자유롭게 떠다니길 빌었다. (p.122~123)

 

<중독>

인해는 모으는 걸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모은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고 수집품의 종류가 바뀌고 갤러리까지 꾸며놓지만 홍수로 수집품이 다 훼손된다. 인해를 닮아서인지 아들 또한 손 사진을 찍어 저장한다.

사치?”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낭만 같은 거. 사는 데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게 없으면 건조해서 견딜 수 없는데,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 (p.151)

 

삶은 어느 한 시기도 완성 또는 미완성이라고 말할 수 없다. 삶의 모든 순간순간이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청소년기를 미완의 시선으로 보거나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소년기 그 자체를 소중한 내 삶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p.156 작가의 말 중)

 

저자의 말처럼 삶이 소중하고 매 순간 충실히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다. 또한 청소년기가 미완성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성인이 되어서도 완성된 삶을 사는 것을 아니다. 나 또한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고 허점도 많고 채워야 할 부분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청소년 도서라고 분류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김선영 작가는 너무 어두운 분위기를 담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이번 책 또한 잔잔한 감동 그리고 청소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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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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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시인’ ‘서스펜스의 대가로 불리며, 우리 시대의 최고의 범죄소설과 심리소설 작가로 손꼽혀온 미국의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하이스미스는 생전에 에드거 앨런 포 상, 오 헨리 상, 프랑스 탐정소설 국제 부문 그랑프리, 미국 추리작가협회 특별상, 영국 추리작가협회 은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후인 2008년에는 <더 타임스> 선정 역대 최고의 범죄 소설 작가로 꼽혔다.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 소설집 레이디스는 그녀의 초기 소설 열여섯 편을 담고 있다.

 

미스터리나 추리소설 속 긴장감에 대한 기대했는데 사실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주로 다룬 작품집이었다. 등장인물들은 사랑, , 평화로운 일상도 부푼 기대 속에 시작하지만, 불안정하거나 상처가 더 커지며 우울감은 더 깊어진다. 또한 뉴욕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자주 등장하는데 안정되고 편안한 생활이 아닌 불안감을 가득 안고 사는 사람들의 심리를 그려놓았다.

 

 

뼈 아픈 건 어차피 거의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절감이었다. 떠나는 행위 바로 그 자체에 내포된 파멸의 감각이었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마을이 허물어져 내렸다. (p.85, <최고로 멋진 아침> )

 

세상의 고요한 지점.” 젊은 그녀가 속삭였다.

"돌고 도는 세상의." 그는 또 죄책감을 느꼈다. 그들 주위에 서 온통 세계가 돌고 있었다. 여기 성역과 같은 초록색 섬에서 기계들도 돌아가고 시계도 돌아갔지만, 그와 그녀는 가만히 움직이지 않았다. (p.163, <돌고 도는 세상의 고요한 지점> )

 

불안한 심리 묘사 가운데 그나마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은 <영웅>이었다. 평화로운 가정에 아이들의 보모로 들어간 루실은 그 가족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루실은 큰 사건이 발생해 아이들을 구해내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며 결국 집에 불을 지른다.

그녀는 불안하게 방 안을 서성거렸다.

아니면 지진이 난다면 어떨까... 사벽이 허물어지는 가운데 안으로 들어가서 아이들을 끌고 나오리라. 니키의 납 병정이나 엘로이즈의 색칠 도구처럼, 뭔가 하찮은 물건을 가지러 다시 들어갔다가 깔려 죽어도 좋았다. 그러면 크리스천슨 가족이 그녀의 현신을 알아줄 테니까. (p.266~267, <영웅> )

 

불안한 심리묘사가 대부분이었기에 저자가 추리 소설 대가라는 진가를 발견하기엔 부족했다. 사실 이번에 저자의 작품을 접한 게 처음이었기에 다른 추리소설을 미리 읽어봤더라면 아마 이 작품집에 대한 느낌은 다르겠지만. 오싹한 분위기의 장르물을 잔뜩 기대한 나에겐 심리소설집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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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더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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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온 넷플렉스 영화 <더 원더>의 원작인 동명 소설이 책으로 나온다기에 영화를 보기 전 책을 먼저 선택했다. 저자 엠마 도노휴는 우연히 알게 된 ‘금식 소녀’ 현상을 모티브로 『더 원더』를 저술했으며 저자의 전작 『룸』도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영화로 만들어졌었다.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이기에 영화로 만들졌을지 궁금함과 기대감으로 책을 마주했다.


4개월간 음식을 먹지 않고 주님의 성수만 먹으며 살아있는 11살 소녀 애나 오도널. 하나님의 기적이라는 사람들의 경외와 반대로 모두를 속이는 사기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 소녀가 정말 음식을 먹지 않는지 관찰자로 지명된 나이팅게일의 제자 리브는 영국에서 아일랜드로 파견된다. 금식으로 지금까지 버틴 것이 명백한 거짓임을 확신하고 이를 밝혀내려던 리브는 관찰자 이전에 간호사로 그리고 그 이전의 아이를 잃어본 엄마의 마음으로 소녀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2주간의 관찰 기간 동안 점점 쇠약해지며 죽음이 눈앞에 뻔히 보이는 애나에게 무언가를 먹여야 한다는 간호사의 책임감이 강렬해진다. 그러기 위해선 리브는 애나가 지독히 매달리는 종교적 신념을 무너뜨려야 한다. 이 소녀가 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왜 이토록 금식에 매달리는지, 왜 누구도 적극적으로 아이에게 음식을 먹이려고 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를 파헤쳐 나가며 리브는 이 금식의 행위 뒤에 숨겨진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한다. 애나를 통해 하나님의 기적을 내보이고 싶어 하는 종교적 맹신주의자들과 행여 이것이 사기로 밝혀져 가톨릭에 해가 되는지의 여부만 중요한 사람들 그리고 자식의 안위보다는 가족의 신념이 중요한 어른들은 하나 같이 위선적이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종교적인 신념과 광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어른들에 휩싸인 이 어린 소녀를 살리기로 한 리브의 선택이 그려진다.


마지막 식사. 마치 사형수처럼. 그러니까 애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성체를 먹고 입을 닫아버린 것이었다. 어떤 왜곡된 교리가 애나를 몰아붙였을까? 애나는 이제 신성한 영양분을 받았으니 더 이상 속세의 음식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 걸까? 리브는 궁금했다. (p.258)


세상이 소용돌이쳐도 여러분의 의무를 다하세요. 리브의 스승은 그렇게 지시했다.

지금 애나에 대한 리브의 의무는 무엇일까? 저를 적의 손에서 구원하여주소서, 애나는 그렇게 기도했다. 리브는 애나의 구원자일까, 아니면 또 다른 적일까? 어떤 방해에도 멈추지 않을 거예요. 리브는 지난밤 번에게 큰소리쳤다. 하지만 구조를 거부하는 아이를 도대체 무슨 수로 구한단 말인가? (p.377)


책을 펼치는 시작부터 나름 이 기적의 진실을 머릿속에 상상하며 추론을 펼치는데 이런 내 추론이 하나둘 깨지며 작가가 감쳐둔 충격적 진실에 다가갈수록 과연 이야기의 결론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작가의 상상력이 낳은 이 이야기는 이기적이고 모순된 인간의 신념과 행동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종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그 무엇이든 너무 빠져드는 순간 그것은 광기가 되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져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진정한 사랑 또한 이성적인 판단 안에서 안정적일 수 있음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책을 덮는 순간 작가의 스토리 텔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당장 영화로 다시 이 충격과 놀라움을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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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 오베르쉬르우아즈 들판에서 만난 지상의 유배자 클래식 클라우드 30
유경희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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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 딱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고 정신질환을 앓았으나 미술에 대한 열정만은 멈추지 않았고 죽은 뒤 서양미술사상 가장 찬란한 명성을 누린 빈센트 반 고흐. 누구보다 클래식 클라우드를 통해 반 고흐의 인생 여정을 함께 하기를 기다렸기에 이번 반 고흐의 출간은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다.

 

1853330일 네덜란드 작은 마을 쥔데르트에서 장남으로 태어났으나 그가 태어나기 정확히 1년 전에 죽은 형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하지만 이름만 같을 뿐 형의 대체아였기에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늘 애정 결핍에 시달렸다. 화상 생활을 하다 목회자가 되려고 했으나 그는 결국 예술가의 길로 들어선다. 파리에서 인상주의 영향을 받고 남프랑스 아를에서 화가 공동체를 꾸리고자 했다. 하지만 고갱과 갈등 끝에 자신의 귀를 자르며 정신 착란 증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스스로 요양원에 들어간다. 1년간의 요양원 생활 후 1890년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의문의 총상으로 숨을 거둔다.

 

빈센트가 어머니에게 거부당한 경험, 즉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의 인생에 결정적인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어머니 대신 테오가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해 주었지만, 그렇다고 빈센트의 내면에 자리한 모성결핍이 근원적으로 해소될 수는 없었다. (p.278)

 

반 고흐의 예술적 기질과 빠른 속도로 그림을 완성하는 것도 어머니의 영향이 컸음에도 그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고흐가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 아들을 외면하고 사후에도 아들을 인정하지 않았던 어머니에게 반 고흐는 어떤 존재였을까? 결국 아들에게 애정을 베풀지 않았던 어머니로 인해 그가 품었던 여성상과 소외된 자들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은 창녀들과 무모하리만큼 깊은 관계를 맺기도 했다.

 

빈센트에게 '예술가'라는 의미는? 그것은 바로 '나는 탐구한다. 나는 분투한다. 나는 열중한다'는 뜻이다. 빈센트는 자신이 목표하는 바가 생기면 몰입의 강도가 막강한 존재였다. 호기심과 사명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들러붙으면 무슨 일이든 지나치게 열심히 했다. (p.43)

 

누구보다 열정적이던 반 고흐가 만약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단순히 정신적인 문제만 안고 살아간 인물로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지 않았을까? 이렇게 그가 열정을 담아 예술 작품을 남겼기에 사후에라도 거장으로 칭송받을 수 있고 오히려 후세가 더 감사해야 할 인물인 것 같다.

 

반 고흐의 정신적인 문제, 그림에 대한 열정, 미술관, 소외된 자들에 대한 애정, 가족관계 등을 클래식 클라우드를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다각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역시 클래식 클라우드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고 예술가의 삶을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는 자극적인 이야기보다는 좀 더 객관적으로 전달해 준다. 사람들이 왜 반 고흐의 삶과 작품에 열광하는지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빈센트가 사로잡힌 것은 초상화였다. 그는 '인간이야말로 모든 것의 뿌리다. 인간의 얼굴이야말로 내 안에 있는 최고의 것, 가장 진지한 것의 표출이다"라고 말했다. 평생을 모델을 찾는 데 열중했던 그에게 초상화란 유일하게 사람을 소유하는 경험을 해 주는 장르였다.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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