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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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이어 드라마 제작까지 이어진 파친코의 인기와 작품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듯하다. 작년에 베스트셀러라는 이유 하나로 파친코를 읽었고 시대의 고통 속에서도 자신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이들의 아픔을 너무 현실감 넘치게 담아냈던 책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에 다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인플루엔셜 출판사의 새로운 번역으로 화사한 표지로 단장한 파친코를 다시 읽게 되었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p.15)

부산 영도에서 하숙집을 꾸려나가는 늙은 어부와 아내에게 유일한 아들 훈이는 언청이에 발이 뒤틀린 채로 태어났다. 훈이는 온화하고 사려 깊은 성격의 청년으로 자랐지만, 장애로 인해 늦은 나이인 1911년 봄, 스물여덟 살이 되었을 때 가난한 집 막내딸 양진을 아내로 맞이한다. 이들 부부는 세 명의 아이를 잃고 네 번째 아이이자 유일한 딸인 선자를 낳는다. 선자는 건강히 자랐고 훈이는 딸을 소중히 아낌없이 사랑했지만, 선자가 열세 살이 되던 해에 훈이는 결핵으로 죽는다. 193216살의 선자는 시장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던 생선 중개상 고한수의 도움을 받은 이후 몰래 만남을 이어오다 임신을 한다. 이미 오사카에 부인과 세 딸이 있는 고한수는 선자와 아이를 돌보겠지만 결혼은 할 수 없다고 하자 선자는 고한수에 대한 미련을 버린다. 오사카로 가기 전 하숙집에 찾은 백이삭이 결핵으로 사경을 헤매고 양진과 선자가 병간호를 한다. 건강을 회복한 백이삭은 이들 모녀에게 감사한 마음과 함께 모든 아이는 축복이라는 믿음으로 임신한 선자를 아내로 맞이하고 같이 일본으로 가자고 제의하고 선자는 그렇게 이삭을 따라 오사카로 가게 된다. 오사카에서 이삭의 형 요셉과 부인 경희와 함께 일본에서의 낯선 생활을 시작하고 노아를 낳는다. 둘째 모자수가 태어나고 부목사이던 이삭이 감옥생활을 하며 선자와 경희가 김치 장사에 이어 식당 주방에서 일하게 된다. 이삭이 죽고 1945년 미국의 폭격을 피해 시골로 내려가라는 한수의 충고에 따라 오사카를 떠난다. 한수의 도움으로 양진을 만나게 된 선자 가족은 전쟁이 끝이 나지만 독립된 조선의 혼돈 상태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다시 오사카로 돌아와 장사하며 한수의 도움 없이 아이들을 키우지만, 경제적으로 여전히 넉넉하지 못한 상태였다. 노아는 대학 진학을 원할 정도로 학업에 충실하지만 모자수는 학업에 관심이 없이 겨우 학교에 다닌다.

 

요즘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을 읽으며 우리의 아픈 역사 그리고 아직도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반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던 차에 그 시절 일본에서 살아온 이들의 삶을 담은 이 작품을 다시 읽게 되니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30년 가까이 준비하고 자료를 모았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작가의 노력으로 탄생한 작품답게 다시 읽어도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절한 감정의 표현보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해주는 것 같은 서술 방식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이 험난한 시절 조국도 개개개인의 존엄성도 잃어버린 상태로 살아가는 아픔을 너무나 잘 표현되었다. 야쿠자인 친아버지 한수의 존재를 모르고 모범적인 조선인의 표상으로 이삭을 존경했던 노아. 뛰어난 학업 성적에도 불구하고 조선인이라는 멸시에 일본인이 되고 싶은 마음을 남몰래 품었던 노아의 그림자가 너무 무거워 보였다. 이미 노아 앞에 놓인 길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처음 읽었을 때도 가장 안타까웠던 인물인 노아에게 감정이입이 더 많이 된 것 같다. 같은 민족이기에 이들의 아픔을 내가 더 깊이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많은 이들이 이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이리라. 다시 읽어도 역시나 페이지터너인 파친코의 깊은 울림은 2권을 또 기대하게 만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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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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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인 도박장인 카지노에서 인간의 끝없는 탐욕에 의해 파괴된 삶은 각종 언론 매채를 통해 전해 듣게 된다. 삶을 파괴하는 이런 도박장의 존재도 아이러니하지만, 도박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은 찾기 힘듦에도 사람들은 카지노로 몰린다. 돈을 빌리기 위해 부모 손에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의 눈을 통해 본 부실 공사로 지어진 카지노와 다양한 인간상이 살아가는 자음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카지노 베이비는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나는 안다. 나처럼 비밀 많은 아이를 세상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바로 그림자 아이다.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존재하진 않는단 뜻이다. 정말 나에겐 어릴 적 사진이 한 장도 없다. 나만 혼자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쳐다볼 뿐 아무도 내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진 않는단 얘기다. (p.27)

카지노가 중심인 웨스트부다스 랜드, 전당포 거리와 숙소가 있는 슬립시티, 교회와 도서관이 있는 이스트지저스(지음 읍내). 도박에 빠진 부모가 전당포에 맡긴 아이 하늘이는 열 살가량 되었지만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아이이다. 전당포 주인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하늘이에겐 할머니의 딸이 엄마, 아들은 삼촌이 되었다. 출생증명서가 없고 학교입학을 위한 서류를 구비하지 못해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하늘이는 친부모님이 누구인지 모르고 그렇게 자란다. 한때 탄광으로 경제가 돌아가고 탄광 노동자들의 피땀과 눈물로 채워졌던 곳에 카지노가 들어선다. 그래서 이 카지노는 지음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에 깊이 연결되어 있다. 성실히 일하던 삼촌이 도박으로 돈을 다 잃고 이상한 행동을 하고 엄마는 뭔가 모자란 사람 같아 악착같이 성실한 할머니와 하늘이만 정상적으로 보인다.

지음이 흔들린다! 랜드가 무너진다!” 이렇게 외치고 다니던 삼촌의 말처럼 지음 이곳저곳에 문제가 생기고 공원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지속해서 발생하자 무당 박수 할아버지가 굿판을 벌인다. 이 굿판을 구경하던 하늘이는 지음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환영으로 보게 되고 카지노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진다. 카지노 안으로 몰래 들어가는 데 성공하지만 들어간 후 몇 분 만에 카지노가 무너진다.

 

할머니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구출된 하늘이와 지음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고 할머니가 그린 큰 그림이 무엇인지 이제 남겨진 가족들이 풀어나갈 숙제로 남겨진다.

나에게, 엄마에게, 삼촌에게, 그리고 할머니에게 주어진 질문과 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그냥 물을 수 있는 사람은 그냥 묻고,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쉽게 답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사람은 온 마음으로 묻고 답해야 한다. (p.296)

 

도박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의 눈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탐욕과 욕망은 더 추악해 보인다. 한없이 위축된 아이일 것 같은 예상을 벗어나 하늘이는 버려진 자신의 신세도 그리고 새로운 가족도 애정이 어리게 대한다. 어리지만 어쩌면 더 냉철한 시선으로 지음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누구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생각하는 하늘이를 통해 어른들의 부족한 모습은 한없이 초라하다. 카지노와 부실 공사를 엮어 인간의 탐욕의 정점을 그려낸 카지노 베이비는 가상의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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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번의 상상 - 부산 개금동에서 뉴욕 카네기홀까지
김지윤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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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피아노를 배우며 나도 음악을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뭐 특출난 재능을 가진 게 아니라 음악이 너무 좋았고 피아노가 아니어도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피아노가 아닌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나 또한 그걸 받아들였으니 수시로 이때 내가 더 부모님을 잘 설득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 아닌 후회를 종종 하게 된다. 그래서 음악계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지 항상 궁금하다. 백만 번의 상상의 저자 김지윤은 사실 이름이 생소한 피아니스트였는데 계약 0건의 무명 유학생에서 카네기홀 전석 매진을 이루었다는 저자의 소개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 김지윤은 4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예고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인디애나대학교 제이콥 음대에 석사와 박사 과정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수석으로 졸업했다. 피아노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꿈의 무대인 뉴욕 카네기홀 전석 매진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이래, 미국 전역 순회공연으로 활발히 음악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막연히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자 김지윤이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예고 1학년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정신적 경제적 위기가 찾아온다. 유학 생활비도 1년간만 지원해주었기에 유학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결혼 생활도 남편이 약물중독으로 이혼했고 계약직 교수가 될 수 있다고 믿고 다른 주로 이사까지 감행했지만 교수직을 얻지 못했다. 이렇다 할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매번 고통의 주저앉게 만드는 시련이 닥치지만 저자는 자신의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겠다는 마음만은 되새긴다. 결국 스스로 피아니스트인 자신을 알리는 방법을 선택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함께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을 모색한다. 일반 연주회와 다른 시도를 계획해 사람들의 후원을 받고 카네기홀에서의 전석 매진의 연주회를 한다.

 

세상 사람들이 좋고 숭배하는 물질적 지표와 숫자로 정의되는 성공의 지표를 내 마음속에서 놓아버렸을 때 진정으로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성공의 모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p.75)

 

이 세상에서 나는 단 한 명이며 나에게 주어진 그 특별한 임무는 오로지 나만이 수행할 수 있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그 임무를 계속해서 찾고 또 그것을 지켜야 할 이유가 있다. (p.94)

 

습관의 시스템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아주 강력하고도 간단한 원리를 발견한 것에 가깝다. 그 원칙 중 하나는 매일 무언가를 하는 것이 가끔 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거다. (p.120)

 

나는 자기 연민으로 마음의 병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때마다 감사의 마음을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그렇게 하면 나는 이 바이러스가 이미 내 마음속에 들어왔더라도 더 위험해지기 전에 일찍 찾아내고 더 쉽게 털어낼 수 있다. 이제 우리 매일매일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면서 살자. 우리는 이미 엄청나고 아름다운 선물을 받았다. 바로 인생이라는 선물이다. (p.160)

 

어쩌면 서로가 없으면 인생의 의미도 없어질지 모른다. 나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때, 비로소 우리가 되어야 할 존재가 된다고 믿는다. 물고기는 물이 있어야 헤엄치며 살 수 있듯이 우리는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야 완전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p.192)

 

 

이 책의 저자가 결코 순탄치 못했지만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예술가의 길을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마음가짐과 자세였다. 유명한 콩쿠르에 참여해 세계적인 명성을 쌓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피아니스트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바로 다른 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믿음이었다. 연주회의 실수나 타인의 비판에 휩쓸려 에너지를 빼앗기기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더 집중하며 연습에 더 매진할 수 있었다. 실패라는 것도 또 다른 문으로 들어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고 누군가와의 싸움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한다고 말한다. 피아니스트로 걸어온 길에 대한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인생의 큰 파도를 만났을 때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를 말해주는 책이다. 누구나 인생의 어려움은 있고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격려해주는 이 책은 모두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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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삼촌 -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김남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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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말이에요. 10년 전 미제 연쇄 살인 사건 아시죠? 제가 그 사건의 진짜 범인이에요.

그쪽이 모방한 사건 말이에요." (p.40)

 

연쇄살인마와 동거라는 살벌한 소재만으로도 흥미로운데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더 끌리는 책 철수 삼촌을 읽어보았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형사와 그 사건에 연이어 강력 범죄가 벌어지는 이야기로 들어가 보았다.

 

기러기 아빠인 형사 두일은 캐나다로 간 아이들과 부인의 뒷바라지로 빚이 점점 불어나 결국 사채까지 쓰게 된다.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던 사채업자 춘식과 몸싸움을 벌이다 넘어진 춘식이 사망하자 이를 10년 전 연쇄살인마의 수법으로 위장한다. 자신과 관련된 증거를 없애려던 두일에게 10년 전 자신이 연쇄살인마라고 밝힌 철수가 두일의 집에 머물겠다고 협박해 연쇄살인범과의 살벌한 동거가 시작된다. 하지만 프로파일링이 수준급인 철수 덕분에 두일은 사건 몇 개를 해결하고 진급의 청신호가 들어온다. 캐나다에 있던 가족이 방학이라 한국으로 돌아오고 가족에게 친절하고 싹싹한 그는 이제 철수 삼촌이라 불린다. 가족과 너무 잘 지내는 철수에게 위기감을 느끼는 두일, 두일과 철수가 사귀는 것이라 오해하는 딸 예지, 춘식의 사건을 해결해보겠다며 동네 아이들과 수사를 벌이는 민기, 캐나다 생활의 어려움을 느끼던 부인 수진은 저마다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 밤마다 집을 나서는 철수의 뒤를 밟던 두일은 감금되어 있던 노인을 풀어주며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 노인으로 인해 철수의 실체가 밝혀진다.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지만 살벌한 이야기만 담은 것이 아닌 가족애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재미와 감동도 담고 있다. 삐걱거리던 두일의 가족이 철수로 인해 웃음을 찾는 점에선 연쇄살인마의 매력이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진다. 두일이 범인인데 그 범인을 찾겠다고 나선 아들 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사건 전개에도 의외의 큰 역할을 한다. 아빠를 동성연애자로 착각한 딸 예지의 반항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예리한 범죄분석, 수준급 요리 실력, 깔끔함, 다정함과 살벌함을 다 갖춘 이 철수의 정체를 알아가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미스터리, 코미디, 드라마가 모두 합작이 된 이야기가 영화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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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집을 샀어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최하나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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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강남에 집 한 채도 없는 것들이 애새끼를 키우긴 뭘 키운다고! 미친것들.

으이고 내가 강남에 집을 샀다고. 김건동 내가 강남에 집을 샀다고. 알긴 알아?" (p.292)

 

 

보통의 삶을 사는 사람 중 인생역전을 한 번이라도 꿈꾸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기에 주식투자와 부동산 관련 서적도 많은 것이 아닐까? 그런 인생역전도 용감함이 필요해서인지 나는 여전히 주식도 부동산도 멀게만 느껴지지만 좀 공부는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게 된다. 강남에 집을 샀어라는 제목만 보면 부동산 투자의 성공 신화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났다.

 

10년의 고시 생활을 접고 학원 실장으로 취업을 한 김건동은 학원의 잡무를 도맡아 한다. 계약직에 월급도 적어 여전히 고시원을 벗어나지 못하던 차에 유튜브로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섣불리 부동산 중개인의 말만 믿고 빌라를 구매한다. 이 첫 번째 투자가 실패해 빚만 늘어나고 학원 원장의 갑질은 더 심해지자 다시 제대로 부동산 투자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투자 설명회에 참석하고 당장 돈이 없어도 집주인이 될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넘어간다. 부동산 갭투자로 사기를 치는 일당에게 속아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오히려 한 채당 오백만 원이 입금되며 서류상으로 신축 빌라의 수십 채의 부동산 보유자가 되어 기쁨을 누린다. 1년이 지난 후 세입자들의 전세 만기가 다가오면서 건동은 하우스 푸어도 아닌 하우스 빌런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얼마 되지 않은 일이지만 이제는 전생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국가고시만 십 년을 준비하다 모조리 떨어지고 급한 마음에 구한 일이 학원의 계약직 실장. 그러다가 부동산 투자의 맛을 알게 되었고 굽실거리게 했던 원장 놈에게 한 방 먹인 뒤 이제는 백수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지만 버는 돈은 하늘과 땅 차이인 현재. (p.249)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도움 없이 은행 대출 없이 오로지 내 능력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부를 성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부를 쥐게 되면서 얻게 또 다른 세계에 대한 꿈이 부에 대한 욕망을 키우게 된다. 이 책은 부에 대한 욕망과 그 끝없는 욕망의 폭주 뒤 찾아오는 암흑을 여실히 보여준다. 돌파구 없어 보이는 현실에서 벗어나 고급 외제 차에 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집 한 채당 오백만 원이라는 돈이 통장으로 들어오는 꿈같은 나날들을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던 건동의 결말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것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의심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작가는 아마도 정당한 노력을 하지 않고 일궜던 일확천금의 성이 일순간 쉽게 무너짐을 부동산 사기 사건으로 몰락하는 건동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부동산 영끌족의 빚투 같은 사회적 문제가 큰 이슈가 되는 현시점에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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